이규보 시인(李奎報,1168~1241) 경기도 여주. 고려 문신.
자는 춘경(春卿), 호는 백운(白雲) ,본관은 황려(黃驪=여주).
영웅서사시 동명왕편 등을 썼다.
22세 때 4번 만에 진사 시험에 합격. 최충헌에 의해 재상에 오름.
이규보(李奎報) 한시 모음
◈ 炤井戱作 소정희작=우물에 비친 내 모습보고 장난삼아 짓다
不對靑銅久 부대청동구 - 오랫동안 거울을 보지 않았더니
吾顔莫記誰 오안막기수 - 내 얼굴조차 잊어 버렸네
偶來方炤井 우래방소정 - 우연히 우물에 비친 모습을 보니
似昔稍相知 사석초상지 - 전에 어디선가 본 듯한 녀석일세
◈ 兒三百飮酒 아삼백음주=술을 마시는 아들 삼백에게
汝今乳齒已傾觴 여금유치이경상 - 나이도 어린 네가 벌써 술을 마시다니
心恐年來必腐腸 심공연래필부장 - 머지않아 네 창자가 다 썩을까 염려스럽구나
莫學乃翁長醉倒 막학내옹장취도 - 고주망태 네 아비를 닮을 일이 뭐 있느냐
一生人道太顚狂 일생인도태전광 - 평생토록 남들은 나를 미치광이라 했다
一世誤身全是酒 일세오신전시주 - 내 평생 내 몸 망친 것은 모두가 술 탓인데
汝今好飮又何哉 여금호음우하재 - 너도 술 마시기를 좋아하니 어찌한단 말이냐
命名三百吾方悔 명명삼백오방회 - 네 이름을 삼백이라 지은 것을 지금 후회하고 있다
恐爾日傾三百杯 공이일경삼백배 - 너가 매일 삼백 잔을 마실까봐 두렵기도 하구나
◈ 代農夫吟 대농부음=농부를 대신하여 읊다
帶雨鋤禾伏畝中 대우서화복무중 - 논바닥에 엎드려 비 맞으며 김을 매니
形容醜黑豈人容 형용추흑기인용 - 그 모습 흙투성이 어찌 사람 모습이랴
王孫公子休輕侮 왕손공자휴경모 - 왕손 공자들아 농부를 멸시 마소
富貴豪奢出自儂 부귀호사출자농 - 그대들의 부귀호사가 모두 농부 덕분이라오
新穀靑靑猶在畝 신곡청청유재무 - 푸른 잎 새 곡식은 여물지도 않았는데
縣胥官吏已徵租 현서관리이징조 - 아전들이 벌써부터 조세 내라고 다그치네
力耕富國關吾輩 력경부국관오배 - 나라 부강하게 하는 일이 농부 손에 달렸거늘
何苦相侵剝及膚 하고상침박급부 - 어찌 이리 모질게도 농부들을 침탈하나
◈ 雪中訪友人不遇 설중방우인불우=눈 속에 친구를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하고
雪色白於紙 설색백어지 - 눈빛이 종이보다 더욱 희길래
擧鞭書姓字 거편서성자 - 채찍 들어 내 이름을 써놓고 간다
莫敎風掃地 막교풍소지 - 바람아 눈 위에 쓴 글씨 지우지 말아
好待主人至 호대주인지 - 주인이 올 때까지 기다려 주면 좋으련만
◈ 절화행(折花行)=꽃을 꺾으시려거든
모란꽃 이슬 머금어 진주알 같은데 /牡丹含露眞珠顆(모란함로진주과)
미인이 모란을 꺾어들고 창가를 지나다 /美人折得窓前過(미인절득창전과)
빙긋이 웃으면서 낭군에게 묻기를 /含笑問檀郞(함소문단랑)
꽃이 더 예쁜가요? 제가 더 예쁜가요? /花强妾貌强(화강첩모강)
낭군이 일부러 장난치느라 /檀郞故相戱(단랑고상희)
꽃이 더 예쁜 걸, 힘주어 말하네 /强道花枝好(강도화지호)
미인은 꽃이 더 예쁘다니 토라져서 /美人妬花勝(미인투화승)
꽃가지를 짓밟아버리고 말하기를 /踏破花枝道(답파화지도)
꽃이 저보다 예뻐 보이시거든 /花若勝於妾(화약승어첩)
오늘밤은 꽃하고 주무시구려 /今宵花同宿(금소화동숙)
◈ 得黑貓兒(득흑묘아)=검은 고양이 새끼를 얻다.
細細毛淺靑[세세모천청] : 가늘고 가는 짙은 옥색의 털과
團團眼深綠[단단안심록] : 동글 동글한 눈은 짙게 푸르네.
形堪比虎兒[형감비호아] : 모양은 뛰어나 범 새끼를 견주고
聲已懾家鹿[성이섭가록] : 소리는 이미 집의 사슴이 겁내네.
承以紅絲纓[승이홍사영] : 붉은 실로 노끈 이어서 거느리고
餌之黃雀肉[이지황작육] : 미끼로 쓰는건 노란 참새 고기네.
奮爪初騰蹂[분조초등유] : 힘써 할퀴며 시종 빠르게 오르고
搖尾漸馴服[요미점순복] : 꼬리 흔들며 점차로 복종을하네.
我昔恃家貧[아석시가빈] : 나 옛날엔 가나한 집에 의지하며
中年不汝畜[중년불여휵] : 중년까지 너를 양육하지 못했지.
衆鼠恣橫行[중서자횡행] : 쥐 무리가 제멋대로 횡행하더니
利吻工穴屋[이문공혈옥] : 날카로운 입이 집에 구멍을 뚫었네.
齩齧箱中衣[교설상중의] : 상자 가운데 옷가지 씹어 깨물고
離離作短幅[이리작단폭] : 가르고 떼어놔 폭을 짧게 만드네.
白日鬭几案[백일투궤안] : 대낮에 책상과 안석에서 싸우고
使我硯池覆[사아연지복] : 나를 시켜 벼룻 물 엎지르게했네.
我甚疾其狂[아심병기광] : 나는 심하게 그 미친짓이 괴로워
欲具張湯獄[욕구장탕옥] : 장탕의 옥사를 갖추려 했었다네.
捷走不可捉[첩주불가착] : 빨리 달아나니 가히 잡지 못하고
遶壁空追逐[요벽공추축] : 에워싼 벽 공연히 쫓을 뿐이었네.
自汝在吾家[자여재오가] : 자연히 너는 내 집에 있고부터는
鼠輩已收縮[서배이수축] : 쥐들 무리는 이미 움츠러들었네.
豈唯垣墉完[기유원용완] : 어찌 다만 담장과 벽만 온전할까
亦保升斗蓄[역보승두축] : 또한 한되와 한말도 모아 지켰네.
勸爾勿素餐[권이물소찬] : 네게 권하노니 공밥만 먹지 말고
努力殲此族[노력섬차족] : 힘껏 노력하여 이 무리 섬멸하라.
◈ 美人怨 (미인원)
腸斷啼鶯春 장단제앵춘 꾀꼬리 우는 봄날 애간장 타는데
落花紅簇地 낙화홍족지 꽃은 떨어져 온 땅을 붉게 덮었구나
香衾曉枕孤 향금효침고 이불 속 새벽잠은 외롭기만 하여
玉검雙流淚 옥검쌍유루 고운 뺨엔 두 줄기 눈물 흐르누나
郞信薄如雲 낭신박여운 님의 약속 믿음 없기 뜬구름 같고
妾情撓似水 첩정요사수 이내 마음 일렁이는 강물 같구나
長日度與誰 장일도여수 긴긴 밤을 그 누구와 함께 지내며
皺却愁眉翠 추각수미취 수심에 찡그린 눈썹을 펼 수 있을까
◈ 回文 (회문)
翠眉愁却皺 취미수각추 푸른 눈썹은 수심 겨워 찌푸려 있는데
誰與度日長 수여도일장 뉘와 함께 긴긴 밤을 지내어 볼까
水似撓情妾 수사요정첩 강물은 내 마음인 양 출렁거리고
雲如薄信郎 운여박신랑 구름은 신의 없는 님의 마음 같아라
淚流雙검玉 누류쌍검옥 두 뺨에 옥 같은 눈물 흐르고
孤枕曉衾香 고침효향금 외론 베개 새벽 이불만 향기롭구나
地簇紅花落 지족홍화락 땅 가득히 붉은 꽃이 떨어지고
春鶯啼斷腸 춘앵제단장 봄 꾀꼬리 우는 소리에 애간장 타누나 (逆讀)
◈ 한강(漢江)/江上待舟(강상대주)=강가에서 배를 기다리며
朝日初昇宿霧收(조일초승숙무수) 아침 햇살 퍼지자 밤안개 걷히나니
促鞭行到漢江頭(촉편행도한강두) 말채찍 재촉하여 한강 가에 이르렀다
天王不返憑?誰問(천왕불반빙수문) 천왕의 돌아오지 않음을 누구에게 물으리
沙鳥閑飛水自流(사조한비수자류) 모래밭 새는 한가히 날고 물은 스스로 흐르네
◈ 투화풍(妬花風)=꽃샘바람
花時多顚風(화시다전풍) 꽃 필 땐 거친 바람도 많으니
人道是妬花(인도시투화) 사람들이 꽃샘 바람이라 하네
天工放紅紫(천공방홍자) 조물주가 울긋 불긋 꽃피우니
如剪綺與羅(여전기여라) 마치 비단을 오려 빚은 듯하네
旣自費功力(기자비공력) 이미 이리도 많은 공력을 들였으니
愛惜固應多(애석고응다) 아끼는 마음도 응당 적지 않을진데
豈反妬其艶(기반투기염) 어찌 반대로 그 고움을 시기하여
而遣顚風加(이견전풍가) 모진 바람을 더하여 보냈으리오
風若矯天令(풍약교천령) 바람이 만약 하늘의 명을 어긴다면
天豈不罪耶(천기불죄야) 하늘이 어찌 죄를 주지 않으리오
此理必不爾(차리필불이) 이런 이치라서 반드시 그러하지 않으리니
我道人言訛(아도인언와) 나는 사람들이 잘못 이름붙였다 말하리라
鼓舞風所職(고무풍소직) 만물을 고무하는 것은 바람이 맡은 일
被物無私阿(피물무사아) 만물에 끼치는 공덕은 사사로움이 없으니
惜花若停風(석화약정풍) 만일 꽃을 아껴 바람이 불지 않는다면
其奈生長何(기내생장하) 그 꽃이 어찌 그렇게 생장할 수 있을까
花開雖可賞(화개수가상) 꽃피는 것이 비록 볼만하다지만
花落亦何嗟(화락역하차) 꽃 지는 것도 또한 슬퍼할 일이 뭔가
開落摠自然(개락총자연) 꽃피고 꽃 지는 것 모두가 자연이니
有實必代華(유실필대화) 열매가 생겨서 꼭 꽃을 대신한다네
莫問天機密(막문천기밀) 묻지 말게나, 하늘의 오묘한 이치를
把杯且高歌(파배차고가) 술잔 잡고 소리 높여 노래나 부르세
◈ 두문(杜門)
爲避人間謗議騰(위피인간방의등) 인간의 비방하는 논의에 오름을 피하여
杜門高臥髮??(두문고와발봉승) 두문불출 은거하니 머리털만 덥수룩
初如蕩蕩懷春女(초여탕탕회춘녀) 처음엔 마음 설레인 봄처녀 같더니만
漸作寥寥結夏僧(점작요요결하승) 차츰 한가로운 여름 참선하는 중이 되네
兒戱牽衣聊足樂(아희견의료족락) 아이들이 장난치고 옷을 당겨도 즐거울 수 있고
客來敲戶不須應(객래고호부수응) 손님이 와서 문을 두드려도 꼭 응할 것 없네
窮通榮辱皆天賦(궁통영욕개천부) 궁통(막힘과 트임)과 영욕은 모두 하늘이 주는 것이니
斥?何曾羨大鵬(척안하증선대붕) 장자가 말한 같잖은 메추라기가 언제 대붕을 부러워하더냐
◈ 종화(種花)=꽃을 심으며
꽃 심을 때는 안 필까 걱정하고 /種花愁未發(종화수미발)
꽃 피면 또다시 질까 걱정한다 /花發又愁落(화발우수락)
피고 지는 것 모두가 걱정이니 /開落總愁人(개락총수인)
꽃 심는 즐거움을 알지 못하네 /未識種花樂(미식종화락)
◈ 시벽(詩癖)=시 짓기를 좋아하는 병
나이 이미 칠십을 넘었고 /年已涉從心(연이섭종심)
지위 또한 정승에 올랐네. /位亦登台司(위역등태사)
이제는 시 짓는 일 벗을만하건만 /始可放雕篆(시가방조전)
어찌해서 그만두지 못하는가. /胡爲不能辭(호위부능사)
아침에 귀뚜라미처럼 읊조리고 /朝吟類??(조음류,도타울/꾀할-운렬)
저녁엔 올빼미인 양 노래하네. /暮嘯如鳶?(모소여연,술단지-준)
어찌할 수 없는 시마(詩魔)란 놈 /無奈有魔者(무내유마자)
아침저녁으로 몰래 따라다니며 /夙夜潛相隨(숙야잠상수)
한 번 붙으면 잠시도 놓아 주지 않아 /一着不暫捨(일착부잠사)
나를 이 지경에 이르게 했네. /使我至於斯(사아지어사)
날이면 날마다 심장과 간을 깎아내 /日日剝心肝(일일박심간)
몇 편의 시를 쥐어 짜내니 /汁出幾篇詩(즙출기편시)
기름기와 진액은 다 빠지고 /滋膏與脂夜(자고여지야)
살도 또한 남아 있지 않다오. /不復留膚肌(부부유부기)
뼈만 남아 괴롭게 읊조리니 /骨立苦吟?(골립고음아)
이 모양 참으로 우습건만 /此狀良可嗤(차상량가,비웃을-치)
깜짝 놀랄 만한 시를 지어서 /亦無驚人語(역무경인어)
천 년 뒤에 남길 것도 없다네. /足爲千載貽(족위천재이)
손바닥 부비며 혼자 크게 웃다가 /撫掌自大笑(무장자대소)
웃음 그치고는 다시 읊조려 본다. /笑罷復吟之(소파부음지)
살고 죽는 것이 여기에 달렸으니 /生死必由是(생사필유시)
이 병은 의원도 고치기 어려워라. /此病醫難醫(차병의난의)
◈ 칠현설(七賢說)
先輩有以文名世者某某等七人。自以爲一時豪俊。遂相與爲七賢。蓋慕晉之七賢也
선배유이문명세자모모등칠인 자이위일시호준 수상여위칠현 개모진지칠현야
글로 세상에 이름난 선배인 모모 등 일곱 사람이
스스로 한 때의 '재주와 지혜가 뛰어난 사람(豪俊: 호걸-호,준걸-준)'이라 생각하고,
드디어 서로 어울려서 칠현(七賢)이라 하니,
대개 진(晉)나라의 칠현(七賢)을 사모한 것이리라.
每相會 飮酒賦詩 旁若無人 世多譏之 然後稍沮 時予年方十九 吳德全許爲忘年友 每携詣其會
매상회 음주부시 방약무인 세다기지 연후초저 시여년방십구 오덕전허위망년우 매휴예기회
매일 함께 모여서 술을 마시며 시를 짓되,
자기들 외에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하더니,
세상에서 빈정대는 사람이 많자 기세가 조금 누그러졌다.
그때 내 나이 열아홉이었는데,
오덕전(吳德全:오세재/吳世才)이 망년우(忘年友:나이를 안 가리는 친구)로 삼아
항상 그 모임에 데리고(携:잡아끌) 갔었다(詣:이를).
其後德全遊東都 予復詣其會 李淸卿目予曰 子之德全 東遊不返 子可補耶
기후덕전유동도 여부예기회 이청경목여왈 자지덕전 동유불반 자가보야
그 뒤에 덕전이 동도(東都) 경주(慶州)에 놀러 갔을 때
내가 그 모임에 참석하였더니,
이청경(李淸卿:이담지/李湛之)이 나를 보고 말하기를,
“자네의 오덕전이 동도에 놀러가서 돌아오지 않았으니,
자네가 그 보(補)가 되겠는가?” 하므로,
予立應曰 七賢豈朝廷官爵 而補其闕耶 未聞? 阮之後有承之者 闔座皆大笑
여입응왈 칠현기조정관작 이보기궐야 미문혜 완지후유승지자 합좌개대소
내가 곧 대답하기를,
"칠현이 조정의 벼슬인가요?
어찌 그 궐(闕:빈자리)을 보(補:채울)한단 말이요?
혜강(?康),완적(阮籍) 뒤에 그를 계승한 이가 있었다는 말을 듣지 못했소." 하였더니,
모두들 크게 웃었다.
又使之賦詩 占春人二字 予立成口號曰 榮參竹下會 快倒甕中春 未識七賢內 誰爲鑽核人
우사지부시 점춘인이자 여입성구호왈 영참죽하회 쾌도옹중춘 미식칠현내 수위찬핵인
또 나보고 시를 짓게 하면서
춘(春),인(人) 두 자를 운(韻)으로 부르기에, 내가 곧,
"영광스럽게도 대나무 아래 모임에 참여하여 / 榮參竹下會(영참죽하회)
유쾌히 독 안의 술을 마시네 / 快倒甕中春(쾌도옹중춘)
모르겠다 칠현 중에 / 未識七賢內(미식칠현내)
누가 오얏씨를 뚫은 사람인가 /誰爲鑽核人(수위,뚫을-찬,씨-핵,인)
一座頗有?色。卽傲然大醉而出。予少狂如此。世人皆目以爲狂客也
일좌파유온색 즉오연대취이출 여소광여차 세인개목이위광객야"하였더니,
모두들 불쾌한 기색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곧 거만스러운 태도로 거나하게 취해서 나와 버렸다.
내가 젊어서 이처럼 미치광이스러웠으므로,
세상 사람들은 모두 나를 광객(狂客:미친 뜨네기)으로 지목했었다.
◈ 주뢰설(舟賂說)=뱃사공도 술 뇌물을 얻어먹고서야 서둘러 강을 건낸다는 이야기
李子南渡一江 有與方舟而濟者 兩舟之大小同 榜人之多少均 人馬之衆寡幾相類 而
이자남도일강 유여방주이제자 양주지대소동 방인지다소균 인마지중과기상류 이
俄見其舟離去如飛 已泊彼岸 予舟猶?廻不進 問其所以 則舟中人曰 彼有酒以飮榜
아견기주이거여비 이박피안 여주유전회부진 문기소이 즉주중인왈 피유주이음방
人 榜人極力蕩?故爾 予不能無愧色 因歎息曰 嗟乎 此區區一葦所如之間 猶以賂
인 방인극력탕장고이 여불능무괴색 인탄식왈 차호 차구구일위소여지간 유이뢰
之之有無 其進也有疾徐先後 況宦海競渡中 顧吾手無金 宜乎至今未霑一命也 書以
지지유무 기진야유질서선후 황환해경도중 고오수무금 의호지금미점일명야 서이
爲異日觀(위이일관)
이자(李子:이규보)가 남쪽으로 어떤 강을 건너는데,
때마침 배를 나란히 해서 건너는 사람이 있었다.
두 배의 크기도 같고 사공의 수도 같으며,
배에 탄 사람과 말의 수도 거의 비슷하였다.
그런데 조금 후에 보니,
그 배는 나는 듯이 저어가서 벌써 저쪽 언덕에 닿았지만,
내가 탄 배는 오히려 머뭇거리고(?) 전진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까닭을 물었더니, 배 안에 있는 사람이 말하기를,
“저 배는 사공에게 술을 먹여서 사공이 힘을 다하여
노를 저었기(蕩:방탕할/흔들) 때문이오.”하였다.
나는 부끄러이 여기지 않을 수 없었었다, 인하여 탄식하기를,
“아, 이 조그마한(區區) 배가 가는(如之) 데도
오히려 뇌물의 있고 없음에 따라 빠름과 느림(疾徐:速遲),선후(先後)가 있거늘,
하물며 벼슬을 경쟁하는 마당(海)에 있어서랴?
나의 수중에 돈이 없는 것을 생각하매,
오늘날까지 관직 하나도 임명되어 발담궈(霑)보지 못한 것이 당연하구나.”하였다.
이렇게 적어두었다가 후일에 보련다.
◈ 경설 (鏡說)=거울 이야기
居士有鏡一枚 塵埃侵蝕掩掩 如月之?雲 然朝夕覽觀 似若飾容貌者 客見而問曰
거사유경일매 진애침식엄엄 여월지예운 연조석람관 사약식용모자 객견이문왈
鏡所以鑑形 不則君子對之 以取其淸 今吾子之鏡 ?如霧如 旣不可鑑其形 又無所取其淸
경소이감형 부즉군자대지 이취기청 금오자지경 몽여무여 기불가감기형 우무소취기청
然吾子尙炤不已 豈有理乎 居士曰 鏡之明也 ?者喜之 醜者忌之 然?者少醜者多
연오자상소불이 기유리호 거사왈 경지명야 연자희지 추자기지 연연자소추자다
若一見 必破碎後已 不若爲塵所昏 塵之昏 寧蝕其外 未喪其淸 萬一遇?者而後磨拭之
약일견 필파쇄후이 불약위진소혼 진지혼 녕식기외 미상기청 만일우연자이후마식지
亦未?也 噫 古之對鏡 所以取其淸 吾之對鏡 所以取其昏 子何怪哉 客無以對
역미만야 희 고지대경 소이취기청 오지대경 소이취기혼 자하괴재 객무이대
어떤 거사(居士)가 거울 하나를 갖고 있었는데
먼지가 끼어서 흐릿한 것이 마치 구름에 가리운(?:깃일산) 달빛 같았다.
그러나 그 거사는 아침저녁으로 이 거울을 들여다보며
얼굴을 가다듬곤 하였다.
한 나그네가 거사를 보고 이렇게 물었다.
"거울이란 얼굴을 비추어 보는 물건이든지,
아니면 군자가 거울을 보고 그 맑은 것을 취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 거사의 거울은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리고 때가 묻어 있어,
얼굴을 비추어보는 것도 맑은 것을 취하는 것도 불가합니다.
그럼에도 당신은 항상 그 거울에 얼굴을 비춰(炤:밝을-소/비출-조)
보고 있으니(不已:끝이 없음) 그것은 무슨 뜻입니까?"
거사가 대답하길,
"맑은 거울을 얼굴이 잘생기고 예쁜 사람은 좋아하겠지만,
얼굴이 못생겨서 추한 사람은 오히려 싫어할 것입니다.
그런데 잘 생긴 사람은 적고, 못 생긴 사람은 많습니다.
(못 생긴 내가) 만일 한번 보기만 하면 반드시 깨뜨려 버리고야 말 것이니
먼지에 흐려진 그대로 두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먼지로 흐리게 된 것은 겉뿐이지
거울의 맑은 바탕은 속에 그냥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만에 하나 잘생기고 예쁜 사람을 만난 뒤에 닦고 갈아도 늦지 않습니다.
아! 옛날에 거울을 보는 사람들은 그 맑은 것을 취하기 위함이었지만,
내가 거울을 보는 것은 오히려 흐린 것을 취하는 것인데,
그대는 어찌 이를 이상스럽게 생각합니까?" 하니,
나그네는 아무 대꾸가 없었다.
◈ 괴토실설(壞土室說)=토굴을 헐어버린 이야기
十月初吉 李子自外還 兒子輩鑿土作廬 其形如墳 李子佯愚曰 何故作墳於家 兒輩曰
시월초길 이자자외환 아자배착토작려 기형여분 이자양우왈 하고작분어가 아배왈
此不是墳 乃土室也 曰 奚爲是耶 曰 冬月 宜藏花草瓜? 又宜婦女紡績者
차불시분 내토실야 왈 해위시야 왈 동월 의장화초과라 우의부녀방적자
雖盛寒之月 溫然若春氣 手不凍裂 是可快也 李子益怒曰 夏熱冬寒 四時之常數也
수성한지월 온연약춘기 수불동렬 시가쾌야 이자익노왈 하열동한 사시지상수야
苟反是則爲怪異 古聖人所制 寒而? 暑而褐 其備亦足矣 又更營土室 反寒爲?
구반시즉위괴이 고성인소제 한이구 서이갈 기비역족의 우갱영토실 반한위욱
是謂逆天令也 人非蛇蟾 冬伏窟穴 不祥莫大焉 紡績自有時 何必於冬歟 又 春榮冬悴
시위역천령야 인비사섬 동복굴혈 불상막대언 방적자유시 하필어동여 우 춘영동췌
草木之常性 苟反是 亦乖物也 養乖物爲不時之翫 是奪天權也 此皆非予之志
초목지상성 구반시 역괴물야 양괴물위불시지완 시탈천권야 차개비여지지
汝不速壞 吾笞汝不赦也 兒子等?雙懼?撤之 以其材備炊薪 然後心方安也
여불속괴 오태여불서야 아자등쌍구극철지 이기재비취신 연후심방안야
10월 초하루에 내(李子:이규보)가 밖에서 돌아오니,
자식들이 흙을 파서 집을 만들었는데, 그 모양이 무덤과 같았다.
나는 어리석은 체하며 말하기를,
“무엇 때문에 집 안에다 무덤을 만들었느냐?” 하니,
자식들이 말하기를,
“이것은 무덤이 아니라 토실입니다.”하기에,
“어찌 이런 것을 만들었느냐?” 하였더니,
“겨울에 화초나 과일과 열매(?)를 저장하기에 좋고,
또 길쌈하는 부인들에게 마땅하니,
아무리 추울 때라도 따뜻한 봄 날씨와 같아서
얼어 터지지 않으므로 참 좋습니다.” 하였다.
나는 더욱 화를 내며 말하기를,
“여름은 덥고 겨울이 추운 것은 계절(四時)의 정상적인 이치이니,
만일 이와 반대가 된다면 곧 괴이한 것이다.
옛적 성인이, 겨울에는 털옷을 입고 여름에는 베옷을 입도록 마련하였으니,
그만한 차림이면 족할 것인데,
다시 토실을 만들어서 추위를 더위로 바꿔 놓는다면
이는 하늘의 명령을 거역하는 것이다.
사람은 뱀이나 두꺼비가 아닌데, 겨울에 굴속에 엎드려 있는 것은
너무 상서롭지 못한 일이다.
길쌈이란 할 때가 있는 것인데, 하필 겨울에 할 것이냐(歟:어조사)?
또 봄에 꽃이 피었다가 겨울에 시드는(悴:파리할) 것은
초목의 정상적인 성질인데,
만일 이와 반대가 된다면 이것은 괴이한 물건이다.
괴이한 물건을 길러서 때 아닌 구경거리를 삼는다는 것은
하늘의 권한을 빼앗는 것이니,
이것은 모두 내가 하고 싶은 뜻이 아니다.
빨리 헐어 버리지 않는다면 너희를 용서하지 않겠다.”
하였더니, 자식들이 두려워하여 재빨리 그것을 철거하여
그 재목으로 땔나무를 마련했다.
그러고 나니 나의 마음이 비로소 편안하였다.
◈ 訪外院可上人用壁上古人韻(방외원가상인용벽상고인운)
=외원(外院)에 있는 가상인(可上人)을 방문하여
벽 위에 쓰인 고인(古人)의 운(韻)을 빌려 짓다
-절 밖 암자의 고승을 방문하여 벽 위에 쓰인 옛 시의 끝 글자를 빌려 짓다
큰 고목 곁에 있는 쓸쓸한 암자 하나 方丈蕭然古樹邊(방장소연고수변)
감실 등불, 향로 하나에 한줄기 연기. 一龕燈火一爐烟(일감등화일노연)
노승의 하룻일 어찌 물어야만 알리 老僧日用何須問(노승일용하수문)
길손 오면 말 나누고 길손 가면 조네. 客至淸談客去眠(객실청담객거면)
◈ 영망(詠忘)=잊다
세상사람 모두가 나를 잊으니 /世人皆忘我(세인개망아)
온 세상에 오직 이 한 몸 홀로구나 /四海一身孤(사해일신고)
어찌 세상만이 나를 잊었겠는가 /豈唯世忘我(기유세망아)
형제도 또한 나를 잊었다 /兄弟亦忘予(형제역망여)
오늘은 아내가 나를 잊고 /今日婦忘我(금일부망아)
내일은 내가 나를 잊을 것이니 /明日吾忘吾(명일오망오)
그러고 나면 세상천지에는 /却後天地內(각후천지내)
친함도 소원함도 없게 되리 /了無親與疏(요무친여소)
◈ 요화백로(蓼花白鷺)=여뀌꽃과 백로
앞 여울에 물고기와 새우가 많아 /前灘富魚蝦(전탄부어하)
생각 있어 물결을 가르고 들어가다가 /有意劈波入(유의,쪼갤-벽파입)
사람을 보고는 홀연 놀라 푸드득 /見人忽驚起(견인홀경기)
여뀌꽃 언덕에 다시 날아와 모였네 /蓼岸還飛集(요안환비집)
목을 빼어 사람 돌아가기를 기다리다가 /翹頸待人歸(교경대인귀)
가랑가랑 가랑비에 날개 깃이 젖는구나 /細雨毛衣濕(세우모의습)
마음은 아직 여울 물고기에 있는데 /心猶在灘魚(심유재탄어)
사람들은 '욕심 잊고 서 있다' 말하네 /人道忘機立(인도망기립)
◈ 영정중월(詠井中月)=우물 속의 달을 읊다
산에 사는 스님이 달빛을 탐내어 /山僧貪月色(산승탐월색)
병 속에 물과 달을 함께 길었네 /幷汲一甁中(병급일병중)
절에 돌아와 비로소 깨달았으리 /到寺方應覺(도사방응각)
병 기울이면 달도 함께 비는 것을 /甁傾月亦空(병경월역공)
◈ 취가행(醉歌行)=취하여 부른 노래
天若使我不飮酒 천약사아불음주 하늘이 내게 술 못 마시게 할 양이면
不如不放花與柳 불여부방화여류 아예 꽃과 버들을 못 피게 할 것이지
花柳芳時能不飮 화류방시능불음 꽃과 버들 향긋한 이때 어찌 안 마시리
春寧負我我不負 춘영부아아불부 봄이 나를 버릴망정 나는 그리 못하네
把酒賞春春更好 파주상춘춘갱호 잔 잡고 봄 즐기니 봄이 다시 좋구나
起舞東風醉揮手 기무동풍취휘수 일어나 동풍에 취해 손 흔들며 춤추네
花亦爲之媚笑顔 화역위지미소안 꽃도 웃는 얼굴로 아양 떨고
柳亦爲之展眉皺 유역위지전미추 버들도 찌푸린 눈썹 펴누나
看花翫柳且高歌 간화완유의고가 꽃과 버들 바라보며 크게 노래 부르니
百歲浮生非我有 백세부생비아유 백년 덧없는 인생 내 것이 아니로다
君不見千金不散將何用 군불견천금불산장하용 그대는 보지 못하는가, 천금 아껴 어따 쓰겠다고
癡人口爲他人守 치인구위타인수 남들 위해 지킨다는 바보들의 하는 말을
◈ 봄날의 절을 찾아
바람 부드럽고 햇볕 따뜻하여
새소리는 시끄러운데
수양버들 그늘 속에
반쯤 문이 닫혀 있네
뜰에 가득 떨어진 꽃
스님은 꽃향기에 취해 누웠나니
절에는 아직 그대로
태평스런 흔적이 남아 있구나
◈ 영정중월(詠井中月)
산승이 달빛을 사랑하여 山僧貪月光
항아리 속에 물과 함께 길어 담았네 甁汲一壺中
절에 다다르면 바야흐로 깨달으리라 到寺方應覺
병 기울이면 달빛 또한 텅 비는 것을 甁傾月亦空
◈
春遊易成憊 旅意動含悽
봄놀이 쉽사리 노곤하니 나그네의 회포 항상 서럽구려
綠蔓扶顚樹 蒼苔護圮提
푸른 덩굴은 나무를 부축하고 파란 이끼는 언덕 감싸 주며
暮江煙柳重 曉岸露花啼
안개 낀 강가에 버들은 무겁고 새벽이슬 젖은 꽃은 흐느끼네
歌吹楊州路 風流憶竹西
노래 부르며 양주로 가는 길에 죽서에서 놀던 풍류 생각하겠지
◈ 부령포구(扶寧浦口)-부안
아침저녁 들리는 건 물소리뿐
바닷가 촌락 너무도 쓸쓸하네
맑은 호수 한가운데 달 도장 찍혔구나
포구는 탐내듯 드는 밀물 들이켜서
물결 찧어 옛 바위 닳아내 숫돌을 만들었네
부서진 배는 이끼 낀 채 다리가 되었구나
이 강산 온갖 경개 어디 다 읊을 수 있나
화가를 데려와서 단청으로 그려봤으면
◈ 論詩(시를 논하다)
作詩尤所難(작시우소난) 시 지음에 특히 어려운 것은
語意得雙美(어의득쌍미) 말과 뜻이 아울러 아름다움을 얻는 것.
含蓄意苟深(함축의구심) 머금어 쌓인 뜻이 진실로 깊어야
咀嚼味愈粹(저작미유수) 씹을수록 그 맛이 더욱 순수하나니.
意立語不圓(의립어불원) 뜻만 서고 말이 원할치 못하면
澁莫行其意(삽막행기의) 껄끄러워 그 뜻이 전달되지 못한다.
就中所可後(취중소가후) 그중에서도 나중으로 할 바의 것은
彫刻華艶耳(조각화염이) 아로새겨 아름답게 꾸미는 것뿐.
華艶豈必排(화염기필배) 아름다움을 어찌 반드시 배척하랴만
頗亦費精思(파역비정사) 또한 자못 곰곰이 생각해볼 일.
攬華遺其實(람화유기실) 꽃만 따고 그 열매를 버리게 되면
所以失詩眞(소이실시진) 시의 참뜻을 잃게 되느니.
爾來作者輩(이래작자배) 지금껏 시를 쓰는 무리들은
不思風雅義(불사풍아의) 풍아의 참뜻은 생각지 않고,
外飾假丹靑(외식가단청) 밖으로 빌려서 단청을 꾸며
求中一時耆(구중일시기) 한때의 기호에 맞기만을 구하는구나.
意本得於天(의본득어천) 뜻은 본시 하늘에서 얻는 것이라
難可率爾致(난가솔이치) 갑작스레 이루기는 어려운 법.
自揣得之難(자췌득지난) 스스로 헤아려선 얻기 어려워
因之事綺靡(인지사기미) 인하여 화려함만 일삼는구나.
以此眩諸人(이차현제인) 이로써 여러 사람을 현혹하여서
欲掩意所匱(욕엄의소궤) 뜻의 궁핍함을 가리려 한다.
此俗寢已成(차속침이성) 이런 버릇이 이미 습성이 되어
斯文垂墮地(사문수타지) 문학의 정신은 땅에 떨어졌도다.
李杜不復生(이두불복생) 이백과 두보는 다시 나오지 않으니
誰與辨眞僞(수여변진위) 뉘와 더불어 진짜와 가짜를 가려낼 겐가.
我欲築頹基(아욕축퇴기) 내 무너진 터를 쌓고자 해도
無人助一簣(무인조일궤) 한 삼태기 흙도 돕는 이 없네.
誦詩三百篇(송시삼백편) 시 삼백 편을 외운다 한들
何處補諷刺(하처보풍자) 어디에다 풍자함을 보탠단 말인가.
自行亦云可(자행역운가) 홀로 걸어감도 또한 괜찮겠지만
孤唱人必戱(고창인필희) 외로운 노래를 사람들은 비웃겠지.
◈ 『동국이상국집』 권 13, 「次韻陳翰林題苗正字大隱樓 在市邊」
대문 걸고 손님도 없이 술을 마시랴 我不欲閉門飮酒省賓客
장안 네거리 술꾼들 모아 큰 잔으로 마셔야지 欲向長安市上大會酒徒浮大白
밀실에서 가냘픈 소리로 노래 부르랴 又不欲曲房密室唱小詞
호걸 협사 집에서 풍악 갖춰 목놓아 불러야지 欲向豪家俠宅高歌與吹笛
시름 있어도 얼굴 찌푸려 시름 아니 말하면 愁人矉額不言愁
얼음 아래 쫄 쫄 쫄 흐르는 물과 같으니 有如氷底之水嗚咽不快流
대장부 시름 있으면 목 놓아 울어야지 丈夫愁來卽大哭
머리 떨군 채 눈물이나 짜내야 쓰나 不宜暗泣空低頭
좋구나, 묘군은 큰 도시 안에 숨어 살면서 幸哉苗君大隱九市中
청산서 솔잎에 물 마시는 이들 웃어주누나 笑却喰松喫水靑山幽
◈ 夏日卽事(하일즉사)=초여름 일상
簾幕沈沈樹影廻 염막심심수영회 - 주렴 친 깊은 곳 나무 그림자 돌아들고
幽人睡熟鼾聲雷 유인수숙한성뢰 - 은자는 깊이 잠들어 우뢰같이 코를 고네
日斜庭院無人到 일사정원무인도 - 해 저문 정원에는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唯有風扉自闔開 유유풍비자합개 - 바람이 불어 스스로 사립문을 열고 닫네
輕衫小簟臥風欞 경삼소점와풍령 - 홑적삼에 삿자리 깔고 바람드는 마루에 누웠다가
夢斷啼鶯三兩聲 몽단제앵삼양성 - 꾀꼬리 두세 소리에 잠을 깨었네.
密葉翳花春後在 밀엽예화춘후재 - 빽빽한 잎이 꽃을 가리어 봄 뒤에도 남았고
薄雲漏日雨中明 박운루일우중명 - 엷은 구름에 햇살이 새어나와 빗속에도 밝구나.
◈ 江行(강행)
路轉長川遠 로전장천원 - 길 돌자 긴 강이 멀어지네
雲低曠野平 운저광야평 - 구름도 나직한 빈 벌판
天寒征雁苦 천한정안고 - 날씨가 추우니 기러기도 괴로운 듯
沙漲宿鷗驚 사창숙구경---모래에 물 넘치니 자던 갈매기 놀라네
鬼火林間碧 귀화임간벽 - 숲새에 퍼런 것은 도깨비 불
漁燈雨外明 어등우외명 - 빗속에 환한 건 어선의 등불
歸舟夜未泊 귀주야미박 - 배는 밤에도 대지 않고 돌아가며
鴉軋櫓猶鳴 아알로유명 - 삐거덕 노 젓는 소리 울리누나
◈ 신곡행(新穀行)=햇곡식의 노래
一粒一粒安可輕(일립일립안가경)
한 알 한 알 어찌 가벼이 여길 수 있겠는가
係人生死與富貧(계인생사여부빈)
사람의 생사와 부귀가 여기에 달렸는데
我敬農夫如敬佛(아경농부여경불)
나는 부처를 공경하듯 농부를 공경하노니
佛猶難活已飢人(불유난활이기인)
부처도 오히려 이미 굶주린 사람 살리기 어렵다네
可喜白首翁(가희백수옹)
기뻐할 만하다, 늙은 나
又見今年稻穀新(우견금년도곡신)
또 금년 햅쌀을 보게 되니
雖死無所?(수사무소겸)
비록 죽더라도 부족할 것 없네
東作餘膏及此身(동작여고급차신)
농사에서 오는 혜택 이 몸에까지 미쳤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