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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같은 삶을 위하여

☞ 石右의 동시713

단풍 만들기(동시) - 윤명상 단풍 만들기        / 석우 윤명상 가을에 정들 틈도 없이첫눈이 왔다는 소식이설악산에서 들려요. 여름이 꼼지락거리다 늦게 떠나이제야 자리를 잡은 가을인데어떡하죠? 가을볕이 짧아단풍 만들기 급하다며나뭇잎들은 바람에 투정을 부리고, 바람이 데려온 가을비는나뭇잎을 물들이기 위해오늘도 주룩주룩 내려요. 2024. 10. 21.
토란 캐는 날(동시) - 윤명상 토란 캐는 날        / 석우 윤명상 토란밭 땅속은두더지의 지하철인가 봐요. 도란도란 토란 사이요리조리 터널이 이어졌어요. 토순이네 역을 지나고토돌이네 역을 지나고, 토란 마을 집들을 이어주며지하철이 지나가요. 토란이네 식구는 몇 명인지두더지는 모두 알 것 같아요. 2024. 10. 16.
하늘 우물(동시) - 윤명상 하늘 우물       / 석우 윤명상 하늘 우물에파란 물이 가득 찼어요.뭉게구름이 와서한 모금씩 마시고 가지요. 가끔 먹구름이우물을 휘젓고 가면파랗던 우물은흙탕물이 되고 맙니다. 약삭빠른 먹구름이해님의 눈을 가리고하늘 우물에서 멱을 감을 때는사방으로 물방울이 튀지요. 2024. 10. 12.
오래된 우물(동시) - 윤명상 오래된 우물        / 석우 윤명상 옛날 사람들이 이용했다는오래된 우물이낡은 모자를 썼어요. 우물 안을 들여다보니나 닮은 옛날 사람이나를 반겨주네요. 댕기 머리 소녀의물 긷는 모습이 출렁대고갓을 쓴 선비도 와서물 한 모금 마시고는어디론가 사라져요. 오래된 우물이생각에 잠긴 나에게옛날이야기를 들려줍니다. 2024. 10. 7.
가을의 할 일(동시) - 윤명상 가을의 할 일         / 석우 윤명상 이제, 가을은무성해진 나뭇잎을빨강 노랑 분홍 물들여야 하는데얼마나 힘들까? 이산 저산 뛰어다니며들과 산으로 옮겨 다니며풀잎과 나뭇잎 가려 가며각각에 맞는 색깔을 칠해주려면가을은 얼마나 바쁠까? 하지만 가을은힘든 내색도 없이별빛 속에서 갈바람과 함께 뚝딱,온 세상을 울긋불긋 물들여 놓지요. 2024. 10. 1.
가을 햇살(동시) - 윤명상 가을 햇살        / 석우 윤명상 바람을 뚫고구름을 뚫고가을 햇살이화살처럼 쏟아져요. 풀잎에 꽂히고나뭇잎에 꽂히고호수 위에 꽂히면서빨갛고 노랗게 변해요. 가을 햇살의화살을 피하지 못한푸른 이파리는점점 가을로 변해가지요. 2024. 9. 27.
대추나무 사과 열렸네(동시) - 윤명상 대추나무 사과 열렸네     / 석우 윤명상 사과와 대추가눈이 맞아 결혼했대요.모양은 엄마 닮고맛은 아빠 닮은 아가를 기대했지요. 나무에는사과 같기도 하고대추 같기도 한 아기들이자라기 시작했어요. 가을이 되고조금씩 익어 갈 때쯤달걀만 한 아기 사과대추가주렁주렁 매달렸어요. 하지만모양은 아빠 닮고맛은 엄마 닮았지요. 2024. 9. 22.
해바라기의 인사(동시) - 윤명상 해바라기의 인사          / 석우 윤명상 아파트 입구에는키 작은 해바라기 형제들이 살아요. 항상 머리를 꼿꼿이 들고해님만 바라보던 개구쟁이였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고개를 숙여까딱까딱 인사하기 시작했지요. 이제는 허리까지 숙이며지나가는 모두에게 꼬박꼬박 인사합니다. 2024. 9. 16.
벌초(동시) - 윤명상 벌초     / 석우 윤명상 추석 명절을 앞두고집안이 분주해요. 예초기와 낫, 갈퀴를 준비하며할아버지 할머니산소를 이발해야 한대요. 친척들 모두 모여무성한 풀을 베어내니산소가 깔끔하게 단정해졌어요. 덩달아 명절이라고아빠와 오빠 머리도 깔끔하게산소처럼 벌초했대요. 2024. 9. 11.
저녁 비(동시) - 윤명상 저녁 비       / 석우 윤명상저녁밥을 먹는데배가 고픈지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려요.내 맘 같아서는밥 한 그릇 주고 싶지만밥 대신 사랑을 주기로 했어요.사랑을 어떻게 줄까, 생각하다가빗방울이 볼 수 있게창문에 하트를 그렸지요내 마음을 알았는지빗방울이 우르르 몰려와창문에 매달려요. 2024. 9. 6.
호숫가에서(동시) - 윤명상 호숫가에서        / 석우 윤명상 호수는고사리손 파도로시원한 바람 한 줌을냅다 뿌리고 갑니다. 그렇게 수백 번,아니, 셀 수 없을 만큼뿌린 바람이 모여구름도 밀어내는 것입니다. 바다는 큰손으로 큰바람을호수는 고사리손으로 작은 바람을그래서 사계절,바람은 쉬지 않고 부는 것입니다. 오늘도 호수는고사리손으로찰랑찰랑 바람을 가져다이마의 땀을 닦아줍니다. 2024. 9. 1.
가을 마중(동시) - 윤명상 가을 마중      / 석우 윤명상 도로변 벚나무 잎이가을 마중을 나왔어요. 밤새 가을을 부르는풀벌레의 애원을 들었나 봐요. 노란 잎 몇 장 매달고살랑살랑 손짓하고 있거든요. 저 손짓을 보고 가을이서둘러 오는 것 같아요. 2024. 8. 29.
가을의 문턱에서(동시) - 윤명상 가을의 문턱에서          / 석우 윤명상 햇살은굽어진 강아지풀의 등을 토닥이고더위에 지친 바람은그늘을 찾아 쉬어요. 수풀에는 반가운방아깨비와 여치가 찾아오고배부른 사마귀는여기저기 마실을 다니지요. 햇살은 여전히 여름인척하는데눈치 빠른 곤충들은 가을 맞을 준비를 합니다. 2024. 8. 24.
비 소식(동시) - 윤명상 비 소식     / 석우 윤명상 멀리 이사 가고한동안 볼 수 없었던단짝 친구의 소식을 기다리듯반가운 비 소식이 있어요. 태풍과 홍수로 난리 피던 여름인데올해는 폭염만 매일 찾아오고그 흔하던 소나기조차아예 발길을 끊었거든요. 오후부터 비가 내린다는 예보에축 늘어졌던 길가의 풀잎들도더위에 지쳐 있던 내 마음도빗속을 걷는 듯 생기가 돌아요. 2024. 8. 20.
여름과 가을(동시) - 윤명상 여름과 가을        / 석우 윤명상 떠나는 여름이 아쉬운매미는종일 나무에서 목 놓아 울고 다가오는 가을이 좋다며풀벌레는밤새 풀숲에서 노래해요. 낮에는해님이 매미를 응원하며여름을 붙들고 밤에는달님이 풀벌레를 응원하며가을을 재촉하지요. 2024. 8. 16.
가을의 노래(동시) - 윤명상 가을의 노래        / 석우 윤명상 달력에 달아놓은입추라는 문패를 따라가을이 들어왔어요. 가을은설악산 기슭이 아니라여느 새벽녘,풀벌레의 노래에서 시작되지요. 뙤약볕이 가로막아오지 않을 것 같던 가을이풀벌레의 애끓는 기도에선선한 새벽바람으로 달려왔어요. 2024. 8. 13.
매미와 잠자리(동시) - 윤명상 매미와 잠자리          / 석우 윤명상 어디에 숨었을까?소리는 요란한데보이지 않는 매미를 찾느라잠자리는 부지런히 날갯짓합니다. ‘나 찾아봐라’매미는 신이 나서더 크게 소리를 질러도잠자리는 종일 땡볕에 헤매지요. 이따금 바람이 찾아와나뭇가지를 흔들며여기에 숨었다며 알려줘도잠자리는 두리번거리다 맙니다. 2024. 8. 8.
폭염 잡기(동시) - 윤명상 폭염 잡기     / 석우 윤명상 하늘에 가둬놓았던폭염이 탈출했나 봐요.여기저기 온 동네덥다고 난리거든요. 해변으로 피서 간 친구도계곡으로 피서 간 친구도집에만 있는 나처럼한결같이 덥다고 아우성칩니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듯폭염을 잡아줄 줄 알았던바람도 구름도 비도심드렁 지나쳐갈 뿐이거든요. 2024. 8. 3.
빗방울의 기도(동시) - 윤명상 빗방울의 기도          / 석우 윤명상 병실 창문에빗방울들이 매달려소리 없는 기도를 합니다. 창밖을 내다보며바깥세상을 그리워하는작은 신음을 들었나 봅니다. 어떤 빗방울은창문 밖에서 응원을 보내고어떤 빗방울은 창문에 편지를 씁니다. 창문에는 어느새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기도하는 빗방울로 가득합니다. 2024. 7. 29.
주삿바늘(동시) - 윤명상 주삿바늘       / 석우 윤명상 간호사 언니는안 아픈 예쁜 말로"아파요"라며 주사를 놓는데조금 아프고, 선생님은 아픈 말로"손 내밀어" 하고 회초리를 들지만아프지 않지요. 가만 보면선생님보다 간호사 언니가거짓말을 하는 것 같아요. '아프다'라는 말이너무 예뻐서안 아플 것 같았거든요. 2024. 7. 24.
빗소리의 대화법(동시) - 윤명상 빗소리의 대화법         / 석우 윤명상 나직이 말할 때는빗방울도 부드럽게 속삭여요. 글을 읽거나 낭송할 때는낭랑하게 소리를 높이지요. 하지만 오늘은 화가 났는지사납게 소리를 지르며 쏟아져요. 사나운 건 싫어요.부드러운 가랑비처럼더위를 식히는 여우비처럼아기자기한 빗방울이 좋아요. 2024. 7.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