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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같은 삶을 위하여
☞ 石右의 시방

나팔꽃 - 윤명상

by 石右 尹明相 2012. 10. 21.

 

 

 

나팔꽃

/ 윤명상

 

검붉게 녹 쓴

도시의 아파트 철골울타리는

늘 차갑고 흉하여

바람조차 머물지 않고 지나쳤다.

 

잠깐 비취는 햇볕을 벗 삼아

아무 눈길도 없는 외로움을 달랜다.

 

한데의 고독을 견디며

묵묵히 삶의 둥지를 지키던

철골 울타리에

어느 가을날, 손님이 찾아왔다.

 

연한 꽃잎 줄기 하나가

철골을 타고 올라오더니

어느새, 연보랏빛

곱디고운 꽃을 피웠다.

 

한 송이, 두 송이, 세 송이…

흉하던 시월의 철골울타리는

이제, 화사하고 아름다운 이 되었다.

 

따뜻한 햇볕이 머물고

외면하던 바람조차

콧노래 부르며 쉬어가는

사랑스러운 꽃잎이 되었다.

 

2012/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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