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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같은 삶을 위하여
☞ 교훈. 신앙시

어머니를 추모함 - 윤명상

by 石右 尹明相 2008. 4. 30.

 

 

어머니를 추모함

 

지난 사월 스무엿샛날
80여 성상, 그 풍진을 뒤로하고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당신이 머물던 자리에
그리운 환영만 남겨놓고
홀연히 본향으로 돌아가셨습니다.

 

4남 3녀, 믿음으로 키우시며
때때로 속은 상할지언정
기어코 자식 때문에 속 썩은 일이
한 번도 없었노라고
남들 앞에서 당당했던 어머니.
자식으로 인한 아픔은 가슴에 묻고
당신의 고통만은
조용히 하나님께 쏟아 놓으며
인고하셨던 무릎의 세월.

 

삶의 세월이 쌓이면서
어머니의 노래는 한 소절 추가되었습니다.
자녀가 전부였던 곡조에
“잠자다가 홀연히 천국 가는” 후렴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당신의 노래처럼
어떤 소란도 없이 꿈을 꾸듯
조용히 거처를 천국으로 옮기셨습니다.

 

어머니에게 마지막 주일이던 4월 20일,
당신은 하나님께 작은 약속을 지켰습니다.
연초에 작정했던 월정헌금의 남은 1년분을
모두 정산하셨더군요.
당신은 3일 후 세상을 떠나실 것을 아신 모양입니다.
벽에 걸린 영정을,
미리 준비한 수의와 함께
가지런히 챙겨 놓은 것은 어찌 된 일인가요.

 

당장 별세하리라
누구도 짐작하지 못할 만큼 건강하셨던 어머니,
이틀을 꼬박 주무시더니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꿈꾸는 듯 평온한 모습으로
그렇게 주님 품에 안기셨습니다.

 

어머니, 당신을 사랑합니다.
지고지순한 그 믿음을 존경합니다.
비록 몸은 우리 곁을 떠나셨지만
남겨 놓고 가신 아름다운 삶과
고운 믿음의 보따리를
자녀들과 함께 풀어가겠습니다.
편히 쉬소서.
주님의 안식을 누리소서.

 


(윤명상목사 / 2008. 4.28 장례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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