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詩 같은 삶을 위하여

☞ 石右의 동시695

빗방울의 기도(동시) - 윤명상 빗방울의 기도          / 석우 윤명상 병실 창문에빗방울들이 매달려소리 없는 기도를 합니다. 창밖을 내다보며바깥세상을 그리워하는작은 신음을 들었나 봅니다. 어떤 빗방울은창문 밖에서 응원을 보내고어떤 빗방울은 창문에 편지를 씁니다. 창문에는 어느새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기도하는 빗방울로 가득합니다. 2024. 7. 29.
주삿바늘(동시) - 윤명상 주삿바늘       / 석우 윤명상 간호사 언니는안 아픈 예쁜 말로"아파요"라며 주사를 놓는데조금 아프고, 선생님은 아픈 말로"손 내밀어" 하고 회초리를 들지만아프지 않지요. 가만 보면선생님보다 간호사 언니가거짓말을 하는 것 같아요. '아프다'라는 말이너무 예뻐서안 아플 것 같았거든요. 2024. 7. 24.
빗소리의 대화법(동시) - 윤명상 빗소리의 대화법         / 석우 윤명상 나직이 말할 때는빗방울도 부드럽게 속삭여요. 글을 읽거나 낭송할 때는낭랑하게 소리를 높이지요. 하지만 오늘은 화가 났는지사납게 소리를 지르며 쏟아져요. 사나운 건 싫어요.부드러운 가랑비처럼더위를 식히는 여우비처럼아기자기한 빗방울이 좋아요. 2024. 7. 19.
여름비의 변덕 - 윤명상 여름비의 변덕        / 석우 윤명상예년에는비가 내리고나면덥다가도 조금은 선선해졌다.그 기분 때문에무더운 날씨에는비가 내렸으면 하고 바랐다.하지만 요즘은비가 내리면더 한증막이 되고 만다.여름이 삐졌나?비가 심술 났나?예전의 여름비는 어디로 갔지? 2024. 7. 14.
번개와 천둥(동시) - 윤명상 번개와 천둥        / 석우 윤명상 번개와 천둥이는언제나 붙어 다니는 단짝,번개만 졸졸 따라다니는 천둥이지만목소리는 제일 크지요. 구름 속에 숨어 있다가비 오는 날 함께 다니는 단짝,번개가 한 곳을 가리키면천둥이는 그곳에 냅다 소리를 질러요. 세상이 깜짝 놀라면번개는 천둥이를 데리고이웃 동네로 달아나서똑같은 소리를 질러대는 심술쟁이. 2024. 7. 8.
빗방울의 노래(동시) - 윤명상 빗방울의 노래        / 석우 윤명상 빗방울이 떨어져요.떨어지며요란하게 소리를 내지요. 그 말이그 말처럼 들리지만분명히 서로 다른 말일 거예요. 외국 말을 들으면같은 말처럼 들리지만다른 말인 것처럼, 빗방울의 소리에귀를 기울여 보세요.조금씩 노랫말이 들르거든요. 2024. 7. 3.
백일홍(동시) - 윤명상 백일홍     / 석우 윤명상 사랑을 위하여백일의 기회를 얻었어요.죽는 날까지사랑을 베풀어야 하는 꽃. 하루가 아까운 시간,매일 매일을가장 예쁜 모습으로사랑을 나누어 줍니다. 바라보는 누구에게라도빵긋 웃어주며뜨거운 해님에게도환한 미소로 응원을 보냅니다. 2024. 6. 27.
수액주사(동시) - 윤명상 수액주사       / 석우 윤명상 우리 집 텃밭에는옥수수가 나무처럼 자랍니다. 요즘 무더위에 시달리며시들시들 기운을 잃어가더니어제는 종일 수액주사를 맞고언제 그랬냐는 듯오늘은 싱싱한 잎을 자랑합니다. 할머니께서가끔 기운이 없다가도주사 맞고 오시면 팔팔하신 것처럼옥수수나무도 종일 수액주사 맞고는기운이 펄펄 나는가 봅니다. 2024. 6. 24.
단호박(동시) - 윤명상 단호박     / 석우 윤명상 내 얼굴 닮은 단호박단호박 같은 내 얼굴 예쁘다는 말 들으면부끄러워 숨는 나처럼 단호박도 부끄러워큰 잎 뒤에 숨었지요.. 2024. 6. 18.
바람의 성격(동시) - 윤명상 바람의 성격        / 석우 윤명상얌전하거나 사납거나사람처럼바람의 성격은 모두 달라요.개구쟁이 바람은살랑살랑 나뭇잎을 흔들며장난을 치고요.까칠한 바람은골목길 먼지를 뿌려대며심술을 부리지요.친구 같은 바람도 있지만피하고 싶은 바람도 있어요.오늘 출입문을 꽝 걷어차고달아난 돌풍처럼, 2024. 6. 13.
이상한 기린이 살아요(동시) - 윤명상 이상한 기린이 살아요         / 석우 윤명상 가느다란 몸통에 긴 다리 하나,하늘까지 닿을 듯가늘고 긴 목과 코를 늘어뜨린코끼리 코 닮은 기린이도시 한복판에서 풀을 뜯어요. 종일 먹는 것 같은데맨날 마른 몸에 그 자리,더운 날씨에도 일하는 덕분에새로운 건물은나무처럼 쑥쑥 커져요. 골리앗 같은 키에열심히 일하는 기린을 보며나는 다윗의 물맷돌이 아닌어린 사무엘처럼 기도를 해요.기린이 넘어지지 않기를, 2024. 6. 9.
꽃밭 무도회(동시) - 윤명상 꽃밭 무도회       / 석우 윤명상 나비들이 하늘하늘왈츠의 리듬으로꽃잎 사이를 맴돌며 춤을 춥니다. 눈 부신 햇살 조명을 받으며산들산들 꽃바람 타고무도회가 한창이지요. 무르익은 분위기에무용수가 된 이파리와 꽃잎도살랑살랑 춤을 춥니다. 푸른 하늘 휘장에뭉게구름 수놓은 꽃밭은예쁜 웃음꽃으로 만발합니다. *한밭아동문학 제25호(2024) 수록 2024. 6. 3.
병아리(동시) - 윤명상 병아리     / 석우 윤명상 작고 예쁜까만 눈을 가진 솜뭉치들, 가냘픈 두 다리로아장아장 걸어 다니다가 엄마 닭이 구구구 부르면우르르 몰려갑니다. 엄마 닭이 모이를 쪼면솜뭉치들도 엄마를 따라무엇인지도 모르면서땅바닥을 열심히 쪼아댑니다. 2024. 5. 30.
출렁다리(동시) - 윤명상 출렁다리       / 석우 윤명상 작은 바람에도긴 다리가 출렁출렁작은 출렁임에내 가슴도 출렁출렁 작은 줄에 매달려버티는 다리처럼배짱 하나로버티며 걷는 내 다리 서로 다른두 개의 다리가공중에서 함께바람 따라 출렁거려요. 2024. 5. 25.
개구리 야학교(동시) - 윤명상 개구리 야학교        / 석우 윤명상 어두워지면마을 앞 무논은개구리들의 야학교가 됩니다. 낮에는 보이지 않던 개구리들이밤이 되면 등교하여목청껏 책을 읽지요. 밤눈이 좋은 개구리들은낮에는 일을 하고밤에만 열심히 공부하나 봐요. 전깃불도 없는 어둠 속에서한 글자 틀리지 않고또박또박 잘도 읽거든요. 2024. 5. 20.
쓰레기통(동시) - 윤명상 쓰레기통      / 석우 윤명상 오늘은 쓰레기통목욕하는 날, 귀한 그릇을 닦듯엄마는 뿌득뿌득꼼꼼히 닦아요. 내가 물었어요.물만 뿌려도 되는데왜 힘들게 닦아? 그러는 게 아니다.온갖 쓰레기를 안고 있다가이렇게 한 번씩깨끗이 닦아주면 좋잖아. 나는 생각을 바꿨어요.더러운 쓰레기통도고마운 존재라는 것을, 2024. 5. 15.
천문대에서(동시) - 윤명상 천문대에서        / 석우 윤명상 까마득히 먼 별을마음속으로 그렸다면천문대에서는눈으로 보며 만날 수 있어요. 오래전, 하늘나라에 가신할머니 할아버지는 어떻게 지내실까?생각나고 보고 싶을 때천문대에 찾아와망원경으로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두 눈으로 볼 수 없고걸어서는 갈 수 없지만망원경이 있다면 하늘나라도별처럼 볼 수 있을 것만 같아요. 2024. 5. 11.
텃밭의 노래(동시) - 윤명상 텃밭의 노래        / 석우 윤명상 봄이 오기 전부터잡초들은 집 앞 텃밭에자리를 잡고 고개를 내밀었어요. 추위도 가시지 않았는데제집인 양 텃밭을 찜해놓고꽃을 먼저 피웠지요. 하지만,아빠는 채소를 심어야 한다며잡초를 몽땅 갈아엎었어요. 비닐을 씌우고 물을 주더니온실에서 곱게 태어난채소 모종이 이사 왔지요. 2024. 5. 8.
메타세쿼이아 숲에서는(동시) - 윤명상 메타세쿼이아 숲에서는          / 석우 윤명상 메타세쿼이아 숲에서는어른 나무도 어린이 나무도모두가 바르게 자랍니다. 내 공간을 고집하기 보다함께 손을 잡고하늘을 바라보며키재기를 하기 때문이지요. 서로 뒤엉키지 않고높이 높이 자랄 수 있는 것은하늘을 향한 꿈을함께 꾸기 때문입니다, 숲의 친구들은매일 향을 뿜어내어아낌없이 서로 나눠주지요. 2024. 5. 4.
나비야, 반갑다(동시) - 윤명상 나비야, 반갑다        / 석우 윤명상 호기심 많은 나비가가족 모임 텐트에 들어와반갑다며 인사를 합니다. 나비는 한 송이 꽃잎이 되어휑하던 텐트 안을한순간 꽃밭으로 만들었어요. 뜻밖의 손님에우리는 환호성으로 환영했고, 텐트 구경을 마친 나비는 사진 한 장 남기고꽃잎처럼 훨훨 날아갔어요. 2024. 4. 30.
달기 약수터(동시) - 윤명상 달기 약수터        / 석우 윤명상 시냇가바위 속에서음료수가 솟아나요. 뽀글뽀글쉬지 않고 나오는시큼하고 톡 쏘는 약수, 바위는시냇물을 마시고탄산수를 뿜어내지요. 세상에는드러내지 않은재주꾼들이 참 많아요. 2024. 4.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