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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같은 삶을 위하여
☞ 윤명상 목회 칼럼

봉은사 역명을 놓고 싸우는 치사스러움에 대하여

by 石右 尹明相 2015. 3. 14.

 

 

 

봉은사 역명을 놓고 싸우는 치사스러움에 대하여

 

 

요즘 서울지하철 9호선의

봉은사역이라는 명칭 때문에 시끄럽습니다.

종교편향 논란에서 이제는 친일 논란으로 공방이 치열한데

국민일보와 한국교회언론회가

과거 봉은사의 친일의혹을 제기하며

역명 철회를 주장한 것입니다.

 

그동안 한기총과 한교연(한국교회연합회)

봉은사역의 명칭을 코엑스역으로 변경해 줄 것을

서울시에 촉구해왔지만 사실상 거부당한 상황에서

공방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그러나 봉은사역이면 어떻고 코엑스역이면 어떻습니까.

교회들이 참으로 할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하철 역명 하나 바꾸자고 달려들 것 같으면

간섭하지 않을 일이라고는

세상에서 찾아볼 수 없을 것입니다.

 

남이 떡 하나 더 먹는 것에 신경 쓰고 시비하는 것은

교회가 취할 태도도 정신도 아닙니다.

오히려 하나 더 먹으라고 주지는 못할망정

딴죽을 걸어 사회를 시끄럽게 할 이유가 없습니다.

지하철 역명 하나가

교회를 크게 욕되게 하는 것도 아니며

그것 때문에 불교계에 큰 혜택이 될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혹시라도 교회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이라면 몰라도

교회의 본질과 무관하다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좋을 것입니다.

한국교회가 일개 역명 하나에 매달리기 보다는

현재 한국교회들이 안고 있는

본질적 문제들에 대해 더 깊이 성찰하며

세상의 빛이 되기를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불교계, 특히 봉은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절 이름을 역명으로 하기 위해

정치권과 서울시에 로비를 했다는 소문이 난무한데

그러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단호히 역명으로 지정되는 것을 거부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정상적인 중생을 위한 종교라면

절 이름 따위에 연연하여 이해관계를 초래하거나

분쟁을 야기하는 모습은 성숙한 종교의 모습이 아닙니다.

 

기독교든 불교든 모든 종교는

일개 지하철 역명을 짓는데 관여해서는 안 됩니다.

그 일은 행정가들이나 관계자들에게 맡기고

종교 본연의 의무와 책임에 힘써야 합니다.

지하철 역명 하나를 놓고

종교 간의 이해 다툼을 보이는 것은

스스로를 거짓된 신앙이라는 것과

세속화된 종교라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일입니다.

 

이제 더 이상 한국교회는

세상가치의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지 말고

교회의 본질을 직시했으면 합니다.

또한 교회가 진짜 목숨 걸어야 할 일들이 무엇이며

얼마나 많은지도 깨달았으면 합니다.

 

시시콜콜 세상일에 간섭하며

이해득실을 따지는 교회이기 보다는

세상을 위해 기도하고

아낌없이 섬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성숙한 한국교회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새생명성결교회 윤명상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