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는 모른다
/ 석우 윤명상
옆에서 참새들이 재잘댄다.
나와의 거리는 삼십 센티미터 이내.
어떤 음향보다 크고 선명하다.
나는 참새들을 바라보지만
참새들은 나를 의식하지 못한다.
그러니 자유롭게 다가오고 조잘댄다.
언젠가 조용히,
최대한 조심하여 창문을 연 적이 있었다.
순간, 그들은 오해를 안고 날아갔다.
잡으려거나 쫓으려는 것도 아닌데,
창문을 열고 한참을 기다렸지만
끝내 오지 않았다.
창문을 다시 닫은 뒤에야
절제할 수 없는 수다는
다시 재생되기 시작했다.
건물 간판에 연결된 전선에 앉아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
그냥 바라보기만 하기로 했다.
참새는 모른다.
조심스레 창문을 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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