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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뜨락

황무지1. 하마 - T.S 엘리엇의 시 두 편

by 石右 尹明相 2022. 8. 8.

 

 

황무지1 / T.S 엘리엇

 

정말 쿠마에서 나는 한 무녀가

항아리 속에 달려 있는 것을 똑똑히 내 눈으로 보았다.

애들이: '무녀야, 넌 무얼 원하니?' 하고 물었을 때 :

무녀는 대답했다 : '난 죽고 싶다.'

 

보다 훌륭한 예술가 에즈라 파운드에게

 

 

Ⅰ. 죽은 자의 매장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우며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망각의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작은 생명을 길러주며,

슈타른버거호 너머로

소나기와 함께 갑자기 여름이 왔지요.

 

우리는 가로수 아래에 머물렀다가

햇빛이 나자 호프가르텐 공원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한 시간이나 이야기했지.

저는 러시아 여인이 아닙니다.

출생은 리투아니아지만 진짜 독일인입니다.

어려서 사촌 대공집에 머물렀을 때

썰매를 태워줬는데 겁이 났어요.

 

그는 말했죠,

마리, 마리 꼭 잡아.

그리곤 쏜살같이 내려갔지요.

산에 오면 자유로운 느낌이 드는 군요.

밤에는 대개 책을 읽고 겨울엔 남쪽으로 갑니다.

이 움켜잡는 뿌리는 무엇이며,

이 자갈더미에서 무슨 가지가 자라나오는가?

 

사람의 아들아, 너는 말하기커녕 짐작도 못하리라

네가 아는 것은 파괴된 우상더미뿐

그곳엔 해가 내려 쪼이고

죽은 나무에는 쉼터도 없고

귀뚜라미도 위안을 주지 않고

메마른 돌엔 물소리도 없다.

단지 이 붉은 바위 아래 그늘이 있을 뿐

(이 붉은 바위 그늘로 들어오너라)

그러면 너에게 아침에 네 뒤를 따르는 그림자나

저녁에 너를 맞으러 일어서는 네 그림자와는 다른

그 무엇을 보여주리라.

한 줌의 먼지 속에서 공포를 보여 주리라.

 

바람은 상쾌하게 고향으로 불어요.

아일랜드의 님아, 어디서 날 기다려주나?

 

"일 년 전 당신이 저에게 처음으로 히아신스를 주었기에

사람들은 저를 히아신스 아가씨라 불렀어요."

-그러나 네가 팔에 꽃을 한아름 안고, 늦게,

머리칼이 젖은 채,

같이 히아신스 정원에서 밤늦게 돌아왔을 때

나는 말도 못하고 눈도 안 보여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니었다.

빛의 핵심인 정적을 들여다보며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바다는 황량하고 쓸쓸합니다.

 

유명한 천리안 소소스트리스 부인은 독감에 걸렸다.

그러나 영특한 카드 한 벌을 가지고

유럽에서 가장 슬기로운 여자로 알려져 있다.

이것 보세요. 그녀가 말했다.

여기 당신 카드가 있어요. 익사한 페니키아 수부군요.

(보세요, 그의 눈은 진주로 변했어요.)

이건 벨라돈나, 암석의 여인

부정한 부인이에요.

이건 지팡이 셋 짚은 사나이, 이건 바퀴,

이건 애꾸눈 상인

 

그리고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이 카드는

그가 짊어지고 가는 무엇인데

내가 보지 못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교살당한 사내의 카드가 보이지 않는군요.

물에 빠져 죽는 걸 조심하세요.

수많은 사람들이 원을 그리며 돌고 있군요.

또 오세요. 에퀴톤 부인을 만나시거든

천궁도를 직접 갖고 가겠다고 전해주세요.

요즘은 조심해야죠.

 

공허한 도시,

겨울 새벽의 갈색 안개 밑으로

런던 다리 위로 많은 사람들이

그처럼 많은 사람을 죽음이 망쳤다고

나는 생각도 못했다.

이따금 짧은 한숨들을 내쉬며

각자 발치만 내려다보면서

언덕을 넘어 킹·윌리엄가로 내려가

성 메어리·울노스 성당이 죽은 소리로

드디어 아홉시를 알리는 곳으로

거기서 나는 친구를 만나 소리쳐서 그를 세웠다.

 

"스테츤 자네 밀라에 해전 때 나와 같은 배에 탔었지!

작년에 뜰에 심었던 시체에 싹이 트기 시작했나?

올해엔 꽃이 필까?

혹시 때 아닌 서리가 묘목을 망쳤나?

, 개를 멀리하게, 비록 놈이 인간의 친구이긴 해도

그렇지 않으면 놈이 발톱으로 시체를 다시 파헤칠 걸세!

그대! 위선적인 독자여!

나와 같은 자, 나의 형제여!"

 

 

하마 / T.S엘리엇

 

등이 멋없이 넙쩍한 하마 녀석

진흙 가운데 배를 깔고 자빠져 있다.

보기엔 아주 건장한 놈 같지만

겨우 살과 핏덩어리에 불과한 것이다.

 

살과 피는 힘없고 약하여,

신경의 충격에 견디기 어렵다.

그러나 진정한 교회는 끄떡 않음은

바다 위에 세워졌기 때문이다.

 

먹이나 줍고 있는 하마의 연약한 발은

잘못 딛는 수가 있지만,

진정한 교회는 가만히 있어도

배당이 굴러 들어오게 마련이다.

 

하마군은 망고나무의

망고 열매에 결코 닿지 않지만,

석류나 복숭아는

바다 건너서 교회의 먹이가 된다.

 

발정기의 하마군의 목소리는

목쉬고 이상한 변성을 내지만

우리가 매주 듣는 교회의 목소리는

하나님과 더불어 있음을 기뻐하는 소리.

 

하마군의 하루는

낮에는 자고 밤엔 먹이를 찾는 일.

하나님의 일은 알고도 모를 일-

교회는 잠자며 동시에 먹는다.

 

나는 하마군이 날아서

습한 대초원에서 하늘에 오르고,

합창하는 천사들이 그를 에워싸고,

드높은 호산나로 하나님의 찬가를 부름을 보았다.

 

어린 양의 피로 씻기고

천사의 팔에 안겨

성자의 대열에 참여한 그는

황금의 거문고를 연주하리라.

 

그는 눈처럼 하얗게 씻겨

모든 순교한 처녀들의 키스를 받으려니

허나 참된 교회는 하계에 머물며

낡고 썩은 안개에 싸여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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