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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石右의 시방

개기월식 - 윤명상

by 石右 尹明相 2017. 12. 22.





개기월식

석우 윤명상


점점 빛을 잃어가오.

그 밝던 영광이

시커먼 그림자 속에 묻혀가고

바람에 나부끼던 솔가지가 눈에 선한데

이제, 어둠 속의 짐승이 되어 가오.

 

한 점 부끄러움 없이

풍만하던 내 모습은

검은 구렁텅이로 빠져들지라.

 

나의 빛이 다하기까지

그저 잠잠 하려오.

어둠에 잠기고

질식해 버릴지라도

설령, 헤어날 길 없는 심연일지라도.

 

나의 모습이 사라져버리면

그 자리를 구름이 대신하겠지.

더러는 나의 존재를 잊을지도 모르오.

 

그러나 나를 비추는 태양이 있기에

어둠이 끝일 수 없고

밀려드는 구름이 절망일 수는 없다오.

 

내 모습이 다시 돋고

잃었던 빛을 얻어

광명한 자태를 입는 그 때에,

나를 반기는 임에게 한달음에 안기리다.

, 그대 품에 빛이 되리이다.

 

1986.4.24.(pm 9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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