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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같은 삶을 위하여
☞ 石右의 시방

고향 애상(哀傷) - 윤명상

by 石右 尹明相 2021. 8. 8.

 

 

고향 애(哀傷)

       / 석우 윤명상

 

고향도 많이 늙었습니다.

세월의 무게에 눌려

척추가 굽고 키도 줄어

커 보이던 고향 동네는

주름투성이가 된 집들 사이로

새싹처럼 돋아난 새집 두어 채 말고는

골목길조차 쪼그라들었습니다.

 

늙은 고향 동네는

기력을 잃고

움직임조차 둔해진 데다

약해진 혈관 탓에

군데군데 빈집들은

흉한 검버섯이 되어 버렸습니다.

 

고무줄놀이하던 여자애들과

구슬치기하던 머슴애들의

왁자지껄했던 정겹던 골목에는

미처 떠나지 못하고

마을과 함께 늙어버린 바람만

쓸쓸히 노닐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세월은 약이라지만

누군가에게는 사무친 그리움으로

아픔이 된다는 것을

고향의 작은 마을은 그저

노쇠한 표정으로 말할 뿐입니다.

 

 

* 문학사랑 2022년 여름호(140호)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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