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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같은 삶을 위하여
☞ 문학의 뜨락

소솔 류재하 시(동시) 모음

by 石右 尹明相 2022. 9. 26.

 

 

소솔 류재하 시인(1939~ ) 목사. 아동문학가.

서울신학대학교. 동 대학원. () 서울 서부교회 명예목사.

1990년 아동문학으로 등단,

한국아동문학상. 한국계관시인상. 크리스챤문학작가대상 등.

시집 사랑과 평화의 노래’ ‘시냇가에 심은 나무’ ’그곳에 빈집하나 짓고 싶다’.

동시집 사진기 하나 있다면’, ‘꿈꾸는 반달’ ‘작은 집 하나

이 외에 동화집, 전기, 인물평전 등 다수.

 

 

 

소솔 류재하 시(동시) 모음

 

 

아버지와 아들

 

터벅터벅

뒷짐 지고 앞서가는

아버지

 

타박타박

뒷짐 지고 따라가는

어린이

 

우습고도 정확한

 

 

춘설春雪

 

봄이 오려나보다.

입춘 지났으나 영하의 날 잦더니

지난밤 눈으로 온 세상 환하다.

 

누구의 사신使臣인가

상록수 잎마다 얇고 흰 눈꽃 피우고

헐벗은 나무마다 새하얀 털옷 입히고

 

얼어 죽은 나무에

조화弔花 단장하고

겨울장례식 치러 주는 걸 보니...

 

봄눈 신호로 꽃바람 달려와

나무마다 꽃 순을 어루만지며

연두 빛 생명의 춤을 추면

 

어느새 나타난 새떼들

각가지 고운 목소리로

봄맞이 노래 부르리니

 

이제 마스크 벗어던져버리고

일어나 기지개 길게 펴면서

 

함께 즐겁게 노래하고 싶네

함께 덩실덩실 춤추고 싶네.

 

 

하늘다람쥐

 

하늘 다람쥐 하나

산길에 죽어있네

 

동물은 죽을 때

자기 고향 쪽에

머리 둔다던데

 

하늘 향하지 않고

숲으로 머리 두었네.

 

하늘로 세워 묻어줄까?

( 1 )

숲으로 누워 묻어줄까?

( - )

 

 

멀리서 바라보니

 

언덕에 있는 작은 집 하나

그 밑을 지날 때 마다

올라가기 매우 힘들겠구나.

 

다시 집으로 돌아올 때

멀리서 바라보니

아주 멋있고 근사하구나.

 

무엇이든 멀리서 보면

좋게 보이나보다.

우리 반 훈이는 힘센 개구쟁이

만나는 아이마다 꿀밤을 주어

- 나중에는 나쁜 사람 될 거야

 

그런데 선생님은 훈이를

멀리서 바라보셨는지

- 커서 큰 인물이 될 거야.

 

어느새 훈이는

착한 아이가 되었어요.

멋쟁이 반 대표가 되었어요.

 

 

밤에도 외롭지 않은 것은

 

어둔 밤에도

외롭지 않은 것은

 

밤하늘,

이름 없는 별들이

반짝이기 때문입니다.

 

오염 많은 세상에도

향내가 나는 것은

 

저 들녘,

이름 없는 꽃들이

향기 토하기 때문입니다.

 

역사 속에 묻힌

이름 모를 숱한 인물들의

땀과 눈물과 희생 있었기에

오늘의 조국이 있고

오늘의 자유가 있다면

 

의롭고 아름다운 세상 위해

영구한 조국의 평화를 위해

온 힘과 마음을 몽땅 쏟는

작은 빛이고 싶습니다.

작은 향기이고 싶습니다.

 

이름 모를 저 하늘의 별들처럼

이름 모를 저 들녘의 풀꽃처럼

 

 

흰나비 하나

 

나풀나풀 나는

흰나비 하나

 

,

귀엽다.

 

살포시

흰 꽃 위에 앉으니

 

잘 어울리는

흰 꽃잎 하나

 

,

나비는

어디 갔지?

 

참 이상타

 

 

새 소리

 

새가 짖어대는 걸 보고

우리는

새가 운다고 하는데

미국 사람은

새가 노래한다고 한다.

 

참새가 우는 소리 듣고

우리는 짹짹이라 하고

일본인은 쥬쥬라 하고

중국인은 챠챠라 한다는데

 

똑 같은 참새소리가

왜 나라마다 다르게 들릴까?

 

 

새해의 기도

 

새해가 동터오는

이른 새벽

 

욕심과 싸움으로 얼룩진

망나니 같은 어둔 세상

 

이제 바람 불어

멀리 멀리 보내소서.

 

점점 밝아오는

새해 새벽빛을 따라

 

어린이처럼 착한 이들이

사랑과 나눔의 꽃씨를 심고

 

어린이처럼 작은이들이

평화와 섬김의 손을 잡고

 

어린이처럼 가난한 이들이

희망과 보람을 노래하는

 

그런 새날들이 오게 하소서.

그런 새 빛으로 환하게 채우소서.

 

새해에는 하나님의 뜻이

하나씩, 둘씩 이뤄지는

 

그런 새로운 날들만 오게 하소서.

그런 알찬 날들로 가득하게 하소서.

 

 

5월의 꿈-어린이주일에 붙임

 

어린이날이 있고

어린이주일이 있는

5월은

어린이 세상.

 

하늘나라 왕자와 공주들을 키우는

푸른 5월은

복된 달

계절의 여왕이다.

 

해맑음과 푸르름을

함께 머금고

꽃처럼 환하게 향기롭게 피어날

5월의 꿈이여!

 

2천 년 전

어린이를 품에 안고 축복하시던

예수님의 그 꿈을

 

오늘 어린이주일에

가정마다

교회마다

활짝 펼치자.

 

 

어머니-어버이주일에

 

아기 천사처럼

해맑은 미소로 자라다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아기의 첫 말소리

엄마!”

 

무서운 꿈 꿀 때마다

소르라치게 놀라며

벼개를 움켜쥐고 외치는

어린이 울음소리

엄마야!”

 

고향을 떠나

먼 도시에서 공부할 때

외로움에 젖어 나직이 불러오는

청소년의 신음소리

어머니!”

 

총소리, 대포소리 쿵쾅대는

살벌한 전쟁터에서

총을 맞고 쓰러지며 울부짖는

군인의 목소리

어머니!”

 

사람의 마음 깊은 곳에 숨어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외로울 때나 괴로울 때마다

깃발처럼 펄럭이는 말 한마디

어머니!”

 

사람마다 꼭 찾는

하나님을 닮은 그 이름

어머니!”

 

어머니, 사랑합니다!”

 

 

성탄의 계절에

 

해마다 12월이면

징글벨 노래 들려오고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마다 나타나

추운 겨울을 흥겹게 한다.

 

아이들은 성탄절에 놀러 갈

계획을 세우지만

난 그렇게 보낼 수 없어

 

컴퓨터 놀이방 대신

교회 성가대 연습에 가고

 

땡그렁, 땡그렁 울리는

구세군 냄비를 찾아 용돈을 넣고

 

미워하던 아이들에게

컴퓨터 이메일로 잘못을 사과하고

조용히 기도드리면

 

아기 예수님

내 마음속에서

다시 탄생하신다.

 

메리 크리스마스!”

 

 

새해의 기원

 

돌과 바위에 짓눌리면서도

환한 웃음을 잃지 않는

개나리처럼

 

비바람과 벼락에 시달리면서도

맑고 푸르름을 잃지 않는

하늘처럼

 

흙탕물에 더렵혀지면서도

모든 물고기를 길러내는

바다처럼

 

주여,

새해에는

그렇게 살게 하소서.

 

 

유월의 들녘

 

유월의 들판은 멋진 음악 연주장

하늘의 종달새 삐르르 노래하면

 

들에서 개구리 개굴개굴 화답하고

먼 산의 뻐꾸기 뻐뻐꾹 박자 맞춰

 

유월의 들녘은

하나님 음악 연주장

 

유월의 들판은 고운 그림 전시장

파아란 하늘에 흰 구름 피어나면

 

앞산과 뒷산이 초록빛 단장하고

들녘의 보리밭 황금물결 찰랑대는

 

유월의 들녘은

하나님 그림 전시장.

 

 

산에서 물고기를

 

해가 뜨자

푸른 산이

강으로 재빨리 내려왔습니다.

 

한 낮에

어떤 아저씨

푸릇한 산에 낚시 줄을 던지더니

 

물고기 낚아 올리며

월척이야!”

하고 소리칩니다.

커다란 붕어였습니다.

 

산에서 고기 낚는 사람

처음 보았습니다.

참 신기합니다.

 

 

시골로 이사 간 별

 

학교 공부 책이나

동시나 동화책에도 나오는 별

볼 때마다 마음이 설레는데

 

서울 밤하늘 날마다 쳐다보아도

한 번도 볼 수 없는 별

별이 있다는 게 정말일까?

 

전에는 수많은 별들이

서울 밤하늘 가득했는데

요즘엔 매연가스가 밤하늘 가려

별을 볼 수 없다는 선생님 말씀

 

나는 아쉬움 속에 지내다

방학에 할머니 집 찾았을 때

, 나는 만났다.

밤하늘 가득한 별, , ...

 

볼 때마다 신기하고

가슴이 설레는 별들이

먼 나라로 이민가지 않고

시골로 이사 온 게 너무 좋아

 

밤늦게 까지 별을 바라보며

북극성과 북두칠성을 찾다가

잠을 자며 별 꿈을 꾸기도 했다.

 

외할머니도 보고 싶고

시골로 이사 간 별을 찾아

방학 때 마다 엄마를 졸라야겠다.

 

 

우리 모두 꽃처럼

 

꽃은

미소로 말하고

 

꽃은

향기로 노래하고

 

꽃은

빛깔로 자랑한다.

 

꽃을

누구나 사랑한다.

 

우리 모두

그런 꽃이었으면...

 

 

방학 낀 여름 학기

 

3, 4, 5월이

봄 학기이고

6, 7, 8월은

여름 학기이다.

 

여름 석 달 중

가장 무더운 한 달은

집에서 쉬면서

자연을 찾는 학기라는데

 

영어, 논술, 미술학원과

피아노, 태권도학원에서

계속 배우는 것도

힘들지만 큰 공부일 거야.

 

 

꽃 미소 엿보기

 

꽃은

미소로 말한다는데

 

누가

그 미소

엿볼 수 있을까

 

나비가

엿보고 가서

얘기 하다 가고

 

꿀벌도

엿보고 날아가

꿀 얻어 가는데

 

나도

엿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예쁘다고 말 해 줄 수 있고

꿀도 얻어 동생과 나눠 먹을 수 있고.

 

 

까치 한 마리

 

이른 아침에 찾아 온

까치 한 마리

 

단정한 까만 몸

단아한 하얀 가슴

깔끔한 새들의 공주

 

오늘도

좋은 소식 가져왔는지

머리 숙이며

예의바르게 인사한다.

 

- , , !

 

사람들마다

왜 널 좋아하는지

이제서야 알고

나도 널 좋아하게 됐단다.

 

 

엄마와 아빠

 

입 모양이

가장 예쁜

 

- 엄마

- 아빠

 

노래 중에

가장 멋진

노래

 

- 엄마, 사랑해요.

- 아빠, 존경해요.

 

 

4월의 꽃

 

긴 겨울

웅크렸다가

 

4월에야

눈 비비고 일어나

활짝 웃는 꽃

 

온 산과 들을

핑크색 물감 풀어

예쁜 그림 그려 놓고

 

사람들을

산으로 들로

불러 모아

 

얼굴에 붉은 미소

마음에 기쁨 주는

4월의 꽃

 

나도

진달래 되고 싶다.

 

 

봄나물 캐기

 

겨우내

감기로 약해진 아이

 

봄이 오자

엄마 함께 야산에 오른다

 

번쩍!

엄마 눈에 띈 것

 

어머나, 봄나물이 나왔네

영아야, 몸에 좋은 나물 캐자.“

 

엄마가 기다란

봄나물 뿌리를 뽑자

 

영아도 작은 나물 뿌리 뽑다

그만 엉덩방아 주저앉았다.

 

얘야, 봄나물은 작지만

추운 겨울이긴 힘센 나물이야.

하늘이 널 위해 준비한 거란다.“

 

영아는 얼른 두 손 모았다.

- 하나님, 감사합니다.

 

 

봄과 함께

 

누구도

넘기 힘든

 

높고

험한

얼음산

 

맨발로

찾아

 

이름 모를

풀꽃들

내 사랑이여!

 

 

칸나

 

해바라기 닮으려고

발돋움, 발돋움

하더니만

 

어느새

키다리가 되었네.

 

가슴에 품은 불덩이

자꾸만, 자꾸만

피우더니만

 

마침내

새빨간 꽃이 되었네.

 

보는 사람들마다

조금씩, 조금씩

타는 가슴

 

하늘 그리움의

불꽃이 되었네.

 

 

7월 초하루의 기도

 

한해의 전반 코스 마치고

후반 코스를 스타트하는 시간

 

새해 맞아

어둠 벗고 빛의 사람으로 살겠다던

그 다짐이 아직도 유효한지

미리 살피고 점검하였으나

 

허물 많음에도 용서하시고

인도해 주셨음을 감사드립니다.

 

이제 하프 어게인* 선상에서

마음을 새롭게 재충전하여

한 해의 후반 코스를 향해

믿음의 선한 삶을 위해 기도하오니

 

독수리가 날개 치며

힘차게 솟아오르듯

 

새생명의 힘찬 사랑을

날마다 새롭게 부어 주시고

이 땅에 하나님 아는 지식이 넘쳐

하나님의 샬롬으로 가득차게 하소서.

 

* 하프 어게인(half-again): 코스의 반환점

 

 

꽃처럼, 향기처럼

 

예쁘지 않은 꽃

어디 있으랴

 

향기가 없는 꽃

어디 있으랴

 

꽃은

어느 곳에나 있어 좋고

 

향기는

바람에 날려야만 좋다.

 

꽃은

눈을 아름답게 하고

 

향기는

코를 시원하게 한다.

 

눈은

사람을 꽃처럼 보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코는

가슴에 향기를 담아

가는 곳마다 사랑을 뿌린다.

 

 

꽃동산 부부의 대화

 

- 어머나, 이 꽃 너무 예쁘다

- 그렇게 예뻐?

 

- 어머나, 저 꽃도 너무 예쁘다

- 정말, 그렇게 예뻐?

 

- 여보, 이 꽃과 저 꽃 중

어느 게 더 예뻐요?

 

- , 이 꽃, 저 꽃 보다

당신이 제일 아름다워요.

날 사랑하기에

 

 

동심으로 사는 나라

 

어린이들은 시인으로 태어난다.

어느 별에서 배운 말일까

두 달 때부터 아무도 모를

옹알이 하는 걸 보니

 

어느 별에서 배운 짓일까

막대기를 가랑이에 끼우고 말 탄 듯 뛰어놀고

어디에서 주은 새끼줄, 뱀이라고 끌고 다닌다.

우리 모두 그런 세대를 거쳤기에

그들을 유치하다고 폄하하지 말자.

 

그들은 순수의 세대

노래로, 꿈으로, 환상으로 살고

그들은 동심의 세대

타고난 은유, 비유, 동시가 있다.

 

하늘로부터 오신 천재 시인 예수

비유가 아니면 말씀하지 않은 멋쟁이

그가 곁에 있는 한 어린이 품에 안고 선언하셨다.

누구나 어린이 같지 않으면 천국에 들어 갈 수 없다“*

 

젖 먹는 아기가 독사의 구멍에서 장난하며

젖 땐 아이가 독사의 굴에 손을 넣을 것이라

이 철없는 짓이, 조금도 상처 없는 일상의 놀이

이사야 선지자가 예언한 하나님의 나라 아니던가?

 

그 누가 말했던가?

- 하나님은 세상을 보실 때마다 후회하시지만

소망으로 가정마다 아이들을 계속 태어나게 하신다.

 

어린이 같은 이들이 사는 시인의 나라

은유가 언어이고, 동심이 삶인 순수의 세계

동심을 지닌 자만이 시민이 될 수 있는 곳

, 나는 그곳에서 살고 싶다.

 

*(마태 8: 3)/ **(이사야 11: 8)

 

 

철쭉꽃 화합의 계절이여

 

봄 무르익어 가며

진달래가 몽땅 져

핑크빛 설움 겨운데

 

5월로 가는 길목에

또 다른 핑크빛 얼굴

화사한 옷으로

불쑥 나타난 철쭉꽃이여

 

핑크빛과 붉은 빛

눈부신 흰색 차림은

어디서 온 삼색 꽃인가.

 

핑크빛 한깃든 가슴

붉은빛 정열의 손짓

흰빛 백합 순결한 향기 지닌

 

, 진실한 조화

사랑과 화합의 역사이룰

긴 철쭉꽃의 계절이여!

 

 

벚꽃이 눈처럼 날리는 날

 

오늘 나서는 산책길

폰에서 흐르는 음악 따라

벚꽃이 눈처럼 휘날려

흰 점박이 아스팔트길을 간다

 

저녁에 누가

길을 쓸겠지만

낙화도 분명 꽃이거늘

꽃길 쓸어 무엇 하리

 

모자 쓰고, 안경 쓰고

흰 마스크로 가린 얼굴

이상한 봄을 맞는 슬픈 계절

낙화는 온 몸에 내려앉는데

 

나 언제 오늘처럼

꽃눈을 흠뻑 맞아 본 일 있던가

맞아, 딱 한번 결혼식 때

왜 이젠 그런 셀렘 없을까?

 

지금은 외로운 삶이지만

환하게 웃으며 살아야지

낙화라도 당당히 떨어지는

벚꽃처럼 벚꽃처럼

 

시와 함께

음악과 함께

말씀과 함께

 

 

그리스도의 고난

 

그 어느 해던가

교회에서 단체로 본 ‘Passion of Christ'

그리스도의 고난이란 영화.

 

예수님이 가시관 쓰고 피 흘리는 얼굴,

로마 군인들의 사나운 채찍 맞아

온 몸이 핏자국으로 낭자할 때

 

아이고, 아이고--”

어느 권사가 갑자기 통곡하고

 

여 집사들은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닦아내고 있었다.

 

저건 너무 심한 폭력영화야!”

몇 몇 청년들이 나가며 울분 토했지만

 

근엄한 목사의 얼굴에는

두 줄기 눈물이 소리 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젊었을 때 어느 부흥회에서 흘렸던 눈물!

철저히 회개하고 신학대학 문 두드린 후

40년 만에 그 눈물을 다시 찾은 목사님.

 

잃어버린 한 영혼보다

학위, 명예, 감투 쫒아 동분서주했던 나날들...

조용히 회개하고 있을 때

 

매 마른 대지에 단비 내리듯

목사 심령에 촉촉이 내린 은혜로

심령이 다시 소생하고 있었다.

 

가정도 다시 소생하고 있었다.

교회도 다시 소생하고 있었다.

사회도 다시 소생하고 있었다.

 

 

만우절萬愚節 바꾸기

 

그때는 사람들마다

무척 정직했었나 보다

이런 날이 생긴 걸 보면

만우절(April Fools' Day)

 

일 년에 하루쯤

거짓말해도 좋아

모두 바보 되는 4월 초하루 날

 

깜빡 속은 사람들이

허허허’ '호호호' 웃고 말았다니

낭만적 인생살이 아니던가.

 

요즘엔 사람들마다

일 년 내내 거짓말 하면서

41일 유명 연예인 거짓 결혼식

119 거짓 화재전화 등 사회 혼란

 

또 사기꾼과 보이스피싱 등쌀에

사람마다 매일 긴장의 연속으로

사법부 칼 빼들고 사기죄로 체포

실제는 죽은 만우절이 되어 버렸다.

 

이제 일 년에 단 하루쯤

남 속이면 절대 안 되는

하루라도 모두가 선인善人 되는

 

그날을 위해

만우절을 없애고

만선절’(萬善節)

이름을 싹 바꾸면 어떨까?

 

 

정월대보름

 

두둥실

대보름 둥근달

높이 솟아오르면

소원 빌었다는 옛사람들

 

대보름날에

맛있는 오곡밥

말려둔 나물 반찬

잣 호두 부럼을 깨고

 

아이들의 불놀이

어른들의 윷놀이

처녀들의 그네뛰기

오는 여름 더위팔기 등

마을 잔치 모두 신났었지.

 

지금 코로나 시대

마스크 쓰고 다니는

풍요하지만

외로운 사람들

 

오곡밥에 과일 잘 먹었어도

어쩐지 아쉬운 이날

 

, 돌아가고 싶다

가난하였으나

대보름 달 떠오르던

그 시절 그 마을로.

 

 

겨울 화원에서

 

큰 비닐하우스 화원

밖엔 눈보라 쳐도 온실이고

공기도 해맑아 새삼 놀라니

아늑하다.

 

각가지의 꽃들이

가장 예쁜 표정으로

환히 웃으며 향을 피우니

향기롭다.

 

들풀도 이곳에 오면

어느 새 꽃 피우며

꽃으로 당당히 대접 받으니

평등하다.

 

화원에 키 큰 나무들

외래종 묘목으로 와서 자라

한글로 이름표 차고 있으니

가족이다.

 

꽃들은 초록 향기

나뭇잎들도 초록 향기

화원에 늘 초록 향기 가득하니

에덴 같다.

 

세상은 갈수록 혼탁한데

나도 상록수 한 그루 되어

날 지으신 분께 초록 향기 피우며

여기 살고 싶다.

 

 

그대 뒷모습

 

앞모습에만

모두의 관심 있어

 

매력 있는 웃음

매혹적인 속삭임

화장하고

넥타이 매고

브럿지도 달고

또 성형수술도 하고

다양하게 꾸미고

더 예쁘게 더 멋지게

포장하는 가면을 쓴다.

 

웃을 줄도

자랑할 줄도

화장할 줄도

넥타이도 없고

브럿지 하나 없으니

뒷모습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래서 코로나 19

찾아왔나보다.

거짓된 앞모습 몽땅 가리려고

뒷모습이야 말로

참 모습이라고 가르치기 위해

 

하늘이 주신 그대로

꾸미지 않은 순수한

그대 뒷모습

언제나 보고 싶다.

 

 

귀뚜라미를 그리며

 

깊어가는 가을 밤

귀뚜라미 울음소리

향수 일깨우는 짜릿한 소프라노

 

낙엽 지는 쑬쓸한 고독과

고달픈 삶의 언저리에서

얼마나 위안과 낭만에 젖게 했던가.

 

길가에서 평화 연주하는 삶의 벗

서양인들이 표현한 귀뚜라미의 별명

행복의 상징으로 귀하게 여겼기에

이들이 사라지면 재앙이 온다고 했다

 

병충해로 시달린 농작물에 농약 날리고

굴뚝마다 솟구치는 대기오염 매연들

중국에서 날아오는 찌든 모래먼지들로

사람들은 황사 마스크 쓰고 다니는데

귀뚜라민들 어찌 견딜 수 있을까

 

늦가을이 떠나고 있어도

송별곡 들려줄 귀뚜리 하나 없고

평화를 연주하는 삶의 벗들이 사라져

이제는 들을 수 없는 평화의 세레나데

이게 재앙 아니고 무엇이랴

 

귀뚜라미여, 와서 울어라

귀뚜라미여, 와서 노래하라

인간들의 탐욕을 심심히 사죄하노니

그대 없으면 사람들은 살 수가 없어

속히 와서 평화의 노래 연주해다오.

 

 

하늘 그리움

 

철 늦은 가을 산

자꾸 오르다 보면

 

나를 부르는 소리

아스라이 들리네

 

여름에 두고 왔던 산울림인가

마음에 벌써 잊은 옛 노래인가

 

행여나 또 들을까

귀 기우리는데

 

하늘에는 고운 노을빛

내게 안겨오는

낙엽들

 

하늘 그리움에

흠뻑 젖은

저 단풍잎들을 보라!

 

 

마지막 잎 새

 

그렇게 무성하던 잎들

바람 따라 모두 떠나고

찬바람에 파르르 떨면서

웅크려 기도하는 마지막 잎새

 

- 어디든지 가라, 내가 함께 하리라

 

바람에 스치는 세미한 소리

하늘 우러러 소망 얻어 손을 놓고

그리움도 미련도 모두 잊고 떠난다.

 

산산히 부서뜨린 몸 거름이 되어

다시 태어날 새로운 봄이 있는 곳

사랑의 꿈 피울 그곳을 찾아

바람 타고 훨훨 날며 떠나는

 

따뜻한 그 어느 날

연둣빛 새 잎으로 반짝할

, 소망의 잎새여!

 

 

어디서 본 듯한 사람들

 

어느 좁은 골목을 지날 때

내 곁을 스쳐 지나는 사람

어디서 본 듯한 사람

 

신호등 따라 교차로 건널 때

미소 띄고 오는 사람

어디서 본 듯한 사람

 

지하철 타고 가는 옆자리

유난히 친절한 사람

어디서 본 듯한 사람

 

그들을 어디에서 보았을까?

 

학교 동창생일까

고향 사람들일까

아니면 먼 친척일까

 

전에 어디선가

만난 것 같은 사람들

그들이 과연 누구일까

 

알고 보면

우리는 배달 한민족

하나님이 지으신 자녀들

 

누구에게나

정답고 친절하게 대하고

사랑하며 살아야지.

 

 

11월의 기도

 

주여, 지난 시월은

아름다웠습니다.

 

그 아름다운 꿈을

11월 선물로 안겨주소서.

 

뉘엿뉘엿 가을 햇살과

차가운 찬바람 한줌과

자꾸 타들어가는 단풍잎과

그 향기 속에 익어가는

늦가을의 기쁨을 여시고,

 

향기로운 국화처럼

노오란 은행잎처럼

풍성한 오곡백과처럼

우리를 풍성케 하실 분께

감사 또 감사드리는

추수감사절 잊지 않게 하소서

 

하나 남은 단풍잎

그 강인한 의지처럼

이 생명 다하도록

 

늘 행복한 미소로

남을 나보다 더 낫겨 여기고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면서

날마다 우리 곁으로 다가오는

하늘나라를 세워가게 하소서.

 

 

빈집 하나 짓고 싶다

 

나는 그곳에

빈집 하나 짓고 싶다.

 

잃어버린 자아 찾는 사람이면

돈 없이 누구라도 며칠 쉴 수 있는

생수 같은 맑은 시내가 있고

작아도 천하지 않은 초가삼간

 

마당에 철 따라 꽃들이 피고

과일나무도 있어 심심치 않아

볕이 잘 드는 남향에

밤엔 달도 별도 초롱초롱 보이는 집

 

여름에는 모기향 피울 수 있고

겨울에는 군불 지피는 땔감도 있어

인생의 의미 찾기에 도움 되는

좋은 책들과 성경도 꽂혀 있어

 

사람이 그립다고 하면

이웃에 사는 우리 내외가 달려가

이런저런 얘기하다 주님 만나도록 돕고

허기지면 우리 집 소찬으로 모시고 싶다.

 

만년설이 덮인 먼 산을 바라보며

옥 같은 물 흐르는 수정마을

그곳에 빈집 하나 짖고 싶다.

하늘나라 닮은 그런 집하나 짖고 싶다.

 

 

삶의 영광

 

존재한다는 것은

소유한다는 것보다

더 큰 삶의 의미이리라.

 

믿는다는 것은

존재한다는 것보다

더 큰 삶의 목적이리라.

 

사랑한다는 것은

믿는다는 것보다

더 큰 삶의 영광이리라.

 

 

단식하는 곶감

 

주렁주렁 매달린

붉은 빛 서린 곶감들

 

처마 아래

햇살이 눈부시다

 

맨 몸으로 벌을 서며

따가운 햇살에 몸 비틀고

 

찬서리, 눈보라에

인동초 나날들

 

몸에 밴 떫은 맛

단맛으로 변할 때까지

 

곶감은

단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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