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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같은 삶을 위하여

☞ 石右의 동시695

겨울 물고기(동시) - 윤명상 겨울 물고기 / 석우 윤명상 겨울이 되면 불쌍하고 안쓰러운 물고기. 새들은 둥지가 있고 부드러운 털옷이 있어 추워도 견딜 수 있지만 둥지도 없는 물고기는 얇은 비늘 옷이 전부잖아요. 난로도 없이 추위를 견디는 물고기가 세상에서 제일 용감한 것 같아요. 2021. 12. 9.
겨울 모기(동시) - 윤명상 겨울 모기 / 석우 윤명상 타임머신을 잘못 탔는지 한겨울에 나타난 모기, 나는 패딩을 입고도 난로를 쬐고 있는데 옷도 입지 않고 와서 맴돈다. 이 추운 날씨에 어떻게 여길 왔을까? 혹시, 지난여름에 물었다고 사과하러 왔을까? 궁금한 것도 많지만 한겨울의 모기를 두고 나는 걱정을 한다. 2021. 12. 6.
겨울밤(동시) - 윤명상 겨울밤 / 석우 윤명상 여름에는 이 시간, 친구들과 놀이터 그늘에서 놀았는데 겨울이 되니 별들이 나와서 놀고 있어요. 여름에는 이 시간, 오순도순 둘러앉아 가족들과 아침을 먹었는데 겨울에는 여전히 별들이 놀고 있네요. 별들은 여름보다 맘껏 놀 수 있는 겨울밤이 더 좋은가 봐요. 2021. 12. 4.
12월의 첫눈(동시) - 윤명상 12월의 첫눈 / 석우 윤명상 살짝 눈이 내렸어요. 한 열 개쯤 내렸을까? 첫 만남이라 반가워서 환호를 질렀는데 열 개를 세기도 전에 멈추고 말았거든요. 오늘은 눈과 짧은 눈인사만 하고 그렇게 헤어졌어요. 2021. 12. 1.
가을이 떠나는 날(동시) - 윤명상 가을이 떠나는 날 / 석우 윤명상 가을이 떠나기 전 보슬보슬 비를 뿌리며 청소를 합니다. 남아있던 나뭇잎을 모두 털어내며 가을 분위기도 씻어냅니다. 수업이 끝나면 학교 주변을 청소했던 것처럼 가을은 떠나기 전 비를 뿌려 대청소를 합니다. 2021. 11. 30.
홍시2(동시) - 윤명상 홍시2 / 석우 윤명상 내 주먹보다 작아도 탱탱하니 복스러워요. 비바람의 마사지로 피부는 부드럽고 해님 달님의 쓰담쓰담에 반들반들 윤이 나요. 먹으며 행복하라고 꿀처럼 달달하니 속마음까지 착하고 예쁜 홍시랍니다. 2021. 11. 27.
상수리의 약속(동시) - 윤명상 상수리의 약속 / 석우 윤명상 엄마 품을 떠나 흩어졌던 상수리 꼬마들이 언니, 오빠, 누나, 동생 서로를 부르며 약속을 해요. 추운 겨울 엄마나무가 떨어트린 낙엽 이불 덮고 견디다가 봄이 되면 새싹이 되어 만나자고, 꼬마 상수리들은 예쁜 새싹이 되어 만날 봄날을 꿈꾸며 새근새근 겨울잠을 자지요. 2021. 11. 24.
눈 소식(동시) - 윤명상 눈 소식 / 석우 윤명상 오늘 밤 눈이 내린다는 예보에 한 번 두 번 몇 번이고 하늘만 바라봅니다. 우리 동네에 내리는 첫눈을 보려고 별님들도 초롱초롱 나처럼 지켜보고 있거든요. 모두가 잠든 사이 눈을 뿌리고 가려는지 구름은 숨어서 나타나질 않고 있어요. 2021. 11. 22.
가을 나뭇잎(동시) - 윤명상 가을 나뭇잎 / 석우 윤명상 엄마나무 품에 하늘을 가릴 만큼 많던 나뭇잎 형제들이 이제는 하나둘 떠나고 있어요. 모두 떠나고 나면 엄마나무는 홀로 외로울 테지만 그래도 떠나야 한대요. 먼저 떠난 열매 형제들이 겨울에 춥지 않도록 덮어주고 봄에 싹이 날 때는 거름이 되어 주기 위해서지요. 그런 나뭇잎 형제들의 고운 마음씨 때문에 단풍도 곱게 들었던 거래요. 2021. 11. 17.
가을의 친구(동시) - 윤명상 가을의 친구 / 석우 윤명상 가을이네 집에 추위라는 친구가 놀러 왔어요. 며칠째 머물며 곧 이사 갈 가을이네 집의 짐 정리를 도와주지요. 세찬 바람으로 낙엽도 떨궈주고 흰 눈을 뿌려 청소도 해요. 그렇게 가을이네 집이 이사를 가고 나면 겨울이네가 새로 이사를 온대요. 2021. 11. 11.
힘겨루기(동시) - 윤명상 힘겨루기 / 석우 윤명상 날씨는 이제 겨울이라며 우기는데 달력은 아직, 가을이라며 태연해요. 다른 동네에서는 첫눈이 내렸다며 신이 났는데 우리 동네는 가을비만 쪼르륵 내렸어요. 바람을 보면 겨울인데 단풍을 보면 가을인 우리 동네, 가을과 겨울이 힘겨루기를 해요. 2021. 11. 11.
빗방울 따돌리기(동시) - 윤명상 빗방울 따돌리기 / 석우 윤명상 비가 내리는 날, 오늘따라 밉상인 비와 함께 여행을 떠납니다. 가다 보니 자동차를 따라오지 못한 비는 사라지고 햇살이 반짝반짝 반겨줍니다. 하지만 잠시 후 언제 따라왔는지 햇빛을 감춰놓은 빗방울이 같이 가자며 다시 쫓아옵니다. 그렇게 빗방울과 햇살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번갈아 가며 가는 내내 나를 따라옵니다. 2021. 11. 9.
은행나무와 할머니(동시) - 윤명상 은행나무와 할머니 / 석우 윤명상 우리 할머니 머리카락은 점점 흰색으로 물드는데 은행나무 머리카락은 노랗게 물들었어요. 할머니가 빗질을 하면 흰 머리카락이 수북, 은행나무에 바람이 빗질을 하면 노랑 머리카락이 수북. 2021. 11. 5.
단풍잎 배(동시) - 윤명상 단풍잎 배 / 석우 윤명상 호수에 단풍잎 배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유람을 떠나요. 노가 없는 단풍잎 배를 바람이 다가와 살짝 밀어주면 두둥실 신이 나서 떠가죠. 목적지는 없지만 작은 단풍잎 배들도 자신만의 꿈이 있을 거예요. 강을 지나 태평양으로 갈지, 아니면 대서양으로 갈지 고민하는지도 모르거든요. 2021. 11. 4.
배고픈 우체통(동시) - 윤명상 배고픈 우체통 / 석우 윤명상 아파트 입구에 항상 배고픈 우체통 하나 있습니다. 비바람이 불어도 밥을 달라며 작은 입을 벌리고 있어요. 요즘은 아무도 먹을 것을 주지 않아 더 허기진 것 같아요. 오늘도 혹시나 싶은지 우체통은 여전히 빨간 입을 벌리고 있답니다. *동구문학 23호(2022)에 수록 2021. 11. 3.
야채 코너에서(동시) - 윤명상 야채 코너에서 / 석우 윤명상 몸단장을 한 당근이며 뽀얀 피부 드러낸 대파와 건강미 넘치는 상추와 브로콜리, 감자와 무, 호박 가지 더덕… 너도나도 자기가 제일 싱싱하다며 뽐내고 있어요. 누군가 와서 자신을 선택해주기를 바라며 더 예쁘게 보이려고 더 먹음직해 보이려고 저마다 손을 들어 ‘저요, 저요’ 외치고 있어요. *동구문학 23호(2022)에 수록 2021. 11. 2.
가을의 불(동시) - 윤명상 가을의 불 / 석우 윤명상 가을이 활활 불타고 있어요. 그런데 이상하지요. 연기도 없이 타고 남은 재도 없이 더 붉게 타올라요. 누가 그러는데 가을의 불은 물로 끄는 것이 아니라 낙엽이 불을 끄고 떨어지는 거래요. 2021. 10. 31.
달빛 체조(동시) - 윤명상 달빛 체조 / 석우 윤명상 공원 복판 높은 기둥에 매달린 두 개의 달빛 아래에서 아줌마들이 체조를 해요. 경쾌한 몸짓에 따라 음악은 신이 나서 쿵짝쿵짝 나무들도 덩실덩실 공원의 심장이 뜨거워졌어요. 흥이 난 별들도 우르르 몰려나와 여기서 반짝 저기서 반짝 달빛 체조를 해요. 2021. 10. 29.
국화전시장에서(동시) - 윤명상 국화전시장에서 / 석우 윤명상 전시관 마당에는 노랑 빨강 보라, 가지각색 치장을 한 국화꽃 선배들이 길옆에서 안내를 하고 있어요. 온실에서는 이제 태어나려는 꽃망울이 탱글탱글 매달려 있고 주변 꽃밭 교실에서는 언니 오빠 꽃들이 예쁘게 앉아 공부를 하지요. 비탈진 언덕에는 쉬는 시간 운동장에 뛰쳐나온 아이 꽃들이 서로 뒤엉켜 기마전놀이를 해요. 국화꽃 마을에는 국화꽃 친구들이 국화 향 풍기며 지금 신나게 놀고 있거든요. *동구문학 23호(2022)에 수록 2021. 10. 28.
가장 예쁜 꽃(동시) - 윤명상 가장 예쁜 꽃 / 석우 윤명상 골목길 가로수 밑에 버려진 깨진 화분에서 고개 내민 가냘픈 꽃나무 하나, 노란 국화꽃이 피었어요. 아무도 돌보지 않았지만 목마름을 참고 버티더니 이제는 활짝 웃고 있어요. 볼수록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는 너는 최고야. 기죽지 마, 넌 세상에서 가장 예쁘니까. 2021. 10. 25.
물억새 할아버지(동시) - 윤명상 물억새 할아버지 / 석우 윤명상 흰머리 빗어 올린 물억새 할아버지, 호수에 발 담그고 무엇을 하시나요? 뒷짐 지고 꼿꼿이 서서 낚시라도 하시나요? 바람 따라 움직이는 걸 보면 물고기 대신 바람을 낚으셨나 봐요. * 동구문학 제 22호에 수록 2021. 10.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