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니
/ 석우 윤명상
새벽 별빛 밟으며
어린 아들 손을 잡고
곱게 짠 모시 한 필 머리에 이고
엄니는 차골재 넘어
판교장날 모시전에 가셨지.
십오 리 재를 넘고도
신작로 따라
십오 리는 더 가야 만나는 오일장.
모든 고생을 흥정하며
모시를 파신 엄니는 만족해하셨어.
그리고는 다시,
태모시 한 보따리 산 뒤에야
졸린 눈을 비비던 어린 아들에게
환한 웃음을 보여 주시던 엄니.
장터국수 한 그릇에
삼십 리 길 돌아갈 기운을 얻고
어린 손을 꼬옥 쥐며 돌아설 때쯤
동녘은 태모시의 푸른빛을 보았지.
* 차골재는 부여군 옥산면 일류리와 서천군 판교면의 경계에 있던 월명산 고갯길.
* 판교장은 서천군 판교면 소재지에서 5일장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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