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 석우 윤명상
느린 듯 빠른 부여 남자와
빠른 듯 느린 공주 여자가 만났다.
남자는
느린 듯 보였지만 결과는 정확했고
여자는
거칠고 빠른 듯했지만
남자의 속이 뒤집어지도록 느렸다.
부부는 서로 닮아간다 했던가.
변곡점이 지나면서 태세가 달라졌다.
느린 듯 빨랐던 부여 남자는
빠른 듯 느려지며
여자의 속을 뒤집어 놓았고
빠른 듯 느렸던 공주 여자는
느린 듯 빨라지며 일을 만들었다.
예를 들자면,
베란다에 놓았던 화분에서
뭔지 모를 새싹이 돋아났다.
남자는 반갑고 기뻐서 매일 물을 주고
자라나는 모습을 바라보는 재미에 빠졌다.
여자가 다가왔다.
이게 뭔데? 하더니 다짜고짜 뽑아버렸다.
빠른 듯 느린 여자였다면
보았어도 못 본 척하거나
후에 남자를 불러 뽑았을 것이다.
그렇게 변하는 가운데
만나던 날부터 지금까지
남자도 여자도 변하지 않은 것은
자동차를 운전하는 습관뿐.
*대전문예창작(2023.제4호)에 수록
'☞ 石右의 시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첫걸음 - 윤명상 (0) | 2023.06.01 |
---|---|
그곳에 다녀오면 - 윤명상 (0) | 2023.05.26 |
일방통행 2 - 윤명상 (0) | 2023.05.18 |
너와 함께 걷는 길 - 윤명상 (0) | 2023.05.15 |
내가 너를 기억하는 법 - 윤명상 (0) | 2023.05.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