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음의 행복
/ 석우 윤명상
시간에 쫓기던 삶이 여유를 찾고
욕망을 따라가던 순간들이
비로소 삶의 진실을 알게 된다.
주변을 향하던 시선은 내면을 향하고
주머니를 채우며 느끼던 만족은
작은 사랑과 배려에도 기쁨이 된다.
비탈진 계곡의 거친 물살에서
호수의 잔잔한 물결이 되는 것이며
한여름의 폭염과 소나기에서
가을날의 높이 떠가는 흰 구름으로
바뀌는 것이 늙음이다.
앞으로만 내달리던 정열이
잠시 멈춰 뒤를 되돌아보게 되고
불길처럼 타오르던 삶이
안으로 뜨거운 숯불이 되는 것이다.
머리가 커지며 쌓던 지식은
가슴이 뜨거운 성품이 되고
힘과 능력을 앞세우던 자만은
한낱 찻잔 속의 태풍임을 알게 된다.
많은 사람과의 가벼운 교제보다
몇몇 동반자를 통해 진실을 나누게 되고
지나온 세상과 인생은
현재를 위한 씨앗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늙고 보니 인생은, 결과 아닌 과정이며
이생이 아닌 내세를 위한
순례의 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늙는 것이 아니라 곯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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