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詩 같은 삶을 위하여

☞ 문학의 뜨락151

송수권(宋秀權) 시 모음 송수권 시인(1940~2016). 전남 고흥 서라벌예술대학 1975년 시 '산문에 기대어'로 등단 구상문학상. 김삿갓문학상 수상 순천대학교 인문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 명예교수 송수권(宋秀權) 시 모음 ◈ 산문(山門)에 기대어 누이야 가을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정정(淨淨)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 가면 즈믄 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 오던 것을 더러는 물 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살아 오던 것을 그리고 산다화 한 가지 꺾어 스스럼 없이 건네이던 것을 누이야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낱을 기러기가 강물에 부리고 가는 것을 내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두고 더.. 2022. 4. 20.
오탁번 시 모음 오탁번 시인(1943년~, 충북 제천시) 고려대학교 대학원, 대학교수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김삿갓문학상, 공초문학상 수상 오탁번 시 모음 ◈ 굴비 수수밭 김매던 계집이 솔개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마침 굴비장수가 지나갔다 ―굴비 사려, 굴비! 아주머니, 굴비 사요 ―사고 싶어도 돈이 없어요 메기수염을 한 굴비장수는 뙤약볕 들녘을 휘 둘러보았다 ―그거 한 번 하면 한마리 주겠소 가난한 계집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품 팔러 간 사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저녁 밥상에 굴비 한 마리가 올랐다 ―웬 굴비여? 계집은 수수밭 고랑에서 굴비 잡은 이야기를 했다 사내는 굴비를 맛있게 먹고 나서 말했다 ―앞으로는 절대 하지 마! 수수밭 이랑에는 수수 이삭 아직 패지도 않았지만 소쩍새가 목이 쉬는 새벽녘까지 사내와 계집.. 2022. 4. 14.
임보(林步) 시 모음 임보(林步) 시인 본명: 강홍기(姜洪基), 1940년 전남 순천 출생, 1962년 으로 등단. 서울대학교 국문과, 충북대학교 국문과 교수. 시집: 『은수달 사냥』 『황소의 뿔』 『날아가는 은빛 연못』 등 다수. 한국현대시협상. 상화시인상, 녹색문학상 수상. 임보(林步) 시 모음 ◈ 덕장 파도를 가르던 푸른 지느러미는 뭍에서는 아무 쓸모없는 장식, 대관령의 허공에 걸려 있는 명태는 거센 바람의 물결에 화석처럼 굳어 간다 내장을 통째로 빼앗기고 코가 꿰인 채 일사분란하게 매달려 있는 동태, 등뼈 깊숙이 스민 한 방울의 바닷물까지 햇볕과 달빛으로 번갈아 우려낸다 눈보라에 다 뭉개진 코와 귀는 이제 물결의 냄새와 소리를 까맣게 잃었다 행여 수국의 향수에 젖을까 봐 밤의 꿈마저 빼앗긴 지 오래다 그렇게 면풍괘선(.. 2022. 4. 5.
최영미 시 모음 최영미 시인(1961년), 서울 홍익대학교 대학원 1992년 '창작과 비평' 등단. 2006년 이수문학상 최영미 시 모음 ◈ 여행 왜 떠나려 해? 나도 모르겠어. 이유를 알고 떠난 적은 한 번도 없었지. ◈ 짧은 생각 양심과 도덕에 구애받지 않는 자들이 이 세계를 만들고 파괴하지 단순한 흑백보다는 복잡한 회색이 인류에게 덜 해롭다 ◈ 지하철 유감 내 앞에 앉은 일곱 사람 중에 청바지를 발견할 수 없다면 청바지를 앉히지 않은 의자가 있다면, 내 앞에 앉은 일곱 남녀 가운데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지 않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다면, 나는 이 스마트한 문명을 용서해줄 수 있다 ◈ 시골 장례식 용문에서 목격한 어느 죽음. 앞산 뒤뜰이 떠들썩하게 소리와 색으로 물들어 꽃 같은 죽음. 생일잔치 같은 장례식. 이 세.. 2022. 3. 28.
문정희 시 모음 문정희 시인, 수필가 1947년, 전남 보성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서울여자대학교 대학원 1969년 월간문학 시 '불면’으로 등단 목월문학상, 정지용 문학상 시집 《문정희 시집》, 《새떼》, 《찔레》, 《하늘보다 먼 곳에 매인 그네》 등 문정희 시 모음 ◈ 한계령을 위한 연가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2022. 3. 21.
박용철(朴龍喆) 시 모음 용아 박용철 시인. 1904~1938(광주) 시인, 번역가, 평론가 배재고. 연희전문학교. 은관문화훈장. 박용철(朴龍喆) 시 모음 ◈ 떠나가는 배 나두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구인들 손쉽게야 버릴거냐. 안개같이 물 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 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아 사랑하든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쫓겨 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거냐. 돌아다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희살짓는다. 앞 대일 언덕인들 마련이나 있을거냐. 나 두 야 가련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거냐. 나 두 야 간다. ◈ 바람 부는 날 오늘따라 바람이 저렇게 쉴 새 없이 설레고만 있음은 오늘은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을 여위고만 있.. 2022. 3. 9.
목필균 시 모음 목필균 시인. 음력 1954년생 춘천교육대학교 졸업. 성신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서울 숭례초등학교 교사 1995 『문학 21』 신인상 수상. 시집 『꽃의 결별』 등 목필균 시 모음 ◈ 1월 새해가 밝았다 1월이 열렸다 아직 창밖에는 겨울인데 가슴에 봄빛이 들어선다 나이 먹는다는 것이 연륜이 그어진다는 것이 주름살 늘어난다는 것이 세월에 가속도가 붙는다는 것이 모두 바람이다 그래도 1월은 희망이라는 것 허물 벗고 새로 태어나겠다는 다짐이 살아 있는 달 그렇게 살 수 있는 1월은 축복이다 ◈ 2월 바람이 분다 나직하게 들리는 휘파람 소리 굳어진 관절을 일으킨다 얼음새꽃 매화 산수유 눈 비비는 소리 톡톡 혈관을 뚫는 뿌리의 안간힘이 내게로 온다 실핏줄로 옮겨온 봄 기운으로 서서히 몸을 일으키는 햇살이 분.. 2022. 3. 2.
정지용(鄭芝溶) 시 모음 정지용 시인.(1902~1950) 충북 옥천 옥천공립보통학교. 휘문고등보통학교 1923년 도쿄 도시샤대학 영문과 입학 1926년 〈학조〉에 시 〈카페 프란스〉 발표 1929년부터 휘문고등보통학교 교사로 재직 정지용(鄭芝溶) 시 모음 ◈ 고향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꽁이 알을 품고 뻐꾹이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고향 진히지 않고 머언 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끝에 홀로 오르니 한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나고 메마른 입술이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 ◈ 향수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 2022. 2. 26.
정연복(鄭然福) 시 모음 정연복(鄭然福) 시인 1957년 서울. 정연복 시 모음 ◈ 초가을 흰 구름 흘러가는 파란 하늘만 바라보아도 가슴이 확 넓어지고 삶의 근심걱정 사라진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코스모스 춤추는 들길을 걸으면 발걸음 깃털같이 가볍고 사랑하는 사람이 문득 그립다. ◈ 초가을의 기도 아침저녁으로 부는 산들바람이 시원합니다 한낮에는 여전히 따뜻해서 참 좋습니다. 여름과 가을을 잇는 징검다리 초가을은 참으로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삶의 기쁨과 슬픔 한데 엮어 나의 생도 계절같이 천천히 깊어가게 하소서. ◈ 코스모스 코스모스처럼 명랑하게 코스모스처럼 단순하게 코스모스처럼 다정다감하게 코스모스처럼 단아하게 코스모스처럼 가볍게 세월의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코스모스처럼 꺾일 듯 꺾이지 않으며! ◈ 낙엽을 보며 변함없는 사랑으.. 2022. 2. 21.
강은교 시 모음 강은교 시인. 1945년 함남 흥원 연세대학원 국문과 1968년 신인 문학상에 ‘순례자의 잠’ 당선 시집으로는 , 등 강은교 시 모음 ◈ 봄이 오고 있다 봄이 오고 있다 그대의 첫사랑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눈동자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눈동자의 맨발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이 밟은 풀잎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이 흔들리는 바람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의 바람이 밟은 아침 햇빛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의 바람의 아침 햇빛이 꿈꾼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의 바람의 반짝이는 이슬 곁으로 곁으로 맴도는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의 바람의 아침 햇빛의 꿈 엷은 살 속 으로 우리는 간다. 시간은 맨머리로 간다. 아무도 어찌할 수 없다, 그저 갈 뿐, 그러다 햇빛이 되어 햇빛.. 2022. 2. 18.
정월대보름에 관한 시 모음 정월대보름에 관한 시 모음 ◈ 대보름 - 박경리 보름 전야 불 끄고 잠자리에 들다가 환한 창문 보름달을 느꼈다. 대보름 아침 연탄을 갈면서 닭 모이를 주면서 손주 네 집에서는 오곡밥을 먹었을까 자역질 하듯 시시로 떠오르는 생각 차타면 몇 십 분에 가는 곳 멀고도 멀어라 글을 쓰다가 말라빠진 날고구마 깨물며 슬프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 대보름달을 보며 / 강세화 떳떳한 마음으로 소망을 외고 빕니다 가슴을 채우고 남은 여백이 선선하고 내놓아 부끄럽지 않은 속살이 떠오릅니다. 대보름달을 보며 달에게 물어봅니다 거짓과 위선이 얼마나 우울한지 빛나고 눈부시지 않은 대답이 들려옵니다. ◈ 달맞이 - 김소월 정월 대보름달 달맞이. 달맞이 달마중을, 가자고! 새라 새 옷은 갈아입고도 가슴엔 묵은 설움 그대로, 달맞이.. 2022. 2. 14.
이채 시 모음 이채 시인. 1961년 학력 동국대학교 대학원 법학 박사 경력 영주시립노인요양병원 법률고문 수상 2010. 독서문화대상 이채 시 모음 ◈ 우리라는 이름의 당신이 좋아요. 우리 "오늘 만날까?" 라는 당신의 목소리가 산들산들 바람 향기로 스쳐올 때 설레는 내 가슴엔 빠알간 꽃봉우리가 맺혀요. 우리라는 이름의 당신을 만날 때면 강변엔 바람 내 마음엔 꽃바람 하늘빛 강물엔 행복이 출렁이죠 만남의 기쁨이란 이렇듯 좋은걸요. 파아란 잔디밭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면 안개 낀 하루는 어느덧 사라지고 풀꽃 핀 언덕엔 아지랑이 햇살 당신의 눈망울에 꽃구름이 예뻐요. "우리 차 한잔 할까" 라는 마음과 마음이 생각으로 통할 때 보랏빛 향기 그윽한 찻잔엔 미소 한 모금의 위로가 머물고 사랑 한 모금의 정겨움을 느껴.. 2022. 2. 12.
화천대유 - 이오장 화천대유 / 이오장 시인 밤도깨비 한 마리가 머리에 꽃등 달고 싶어 산기슭 팔방에 말뚝 박아 밧줄 걸어 하늘에 던졌겠다 낮도깨비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하나 씩 붙들고 하늘에 올라 이리저리 둘러봐도 고리가 없어 천당 위 분당에 당도 하였겠다 마침 이무기 잡아 먹고 뿔 뽑아 만지작거리던 원님이 옳다구나 잡아채어 제 코에 걸어보니 그게 바로 하늘이라 이때부터 용이 되려는 수작으로 꼭두각시 놀이를 하였겠다 사방에 흩어져 살던 구렁이들이 분당 아래로 모여들어 궁전을 짓고 하늘까지 차지하려 공작을 꾸미니 이게 바로 하늘이 도와 천하를 얻은 격이렸다 산기슭 일궈 살던 무지랭이들이 너도 나도 알게 되어 땅을 치며 울고불고 얼싸 안으니 분당에 밀린 옥황상제가 노하여 사방에 벼락을 내리려 망치를 들고 여기 칠까 저기를 칠까.. 2022. 2. 8.
신달자 시 모음 신달자 시인, 대학교수 출생 1943년, 경남 거창 학력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박사 데뷔 1964년 시 '환상의 밤’ 수상 정지용문학상 신달자 시 모음 ◈ 봄 ​선물을 싼 줄은 절대로 가위로 싹둑 자르지 마라 고를 찾아 서서히 손끝을 떨며 풀어내야지 온몸이 끌려가는 집중력으로 그 가슴을 열어 가면 따뜻한 줄 하나 언 땅 밑에서 조용조용 끌려 나오려니 우주의 하체가 손끝에 움찔 닿으리 곧 선물의 정체가 보이리라. ​ ◈ 1월 때는 새벽 1월의 시간이여 걸어오라 문 밖에 놓인 냉수 한 그릇에 발 담그고 들어오면 포옥 삶아 깨끗한 새 수건으로 네 발 씻어 주련다 자세는 무릎을 꿇고 이마엔 송글송글 땀방울도 환히 미소 지어리니 나의 두 손은 잠시 가슴에 묻은 채 쉬리라. ​ ​ ◈ 4월의 꽃 홀로 피는 꽃은 그.. 2022. 2. 4.
복효근 시 모음 복효근 시인 1962년 전북 남원. 전북대학교 국어교육학과. 대강중학교 교사 1991년 계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등 다수, 편운문학상, 시와시학상, 신석정문학상 등 수상. 복효근 시 모음 ◈ 초승달 어둠 이쪽으로 빛나는 쇠뿔 하나 불쑥 비쳐 있다 저 뿔 따라 어둠 저편 헤치고 가면 잃었던 소 찾겠다 ◈ 무지개 저 다리 건너 그리던 그 세상 분명 있을 거라고 하늘이 잠시 잠깐 보여주는 ◈ 간절하게 참 아득하게 제 몸에서 가장 먼 곳까지 그러니까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곳까지 꽃을 쥔 손을 뻗었다가 가만 펼쳐 보이는 꽃나무처럼 ◈ 안으로 우는 풍경 온통 울리고 가는 대신 풍경 그 청동의 표면에 살짝 입만 맞추고 지나간 바람처럼 아는가, 네가 아주, 잠깐, 설핏, 준 .. 2022. 2. 3.
아만다 고먼 'The hill we climb' 우리가 오르는 언덕 아만다 고먼 'The hill we climb' 우리가 오르는 언덕 (22살의 어맨다 고먼이 미국 대통령 바이든 취임식에서 낭송한 축시) 날이 밝으면 스스로 묻는다. 이 끝없는 어두움에서 빛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우리가 짊어지고 가는 슬픔 건너야만 하는 바다 우리는 시련에 용감히 맞섰고 침묵이 항상 평화가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공정한 것이 항상 정의가 아니라는 규범과 개념 속에서 하지만, 어느새 새벽은 우리의 것. 어떻든 우리는 살고 있고 어떻든 우리는 역경을 겪고 목격했다. 아직 완성되지 못했을 뿐, 무너지지 않은 나라를 한 나라와 한 시대의 후계자인 우리가 그리고 노예의 후손으로 싱글맘 손에 자란 깡마른 한 흑인 소녀가 대통령이 되는 꿈을 꿀 수 있는 대통령을 위해 시를 낭독하는 이 순.. 2022. 2. 1.
김수영(金洙暎) 시 모음 김수영(金洙暎) 시인 : 서울. 1921년~1968년 선린상업고등학교. 도쿄대학교 상대 중퇴 1945년 예술부락 시 '묘정(廟廷)의 노래' 발표 2001년 금관문화훈장 김수영(金洙暎) 시 모음 ◈ 서시 나는 너무나 많은 첨단의 노래만을 불러왔다 나는 정지의 미에 너무나 등한하였다 나무여 영혼이여 가벼운 참새같이 나는 잠시 너의 흉하지 않은 가지 위에 피곤한 몸을 앉힌다 성장은 소크라테스 이후의 모든 현인들이 하여온 일 정리는 전란에 시달린 이십세기 시인들이 하여놓은 일 그래도 나무는 자라고 있다 영혼은 그리고 교훈은 명령은 나는 아직도 명령의 과잉을 용서할 수 없는 시대이지만 이 시대는 아직도 명령의 과잉을 요구하는 밤이다 나는 그러한 밤에는 부엉이의 노래를 부를 줄도 안다 지지한 노래를 더러운 노래를 .. 2022. 2. 1.
류시화(안재찬) 시 모음 류시화(본명:안재찬) 1958년 충북 옥천 출생 경희대학교 국문과 졸업.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1991년-첫 시집 출간 ‘외눈박이 물고기 사랑’,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출간 류시화(안재찬) 시 모음 ◈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물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 2022. 1. 31.
오세영(吳世榮) 시 모음 오세영(吳世榮) 1942년 전남 영광. 서울대 국문과, 서울대 문학박사 1968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바람의 아들들』 『가을 빗소리』 등 20여 권. 공초문학상, 소월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목월문학상 등 다수 서울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전)한국시인협회회장 오세영(吳世榮) 시 모음 ◈ 1월 1월이 색깔이라면 아마도 흰색일 게다 아직 채색되지 않은 신의 캔버스 산도 희고 강물도 희고 꿈꾸는 짐승 같은 내 영혼의 이마도 희고 1월이 음악이라면 속삭이는 저음일 게다 아직 트이지 않은 신의 발성법 가지 끝에서 풀잎 끝에서 바람은 설레고 1월이 말씀이라면 어머니의 부드러운 육성일 게다 유년의 꿈길에서 문득 들려 오는 그녀의 질책 “아가 일어나거라 벌서 해가 떴단다.” 아! 1월은 침묵으로 맞이하는 눈부신 함.. 2022. 1. 30.
안도현 시 모음 출생 1961년, 경북 예천 1984년 동아일보 '서울로 가는 전봉준' 등단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부교수 안도현 시 모음 ​◈ 그대에게 괴로움으로 하여 그대는 울지 마라 마음이 괴로운 사람은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니 아무도 곁에 없는 겨울 홀로 춥다고 떨지 마라 눈이 내리면 눈이 내리는 세상 속으로 언젠가 한번은 가리라 했던 마침내 한번은 가고야 말 길을 우리 같이 가자 모든 첫 만남은 설레임보다 두려움이 커서 그대의 귓불은 빨갛게 달아오르겠지만 떠난 다음에는 뒤를 돌아보지 말일이다 걸어온 길보다 걸어갈 길이 더 많은 우리가 스스로 등불을 켜 들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있어 이 겨울 한 귀퉁이를 밝히려 하겠는가 가다 보면 어둠도 오고 그대와 나 그 때 쓰러질듯 피곤해지면 우리가 세상 속을 흩날.. 2022. 1. 29.
에드가 앨런포(Edgar Allan Poe) 시 모음 미국. 1809년~1849년. 시인· 소설가· 비평가. 추리소설의 창시자 대표작 〈어셔 가의 몰락〉, 〈검은 고양이〉, 〈갈가마귀〉 등 에드가 앨런포(Edgar Allan Poe) 시 모음 ◈ 갈가마귀 언젠가 한밤중 황량함 속에서, 쇠약하고 피곤했던 나는 잊혀간 전설, 별스럽고 기이한 이야기책 뒤적이며 생각에 잠겨있었다, 머리 꾸벅, 잠들려고 했던 그때, 난데없이, 톡톡 소리가 들려왔지. 조용히 두드리는 소리, 나의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 “누가 왔나 봐.” 난 웅얼거렸지. 내 방문 두드리더니, 그냥, 그뿐이었어. 아, 난 똑똑히 기억해. 그 음산했던 12월을. 스러져가는 탄(炭)불 하나하나가 마루 위에 귀신같은 그림자를 새겨놓았던 그때를. 난 새 날이 오기를 간절히 원했었어. 난 헛되이 애썼었지. 내 .. 2022. 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