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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속에서 - 윤명상

by 石右 尹明相 2024. 5. 27.

 

 

폭우 속에서

        / 석우 윤명상

 

지난 시간을 지우듯

마지막 봄비가

세차게 내립니다.

 

태운 냄비를

철 수세미로 박박 긁어내듯

있는 힘껏 지웁니다.

 

쏟아지는 폭우에

지나온 봄의 흔적과 나는

하얗게 지워지고 있습니다.

 

흐르는 빗물은

지워낸 땟국물처럼

지난봄을 안고 사라집니다.

 

아름답고 화려했던

한 시절을 씻어내는 데는

두어 시간의 폭우로 족했습니다.

 

바람에 사라지고

빗물에 씻긴 세월은

그렇게 그리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