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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같은 삶을 위하여

☞ 石右의 동시695

배롱나무(동시) - 윤명상 배롱나무 / 석우 윤명상 바람이 살짝만 스쳐도 간지럼을 타는 배롱나무. 바람이 세차게 불면 너무 간지럽다며 온몸을 흔들어 대요. 바람과 배롱나무는 종일 그렇게 간지럼을 태우며 놀아요. 2021. 6. 15.
예쁜 거짓말(동시) - 윤명상 예쁜 거짓말 / 석우 윤명상 우리 엄마는 내가 싫어하는 반찬을 주며 세상에서 최고 예쁜 딸, 이거 먹어 봐. 그러면 나는 날름 받아먹는다. 세상에서 최고 예쁜 우리 딸, 방 청소 해야지? 그러면 나는 두말없이 방을 정리하며 치운다. 내가 정말, 세상에서 최고 예쁜 딸일까? 엄마 말이 믿기지는 않지만 엄마 눈에는 그리 보이는지도 몰라. 세상에서 최고 예쁜 딸! 엄마가 또 부르신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기분이 좋아서 뛰어간다. 2021. 5. 30.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풍경(동시) - 윤명상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풍경 / 석우 윤명상 누워서 크는 나무처럼 크고 작은 길이 가지가 되어 사방으로 뻗어 있어요. 큰 가지에는 큰 마을이 작은 가지에는 작은 마을이 나뭇잎처럼 매달려 있고 나뭇잎 속에는 예쁜 집들이 꽃으로 옹기종기 피어있고요. 사람들은 나비와 꿀벌이 되어 이 꽃 저 꽃 꿀을 찾아다니는 세상은 누워서 크는 나무이지요. * 한밭아동문학 제22호에 수록 2021. 5. 3.
봄바람(동시) - 윤명상 봄바람 / 석우 윤명상 봄바람은 봄꽃 따라 부는가 보다. 벚꽃이 있는 곳에서는 벚꽃 바람으로 불고 개나리 노란 울타리에서는 개나리꽃 바람이 분다. 라일락꽃 앞에서는 라일락꽃 바람으로 불다가 보랏빛 향기를 모아 어디론가 사라진다. 조만간 아카시아꽃이 피면 아카시아 꽃바람이 불어 아카시아 꽃향기를 동네방네 뿌려놓겠지? 2021. 4. 3.
새봄의 대관식(동시) - 윤명상 새봄의 대관식 / 석우 윤명상 매섭던 겨울이 떠나고 새 주인이 된 봄이 대관식을 준비합니다. 산과 들에는 꽃 휘장을 두르고 푸른 양탄자를 펼칩니다. 연둣빛 초병들은 의기양양 땅속에서 고개를 내밀고 나뭇가지에는 꼬마 의장대가 매달려 봄의 노래를 연주합니다. 2021. 3. 20.
훼방꾼(동시) - 윤명상 훼방꾼 / 석우 윤명상 새봄이 곱게 단장을 합니다. 연지곤지를 찍으며 꽃단장을 하는데 불청객이 찾아와 훼방을 놓아요. 미세먼지와 황사가 어울려 다니며 시야를 가로막고 봄을 괴롭히거든요. 봄바람이 훼방꾼을 멀리 쫓아버리면 좋으련만 봄바람조차 훼방꾼 등쌀에 헐떡거려요. 2021. 3. 18.
새봄(동시) - 윤명상 새봄 / 석우 윤명상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어요. 매화꽃 한 아름 안고 왔어요. 여기저기 소문도 돌아요. 어느 동네는 산수유꽃을 들고 왔데, 벚꽃을 들고 왔데, 개나리꽃을 들고 왔데. 소문 따라 꽃향기도 퍼져요. 쓸쓸했던 마을은 어느새 꽃잔치로 환해졌어요. *동시집 '해를 훔친 도둑비'에 수록 2021. 3. 16.
2월의 풍경(동시) - 윤명상 2월의 풍경 / 석우 윤명상 2월엔 봄 같은 겨울과 겨울 같은 봄이 엎치락뒤치락 기 싸움을 합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하듯 겨울이 눈치채지 못하게 봄은 그렇게 살금살금 다가와요. 봄이 성큼 다가오면 겨울은 그때서야 술래를 피해 꼭꼭 숨어버려요. 2021. 2. 26.
겨울잠(동시) - 윤명상 겨울잠 / 석우 윤명상 삭풍과 눈보라를 견디며 겨울잠을 자던 까칠한 나뭇가지를 봄비 같은 겨울비가 토닥여줘요. 눈 비비며 깨어난 나뭇가지의 피부에 빗물이 스며 로션을 바른 듯 촉촉하게 윤기가 돌아요. 머잖아 따뜻한 봄볕에 벌 나비 찾아오면 앙상했던 나뭇가지는 곱게 꽃단장을 하고 봄 인사를 하겠지요. 2021. 2. 22.
2월의 줄다리기(동시) - 윤명상 2월의 줄다리기 / 석우 윤명상 2월은 겨울과 봄이 줄다리기하는 달. 겨울이 힘을 주면 얼음이 얼고 추워지다가 기회를 엿보던 봄이 기운을 내면 겨울은 화들짝 물러서지요. 겨울과 봄이 어기여차 밀고 당기며 줄다리기하는 동안 나는 패딩을 입었다 벗었다 오락가락하지요. 2021. 2. 9.
눈 내리는 날의 추억(동시) - 윤명상 눈 내리는 날의 추억 / 석우 윤명상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날, 아빠도 어린아이가 됩니다. 썰매 타던 이야기 연 날리던 이야기 눈사람 만들던 이야기가 함박눈처럼 쏟아집니다. 머리 위에도 내 마음속에도 함박눈이 소복소복 쌓여갑니다. 2021. 1. 26.
겨울눈(동시) - 윤명상 겨울눈 / 석우 윤명상 차갑고 까칠한 성격이지만 세상을 순백의 천사로 변신시키는 요술쟁이. 앙상한 나뭇가지도 메마른 들판도 한순간에 우아하고 눈부신 세상으로 만들어놓지요. 상처 난 마음은 포근하게 덮어주고 더러워진 마음은 백설처럼 변하는 요술도 부렸으면 좋겠어요. 2021. 1. 22.
추워야 사는 사람(동시) - 윤명상 추워야 사는 사람 / 석우 윤명상 나는 세 겹 네 겹 옷을 겹쳐 입고도 발을 동동 구르는데 한겨울 한파에도 맨몸으로 버티는 눈사람. 집에 데려와 탁자 위에 두고 싶지만 샤워도 시켜주고 싶지만 추운 게 좋아 밖에 있는 것이 좋아 싱글벙글 웃는 눈사람. 2021. 1. 11.
눈사람(동시) - 윤명상 눈사람 / 석우 윤명상 함박눈이 다복다복 내리던 날, 주먹 눈이 뒹굴뒹굴 구르더니 오동통 사람이 되었다. 복스러운 얼굴에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말없이 웃어주는 친구, 친구 혼자만 추운 길가에 두고 집에 오는 것이 미안해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오늘 밤 좋은 꿈 꾸렴. 2021. 1. 8.
새해 첫날(동시) - 윤명상 새해 첫날 / 석우 윤명상 하늘은 밤새 하얀 눈꽃을 뿌리며 새해를 축하한다. 나무 위에도 지붕 위에도 자동차와 도로 위에도 하얀 눈꽃 세상이 되었다. 모두가 축하하며 맞이한 새해 첫날, 눈꽃처럼 하얀 마음이 되라고 때 묻지 않은 깨끗한 마음으로 살라고 하얀 눈꽃을 뿌려놓았다. 2021. 1. 3.
바람(동시) - 윤명상 바람 / 석우 윤명상 바람은 인기가 참 많아요. 어디를 가든지 펜들이 아우성치지요. 하늘에서는 구름이 졸졸 따라다니고 호수에서는 잔잔하던 물결도 출렁출렁 춤을 추고요, 숲을 지날 땐 바람을 따라가겠다는 이파리들 투정 때문에 나무가 휘청거려요. 2020. 12. 23.
첫눈 바라기(동시) - 윤명상 첫눈 바라기 / 석우 윤명상 가을이 떠날 때쯤 겨울보다 먼저 온 첫눈이 매년 배웅을 했는데 작년부터는 인사도 없이 불쑥 겨울이 밀고 들어온다. 반가운 손님이 택배로 먼저 선물을 보낸 것 같은 기쁨이 첫눈의 의미인데, 내년에는 가을 끝자락에 첫눈 선물을 받았으면 좋겠다. 2020. 12. 6.
첫얼음(동시) - 윤명상 첫얼음 / 석우 윤명상 곱게 치장한 단풍이 마지막 재롱을 부리던 늦가을, 첫얼음이 얼었다. 잎사귀들이 잔뜩 움츠린걸 보니 밤새 추위에 떨었나 보다. 더러는 제 몸을 떨궈 서리를 맞아가며 작은 풀들을 감싸 추위를 막아주고 있다. 2020. 11. 24.
누가누가 잘하나(동시) - 윤명상 누가누가 잘하나 / 석우 윤명상 바람이 신호를 보내자 우르르 점프를 하는 노오란 은행잎. 빙글빙글 누가 더 아름답게 회전하는지. 누가 더 멀리 날아가는지. 저마다 실력을 뽐내며 점프를 합니다. 2020. 11. 21.
나뭇잎(동시) - 윤명상 나뭇잎 / 석우 윤명상 늦가을 찬바람이 단풍잎 가까이 살랑살랑 다가와요, 소곤소곤 무슨 말을 했는지 나뭇잎이 갑자기 훨훨 춤을 추며 내려오네요. 무슨 일이지? 무슨 말을 했기에 나뭇잎이 신이 나서 저리 춤을 추며 내려올까? 2020. 11. 21.
가을비 내리는 이유(동시) - 윤명상 가을비 내리는 이유 / 석우 윤명상 엄마 품을 떠나는 단풍이 서운해서일까? 얼마 남지 않은 가을이 아쉬워서일까? 그것도 아니면 바스락바스락 울고 있는 낙엽을 달래려는 걸까? 어쩌면 긴 겨울잠에 들기 전 땅에 떨어진 열매들에게 목을 축이라고 내리는 것인지도 몰라. 설명도 없이 내리는 가을비지만 분명 이유는 있을 거야. 2020. 1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