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石右의 동시714 구름과 햇살(동시) - 윤명상 구름과 햇살 / 석우 윤명상 층층이 겹친 구름 사이 그 비좁은 공간으로 햇살이 발 하나를 내밀고 있어요. 틈이 비좁아 몸 전체를 내밀 수 없어 우선 발부터 내미는가 봐요. 그렇게 끙끙대며 비집고 나오려던 햇살은 결국, 구름의 힘에 밀려 사라졌어요. 2022. 7. 11. 에어컨(동시) - 윤명상 에어컨 / 석우 윤명상 여름만 되면 세상에서 제일 힘이 센 듯 잘난척하는 폭염이 에어컨 앞에서는 꼬리를 내려요. 폭염만 따라다니며 덩달아 까부는 뜨거운 바람과 열대야도 에어컨 으름장 한 번에 꼼짝 못 하고 숨어버리죠. 하지만 에어컨이 한눈팔면 잽싸게 다시 나와 눈치 없이 심술을 부리는 폭염이 오늘도 아침부터 불쑥 고개를 내밀어요. 2022. 7. 7. 나뭇잎 배(동시) - 윤명상 나뭇잎 배 / 석우 윤명상 빗방울에 떨어진 나뭇잎이 여행을 가고 싶은지 발을 동동 구르며 내 손을 잡고 애원을 해요. 나는 빗물이 만든 작은 도랑으로 데려가 나뭇잎을 띄워주었어요. 둥실둥실 두둥실~ 나뭇잎은 신이 나서 물길을 따라 멀리 여행을 떠나요. 2022. 7. 4. 여름 구름(동시) - 윤명상 여름 구름 / 석우 윤명상 폭염주의보에 산새들이 더워서 헐떡이면 뭉게구름이 찾아와 잠시 태양을 가려주고, 텃밭에서 채소들이 목이 말라 헐떡이면 먹구름이 찾아와 소나기를 내려주고 갑니다. 우리에게 119 소방차가 있는 것처럼 하늘에는 119 구름이 있는가 봐요. 2022. 7. 1. 맹꽁이의 합창(동시) - 윤명상 맹꽁이의 합창 / 석우 윤명상 장맛비 내린 뒤로 어두워질 무렵이면 목을 축인 호숫가 풀숲에서 우렁찬 합창 소리가 들려요. 차례가 된 맹꽁이가 한쪽에서 맹꽁 선창하면 다른 쪽에서 맹꽁 화답하며 밤새 노래를 부르지요. 달님도 별님도 없는 밤, 서로를 볼 수는 없지만 맹꽁맹꽁 화음을 맞춰 합창하지요. 2022. 6. 28. 바람 부는 날(동시) - 윤명상 바람 부는 날 / 석우 윤명상 항상 바쁜 우리 오빠처럼 오늘도 바람은 분주합니다. 이야기를 나누거나 손을 흔들어 주며 한곳에 머물지 않고 바람은 바쁘게 움직입니다. 산에 가서는 호수 이야기를 호수에 가서는 산새 이야기를 들에서는 들꽃을 만나 세상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바람이 떠난 뒤에는 들꽃들이 바람 이야기로 분주합니다. 2022. 6. 24. 길 잃은 배(동시) - 윤명상 길 잃은 배 / 석우 윤명상 호수가 집이고 놀이터였던 작은 배 하나. 가뭄에 길을 잃고 땅 위에 걸터앉아 졸고 있어요. 내게는 길이 생겨 갈 수 있는 곳을 외로운 작은 배는 저만치 멀어진 길을 말없이 바라만 보고 있어요. 2022. 6. 21. 완두콩(동시) - 윤명상 완두콩 / 석우 윤명상 초록의 요람 속에 초록빛 피부를 가진 일곱 형제가 살고 있어요. 둥글둥글 모양도 크기도 똑같은 쌍둥이 형제들 입니다. 초록 이불을 젖혔더니 떼구루루 앞다퉈 뛰쳐나왔어요. 누가 형이고 동생인지 모를 개구쟁이 칠 형제가 한데 뒤엉켜 사이좋게 놀아요. 2022. 6. 16. 구름 낀 날(동시) - 윤명상 구름 낀 날 / 석우 윤명상 푸르던 하늘도 목이 타는지 꾸물꾸물 구름을 불러 모아요. 목마른 시내와 호수는 입을 크게 벌리고 하늘만 애타게 바라보거든요. 그렇게 종일 기다려도 물 한 모금 주지 않고 더위만 부채질하네요. 하늘도 물이 없는지 줄듯 말 듯 구름만 만지작거려요. 2022. 6. 12. 앵두 2(동시) - 윤명상 앵두 2 / 석우 윤명상 앵두나무에 불이 켜졌다. 작고 둥근 빨간불이 다닥다닥 켜졌다. 스위치가 없어 환하게 켜진 채로 낮에는 햇빛보다 밤에는 달빛보다 더 빛난다. 빨간불 몇 개를 따서 입에 넣었더니 입안에서 달콤한 빛이 되었다. 2022. 6. 11. 여름의 편지(동시) - 윤명상 여름의 편지 / 석우 윤명상 새로운 계절을 알리며 여름이 편지를 씁니다. 도로에도 길을 걷는 우산에도 풀잎과 나뭇잎에도 빗방울로 타자를 치며 편지를 씁니다. 새벽부터 종일 무슨 할 말이 많은지 쉬지 않고 여름은 주저리주저리 편지를 씁니다. 2022. 6. 5. 비야 비야 오너라(동시) - 윤명상 비야 비야 오너라 / 석우 윤명상 먹구름이 우르르 몰려와 푸른 하늘도 뭉게뭉게 꽃구름도 불을 토하던 태양도 모두 감춰놓더니 시치미 뚝 떼고 그냥 지나갔어요. 이제나저제나 비를 기다리다 지쳐 축 늘어진 아기 식물들, 목이 마른 흙도 채소도 비야 비야 오너라 엎드려 기도하지요. 2022. 5. 31. 살찌는 계절(동시) - 윤명상 살찌는 계절 / 석우 윤명상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가을처럼 봄은 풀과 나물들이 잘 먹고 쑥쑥 자라는 계절. 홀쭉했던 나무들은 어느새 통통하게 살이 찌고 손톱만 했던 풀은 벌써 제 키보다 커졌어요. 세상은 온통 무성해지려고 애쓰는데 언니는 없는 살을 빼겠다며 밥도 거르고 운동만 하지요. 2022. 5. 27. 작약 꽃(동시) - 윤명상 작약 꽃 / 석우 윤명상 가정의 달,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살랑살랑 춤을 추며 작약이 축하공연을 합니다. 눈부신 색상 우아한 자태로 치마저고리 단장을 하고 함박웃음을 터트립니다. 꿀벌도 찾아와 예쁘다며 사랑한다며 소곤소곤 귓속말을 합니다. 2022. 5. 22. 찔레꽃(동시) - 윤명상 찔레꽃 / 석우 윤명상 주변의 좋은 자리 다 양보하고 거칠고 구석진 곳에서 봄을 지키는 찔레나무. 크지도 않고 너무 작지도 않은 수수하고 아담한 순백의 꽃을 피웠어요. 화려하거나 풍성하지는 않아도 은은한 꽃향기로 늦봄을 환하게 장식하는 멋쟁이. 베어지고 캐내어 버려지는 아픔에도 봄이 무르익으면 작은 얼굴 내밀며 인사하지요. 2022. 5. 17. 아카시아꽃(동시) - 윤명상 아카시아꽃 / 석우 윤명상 가로등 불빛 아래 이팝나무 꽃길 따라 공원으로 산책 가는 길, 온몸에 느껴오는 향긋한 내음이 가는 길을 가로막아요. 깜짝 놀라 두리번두리번 둘러보지만 가로등에 익어가는 이팝나무 꽃잎뿐. 저만큼 가다 보니 이팝나무 사이에 숨어있던 만개한 아카시아꽃이 어둠 속에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합니다. 2022. 5. 11. 딸기밭에서(동시) - 윤명상 딸기밭에서 / 석우 윤명상 주근깨가 아름답고 매력적인 말괄량이 삐삐를 만났어요. 온통 주근깨지만 최고의 매력 포인트거든요. 바라보며 만져보며 먹어보며 내 얼굴에도 주근깨가 생기면 얼마나 예쁠지 상상을 해봐요. 2022. 5. 5. 계절의 여왕(동시) - 윤명상 계절의 여왕 / 석우 윤명상 예전에는 5월의 꽃이었는데 이젠 4월의 봄을 장식해요, 철쭉과 이팝나무, 그리고 튤립과 장미까지, 이제 5월은 4월에게 왕관을 넘기고 여왕의 자태를 바라보거든요. 바뀐 계절의 여왕을 찾아 채송화는 저 멀리 8월에서 4월로 이사를 왔나 봐요. 2022. 5. 1. 꽃물결(동시) - 윤명상 꽃물결 / 석우 윤명상 봄의 바다에 꽃물결이 일렁입니다. 빨간 꽃물결 노란 꽃물결 하얀 꽃물결 초록 물결까지 쏴아~쏴아~ 파도가 출렁입니다. 봄의 바다 꽃물결은 아무리 거칠어도 전혀 위험하지 않아요. 봄의 물결에 꽃잎 물거품이 밀려들고 바람에 실려 온 꽃향기는 봄의 바다에 깊이 스며듭니다. 2022. 4. 27. 봄 걸음(동시) - 윤명상 봄 걸음 / 석우 윤명상 봄이 걸어가는 길, 정겨운 발소리가 들려요. 우산을 쓰고 가는 길 따라 가로수 사이에서 자동차 옆에서 처마 밑에서 4월의 봄은 5월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요. 봄의 걸음에 바람이 리듬을 맞추면 강했다가 약했다가 빨랐다가 느렸다가 봄 걸음의 스텝은 음악이 되지요. 2022. 4. 26. 제비꽃(동시) - 윤명상 제비꽃 / 석우 윤명상 너도 한때 힘든 시절이 있었지. 이름도 꽃잎도 예쁜데 누가 너를 오랑캐꽃이래? 슬퍼하지 마. 싫은 소리 하는 것은 진짜 미워서가 아니라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래. 해님을 보고 호호호 바람을 보고 깔깔깔 해맑게 웃는 너를 누가 미워할 수 있겠어? 2022. 4. 22. 이전 1 ··· 10 11 12 13 14 15 16 ··· 3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