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믿지 마라
/ 석우 윤명상
누가 옆에서 사진을 찍어 달라기에
요리조리 각도를 맞춰가며 찍어주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찍혔겠지만
그는 사진을 보더니
자기 얼굴이 밉게 나왔다며 시큰둥했다.
찍힌 모습이 실제와 같을수록
사진이 잘못 나왔다며 찍은 사람 탓을 한다.
사진을 꾸미고 변형시켜 사실을 왜곡하는
꾸며진 진실에 기뻐하는 사람들,
처진 턱은 갸름하게 깎아버리고
주름 대신 반들반들 뽀얀 피부가 만들어지면
비로소 잘 나왔다며 기뻐한다.
사실의 중요성보다는 눈높이의 기준이 우선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보다는
자기 마음에 들도록 예뻐 보여야 사진이 되는 시대다.
타고나지 못했거나 늙어버린 모습조차도
사진으로 성형하고 다시 태어나는 눈요깃거리.
사진을 믿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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