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은 넘치고
/ 석우 윤명상
말 많은 세상,
길거리에 쌓인 먼지처럼
말이 홍수를 이루고
홍수를 이룬 빗물과 함께 떠내려간다.
귀청을 때리는 비난과 야유,
까닭 없는 조롱과 저주의 말들은
유리창을 때리는 빗방울처럼
의미 없는 자해다.
작은 대야를 채우거나
호수를 채우고 넘치는 물처럼
넘쳐흐르는 말이란 없느니만 못한 것.
그 홍수가 세상을 휩쓸고 있다
때에 맞는 비가 단비인 것처럼
때에 맞는 말은 갈증을 푸는 생수지만
그릇에 담기는 빗물보다
넘쳐 버려지는 말이 많은 세상이다.
넘치는 물에
재산도 생명도 떠내려가듯
넘치는 말의 홍수에
사랑도 평화도 속절없이 떠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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