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
/ 석우 윤명상
저물녘,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굴뚝 연기는
그 겨울의 사랑이었다.
얼음을 지치다 달려들어
젖은 양말은 부뚜막에 널어놓고
언 손발을
아랫목 이부자리에 집어넣어
지지곤 했었다.
팽이를 치다가
연을 날리다가
썰매를 타다가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면
봉화대의 신호인 양
꽁꽁 언 포로를 끌고 집으로 향했다.
군불을 삼킨 아궁이는
뜨거워진 품을 내주었고
굴뚝은 어김없이 긴 트림을 하며
소년을 반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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