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망과 혐오 - 파리
/ 석우 윤명상
나는 파리가 싫다.
그러나 파리를 동경한다.
그 뻔뻔하고 제멋대로인 안하무인은
쫓거나 잡아야겠다는 분노를 유발하지만
압도하는 고전미와 낯선 풍광은
늘 가보고 싶다는 동경을 불러일으킨다.
찾아오는 파리는
눈에 띄는 것조차 허락하고 싶지 않은
불결하고 기분 나쁜 존재,
그러나 그 고고한 자태는
언제나 마음과 시선을 빼앗고
언젠가는 꼭 내가 찾아가리라는 꿈을 꾸게 한다.
더듬거리는 다리는 불쾌하지만
센강의 다리를 나는 더듬거리고 싶다.
윙윙거리는 날갯짓에 몸을 피하게 되지만
나는 파리의 심장 소리를 듣고 싶다.
파리 없는 세상을 원한다만
아, 파리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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