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노벨상 수상작품(시) 모음
◈ 키플링의 노벨상(영국,1907년) 수상 시
▩ 죄인들
배움과 근면의 세월을 통해
그들은 스스로 찾기 시작했다
새로운 공포와 꿈꾸어 보지 못한 두려움을
인류에게 쌓아 놓으려고
그들이 천상에서 이끌어 온
또는 대지에서 파낸 모든 것을,
그들은 그들의 소유주 불명의 귀중한 발굴물과
죽음의 병기고에 놓았다
잠시, 잘 저울질된 이익을 위해,
지배자와 피지배자 똑같이
믿음을 세웠다 그들이 깨기로 작정했던
적당한 시간이 올 때
그들은 부주의한 대지와 거래했다
그리고 훌륭하게 보상하였다
그들은 이웃의 난롯가에서
그를 노예로 만들 흉계를 꾸몄다
모든 것이 그들 손에 준비되었을 때
그들은 그들의 숨겨진 칼을 풀었다
그리고 땅을 완전하게 황폐화시켰다
그들의 맹세는 지키기로 약속되었다
냉정하게 그들은 삶을 북돋우고
더욱 무섭게 하려고 돌아다녔다
인간이 믿었던
옛 시절의 혐오는 사라졌다
그들은 목적을 이룰 비용을 치렀다
불꽃 속의 세계를 가로질러
그러나 그들 자신의 증오가
그들 자신의 영혼을 살해했다
승리가 오기 전에
▩ 이주자
1902년 5월, 남아프리카 전쟁이 끝났다
여기 나의 새로 낸 고랑이 뻗어있고
깊숙이 들어간 토양이 붉게 반짝이는 곳에서,
나는 산자와 죽은 자에게
행해졌던 잘못을 고칠 것이다
여기, 넓고 햇빛의 땅에서
뼈 속 깊이 깨물지 않는 곳에서
내 손으로 내 이웃의 손을 잡을 것이다
그리고 함께 우리는 보상할 것이다
그것의 광적인 무리와 새빨간 위반
그리고 순전한 낭비를,
서로 의논을 주고받으면서
소우리 넘어
여기서 우리는 우리의 적에 대항해서
동맹을 맺을 것이다
빗발치는 우박과 폭풍우,
그리고 까맣게 몇 마일 걸쳐있는 메뚜기 떼를
날아가게 하는 붉고 바스락대는 구름
서리와 가축의 전염병 그리고 홍수는 풀어져
우리 곁에 떠돌 것이다
파종기와 수확기 사이에 휴전 없는 성전 속에서,
대지, 우리가 살해하고 살해되어 온 곳,
우리의 사랑이 生을 되찾게 할 것이다
우리는 다시 그녀의 입술에 모아 유도할 것이다
오랜 분쟁의 홍수를
여기, 초원의 파도와 구유통 속에,
치유페는 고요가 있고,
멀고도 대단히 신중한 흐름과
우리가 기다리는 곳인 연못으로부터,
곡초가 우리의 악몽을
어린 곡초가 우리의 증오를 감출 때까지
그리고 우리가 옛 싸움을 상기할 때
우리는 죄를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만일 내 종족인 그의 머리에 피가 있다면
또는 그의 친척인 내 머리에 피가 있다면
풀 뜯기지 않은 고지,
경작되지 않은 목초지를 위해 외쳐라,
그리고 절망적인 들판,
“죽은 자는 그들의 죽은 자를 묻어야 한다.
그러나 그대-
그대는 태어나지 않은 주인을 섬기리.“
그 다음에 축복하라.
우리 주, 새로 멍에를 진 쟁기
그리고 끌어당기는 선량한 짐승들
그리고 우리는 이마에 땀 흘리며 빵을 먹는다
당신의 법칙에 따라,
우리 뒤로 다수가 따른다
우기 손들의 작업을 번영시켜라
우리는 우리의 땅의 곡식으로 먹일 것이다
우리의 땅의 모든 사람들을!
그리고 광대하고 자비로운 하늘이 견제하고
그리고 긴 하루가 현명하게 만드는 곳-
우리가 비와 태양 그리고 모판에 있는 눈뜨지 않은 씨를
이용하는 것을 축복하라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에게 행해졌던
잘못을 우리가 고칠 것이니!
▩ 하이에나
장례 행렬이 떠나고
당황한 솔개들이 날아간 뒤에,
현명한 하이에나들은 저녁에 나온다
우리의 죽은 자를 생각하면서,
그가 어떻게, 왜 죽었는지
그들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은 주둥이로 덤불과 돌을 옆으로 치우고
시체가 나올 때까지 판다
그들은 자신들과 짝들이 번성하기 위해
먹을 것에만 열중한다
그리고 그들은 알고 있다 死者가
살아 있는 가장 약한 동물보다도
더 안전한 고기라는 것을,
(왜냐하면 염소는 뿔로 맞받을 것이고,
벌레는 침을 쏠 것이고,
어린애도 때때로 공격에 대항할 것이지만,
국왕의 불쌍한 죽은 군인은
손 하나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울부짖고 외친다. 그리고 먼지를 턴다
그들의 하얀 송곳니로 군복 셔츠를 꽉 물어
시신을 양지로 끌어당길 때까지,
그리고 연민어린 얼굴이 다시 보였다
한순간, 그들이 접근하기 전에,
그러나 살아있는 인간에게는 발견되지 않는다
단지 神과 부끄러움 없는
영혼 없는 자들에게만,
그들이 찾는 고기가 무엇이건 간에,
그들은 死者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는다
그것이 그들 종족에게 예정 지워진 것이다.
◈ 타고르의 노벨상(1913년,인도) 수상 시
▩ 기탄잘리
님은 나를 영원으로 만드시니
이는 님의 기쁨이십니다
님은 이 여린 그들을 가득 채워 주십니다
이 작은 한 잎 갈대피리를
산으로 계곡으로 님은 지니시고
영원히 새로운 가락을 불었습니다
不死이신 님의 손길에
나의 작은 가슴은 기쁨에 넘쳐
헤아릴 수 없는 소리로 외치옵니다
님의 무한한 선물은 내게로 오나
다만 아주 작은 내 두 손으로 받으올 뿐,
많은 세월 흘러도
님은 끊임없이 나려 주시나
아직 채우실 자리가 남아 있습니다
님께서 내게 노래하라 하시면
자랑스러움에 내 가슴은 터질 듯,
님의 혜안을 우러러 뵐 때
내 두 눈엔 감사의 눈물이 굅니다
내 생명에 깃든
거칠고 올바르지 않는 것 모두 녹아내려
단 하나 감미로운 가락 이루고,
마치 기쁨으로 바다 건너는 새처럼
나의 경배는 큰 나래를 폅니다
내 노래 마음에 드시리라 믿사옵니다
다만 노래하는 자만이
님 곁에 가까이 갈 수 있음을 믿사옵니다
내 노래의 날개를 크게 펼치면
그 끝이 님의 발에 닿습니다
거기 닿으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건만
노래의 기쁨에 취하여 나는 나를 잃고
내 주인이신 님을
감히 벗이라 부르옵니다
▩ 동방의 등불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 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였던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 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마음에는 두려움이 없고
머리는 높이 쳐들린 곳,
지식은 자유롭고
좁다란 담벽으로 세계가 조각조각 갈라지지 않는 곳,
진실의 깊은 속에서 말씀이 솟아나는 곳,
끊임없는 노력이 완성을 향하여 팔을 벌리는 곳,
지성의 맑은 흐름이
굳어진 습관의 모래벌판에 길 잃지 않는 곳,
무한히 퍼져 나가는 생각과 행동으로 우리들의
마음이 인도되는 곳,
그러한 자유의 천국으로
내 마음의 조국 코리아여 깨어나소서.
▩ 바닷가에
아득한 나라 바닷가에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가없는 하늘은 그림처럼 고요하고,
물결은 쉴 새 없이 남실거립니다
아득한 나라 바닷가에 소리치며 뜀뛰며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모래성 쌓는 아이, 조개껍질 줍는 아이,
마른 나뭇잎으로 배를 접어 웃으면서 한바다로
떠 보내는 아이,
모두들 바닷가에서 재미나게 놉니다
그들은 헤엄칠 줄도 모르고, 고기잡이할 줄도 모릅니다
어른들은 진주 캐고 상인들도 배 타고 오가지만,
아이들은 조약돌을 모으고 또 던질 뿐입니다.
그들은 보물에도 욕심이 없고, 고기잡이할 줄도 모릅니다
바다는 깔깔대며 바서지고, 기슭은 흰 이를
드러내어 웃습니다
죽음을 지닌 파도도 자장가 부르는 엄마처럼
예쁜 노래를 불러 줍니다
바다는 아이들과 함께 놀고,
기슭은 흰 이를 드러내어 웃습니다
아득한 나라 바닷가에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하늘에 폭풍 일고, 물 위에 배는 엎어지며, 죽음이
배 위에 있지만, 아이들은 놉니다
아득한 나라 바닷가는 아이들의 큰 놀이터입니다
◈ 예이츠의 노벨상(1923년,아일랜드) 수상 시
▩ 이니스프리의 호수 섬
나 이제 일어나 가리,
내 고향 이니스프리로 돌아가리
거기 엣대 엮어 진흙 바른 오두막 짓고
아홉 이랑 콩을 심고, 꿀벌통 하나 두고
벌떼 잉잉거리는 숲 속에 홀로 살리
그리고 거기서 얼마쯤의 평화를 누리리,
평화는 천천히
아침의 베일로부터 귀뚜리 우는 곳으로 떨어져
내리거든,
한밤중은 희미하게 빛나고, 한낮은
자줏빛으로 타오르며
저녁엔 홍방울새 날개 소리 가득 차는 그 곳
나 이제 일어나 가리, 밤이나 낮이나
호숫가에 찰랑대는 잔물결 소리 들려오는
그 곳으로
한길이나 잿빛 포장도로에 서 있어도
그 물결 소리 이토록 내 가슴 깊은 곳에
괴어 들거든
▩ 비잔티움에의 항해
그것은 늙은 사람들이 사는 나라가 아니다
서로 껴안는 젊은이들, 나무에 앉은 새들,
-그를 죽어 가는 세대가 끊임없이 노래하는 곳,
연어 뛰는 시내, 청어 떼 지어 있는 바다,
물고기, 짐승, 가축이 여름 내내
새끼 배고 낳고 그리고 죽는 것을 찬미한다
저 관능적인 음악에 사로잡히어
모두 함께 늙을 줄 모르는 지성의 비문을 잊는다
늙은 사람은 한낱 티끌과 같고
지팡이에 기대는 누더기에 지나지 않는다, 만일
영혼이 손뼉 치고 노래하며 그 형체만 남은 옷
누더기를 위해 소리 높이 노래하는 일이 없다면,
그 노래를 배우기 위해서는 영혼 자체의 장엄한
비문을 잘 배우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때문에 나는 항해하여 마침내
비잔티움 성스러운 도시에 찾아온 것이다
벽에 장식된 황금 모자이크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신의 성스러운 불 속에 서 있는 성자여
그 거룩한 불에서 나와 회전 속을 춤추며
내 영혼에서 노래를 가르치는 스승이 되라
나의 심장을 불사르라, 그것은 욕망에 병들고
죽어가는 생명체에 얽매이어
자기가 무엇임을 모르고 있으매, 그리고 나를
영원한 조화 속에다 밀어 넣어라
일단 자연 속으로부터 나왔을 바에는 결코 다시는
자기의 형체를 어떤 물질로 부터든 취하지 않고
단련한 황금과 황금 도금으로
그리스의 금 세공장이가 만든 모습을 따르리라
졸음 겨운 제왕을 깨우기 위해서
또는 황금 가지에 놓여져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일들을
비잔티움의 귀족과 숙녀들에게 노래해 주기 위해서
▩ 낙엽
우리를 사랑하는 긴 잎사귀 위에 가을은 당도했다
그리고 보릿단 속에 든 생쥐에게도
우리 위에 있는 로우언나무 잎사귀는 노랗게 물들고
이슬 맺힌 야생 딸기도 노랗게 물들었다
사람이 시드는 계절이 우리에게 닥쳐와
지금 우리의 슬픈 영혼은 지치고 피곤하다
우리 헤어지자, 정열의 계절이 우리를
저버리기 전에,
그대의 수그린 이마에 한 번의 입맞춤과
눈물 한 방울을 남기고서
◈ 히메네스의 노벨상(1956년,스페인) 수상 시
▩ 십자가의 아침
산은 푸르다.
피리와 북이 이미 봄의 십자가를
예고하고 있을 때
장미여, 사랑의 장미여,
초원의 태양으로 물든 푸르름 사이에서 오래 살라
로즈메리를 따러 들로 가자
로즈메리를 따러
사랑을 따러 들로 가자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내가 그대를 사랑해도 괜찮을까?”
그녀는 정열의 찬란한 빛을 띠면서 대답하였다
“봄의 십자가가 꽃이 필 때
나는 당신을 사랑하겠어요
온 정성을 다 바쳐 사랑하겠어요.“
로즈메리를 따러 들로 가자
로즈메리를 따러
사랑을 따러 들로 가자
“이미 봄의 십자가가 꽃이 피었네!
사랑이여, 사랑이여,
십자가가 이미 꽃이 피었네!”
그녀는 대답하기를
“당신은 내가 당신을 사랑하기를
바라는 거예요?”
아, 빛에 물들인 아침은 이미 지나가 버렸다
로즈메리를 따러 들로 가자
로즈메리를 따러
사랑을 따러 들로 가자
우리의 깃발이
피리 소리와 북 소리에 기뻐 날뛴다
나비는 꿈과 더불어 여기 있으니
나의 애인은 시대의 처녀
진심으로 나를 사랑하려고 한다
▩ 먼 바다
분수는 칸타타를 멈추고
모든 길들은 잠에서 깨네.
여명의 바다여, 은빛의 바다여,
그대, 소나무들 사이에서 얼마나 청순한가!
남녘의 미풍이여, 그대는
태양으로부터 오는가?
길들은 눈이 머네.
오수의 바다여, 황금의 바다여,
소나무들 위에서 그대는 얼마나 즐거운가!
검은 방울새는 말하네, 뭔지 잘 모르겠다고
나의 영혼도 이 길을 따라서 가네.
오후의 바다여, 장미의 바다여,
그대, 소나무들 사이에서 얼마나 감미로운가!
▩ 하늘
하늘이여, 나는 너를 잊었었다
너는 피곤하고 지친 나의 눈에는
-이름 없이-비쳐진
한낱 공허한 빛이 존재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꿈속에서 본
물결이 넘실대는 작은 연못에서처럼
나그네의 무기력하고 절망적인 말 속에서
너는 나타나고 있었다
오늘, 나는 너를 천천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너는 너의 이름으로 높이 올라갔다
◈ 미스트랄의 노벨상(1945년,칠레)수상 시
▩ 죽음의 소네트
인간들이 집어넣은 얼어붙은 틈새로부터
태양이 비치는 겸손한 대지에
나, 그대를 내려놓으리
인간들이 알지 못하는 대지 위에 나는 잠들지니
그대와 나는 같은 베개를 베고 누워야만 하리
잠든 아기를 위한 자상한 어머니와도 같이
태양이 비치는 대지에, 나 그대를 잠재우리,
고통스런 아기와도 같은 그대 육체를 안음에 있어
대지는 부드러운 요람의 구실을 하리
그 뒤 나는 떠나리
푸르스름한 연한 달빛에
가벼운 폐물들이 차근차근 쌓여 갈 때
나는 이곳을 떠나리
아름다운 복수를 찬미하면서
이제는 두 번 다시 여하한 손길도
그대의 한 줌의 뼈를 탐내어
이 남모르는 깊숙한 곳에 내려오지 못하리
▩ 하늘
아가야, 이제는 잠을 자거라
이제는 석양이 타오르지 않는다
이제는 이슬밖에 더 반짝이는 것이 없구나
나의 얼굴보다 더 하얀 그 이슬이-
아가야, 이제는 잠을 자거라
이제는 길도 말이 없단다
이젠 개울밖에 더 웅얼거리지 않는구나
나만 홀로 남아 있단다
평원은 안개로 감겨 있는데
벌써 파란 한숨은 움츠러들었구나
이제 개울밖에 더 웅얼거리지 않는구나
이제 세상을 쓰다듬는 건
부드러운 평온의 손길이란다
아기는 자장가 소리에 맞추어
잠이 들었다
대지도 요람의 미동에
잠이 들었다
▩ 발라드
그이가 다른 사람과 함께
가는 것을 보았다
바람은 여느 때처럼 부드러웠고
길은 여느 때처럼 고요한데
그이가 가는 것을 보았다
이 불쌍한 눈이여
꽃밭을 지나가며
그이는 그 사람을 사랑하였다
신사 꽃이 피었다
노래가 지나간다
꽃밭을 지나가며
그이는 그 사람을 사랑하였다
해안에서
그이는 그 사람에게 입맞추었다
레몬의 달이
물결 사이에서 희살지었다
바다는 내 피로
붉게 물드는 일 없이
그이는 영원히
그 사람 곁에 있다
감미로운 하늘이 있다
(신은 괴로움을 주신다)
그이는 영원히
그 사람 곁에 있다
▩ 태양찬가
미스트랄의 상냥한 친구인
프로방스 지방의 위대한 태양이여,
크로평원의 포도주빛 물결 같은
뒤랑스강물을 마르게 하는구나
너의 금빛 등불을 빛나게 하라
어둠과 재앙을 물리쳐라!
빨리! 빨리! 빨리!
네 모습을 보여다오, 아름다운 태양이여!
네 불꽃은 우리를 검게 그을린다
그렇지만 여름은 오게하라
아비뇽과 아를르, 마르세유는
너를 神처럼 영접하리라
너의 금빛 등불을 빛나게 하라
어둠과 재앙을 물리쳐라!
빨리! 빨리! 빨리!
네 모습을 보여다오, 아름다운 태양이여!
널 보기위해 포플러들은
더 높이 더 높이 솟아오르고
가련한 느타리버섯은
엉겅퀴 발치에서 솟아나온다
너의 금빛 등불을 빛나게 하라
어둠과 재앙을 물리쳐라!
빨리! 빨리! 빨리!
네 모습을 보여다오, 아름다운 태양이여!
친구인 태양은
노동과 노래를,
조국에 대한 사랑을,
감미로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너의 금빛 등불을 빛나게 하라
어둠과 재앙을 물리쳐라!
빨리! 빨리! 빨리!
네 모습을 보여다오, 아름다운 태양이여!
태양은 세계를 비추고
데워주고 먹이를 준다
신이여, 그가 숨지 않도록 하소서!
그러면 모든 것이 끝나버릴 테니까
너의 금빛 등불을 빛나게 하라
어둠과 재앙을 물리쳐라!
빨리! 빨리! 빨리!
네 모습을 보여다오, 아름다운 태양이여!
▩ 라마르틴에게
겨울은 두려워하지 않으며
이른 아침 물결을 헤치고 나아갈 작은 배를
가지게 되는 행운이 내게 생긴다면,
오, 신성한 라마르틴이여,
그 배의 키를 잡은 그대에게 축복이 있기를!
만일 내 뱃머리에 꽃 만발한 월계수 한 다발이 놓여있다면,
그렇게 한 것은 그대
또한 내 돛이 팽팽히 부풀어 있다면
거기에 바람을 불어넣은 것은 그대의 영광
황금빛 성당이 있는 언덕을 기어오르는 안내인이,
자신을 바다에서 지켜준 성자의 제단 위에
작은 배를 매다는 것은 바로 그 때문
나는 그대에게 미레이유 바친다
내 마음이며 영혼인 그것을
그것은 내가 지내온 세월의 꽃이며,
한 농부가 그 잎새들과 함께 그대에게 바치는
크로평원의 포도이다
왕처럼 관대한 그대,
그대가 파리 한가운데서 내게 깨우침을 주었을 때,
그 날 그대 집에서 내게 한 말을 그대는 알고 있겠지,
-당신은 마르켈루스 되리라고
햇빛에 익어가는 석류처럼
내 가슴은 열린다
그리고 보다 더 다정한 말을 찾지 못해
내 가슴은 눈물을 펑펑 흘렸지
▩ 술잔
프로방스인들이여, 여기 술잔이 있다
그것은 카탈로니아 사람들이 우리에게 전해 준 것
차례차례 함께 마시자
우리 고장의 특주를
넘쳐흐르는 성스러운 술잔
잔 가득히 가득히 따르라,
정열과 강한 자의 힘을
우리는 아마도 자랑스럽고 자유로운
옛 민족의 마지막 후예들이리라
그래서 프로방스 지방 보호자들이 사라진다면,
우리나라도 망하게 되리라
성스러운 술잔(등등)
아마도 우리는 다시 태어나는 종족의 새싹이 되리라
아마도 우리는 이 나라의
기둥과 지도자가 되리라
성스러운 술잔(등등)
우리에게 희망을 불어넣어다오
넓은 시절의 꿈과
지난날에 대한 추억과
앞으로 다가올 세월에 대한 믿음을 다오
성스러운 술잔, 등등
우리에게 부어다오
아름다움에 대해서처럼 진실에 대한 지식을,
그리고 무덤을 비웃는
지고의 즐거움을 다오
성스러운 술잔, 등등
우리에게 시를 다오
살아있는 모든 것을 찬양하기 위해
왜냐하면 인간을 신으로 변모시키는 것은
신들의 양식이기 때문에
성스러운 술잔, 등등
이 고장의 영광을 위해
결국 우리의 공모자인 그대들,
먼 곳의 카탈로니아 형제들이여
모두 함께 성체배령을!
성스러운 술잔,
넘쳐흐르는 잔 가득히
가득히 따르라
정열과 강한 자들의 힘을
◈ 엘리어트의 노벨상(1948년,영국) 수상 시
▩ 하마
등이 멋없이 넓적한 하마 녀석
진흙 가운데 배를 깔고 자빠져 있다
보기엔 아주 건장한 놈 같지만
겨우 살과 핏덩어리에 불과한 것이다
살과 피는 힘없고 약하여,
신경의 충격에 견디기 어렵다
그러나 진정한 교회가 끄덕 않음은
바다 위에 세워졌기 때문이다
먹이나 줍고 있는 하마의 연약한 발은
잘못 딛는 수가 있지만,
진정한 교회는 가만히 있어도
배당이 굴러 들어오게 마련이다
하마군은 망고나무의
망고 열매에 결코 닿지 않지만
석류나 복숭아는
바다 건너서 교회의 먹이가 된다
발정기의 하마군의 목소리는
목쉬고 이상한 변성을 내지만,
우리가 매주 듣는 교회의 목소리는
하느님과 더불어 있음을 기뻐하는 소리
하마군의 하루는
낮에는 자고 밤엔 먹이를 찾는 일,
하느님의 일은 알고도 모를 일-
교회는 잠자며 동시에 먹는다
나는 하마군이 날아서
습한 대초원에서 하늘에 오르고,
합창하는 천사들이 그를 에워싸고,
드높은 호산나로 하느님의 찬가를 부름을 보았다
어린 양의 피로 씻기고
천사의 팔에 안겨
성자의 대열에 참여한 그는
황금의 거문고를 연주하리라
그는 눈처럼 하얗게 씻겨
모든 순교한 처녀들의 키스를 받으리니
하나 참된 교회는 하계에 머물며
낡고 썩은 안개에 싸여 있으리라
▩ 죽은 자의 매장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불모의 땅에서
라일락을 꽃 피게 하고, 추억과
정욕을 뒤섞어, 봄비로
잠든 뿌리를 깨어나게 한다
겨울이 차라리 따스했었나니
망각의 눈으로 대지를 덮고
메마른 구근으로 작은 목숨을 이어줬거니
여름은 난데없이 쉬타를 베르거 호수를 건너
묻어오는 소나기로 덮쳐온지라, 우리는 회랑에서
머물렀다가
햇빛 속의 공원으로 가서
커피를 마시고 한 시간 동안 이야기했소
나는 러시아인이 아니라 리투아니아 출신의
순수한 독일인이오
어렸을 때는 사촌인 大公 집에 있었소
사촌이 날 썰매에 태웠기 때문에
아주 무서웠어요 사촌이 말하기를 말,
마리 꼭 붙들어, 그리고 함께 미끄러져 내렸지요
산 속에 있으면 느긋해지지요
밤에는 대개 책을 읽고, 겨울에는 남쪽에 가지요
움켜쥔 것은 무슨 뿌리인가,
이 황무지에 어떤 가지가 자라나는가?
사람의 아들이여,
너는 말도 추측도 할 수 없다,
너는 그저 부서진 우상 더미밖에 모르기에,
거기엔 해가 비치고
마른 나무는 그늘을 만들지 않고,
귀뚜라미의 위로는 없으며
마른들에는 물소리조차 없다.
다만 이 붉은 바위 밑에 그늘이 있을 뿐
(이 붉은 바위 그늘에 오라)
그리하면 나는 아침에 네 등 뒤로 쫓아오는
네 그림자나
저녁에 너를 마중하러 일어서는 네 그림자와
다른 그 무엇을 보여 주리라
한 줌 티끌이 지닌 공포를 보여 주리라
선선한 바람은
고향을 향해 부는데
내 아일랜드의 아들아
너 어디 있느냐?
“처음으로 히아신스를 받은 지 하 해가 되었군요.
모두들 히아신스 아가씨라 부르더군요.”
-그러나 우리가 늦게 히아신스 정원에서 돌아왔을 때
네 팔은 꽃으로 가득했고, 머리는 젖어 있었으며,
나로 말하면
말할 수도 없고, 눈은 안 보여서,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빛의 중심, 침묵과 마주하고서,
바다는 황량하고 쓸쓸하여라
소소스트리스 부인은 유명한 천리안
심한 감기에 걸려 있는데도
유럽 제일의 점장이란 평판으로
사악한 트럼프 한 벌을 가지고 있었다.
자, 이것이 당신의 카드요, 하고 그녀는 말했다
물에 빠져 죽은 페니키아 선원이오
(보세요, 이 진주가 그의 눈이었지요!)
이것이 벨라돈나, 바위 사이의 꽃
상황을 말해 주는 여자요
이것이 새 지팡이를 가진 남자, 이것이 수레바퀴,
이것이 애꾸눈 상인, 그리고 이 카드에는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데,
그가 등을 지고 있는 것으로서
내가 보아서는 안 되게 되어 있지요
목 매달린 남자가 안 보이네요,
물에 빠져 죽을 상이 나와 있군요
원을 그리며 돌고 있는 무리가 보입니다
실례했습니다, 에퀴턴 부인을 만나시거든
천궁도는 내가 가져간다고 전해 주셔요
요즘에는 아주 조심해야만 해요
환상의 도시
겨울 새벽의 갈색 안개 아래로
많은 무리가 런던 다리 위를 흘러가고 있었다
죽음이 이렇듯 많은 사람을 멸했다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이따금 짧은 한숨을 내쉬며
제각기 발끝을 지켜보고 있었다
무리는 흐르듯 언덕을 올라가서,
킹 윌리엄거리를 내려가
성 메어리 울노스 성당의 종이 무거운 소리로
아홉 시의 마지막 소리를 치는 쪽으로 향해 간다
거기서 나는 친구의 모습을 보고 소리쳤다
“스테트슨!”
“자네하고는 밀라이 해전 때 함께 있었지!
지난해 자네가 마당에 심은 시체는
싹 트기 시작했나? 금년에는 꽃이 필 듯하다?
아니면 갑작스런 서리로 묘판을 버리게 되었나?
오오 개를 멀리하게, 그 녀석은 인간의 친구지만
그렇지 않으면 다시 발톱으로 파헤치고 말 거야!
그대! 위선스런 독자! -나의 동무,
-나의 형제여!”
◈ 파스테르나크의 노벨상(1958년,구 소련) 수상 시
▩ 詩의 定義
그것은 급격히 만조된 휘파람소리,
그것은 짓눌린 얼음조각의 튀기는 소리
그것은 잎사귀를 얼리는 밤,
그것은 두 마리 꾀꼬리의 결투,
그것은 달콤한 쭈그러진 완두,
그것은 콩깍지 속의 우주의 눈물
그것은 악보대와 플루트에서 피가로가
우박처럼 화단 위에 떨어지는 것
밤이 깊은 곳에서 물 밑에서
찾아내어
떠는 축축한 바닥으로
어항까지 별을 날라야 하는 모든 것
물속의 널빤지보다 판판한 것
창공은 오리나무처럼 무너지고
이 별들에는 웃음소리가 어울린다
하나 우주는 인적이 없는 곳
▩ 창조의 정의
와이셔츠의 접은 것을 흩뜨리고
베토벤의 토르소처럼 털이 많은
그것은 서양장기같이 손바닥으로 덮고 있다
꿈, 양심, 밤, 사랑을,
그 어떤 한 검은 여왕을
그 어떤 미친 것 같은 슬픔과 함께
세계의 종말을 위하여 준비한다
걷는 보병들 위의 말을 탄 투사처럼
뜰에서는 지하의 氷庫에서 빠져나와
별들이 향기롭게 탄식을 하고
트리스탄의 냉기가 꾀꼬리처럼
이졸데의 나뭇가지를 생각하고 흐느껴 울었다
여기저기의 뜰도 못도 담장도
하얀 통곡이 되어 끓는
우주도 인간의 마음에 의하여 싸인
정열의 쏟아냄일 따름이다
◈ 콰시모도의 노벨상(1959년,이탈리아) 수상 시
▩ 아무도 없으니
나 죽은 이들을 두려워하는
어린아이와 같건만,
그러나 죽음은
모든 피조물로부터
그 아이를 떼어놓기 위해
가까이 다가서나니,
죽음은 그 아이를
다른 어린이들로부터,
나무들로부터
슬픔을 아는 모든 것으로부터
그를 떼어 놓으려 하노라
그는 별다른 지혜와 재주 없기에,
그이 앞날은 암담하기만 하고
주여, 그대 옆에 가
그 아이 울 수 있게
그를 인도하여 줄 이는
여기 아무도 없노라
◈ 헤메는 나에게
다시 이 조용한 광장으로
나는 돌아왔다
쓸쓸한 너의 발코니 위에
빛바랜 조기가 나부낀다
나오라
그러나 진실은
어디에 숨어버린 것인가
조용한 발코니
내가 부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어디로 가버렸는가
너의 눈짓은
이제 나에게까지 와 닿지 못한다
환희도 가버린 절단난 세월이여,
바닷가를 그리워하는 소나무에
석양이 비친다
바닷가는 더욱 아득하고
남쪽으로 먼 아득한 내 나라여
슬픔이여, 치솟는 눈물이여
검은 천에 몸을 감춘 여인들은
집집마다 문간에서
죽은 소리로 속삭이고 있다
◈ 버드나무 가지에
이 광장 저 광장의 얼어붙은 풀숲에
굴러 있는 버려진 시체,
혼이여,
외국 병사에게 짓밟힌 그 혼이여,
죄 없는 어린 사슴까지도 습격당한 이 슬픔
전주에 묶이어 피살된 아들에게
매달리는 어머니의 통곡,
어떻게 우리들은 노래할 수 있겠는가
버드나무에 매단
우리의 아코디언이
다만 맹세한 듯 슬픈 바람에
가만히 가볍게 울렸다
◈ 마르틴손의 노벨상(1974년,스웨덴) 수상 시
▩ 바다의 夜想曲
맑은 겨울밤,
별빛 차갑게 흩어진다
바다로 가고픈 한 젊은이
혹한의 고요 속에 사지를 털면
잔교의 텅 빈 식탁 위에 올라 서 있다
별을 헤아리는 게 아니다
이 켠에 정박한 배를 헤아리는 게다
갑판에서 들려오는 감시원의 구둣발 소리
함대의 굴뚝이 뿜는 연기 속으로
별빛이 휘말린다
해저 깊숙이 검은 닻이 잠들면
어디엔가 속세의 섬으로 도망하려는가
별빛이 축축한 쇠사슬로 기어오른다
▩ 啓示(계시)
어느 신비주의자,
봄날 물가에서 생각에 잠긴다
노란 들꽃이 램프처럼 피어 있다
그는 묵묵히 기억을 더듬는다
이보다 더 위대한 기적이 있었던가
두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분명한 것이
성장의 기적에서 비롯된다
절벽에는 황금빛 술잔이 타는 듯 번쩍인다
▩ 아니아라 13
여섯째 해에 아니아라는
느릿한 속도로 달려
거문고 좌를 향해 나아갔다
천문대장은
손에 쥔 아름다운 유리잔을
들어 올리고는 이주민들에게
우주가 갖는 깊이란 어떤 것인가를
이야기했지
우린 우리가 여행하고 있는 우주가
아니아라의 둥근 유리덮개처럼
투명한 것이라고 믿었던 우리의
생각과,
우리가 우주라고 불러왔던 것이
미심쩍어진 거야
우리의 우주선 아니아라는
머리덮개도 하지 않고
그 내용으로써
우리 귀에 익은 어떤 물질들도
요구하지 않는
어떤 것인가의 속을 운행하네
아니아라가 운행하네
사고의 통로에서 서성이기를
요구하지 않는
어떤 것 속을,
그것은 사고의 세계보다는 더 큰
하나의 영혼
참, 그랬어
우리의 우주선 아니아라는
지구에서 떠올리던 우주와는
다르다는 걸
조금씩 배워갔지
그 때 우리가 생각하던 우주란
언제나 우리의 환상으로 치장한 우주였거든
또한 우리는
궤도를 이탈한 우리의 이 방황이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는
더한 깊이를 지닌다는 것도
조금씩 조금씩 배워갔지
우리는 처음엔 지식이란
꿈의 한구석을 차지한
청색의 순수라고 믿었었지,
신비가 갖는 구조들을 읽게 된 이제,
영혼은,
바다귀신들 속에서조차 우리를
건사해 줄 영혼은
하나님. 죽음. 신비들 속을
거쳐 간 것이었어
목적지도, 자국도 없이
아, 우리의 기지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제,
우리의 우주선이
神이라는 유리 속의
한 작디작은 기포임을
발견한 이제
이제 나는 너희에게
내가 유리에 관해 들었던 이야기를
들려주마
그러면 너희들은 알게 되겠지
꽤나 오랫동안 손대지지 않고
놓여진 모든 유리 속에서도
유리의 기포는
조금씩 조금씩 움직여 간다는 거야
유리 몸체 속의 다른 지점을 향해서
천천히 끊임없이
그 후 수천 년의 세월이 자났을 때
그 기포는
유리 속의 여행을
완료한다는 거야
아니아라도 어디서든 둥근 기포의
모양을 하고서
무한한 우주 공간 속을
그처럼 여행했다는 거지
비록 우주선 아니아라의 속도가
빠르다 할지라도
날쌘 유령보다 훨씬 더
빠르다 할지라도,
우주의 속도계로 잰다면
우리가 배운 우주와 똑 같은
이 유리잔 속을 여행하는 기포의
속도라는 거야
◈ 몬탈레의 노벨상(1975년,이탈리아) 수상 시
▩ ‘기회들’ 중에서
(1) 도라 마르쿠스
깊은 바다 위 나무다리가
골시니 항구에 맞닿는 곳
발걸음도 뜸해지고 사람들이
이따금 어망을 걷어 올릴 뿐,
보이지 않는 다른 해변 쪽으로
그대의 참된 고향을 손짓으로 가리킨다
기억도 없는 무기력한 어느 봄날이
잠겨있는 그을음에 번들한
도시의 선창까지
우린 수로를 따라 간다
오랜 생활의 동방의 황홀한
초조감 속에 얼룩지는 곳, 여기에,
그대 속삭임 죽어가는
숭어 비늘처럼 붉기만 하다
그대 불안이 비바람 몰아치듯 하는 밤에
등대에 곤두박질치는 철새를 연상시켜
그대의 연약함도 역시 폭풍우
빙 빙 돌아서 보이지는 않고
그 애의 휴식 또한 아주 드물다오
그대 마음인 냉담한
이 큰 호수에,
말라붙은 그대,
어떻게 지탱 할는지 난 모르겠소
입술연지 가까이
분갑, 손톱깎이 곁에
그대 지닌 부적이
상아처럼 흰 생쥐가
어쩌면 그댈 보호해 줄지,
아무튼 그대는 그렇게 존재하고 있는 거요
▩ ‘오징어 뼈’ 중에서
(Ⅳ) 낮잠
한낮의 정원은 끓어오르고
졸 듯 담벼락에 기대어 누우면
가시 돋친 관목 속에 날아오르는
까만 티티새의 날카로운 울부짖음,
뱀은 마른 가지 사이로 몸을 숨긴다
갈라진 땅의 틈바구니마다
살갈퀴덩굴 지나간 자리마다
살(肉)처럼 돋아나는 불개미의 행렬
멀리 나뭇가지와 잎 사이로
바닷물 거품 뛰놀고 있음을 본다
매미는 황량한 산등에 날개를 비비며
떨고 있다
눈부신 뙤약볕 아래 걸어가며
놀라움에 눈을 돌린다
담벽 위에서 날카롭게 빛나는
우리의 파편
그것은 우리의 삶 속에서 파고든
고통의 상흔이 아닐는지
▩ (Ⅴ) 지중해 Ⅰ
오랜 바다여,
초록빛 종같이 소릴 내는구나
사라지는 그대의 물결에서
열려나오는 소리에
난 취해 버린다오
아쉬운 내 청춘의 집이
알다시피 그대 가까이 있소
태양이 빛나고
모기 떼 하늘을 뒤덮는
그곳에
그때처럼 오늘도
바다여, 그대 앞에 난 벙어리 되어
그대 호흡이 주는
숭고한 충고를
받을 자격이 못 되오
내 가슴의 고동은 그대 숨결의
한 순간에 불과하다고
맨 처음 내게 말했다오
위험 가득찬 그대의 율법이
내 존재 깊숙이 자리 잡아
넓고 다양하고
견고하라고
코르크 조각, 해초, 불가사리 틈에
심연의 달갑지 않은
쓰레기를 해변에
내동댕이치는 그대처럼
온갖 오물을 내게서
비워 버리라고 일러 주었소
◈ 알레이산드레의 노벨상(1977년,스페인) 수상 시
▩ 사랑의 고통
너의 눈 때문에,
너의 입술 때문에,
너의 목 때문에,
너의 목소리 때문에,
격렬하게 불타오르는 너의 심장 때문에
나는 너를 사랑했다
나의 분노, 광폭한 운명,
한 줄기 빛조차 없는 나의 먹구름,
부서진 나의 달빛을 사랑하듯 너를 사랑했다
너는 아름다웠다 커다란 눈을 갖고 있었다
커다란 비둘기와 날카로운 발톱, 높이 나는
힘찬 매를...
너는 빛나는 하늘같은 충만함을 갖고 있었고
세상의 모든 소음은 감히 네 입에 키스하려들지 못했다
그러나 달빛이 피를 사랑하듯,
혈관 속의 피를 쫓아,
노란 열정으로 타오른 혈관 속을 광폭하게 돌아다니듯
나는 너를 사랑했다
키스를 한 번 한다면 죽음이 무엇인지 모르리
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리 죽지 않고 노래하리
투명한 유리가 달빛아래 반짝이듯 노래하리
육신처럼, 단단한 돌처럼 노래하리
한마디 말조차 없는 잔인한 너의 이빨들을 노래하리
잔디가 부드럽게 깔려있는 대지 위의
너의 고독한 그림자, 너의 쓸쓸한 그림자를 노래하리
아무도 울지 마오 눈물조차 살지 못하는,
숨조차 쉬지 못하는
이 얼굴은 쳐다보지 마오
이 돌, 이 무쇠 같은 불꽃,
철제 탑처럼 울리는 이 몸은 쳐다보지 마오
너의 부드러운 머릿결, 감미로운 시선,
아름다운 뺨을 갖고 있었다
희고 짧은 팔을 갖고 있었다
아름다운 자태, 이마, 겁먹은 듯한
희고 부드러운 피부를 갖고 있었다
너의 심장은 펄럭이는 깃발이었다
그러나 너의 피, 너의 생, 너의 악은 갖고 있질 않았구나!
달에게 죽음을 애원하는 나는 누구인가?
바람에 저항하고, 그의 광폭한 칼날에
상처를 느끼는,
번민에 피투성이가 된 굳은 석상처럼
이 바람이 너의 대리석 자태를 적시게
내버려두는 나는 누구인가?
천둥 속에서 나의 목소리조차 듣지 못하고,
번개 불빛 같은 나의 팔을,
강줄기 같은 이빨들로 되씹혀진 나의 다리들 사이에서
돋아난 풀을 적시는 핏빛 빗물 소리도 듣지 못하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너는 누구인가,
누가 너를 아는가?
나는 누구를 사랑하는가?
오, 그대여, 죽을 운명의 미여
아름다운 사랑이여, 반짝이는 가슴이여
나는 누구를, 누구를 사랑하는가?
꽃처럼 나를 매혹시키는
어떤 그림자, 어떤 육신,
어떤 썩은 뼈들을 사랑하는가?
▩ 죽은 소녀에게 바치는 노래
말해다오 너의 순수한 마음의 비밀을
내게 말해다오
땅 속에 묻혀있는 네 몸의 신비를 말해다오
내가 왜 맨발들이 거품에 발을 씻는
시원한 강변의 한갓 흘러가는 물이 되었는지
알고 싶구나
왜 너의 풀어 헤쳐진 머리카락과
감미롭고 사랑스러운 풀 위로,
작열하는 태양이,
단지 새 한 마리나 손을 싣고 오는 바람처럼
네 몸 위에 떨어져 미끄러지고
쓰다듬으며 지나가는지 내게 말해다오
왜 땅 밑에서
작은 밀림 같은 너의 심장이
소리 없이 눈 위를 지나며
꿈이 만드는 노래를 부르는
불가능한 새들을 그토록 기다리는지
내게 말해다오
죽은 자나 산 자에게,
땅 밑에 잠들고 있는 아름다운 이에게,
돌의 색깔과, 키스의 달콤함과 입술을 노래하던,
마치 조개가 잠들고 숨 쉬듯이 노래하던
그대여!
그 허리, 슬픈 가슴의 연약한 그 몸매,
바람을 무시하듯 휘날리던 그 고수머리,
침묵을 빨아들이던 그 눈동자,
상아빛의 아름답던 그 치아,
푸른 나뭇잎들만을 움직이던 그 공기여,
오, 그대, 구름처럼 지나가버린 맑게 웃던 하늘이여!
어깨 위에서 노래 부르던 행복했던 새여!
달빛과 어우러져 시원한 물줄기를 뿜던 분수여!
아름다운 다리들만이 밟던 부드러운 잔디여!
바다와 같은 입맞춤
상징들이나 한 순간 스쳐지나가는
공허한 말들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아직 네게 말하고 있는 나처럼
죽은 듯 살아 있는 너의 목소리를
내가 들었고 듣는 것의 산울림이다
너는 고집 세고 꿋꿋했었다
네게 한 입맞춤 때문도,
네 안의 존재를 힘 있게 붙잡았기 때문도 아니다
모래가 무섭게 몰려온 후에
바다가 더 깊어지기 때문이다
행복한 바다는 거품져 초록빛으로 떠나버린다
바다는 되돌아오지만 너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구나
아마 끝없이 해변을 헤매다가
너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니라
바닷물이 밀려 갈 때
네 거품의 흔적만이 해변에 남는다
단지 내가 찾을 수 있었던 것은 그 가장자리일 뿐
단지 내게 남은 것은 목소리의 여운 뿐
해초처럼 부드러운 너의 입맞춤
환상에 젖으나 이내 죽음으로 변한다
◈ 카르두치의 노벨상(1906년,이탈리아) 수상 시
▩ 저 수풀 우거진 언덕
안개는 보슬비처럼 촉촉이 피어오른다
북서쪽에서 몰아치는 바람을 맞으며
바다는 거리마다 하얗게 절규한다
마을의 거리마다
거듭 거듭 괴는 독에서
새 나오는 시큼한 포도주 향기,
주민들을 흥취에 젖게 한다
이글거리는 장작불 위로 피직피직 소리 내며,
고기 굽는 쇠꼬챙이 들고 있는데
문지방에 서 있는 사냥꾼
휘파람 불며 눈길을 보낸다
붉게 물든 구름 사이로
새들이 무리지어 검게 아른거리며
방랑자의 상념처럼
황혼 속으로 날아가는 것을
▩ 환상
나 그대 말을 듣노라면, 그대 음성의
부드런 산들 바람에서 살며서 멀어져
껴안을 듯 감미로운 파도의 물결 위에 내 영혼을 싣고
넋을 잃은 채 멀고 먼 낯선 곳으로 노 저어 간다
아무도 없는 푸른 바다에게 웃음 띠어 보내는
저 석양의 열기 속으로 노 저어 간다
하늘과 바다 사이론 깔끔한 하얀 새들이 날고,
푸른 섬들을 지나친다
산꼭대기 높이 솟은 신전들은
장밋빛 황혼 속에서, 순 백색으로 번쩍이고,
해변의 삼나무들, 바람에 흔들리며
빽빽한 향나무, 향기를 내뿜는다
소금기 어린 바람을 타고 멀리 실려 가는 향기는
뱃사람들의 느린 노랫가락에 뒤섞인다
이윽고 항구에 나타난 한 척의 배
조용히 빨간 돛을 내린다
긴 행렬을 이루어 신전으로부터 내려오는
아가씨들이 보인다 하얀 옷을 아름답게 입고
머리엔 꽃 너울 쓰고, 손엔 월계수를 든 채
팔을 벌리며 노래하고 있다
조국의 해변에 닻을 내리고,
빛나는 무기를 든 한 사나이가 육지로 오른다
아마도 레스보 섬 색시들에게 돌아온
전쟁터의 시인 알체오 아닐는지?
◈ 소잉카의 노벨상(1986년,나이지리아) 수상 시
▩ 새벽의 죽음
여행자여, 새벽에 떠나라
예민한 후각의 습기 찬
대지 위에서 발을 씻어라
태양이 떠오르면 등불은 끄고
보라, 안개빛 햇살 속에
아침의 지렁이들이 발아래 꿈틀대고 있는 것을,
새벽의 그림자는 이제 사라지는 슬픈 죽음이 아니라
생명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이 부드러운 발화,
부드럽고 오목한 생명의 씨앗들이
앞 다투는 즐거움과 밝아오는 날의 떨림이
낡은 배들을 밀어내어 분노한 군중들 속으로 떨어뜨린다
침묵의 시장을, 잿빛의 사잇길 위에 서 있는
말 없는 행렬의 두려움을 깨우기 위해...
그 위로
하얀 이부자락 새벽의
외로운 나팔수, 하얀 수탉,
그러한 죽음에 엄습해 오는 거울과 같이
폭포처럼 흩날리는 깃털들...
하지만 그것은 헛된 제사치레일 뿐 弔問은
이미 시작되었다 냉정하게도
오른쪽 발은 기쁨을 위해
왼쪽은 슬픔을 위해
그리고 어머니는 기도했다
-우리 아이는 굶주림으로 가득찬 거리를
지나지 않게 하소서-
여행자여, 새벽에 떠나라
당신에게 신성한 시간의 놀라움을 약속하마
하얀 수탉의 힘차게 펄럭이던 그 날개
인간 해방의 분노에 찬 날개를 두려워하는 그들에게 어울릴
그러한 징조를
그러나 이건 또 무엇인가 형제여!
초대받은 기쁨으로 너를 끌어안았을 때,
그 침묵 그 일그러진 표정은
이 닫혀버린 우리들의 구부정한 모습들은
그리고 나는?
▩ 꿈꾸는 이
나무보다 높은 곳,
세 번이나 배신한 마음 속 영광의 주
당신의 번민은 쓰러진 잠 위로 찾아온다
몰약과 못과 살점이 범벅된 누더기와 함께,
자유를 장식하는 말의 함정과 함께,
자작나무 틈새가 벌어지고
수확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열매는 찾는 자에게,
몸을 정결히 한 자에게 떨어질 것이다
황금의 연대기는
설익은 열매를 탄식한다
대지에의 찬양은 고통을 이겼었다
바다를 받들고 있는 대지
탄생을 알리는 새순들
돌멩이의 노래
그리고 진통과
왕좌,
바다 위를 달리는 향기,
▩ 노동하는 사람아
- 한 여성 노동자 ‘세기’를 위해
불꽃이 튀는 침묵의 공간
공기를 뒤흔들고 먼지를 일으키며
흐르는 땀은 개미의 타액처럼 끈끈하다
창조자들이여!
교회의 첨탑은 날로 높아 가는데
인간의 자취는 스러지고 가슴은
무너져 내린다 누구는 노동으로,
또 누구는 굴욕으로
노동의 여왕이여
그러나 그들은 짓는다
임산부의 시간은 대성당의 은총 속에 가둬질 것이다
여왕처럼
그녀의 죽어간 벗들 가운데에
이제 돌을 깨던 사람은 떠났다 당신과
내가 어찌할 바 모르는 경탄으로 서 있는 곳에
축축한 첨탑들이 혼란한 욕망을 향해
신성함으로 다가오고 있다
마음 그 깊은 곳으로
아, 죽어간 벗들과
침묵으로 묵묵히 아픔을 견디는 제단을 위해
우리의 여왕을 키우자
지하 묘소의 외로움 속에서
살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 내 친근한 사랑
네가 흘리는 땀방울
◈ 밀로즈의 노벨상(1980년,폴란드/미국) 수상 시
▩ 바르샤바에서
성요한대사원의 폐허에서,
시인이여,
너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 따뜻한 봄날에?
여기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
비스와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파괴된 도시의 붉은 먼지를 날리고
있는 곳에 서서?
너는 맹세하지 않았는가,
다시는 슬픔을 노래하지 않겠다고,
너는 맹세하지 않았는가,
네 민족의 커다란 상처를 다시는
건드리지 않겠다고,
그리하여 그것이 성스러운 것으로
변하지 않도록,
후세에 길이 박해를 받는 저주받은
성전처럼 되지 않도록,
그러나 오빠를 찾는
안티고네의 울음조차도
참을 수 없는 것이다
심장은 돌이어라
불행한 땅에 대한 사랑은 곤충처럼 갇혀 있다
이렇게 사랑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
그것이 내 의도는 아니었노라
이렇게 동정하려 했던 것은 아닌데,
그것이 내 의도는 아니었노라
나의 붓은 벌새의 깃보다도 더 가볍다
내게는 이 짐이 너무 무겁다
이 땅에서 어떻게 살 수 있겠는가,
매장되지 못한 친구들의 뼈가 발끝에 부딪히는데?
목소리가 들리고, 웃음들이 보인다
나는 아무것도 쓸 수 없다
다섯 개의 손들이 나의 펜을 붙들고
그들에게 있었던 일을 쓰라고 명령한다
그들의 삶과 죽음을
나는 도대체
우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여인의 운명을 타고났던가?
나는 축제를,
셰익스피어가 인도한 유쾌한 숲을
노래하고 싶다
시인에게 순간의 기쁨이라도 남겨둘지어라,
그렇지 않으면 너희의 세상은 멸망하리라
웃음 없는 세상은 광적이다
반복할 두 마디의 말,
죽은 그대들에게 하는,
행동, 생각, 육체, 노래와 향연의 기쁨을
함께 나누었어야 할 그대들에게,
두 마디 말, 그것은 진리와 정의라
▩ 세계 종말의 노래
세계 종말의 날에
일벌은 한련꽃 주위에서 맴돌고,
어부는 반짝거리는 그물을 손질하고 있다
바다에서는 철모르는 돌고래들이 장난하고 있고,
새끼 참새들은 지붕의 물받이 주위에 모여 있다
그리고 뱀의 가죽은 여전히 노랗다
세계 종말의 날에,
양산을 받쳐 든 여인들이 초원을 걷고 있고,
술에 취한 사람은 잔디밭 가에서 자고 있다
거리에는 채소장수의 외치는 소리,
노란 돛단배는 섬을 향해 가고 있고,
공기 속에는 바이얼린 소리,
그리고 별들로 가득한 밤하늘이 열리고 있다
천둥과 번개를 기다렸던 사람들은 실망할 것이다
어떤 징후와 대천사의 나팔 소리를 기다렸던 자들은,
그것이 이미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믿지 않으리라
하늘에 해와 달이 있고,
땅벌이 장미를 찾고,
장밋빛 어린아이가 태어나고 있는
한,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오로지 백발의 노인만은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에게는 그러나 다른 할 일이 있기 때문에,
그는 예언자가 되려고 하지 않는다
토마토 줄기를 묶으면서 그는 말한다
다른 세계의 종말은 없으리라,
다른 세계의 종말은 없으리라
▩ 헌시
너, 내가 구원할 수 없는 자여,
나의 말에 귀를 기울여다오
나의 간단한 이 말을 이해해 다오
부끄러워 다른 말로는 할 수 없기 때문에
분명히 말하는데, 나의 말로는
마술적인 힘은 없다
다만 소리 없이 말하노라,
구름이나 나무처럼
나를 강하게 했던 것이 너에게는
치명적이었다
너는 생각했다 한 시대의 종말을
새로운 시대의 시작으로,
증오의 얘기를 서정적인 아름다움으로,
눈먼 힘을 완전무결한 형상으로
시는 도대체 무엇인가,
민족도 국민도 구제하지 못하는데?
정부가 하는 거짓말의 공범자,
누군가에 의해서 곧 바로 목을 잘리게
될 주정뱅이의 노래,
소녀들의 읽을거리
주제넘게도 나는 좋은 시를 원했다
그러나 나중에서야 깨달았노라
그것의 구원적인 목표를,
이것이 바로 구언이다
무덤 위에 뿌려지는 기장과 양귀비
씨는 새가 되어 다시 태어나는
죽음의 먹이가 된다
여기 네 앞에 이 책을 바치노라,
네가 우리를 더 이상 찾아와서 괴롭히지 못하도록
◈ 비외른손의 노벨상(1903년,노르웨이)수상 시
▩ 나는 생각하기를
나는 생각하기를 위대해져야겠다 해서
우선 고향을 떠나야 한다고 결심했다
나는 이리하여 나와 모든 것을 잊었다
여행 떠날 생각에 사로잡혀서
그 때 나는 한 소녀의 눈동자를 보았더니
먼 나라는 작아지면서
그녀와 함께 평화로이 사는 것이
인생 최고의 행복처럼 여겨졌다
나는 생각하기를 위대해져야겠다 해서
우선 고향을 떠나야 한다고 결심했다
이리하여 정신의 크나큰 모임에로
젊은 힘은 용솟음쳤다
하지만 그녀는 말없이 가르치기를
하나님이 주는 최대의 것은
유명해지거나 위대해지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사람이 되는 것이라 했다
나는 생각하기를 위대해져야겠다 해서
우선 고향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고향이 냉정함을 알고 있었고
내가 오해받고 소외되고 있음을 느꼈다
하지만 그녀를 통해 내가 발견한 것은
만나는 사람의 눈마다 사랑이 있다는 것
모두가 기다린 것은 나였던 것이다!
그리고 인생은 새로워지게 되었다
◈ 마테를링크의 노벨상(1911년,벨기에) 수상 시
▩ 祈禱(기도)
내 생각의 문턱에
내가 부재함을 가련히 여기소서!
내 영혼은 무력함과
공백의 무위로 창백합니다
일을 포기한 내 영혼,
오열로 창백해진 내 영혼은
지친 제 손이, 피지 못한 것들과 함께
떨리는 것을 헛되이 바라봅니다
그리고 내 마음이
자홍색 꿈의 거품을 내뿜는 동안
내 영혼은 밀랍 같은 허약한 손으로
지친 달빛에 물을 줍니다
그 다음 날에는 노랗게 변할 백합꽃이
투명하게 보이는 달빛에,
내 손의 슬픈 그림자만이
태어나는 달빛에
▩ 노래
Ⅰ
오를라몽드의 일곱 소녀들은
요정이 죽었을 때
오르라몽드의 일곱 소녀들은
문을 찾으려했지
일곱 개의 램프에 불을 붙이고
탑문을 열고,
사백 개의 방문을 열었지
햇빛을 찾지는 못한 채,
메아리 울리는 동굴에 도착해서
아래로 내려갔지,
그리고 나서는 닫힌 문에서
황금 열쇠를 찾았어
갈라진 틈으로 바다를 바라보고
죽을 것같이 무서워하며
닫힌 문을 두드렸어
감히 그 문을 열지는 못하고
Ⅱ
그녀가 궁전 근처로 왔어
-해가 막 떠오르던 참이었어-
그녀가 궁전 근처로 왔지
기사들은 서로 바라보고
모든 여자들은 입을 다물고 있었어
그녀가 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지
-해가 막 떠오르던 참이었어-
그녀는 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지
여왕이 걸어가는 소리가 들리고
그녀의 남편이 그녀에게 물었어
당신 어디 가요? 당신 어디 가요?
-조심해요 거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당신 어디 가요? 당신 어디 가요?
누군가 그 아래서 당신을 기다려요?
그렇지만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지
그녀는 알지 못하는 여인에게로 다가갔어
-조심해요 거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그녀는 알지 못하는 여인에게로 다가갔어
그 미지의 여인이 여왕을 껴안았어
그녀들은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곧 바로 헤어졌어
그녀의 남편이 문간에서 울었어
-조심해요 거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그녀의 남편이 문간에서 울었지
여왕이 걸어가는 소리가 들렸어
나뭇잎들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어
Ⅲ
세 자매가 죽으려고 했어
그들은 금관을 쓰고
죽음을 찾으러 떠났어
숲을 향해 갔지
“숲아, 우리에게 죽음을 다오,
여기 우리 금관 세 개가 있단다.”
숲이 웃음을 터뜨렸어
그리고는 그들에게 열두 번의 키스를 해주었는데
그 키스는 그들에게 미래를 보여주었어
세 자매가 죽으려고 했어
바다를 찾으러 떠났어
삼 년 후에 바다를 만났지
“바다야, 우리에게 죽음을 다오
여기 우리 금관 세 개가 있단다.”
그러자 바다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어
그리고 삼백 번의 키스를 해주었는데
그 키스는 그들에게 과거를 보여주었어
세 자매가 죽으려고 했어
도회지를 찾으러 떠났어
섬 한가운데서 그 곳을 찾아냈지
“도시여, 우리에게 죽음을 다오,
여기 우리 금관 세 개가 있단다.”
그러자 도시는 곧 가슴을 열면서
그들에게 뜨거운 키스를 해 주었어
그 키스는 현재를 그들에게 보여주었어
▩ 온실
오, 숲 속 한가운데의 온실이여!
그리고 영원히 닫힌 당신의 문이여!
또한 당신의 둥근 지붕 아래 있는 모든 것들이여!
당신을 닮은 것들 속에 있는,
모든 내 영혼에 속하는 것들이여,
배고파하는 공주의 생각들,
사막에 떨어진 선원의 권태로움,
불치병 환자들의 창가에서 들리는 금관악연주
가장 포근한 구석으로 가거라
추수하던 날 사라진 여인에 대해 사람들이 말하리라
양로원 마당에는 마부들이 있고
멀리, 간호원이 된 고라니 사냥꾼이 지나간다
달빛에 비추어 살펴보라!
(아, 아무것도 제자리에 있질 않구나)
사람들은 탄사 앞에 있는 미친 여자에 대해 말하리라
운하에는 돛을 활짝 편 전선 한 척이 있고
백합 위에는 밤새들이 앉아 있다
정오 무렵의 상종소리
(종탑 그 아래서!)
풀밭 위의 환자들의 숙영지
햇빛이 비치는 날의 창공의 냄새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언제 온실 안에 비가 오고,
눈이 내리고 바람이 불 것인가!
◈ 하우프트만 노벨상(1912년,독일) 수상 시
▩ 세상 고통과 천국의 동경
바람의 하프 같네
그대 넋은,
시인이여!
그 들릴락 말락 한 숨결,
그대 넋을 울릴지라
하여 영원히
그 현들은 진동하리
세상의 고통을 호흡하며,
세상의 고통
천국 동경의
뿌리이므로
그러므로
그대 노래의 뿌리
세상의 고통에 바탕을 두지만,
그 정수리엔
천국의 왕관이 빛나고 있네
▩ 숲속의 밤
숲과 들판
숲과 들판
깊이 밤에 감싸이니
올빼미와 부엉이 날고
야수는 잠잔다
검은 전나무 말없이
하늘 향해 솟아오르니,
끝 간 데 없는 전나무 숲 둘레엔
모든 것 생명을 잃는다
휘영청 걸린 달
우듬지 바다 위로 솟아 떠오르나,
그 광채 속에서도 이전처럼
모든 것 아무 말 없다
빛과 어둠 손과 손
소리 없이 맞잡으니
하여 그대 전설의 나라 속으로
나아간 것처럼 여겨진다
▩ 자살로 삶을 종결지은 어떤 자의 무덤가에서
그대는 투사와 참는 자들 가운데 한사람
그대는 일찍이 아무 자랑도 없이 지냈다
젊은이여, 그대의 한탄에 귀 기울인 자 아무도 없었다
내 앞에서 그대 완성의 빛 가운데 서 있으니
내 노력하는 한, 젊은이여, 그대를 생각하리라
하여 그대를 보증하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는
그대의 고통들이다
그대 죽은 자여, 내 그대를 그대의 작은 방에로
되불러올 수 있는 것이라곤 거의 없다
그대는 삶의 행복과 고난을 버렸고
그대의 무덤에로 스스로 돌을 굴려갔다
하여 그대는 끝없이 빛을 추구하는
투사와 참는 자들 가운데 한사람,
빛의 요구가 그대의 모든 생명
그러므로 오 친구여, 그대를 이해하는 자 아무도 없었다
그대는 기나긴 밤을 이길 수 없어
그대의 뜻, 영광스럽게 쓰러졌었다
이 가련한 땅의 가짜 판사들이
무뎌진 감각과 화내는 몸짓을
이 말 듣고 바꾸든 바꾸지 않든 간에
그대가 끝내고자 한 것 같은 것은 작은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것은 작은 것이 아니다
마지막 자기 자신을 극복하는 것
그리고 눈을 질끈 감지도 않고
저 저승의 문 앞에서 떨지 않는 것도
경탄이 나를, 극도의 비통함이
태양의 빛에 매달려 있는 나를
삶의 기쁨을 요구하는 나를 엄습하니
나의 온몸은 성스러운 전율로 치 떨린다
◈ 카를펠트의 노벨상(1931년,스웨덴) 수상 시
▩ 선조들
소박하고 평온하게 사신 까닭에
역사의 장에 그들의 이름 없으나
망망한 태고에 사셨다 한들
내 어이 그들을 잊으리
천 년의 맥이 연연히 흐르는 이 곳
강변에 땅을 갈고
바위 부숴 광맥을 찾으셨다
노예의 삶 거부하며 하례와 담을 쌓고
초가삼간 집일망정 성주처럼 기거하며
술잔을 기우셨다
인생의 봄날, 처녀들에게 입맞춤하고
그 중 하나 반려자로 맞으셨다
왕을 모시며 신을 섬겼고
백발이 성성해져 평온 속에 눈을 감으셨다
선조들이여!
고통과 유혹의 순간,
그들 생각에 솟구치는 힘,
그들이 대대로 물려받은 땅, 가꾸며 사랑했듯,
나 또한 운명에 만족하며 미소 짓는다
풍요의 향락이 손짓을 할 때
그들의 투쟁과 소박한 생활을 상기한다
내 그 이상의 무엇을 요구하리
그들 생각에
탐욕에 지친 이 몸
맑은 시냇물에 멱을 감은 듯,
세상의 모든 惡보다도
자신을 더 무서워함을 나는 배웠다
선조들이여!
꿈속에서 그들 대하면,
나의 영혼을 짓눌리고 서글퍼지니,
이 몸은 뿌리째 뽑힌 한 포기 풀,
타의반 자의반 그들의 기대 저버린 이 몸,
이제, 여름과 가을의 가락을 잡아
노래의 아름다운 목소리 주니
이것도 과연 일이라 할는지,
폭풍과 폭포의 소리에
대장부의 담대한 기상을 담고
언젠가 나의 노래 울려 퍼지는 날
황량한 황야에 종달새 울고 봄빛 가득하리니,
도끼와 쟁기와 밭이랑 사이에서
수천 년 역사 속에 선조들이 묵묵히 불렀던 노래
▩ 걸인
당신은 누구요? 어디서 왔소?
대답하고 싶지도, 할 수도 없다오
나는 집 없고 애비 없는 자식
집도 자식도 원치 않는다오
단지 멀리서 온 이방인일 뿐,
당신의 믿음은, 종교는 무엇이오?
아는 게 없다는 걸 알뿐,
믿음이 없다 한들
내 잃은 게 무엇이리,
하느님을 찾기야 했었다오
당신의 인생은?
풍파와 궁핍,
빗나간 소망 허황된 정열,
삼백예순날 마냥 싸움이었소
그리고 갈라진 구름사이 한 뼘의 창공이었다오
세상에 나와 보낸 한평생
즐거웠다 생각하오
▩ 그대의 눈은 불꽃
그대의 눈은 불꽃
나의 영혼은 기름
떠나가오!
내 심장의 지뢰가 폭발하기 전에
나는 한 개의 바이올린 노래의 샘
그대의 손길 따라 노래는 분수가 되고
떠나가오, 떠나가오
불타려 하는 마음 식혀야 하거늘
나는 욕망이오, 그리움
나에겐 가을과 봄이 더불어 살아
바이올린이여!
너의 선이 취해 부서지도록
나의 사랑의 찬가 울리도록 하라!
떠나가오, 떠나가오
어느 가을날 저녁,
함께 하나의 불꽃이 되어
피와 황금의 깃발
환희의 폭풍에 펄럭이게 하오
그대의 발짝 소리
황혼과 함께 멀어질 때까지,
그대여!
뜨거운 내 청춘의 마지막 동반자여!
◈ 헤세의 노벨상수상(1946년,스위스) 시
▩ 안개 속에서
야릇하구나, 안개 속을 헤매는 것은!
숲과 들은 모두 외롭고
나무들은 서로를 보지 못해
모두가 다 홀로이어라
내 인생이 아직 밝았을 때엔
세상은 친구들로 가득했었는데
그러나 이제 안개가 내리고 나니
누구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구나
모두로부터 하나도 빼놓지 않고
조용히 사람들을 격리시키는
어두움을 전혀 알지 못하는 자,
그 사람은 진정 현명치 못하리니
야릇하여라, 안개 속을 헤매는 것은!
인생이란 외로운 존재,
누구 한 사람 타인을 알지 못하나니
인간은 모두가 홀로이어라
▩ 무상無常
생명의 나무에서
한 잎 또 한 잎 떨어져 내린다
오 황홀하게 찬란한 세상이여,
어떻게 그대는 충족케 하는가
얼마나 충족케 하고, 피로케 하는가,
어쩌면 이리도 취하게 하는가!
오늘까지 뜨겁게 타던 것도
머지않아 사라져간다
곧 나의 갈색 무덤 위로
바람은 세차게 휘몰아 가리니,
작은 어린아이 위로
어머니는 몸을 굽힌다
난 어머니의 눈길을 다시 보고 싶나니,
어머니의 눈매는 나의 별이라,
다른 모든 것은 사라지고 날아가 버려도 좋다
모든 것은 죽는다, 모든 것은 기꺼이 죽어간다
우리들이 떠나온
영원의 어머니만이 남으시니,
어머니의 노니는 손가락이
덧없는 창공에 우리의 이름을 적어 놓는다
▩ 갖가지의 죽음
갖가지의 죽음을 나는 이미 죽어 보았다
갖가지의 죽음을 나는 다시 죽으려 한다
나무속에서 樹木의 족음을 죽고,
산 속에서 돌 같은 죽음을 죽으련다
모래 속에서는 흙의 죽음을,
바스락거리는 여름풀 속에서는 풀잎의 죽음을,
그리고 가련하고 피에 젖은 인간의 죽음을,
꽃으로 나는 다시 태어나련다.
나무와 풀이 되어 다시 태어나련다.
물고기와 사슴, 새와 나비가 되어
그러면 이 모든 형상으로부터
그리움은 나를
마지막 고뇌의 단계로,
인간의 고뇌로 이끌어 가리라
그리움의 광폭한 주먹이
삶의 양극을
서로 맞서게 굽히려 할 때,
오 떨리면서 팽팽히 당겨진 활이여!
고난에 찬 형성의 길,
그대는 가끔 나를 또다시
죽음에서 탄생으로 휘몰아 가리라.
◈ 생 종 페르스의 노벨상(1960년,프랑스) 수상 시
멧비둘기들이 가득 앉은 나무 아래 말이 걸음을 멈추었을 때
나는 아주 순수한 휘파람을 불었다
그 모든 강들이 지니고 있는 강가에는 아무 약속도 없었다
(아침의 살아있는 나뭇잎들은 영광의 이미지 같다)
그리고 그건 한 남자가 슬퍼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날이 새기 전에 일어나,
마지막별에 턱을 괸 고목과 신중하게 교감하면서,
식사 전 하늘에서 쾌락으로 변하는 순수하고 위대한 사물을 본다
달콤하게 노래하는 나무 아래 말이 걸음을 멈추면
나는 더 순수한 휘파람을 분다
그 말을 전혀 보지 못하고 죽는 사람에게 평화가 있기를.
그러나 시인인 내 동생으로부터 소식이 왔다
그는 아주 멋진 구절을 썼다
그리고 몇몇 사람들은 그이 소식을 알고 있었다
▩ 유형
어느 강기슭에도, 바쳐지지 않고,
어느 책에도 쓰이지 않은 순수한 이 노래 한곡.
다른 사람들은 사원의 제단에 그려진 뿔을 잡아 쥔다
내 영광은 모래 위에 있다! 내 영광은 모래 위에 있다! 그리고,
오! 페레그랭이여, 이것은 결코 방황이 아니다
무에서 태어난 위대한 시 한 편을, 無로 이루어진 위대한 시
한 편을 유형지의 모래 위에서 짓기 위해,
가장 헐벗은 땅을 탐할 것
휘파람을 불어라, 대륙의 잎새들이여,
노래하라, 물속의 소라 고둥들이여!
나는 深淵 위에서 모래의 물보라를,
그리고 모래의 연기를 일으켜 세웠다
나는 저수탱크와 뱃속 깊은 곳에서 잠을 자리라
모든 위대함의 기미가 숨어있는 헛되고 무미한 장소에서
보다 적은 숨결로도 쥘르 가족은 즐거워하고,
보다 적은 결합으로도
위대한 사제 계급은 도움을 받는다
모래가 노래 부르며 가는 곳으로 유배된 왕자들이 떠나가고,
돛이 팽팽히 펼쳐지는 곳으로 현악기 제조인의 꿈보다도 더
부드러운 난파선의 잔해가 떠나가고,
치열한 전투가 있던 곳에서 당나귀의 턱뼈는 하얗게 풍화하고 있으며,
바다는 모래톱 위에서 해골들 부딪히는 소리를 사방으로 퍼뜨린다
유형의 사막에서 부는 바람이,
어느 저녁 세계의 가장자리에서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세상의 모든 사물은 헛된 것이라고,
물거품의 예지여,
오, 소금과 회반죽이 부딪히는 소리 속에서
풍겨 나오는 정신의 악취여!
학문은 나로 하여금 내 영혼을 학대하게 한다
바람은 자신의 해적질에 대해,
자신의 오해에 대해 우리에게 이야기해 준다!
사막이 시작되는 곳에 서 있는,
손에 고삐를 쥔 기사처럼,
나는 가장 커다란 원형경기장에서 가장 좋은 징조의 도약을 노린다
유형은 결코 어제의 일이 아니다! 유형은 결코 어제의 일이 아니다!
“오, 유적들이여, 오, 前題들이여!”
이방인은 사막 한가운데서 말한다
“세상의 모든 것이 내게는 새롭다“라고
그리고 그의 노래가 탄생하는 것도 그에게는 새삼스러운 것이다
▩ 눈
그리고 나서 눈이 내렸다
몽상과 현실로 짜여진 넓은 뱃길 위에 부재의 첫눈들이 내렸다
기억력 좋은 인간들에게 고통 전체가 되돌려지면
우리들 관자놀이에 내려앉는 린넨천 같은 상쾌함,
그리고 그것은 아침, 새벽의 호감 및 하늘 아래,
여섯 시 조금 전,
임시항구에서처럼 침묵의 위대한 노래를 들려주는
은총과 자비의 장소에서였다
그러고 나서 밤새도록 우리도 모르는 사이,
이 펜의 드높은 행위 아래에서,
영혼의 발자취와 짐을 짊어진 채로,
반짝이는 곤충들이 구멍을 뚫어놓은,
경석으로 이루어진,
높이 위치한 마음들은 그들의 무게를 잊어버리고
끊임없이 자라고 더욱 커진다
그리고 그것들만이 그것에 대해 무엇인가를 알고 있지만,
그것에 대한 기억은 불확실하고,
그 이야기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 굉장한 사물에서 정신이 차지하는 부분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가장 높은 꼭대기에서도,
아무도 그 달콤한 시간의 첫 번째 출현을,
이 연약하고 덧없는 사물의 첫 번째 접촉을 알아차리지도,
알아보지도 못했다.
마치 속눈썹의 스침처럼,
구리 피복과 크롬강철의 통증,
말없는 도자기의 석회석과 두꺼운 유리기와,
검은 대리석의 화전과 백색 금속의 충각에 대해서
아무도 알지 못하고, 아무도 그 광채를 없애지 못했다
칼집에서 빠져나온 칼날에 대한 첫 공포 같은,
그의 탄생의 숨결,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그 신비함에 대해 이야기하리라.
그이 펜과 함께 다가오는 말없는 새벽은
정령의 숨결에 사로잡힌 우화 속의 큰 올빼미처럼.
하얀 달리아로 자신의 몸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나서 사방에서 기적과 축제가 우리에게로 다가왔다.
그러면 구원은 테라스 앞면에 있으리라.
어느 여름 건축가가 쏙독새의 알을 꺼내보여 주었던 테라스 위에.
◈ 세페리스 노벨상(1963년,그리스) 수상 시
▩ 드러시호
드러시號의 잔해
‘한 나절에 나의 혈맥이 불타듯
뜨거울 때면 이마를 식혀주던 이 나무는
다른 손에 들면 꽃을 피우리이다. 가져가시오.
당신에게 드리니, 보시오, 이건 레몬나무라오.’
나는 이런 소리를 들은 것이다
그들이 몇 해 전에 가라앉혔던 배를 구별해 내려고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을 때
“드러시”라는 이름이었다.
-잔해라야 초라하게, 부러진 마스트들이다.
묘한 각도로 바다 속에서 선체의 흔적을 보이며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 꿈의 촉수랄까 추억이랄까
물속에서 없어진
그 어느 죽은 거대한 바다 괴물의
희미한 입, 사방은 고요하다.
그러자 또 한 가지의 목소리가 교대로 뒤따라왔다
태양의 저 쪽 어두운 편에서 가냘프고 목마른 속삭임이
한 방울의 피를 마시고 싶어 한다고도 할 수 있으리라
낯익은 목소리건만 난 알아낼 수 없었다
이어 늙은이의 소리가 들려왔다.
이 소리는 대낮의 한복판으로 떨어져 오는 듯싶었다
그래, 네가 만약 나더러 독을 마시라는 선고를 한다면 좋다.
네 법률은 내 법률이다.
내 어찌 구르는 돌처럼 낯선 땅을 헤매랴
차라리 죽음을 받으리라
신만이 오직 우리들 중의 어느 쪽이 번성할까를 알 뿐이다
태양의 땅이면서 태양을 마주 못 보고
인간의 땅이면서 인간을 마주 못 보는 것들.
▩ 神話
삼 년 동안 우리는
소나무 숲과 바닷가와 별들을 지켜보며
여념 없이 사자를 기다렸다
우리는 보습 날과 배의 용골로서
그 옛날의 연극이 다시 시작될
첫 씨앗을 찾으려 한다.
우리는 허물어진 집으로 돌아왔다
사지는 움직이지 않고, 입에는
먼지와 소금 맛뿐
북으로 여행하던 우리가 깨어났을 때
이방인들이 백조의 티 없는 날개로
안개 속에 뛰어들어
우리에게 상처를 입혔다
겨울밤엔 모진 바람이 우리를 미치게 하며
여름엔 그칠 줄 모르는 낮의 고역에 시달렸다.
우리는 다듬어 새긴
겸허한 예술의 구원을 되찾았다
환희의 간주곡
우리는 그 날 아침 내내 즐거웠노라
오, 얼마나 즐거웠던가!
처음엔 돌이 번쩍이고, 나뭇잎과 꽃이
다음엔 태양이
거대한 태양이 가시 같은 햇살을 세우고
하늘 높이 솟아 있었다
바다의 요정은 우리의 걱정들을 모아다
유자나무의 숲
나무들 위에 매달았다
큐피드들과 사티로스들이 노닐며 노래 부르리
그대는 검은 월계수 속에서 장밋빛 팔과 다리들을
작은 어린이들의 몸을 보았으리라.
우리는 그 날 아침 내내 즐거웠노라
덮개를 씌운 우물, 심연, 그리고
젊은 폰의 부드러운 발이
그 위를 동동 굴렀다
그대는 그의 웃음소리를 기억하는가?
오, 우리는 얼마나 즐거웠던가
그러나 먹구름장과 비와 축축한 대지,
그대는 오두막에서 노닐 때 웃음을 멈추고
천사장이 불꽃처럼 타오르는 칼을 휘두르는 것을 보며
그대는 두 눈을 부릅떴다
참 이상하지, 그대는 말했다. 참 이상하다.
인간이란 이해할 수 없는 존재
그들이 아무리 색깔을 가지고 재주를 부려도
그들은 모두 검정이다.
◈ 라게르크비스트의 노벨상(1951년,스웨덴) 수상 시
▩ 네 부드러운 손으로
네 부드러운 손으로
내 눈을 감게 하면
태양이 빛나는 나라에 있는 것처럼
내 주위는 그저 밝아진다
나를 어스름 속으로 빠뜨리려 해도
모든 것은 밝아질 따름이다!
너는 내게 빛, 오직 빛밖에
달리 더 줄 수가 없는 것이다.
▩ 무제無題
생각은 목표를 잃고
기도는 아버지를 몰라
아픔엔 고향이 없고
그리움은 어머니를 몰라
탯줄 없이 태어나
이름 없이 죽어가니
無에서 나와
無로 돌아감이라
▩ 無題
여름 씨앗의 소식 싣고
편지가 왔네
산딸기나무의 벚나무 소식과 함께
늙으신 어머님이 보낸 편지
손끝이 떨리도록 크게 쓰신 글자들
단어와 단어 사이
토끼풀 가득 자라는
초원이 펼쳐져
알알이 여문 호밀밭, 꽃밭도 있어
해가 다하도록
항상 만물을 주관하는 분의 숨결도 배어
주님의 따스한 보살핌에
들과 들엔 햇살이 가득
청아한 종소리 평화를 울리며
대지에 나려,
편지엔 정원의 꽃 내음
라벤더 꽃향기
밤 노래의 가락이 실려,
내게 어머님이 편지 쓰실 때
항상 휴일의 평화 깃들어
밤낮을 쉬지 않고
달려온 편지,
멀리 멀리
떨어져 사는 나에게
영원의 소식 전하기 위해
▩ 無題
새벽이 시간
태양은 금발 풀어
형형색색
꽃들이 미소 짓는
봄의 대지 위에 펼치다
꽃들이 얼굴 숨긴 나뭇잎 그늘 속
영롱한 이슬방울에
황금빛 머리카락 고이 적시고
꿈결처럼 망설이며 넋 나간 듯
장미꽃 가시로부터
살포시 금발 거두다.
바람에 너울대며 너울대며
초원과 숲을 지나
자는 아가 쓰다듬고
할아버지의 까칠한 볼에 입맞춤하다
그러나
태양의 생각 만물에 부재하니,
어떡할거나, 이 기쁨
별들과 함께
생의 수수께끼 깊어지기만 한데,
별들 속에서
태양은 꿈을 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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