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기월식
석우 윤명상
점점 빛을 잃어가오.
그 밝던 영광이
시커먼 그림자 속에 묻혀가고
바람에 나부끼던 솔가지가 눈에 선한데
이제, 어둠 속의 짐승이 되어 가오.
한 점 부끄러움 없이
풍만하던 내 모습은
검은 구렁텅이로 빠져들지라.
나의 빛이 다하기까지
그저 잠잠 하려오.
어둠에 잠기고
질식해 버릴지라도
설령, 헤어날 길 없는 심연일지라도.
나의 모습이 사라져버리면
그 자리를 구름이 대신하겠지.
더러는 나의 존재를 잊을지도 모르오.
그러나 나를 비추는 태양이 있기에
어둠이 끝일 수 없고
밀려드는 구름이 절망일 수는 없다오.
내 모습이 다시 돋고
잃었던 빛을 얻어
광명한 자태를 입는 그 때에,
나를 반기는 임에게 한달음에 안기리다.
아, 그대 품에 빛이 되리이다.
1986.4.24.(pm 9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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