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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같은 삶을 위하여
☞ 石右의 시방

참새는 모른다 - 윤명상

by 石右 尹明相 2022. 8. 18.

 

 

참새는 모른다

          / 석우 윤명상

 

옆에서 참새들이 재잘댄다.

나와의 거리는 삼십 센티미터 이내.

어떤 음향보다 크고 선명하다.

 

나는 참새들을 바라보지만

참새들은 나를 의식하지 못한다.

그러니 자유롭게 다가오고 조잘댄다.

 

언젠가 조용히,

최대한 조심하여 창문을 연 적이 있었다.

순간, 그들은 오해를 안고 날아갔다.

 

잡으려거나 쫓으려는 것도 아닌데,

창문을 열고 한참을 기다렸지만

끝내 오지 않았다.

 

창문을 다시 닫은 뒤에야

절제할 수 없는 수다는

다시 재생되기 시작했다.

 

건물 간판에 연결된 전선에 앉아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

그냥 바라보기만 하기로 했다.

 

참새는 모른다.

조심스레 창문을 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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