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들녘의 고백
/ 석우 윤명상
알곡이 떠난 대지의 품에서는
황량한 바람만이 티끌을 날립니다.
당당한 척 고개 세우며
버티던 쭉정이를 기다리는 것은
이제, 차가운 한겨울 눈보라뿐,
되돌릴 수 있다면
지난봄으로 되돌아가
꽃부터 곱게 피울 것입니다.
그리고 알찬 열매를 위해
양분을 섭취하며
어떤 비바람도 견딜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돌이길 수 없는 것.
열매를 맺지 못한 계절이
얼마나 외롭고 고통스러운 것인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다른 곡식들이
알알이 익어가며 고개 숙일 때
무겁고 힘겹게 느껴지던 그 모습이
진정, 축복이었음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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