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다
/ 石右 尹明相
바람이 분다.
검은 바람은 하얀 깃털을 날리며
푸른 심장을 휩쓸고 다닌다.
아이가 사는 세상,
그곳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꿈은 꾸었지만
바람에 날린 이야기는 간 데가 없다.
아이의 울음소리는 고달픈 소리를 내고
바람은 아이를 아프게 하다가
울음소리조차 가져가 버리고 만다.
시끄러움은 항상 바람을 따라간다.
타협도 없는 모순에 열광하고
바람이 되어 심장을 파고들면
애초부터 그랬노라고 모두는 외쳐댄다.
다시 아이를 찾지만
울음을 그친 환한 얼굴을 볼 수 있을까.
이제는 아이의 얼굴조차 사라져간다.
검게 변해버린 바람 속에서
보이는 건 바람에 휘둘리는 거리,
시선을 둘 곳 없는 번화함에 묻혀
아이는 지친 울음을 삭히고 있다.
바람은 그치지 않고
바람 따라 살아야 한다지만
바람을 견디고 있을 아이가 보고 싶다.
파란 아이의 세상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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