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詩 같은 삶을 위하여
☞ 교훈. 신앙시

빈 들녘의 고백 - 윤명상

by 石右 尹明相 2022. 11. 21.

 

 

빈 들녘의 고백

          / 석우 윤명상

 

알곡이 떠난 대지의 품에서는

황량한 바람만이 티끌을 날립니다.

 

당당한 척 고개 세우며

버티던 쭉정이를 기다리는 것은

이제, 차가운 한겨울 눈보라뿐,

 

되돌릴 수 있다면

지난봄으로 되돌아가

꽃부터 곱게 피울 것입니다.

 

그리고 알찬 열매를 위해

양분을 섭취하며

어떤 비바람도 견딜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돌이길 수 없는 것.

열매를 맺지 못한 계절이

얼마나 외롭고 고통스러운 것인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다른 곡식들이

알알이 익어가며 고개 숙일 때

무겁고 힘겹게 느껴지던 그 모습이

진정, 축복이었음을 알았습니다.

 

 

'☞ 교훈. 신앙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계를 넘다 - 윤명상  (0) 2022.12.01
마음의 공간 - 윤명상  (0) 2022.11.26
김장하기 - 윤명상  (0) 2022.11.17
말세의 징조 - 윤명상  (2) 2022.11.15
따뜻한 사람 - 윤명상  (0) 2022.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