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
/ 윤명상
검붉게 녹 쓴
도시의 아파트 철골울타리는
늘 차갑고 흉하여
바람조차 머물지 않고 지나쳤다.
잠깐 비취는 햇볕을 벗 삼아
아무 눈길도 없는 외로움을 달랜다.
한데의 고독을 견디며
묵묵히 삶의 둥지를 지키던
철골 울타리에
어느 가을날, 손님이 찾아왔다.
연한 꽃잎 줄기 하나가
철골을 타고 올라오더니
어느새, 연보랏빛
곱디고운 꽃을 피웠다.
한 송이, 두 송이, 세 송이…
흉하던 시월의 철골울타리는
이제, 화사하고 아름다운 꽃이 되었다.
따뜻한 햇볕이 머물고
외면하던 바람조차
콧노래 부르며 쉬어가는
사랑스러운 꽃잎이 되었다.
2012/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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