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찻길
/ 석우 윤명상
두 선로의 평행선이
신비였던 때가 있었습니다.
저 길 끝에는
어떤 마을과 풍경이 있을까?
어떤 사람들이
무슨 사연을 안고 살아갈까?
지나쳐가는 역에는
어떤 신화와 동화가 쓰여 있을까?
결국, 신화를 찾아
기타 하나 둘러매고
무작정 떠났던 때가 있었습니다.
남쪽으로
남쪽에서 서쪽으로
서쪽에서 북쪽으로,
지금 생각해보니
그 어딘가가 아닌
끝없던 기찻길이 신화였고
급할 것 없이 해찰하던
완행열차가 동화였음을 알았습니다.
나이가 들고
거쳐 간 도시들과
길 끝의 모양을 알고 난 뒤로
마음의 여백은
신화와 함께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 石右의 시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거도 꽃이 된다 - 윤명상 (0) | 2022.03.29 |
---|---|
빗물 - 윤명상 (0) | 2022.03.26 |
싹이 난 조개껍데기 - 윤명상 (0) | 2022.03.22 |
봄비의 언어 - 윤명상 (0) | 2022.03.18 |
양철지붕의 빗방울 - 윤명상 (0) | 2022.0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