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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같은 삶을 위하여
☞ 石右의 시방

태풍 힌남노 - 윤명상

by 石右 尹明相 2022. 9. 6.

 

 

태풍 힌남노

         / 석우 윤명상

 

손이 참 빠르다.

순식간에 곳곳을 훑고 지나간다.

한 개도 아니고

셀 수 없이 많은 손이 동시다발로 움직인다.

누군가의 주머니를 노리는 것이 분명하다.

 

아주 오래전,

소매치기를 당한 적이 있었다.

주위가 부산하다 싶었는데

나중에 보니 안주머니 지갑이 비었다.

그 이후로 욕먹는 존경심이 생겼다.

 

지금까지 이런 놈은 없었다며

바다 건너, 섬에서의 무용담이 연일 쏟아졌다.

우리의 주머니도 노린다며 주의를 준다.

도대체 어떤 솜씨기에 그러나 싶은

호기심마저 불러일으킨다.

 

오죽하면 영구결번이란 말이 나왔을까.

불명예의 이름을 안고

건너온다는 소매치기가 찾아온 새벽,

우리 집 창문이 심하게 요동친다.

드디어 우리 집 주머니도 털려는 모양이다.

 

2022.9.5.

 

*힌남노 = 22년 제11호 태풍 HINNAMNOR는 라오스의 국립보호구역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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