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 좀 내리며 살아야지
/ 석우 윤명상
세상에는
혈압 높일 일들이 얼마나 많던가,
가까이에 세금 먹는 도둑들부터
멀리로는 생억지로
적개심을 쏘아대는 광인들과
멋모르고 욕심껏 사용하다
한계에 다다른 기상이변의 반격,
그리고 눈 가리고 아옹하는 불의까지
바라보면 저절로 혈압이 오르는 세상,
어느새 내 몸의 혈압도 올랐다.
쓸 만큼 썼으니 몸의 기능은 떨어지고,
이것저것 한눈팔며 기웃대던 욕망,
내 입맛에 맞다고 먹어대던 독약들,
혈압이 오를 만했다.
멀쩡하던 몸에서 경보음이 울리고
난생처음 머리를 스캔하며
혈압이 저질러놓은 사고의 현장을 보았다.
혈압이 만들어놓은 작은 반점,
고지혈이 골목길을 막고 있다.
비좁은 골목길을 막고 있는 양아치가
힘이 약한 조무래기라지만
여간 까다로운 놈이 아니다.
마을 전체를 술렁이게 하고
작은 골목길 주변으로 연결된 텃밭까지
양아치 까닭에 늘 걱정이다.
골목길에 아예 눌러앉아
이제 더는 손볼 수 없단다.
할 수 없이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내가 내 몸속의 양아치를 만들었으니 어쩌랴,
살살 달래며
더는 횡포 부리지 않길 바랄 뿐이다.
'☞ 石右의 시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입원실에서 - 윤명상 (0) | 2024.07.21 |
---|---|
어제처럼 - 윤명상 (0) | 2024.07.19 |
멍에 - 윤명상 (0) | 2024.07.15 |
기생초 - 윤명상 (0) | 2024.07.14 |
습의 습격 - 윤명상 (0) | 2024.0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