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을날의 편지
/ 석우 윤명상
어느 가을날,
소녀의 슬픈 편지를 받았습니다.
중학교 졸업반,
겨울방학과 함께 식모로 간다며
식모살이 잘할 수 있게 기도해 달라더군요.
이름처럼 마음씨도 고왔던 소녀.
어려운 집안 형편에
어린 동생들을 위한 거라며
열다섯 살 소녀는
복잡한 소회를 구구절절 늘어놓았습니다.
그러면서 기회가 되면
다시 편지하겠다는 그 가을의 약속은
내가 주소를 옮긴 탓도 있었겠지만
낙엽처럼 지고 말았습니다.
지금쯤 중년이 되고
아이들의 엄마가 되었을 35년 전
애써 미소 짓던 소녀,
그 이름 황진이.
언제나 가을이 되면
그의 슬픈 눈망울은
찬바람처럼 내 마음에 파고들며
35년을 기도하게 했습니다.
내 가슴에 새겨진 그의 슬픈 여운이
이제는 국화꽃 같은 웃음으로
바뀌었으면 싶습니다.
그게 언제쯤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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