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고목을 위한 연가
/ 석우 윤명상
푸른 호흡을 멈추고
알 수 없는 세월을 간직한 채
바람의 쉼터가 되어버린
한 고목을 나는 보았습니다.
모진 세월을 버텨내며
보고 들은 사연들은
일절 함구하고 살아온 까닭에
끝까지 꿋꿋할 수 있는 저 죽음.
어데, 유혹인들 없었을까.
얼음장 같은 고독과 목마른 절규,
가지가 꺾이며 휘는 아픔까지,
그것은 생명을 지탱하는 결이 되었습니다.
아픔조차 계절에 묻어버리고
견뎌온 세월이지만
이젠 그 어떤 고난도 마주할 수 없는
흙으로의 여정이 있을 뿐입니다.
이제 뼈대만 남기까지의 침묵으로
당당히 지키고 있는 제 자리에서
변치 말고 변함없이 살아라, 살아라
내게 눈짓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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