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마시는 커피
/ 석우 윤명상
겨울과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십니다.
겨울은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을 마시고
나는 겨울이 나눠준
차디찬 바람을 넣어 마십니다.
눈앞에서
가뭇없이 산화하는 김처럼
오래전 그대는
그렇게 겨울 속으로 떠났지요.
그 후로, 커피를 마주할 때면
김을 바라보며
겨울이 그러하듯
눈으로 마시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김이 남겨놓은 커피처럼
나는 한 잔의 커피가 되어
그대를 바라보다
그대 없는 커피를 마시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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