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복(末伏)의 여름
/ 석우 윤명상
기세등등하던 여름도
이제 조금씩 옷깃을 여밀 때다.
내면의 숨겨져 있던 성깔이
고스란히 드러났던 여름의 세상은
자신의 이력에 적지 않은 흠을 남겼다.
소나기와 무지개, 해바라기와 능소화
계곡과 바다의 낭만은 사라지고
할퀴고 짓밟고 휩쓸던
아직 끝나지 않은 포학한 성질머리는
이제 정신을 가다듬을 일이다.
원두막에 앉아 수박을 먹던 추억이나
하지감자 한 솥 삶아놓고
더위와 맞짱 뜨던 여름은 아니더라도
이맘때쯤 손톱에 봉숭아 꽃물 들이며
긴팔 옷 꺼내놓고
가을을 기다릴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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