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과의 대화
/ 석우 윤명상
한여름과 마주 앉았다.
나는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여름의 열변을 들어야 했다.
여름도 자신이 답답하단다.
시간이 지날수록 다혈질이 되고
시도 때도 없이 치미는
통제할 수 없는 분노 때문에
울었다 웃었다
심한 감정 기복에 시달려야 한단다.
예전, 수박 참외 영그는 원두막과
벌거숭이 꼬마들이 멱 감던 개울은
그나마 여름을 기다리는 이유였고
여름방학은 설렘, 그 자체였지 않은가.
그토록 그리움의 대명사였던
한여름의 낭만은 이제
두려운 경계의 대상이 되고
사나워진 여름을 견디기 위해
비상이 걸린 사람들은
한여름의 눈치만 살필 뿐이다.
한여름은
내게 말하고 있는 중에도
이성을 잃은 폭염을 쏟아내며
연신 헐떡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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