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의 뜨락151 이승훈(李昇薰) 시 모음 이승훈(李昇薰, 1942년~2018년), 시인. 강원도 춘천. 한양대학교,대학원. 연세대학교대학원 국어국문학과. 1962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 시집 《사물들》,《당신들의 초상》,《당신의 방》 등, 1983. 현대문학상 수상 이승훈(李昇薰) 시 모음 ▶ 풀잎 끝에 이슬 풀잎 끝에 이슬 풀잎 끝에 바람 풀잎 끝에 햇살 오오 풀잎 끝에 나 풀잎 끝에 당신 우린 모두 풀잎 끝에 있네 잠시 반짝이네 잠시 속에 해가 나고 바람 불고 이슬 사라지고 그러나 풀잎 끝 에 풀잎 끝에 한 세상이 빛나네 어느 세월에나 알리요? ▶ 암호 환상이라는 이름의 역은 동해안에 있습니다. 눈 내리는 겨울 바다-거기 하나의 암호처럼 서 있습니다. 아무도 가본 사람은 없습니다. 당신이 거기 닿을 때, 그 역은 총에 맞아 경련합니다.. 2022. 8. 19. 신석정 시 모음 신석정(辛夕汀, 1907~1974) 전북 부안, 본명 석정(錫正). 1931년 “시문학”에 ‘선물’을 발표하며 등단. 시집 “촛불”(1939), “슬픈 목가”(1947), “대바람 소리”(1974) 등. 신석정 시 모음 ▶ 들길에 서서 푸른 산이 흰 구름을 지니고 살 듯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하늘을 향하고 산삼(山森)처럼 두 팔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냐. 두 다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젊은 산맥으로 삼고 부절히 움직인다는 둥근 지구를 밟았거니...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사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이냐. 뼈에 저리도록 은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이거니 ▶ 망향.. 2022. 8. 16. 솔제니친의 시 몇 편 솔제니친(Aleksandr Solzhenitsyn) 1918 ~ 2008. 러시아 문호, 1970년 노벨 문학상 받음. 1945년 스탈린을 비판했다가 체포되어 8년간 감옥과 강제노동수용소 생활. 1956년 복권되어 러시아 랴잔에서 수학교사로 글을 쓰기 시작. 소련 연방이 붕괴된 후 1994년 20년간의 망명생활을 마침. 2007년에 러시아 국가문화공로상을 받았다. 솔제니친의 시 몇 편 ▶ 막힘없는 길 [기도] 주여 나의 방황하는 마음이 망설이며 용기를 잃어버릴 때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 이 저녁에 더 이상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내일에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할 때 주여 당신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이토록 평안하고 당신을 믿는 것이 이토록 마음이 놓이는지요. 당신께서 살아 계신 영원한 영광의 정상을 .. 2022. 8. 13. 유재영 시.시조 모음 유재영 시인(1948년~ ). 충남 천안 경희대학교 문과대학 겸임교수 1973년 [풀과 별]에 시 '그믐'으로 등단. 중앙시조대상, 오늘의 시조문학상 수상 유재영 시.시조 모음 ▶ 여름 이후 훗잎나무 아래 청동 빛 곤충 몇 마리 작은 허리로 울고 사랑은 늦은 저녁 한때 셀로판지처럼 투명하구나. 지금쯤 우리들의 별자리에는 무슨 색깔의비가 내릴까. 문득 다가오는 정갈한 공포여 꼿꼿이 긴장한 어둠 사이로 내 사춘기의 물소리가 하얀 등을 보인다. ▶ 깨끗한 슬픔 눈물도 아름다우면 눈물꽃이 되는가 깨끗한 슬픔 되어 다할 수만 있다면 오오랜 그대 별자리 가랑비로 젖고 싶다 새가 울고 바람 불고 꽃이 지는 일까지 그대 모습 다 비추는 거울이 되었다가 깨끗한 슬픔 하나로 그대 긴 손잡고 싶다 ▶ 봄의 원근법 모래무지가.. 2022. 8. 9. 황무지1. 하마 - T.S 엘리엇의 시 두 편 황무지1 / T.S 엘리엇 정말 쿠마에서 나는 한 무녀가 항아리 속에 달려 있는 것을 똑똑히 내 눈으로 보았다. 애들이: '무녀야, 넌 무얼 원하니?' 하고 물었을 때 : 무녀는 대답했다 : '난 죽고 싶다.' 보다 훌륭한 예술가 에즈라 파운드에게 Ⅰ. 죽은 자의 매장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우며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망각의 눈(雪)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작은 생명을 길러주며, 슈타른버거호 너머로 소나기와 함께 갑자기 여름이 왔지요. 우리는 가로수 아래에 머물렀다가 햇빛이 나자 호프가르텐 공원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한 시간이나 이야기했지. 저는 러시아 여인이 아닙니다. 출생은 리투아니아지만 진짜 독일인입니다. 어려서 .. 2022. 8. 8. 조선시대의 유명 시조 모음(2) 조선시대의 유명한 시조 모음(2) ◈송강 정철(1536~1593) 어버이 살아실 제 섬기기를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이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은 이뿐인가 하노라 ◈정철 (1536-1593) 철령 높은곳에 쉬어 넘는 저 구름아 고신 원루를 비삼아 띄워다가 님 계신 구중심처에 뿌려본들 어떠리 ◈정철 ((1536~1593)) 재 너머 成勸農(셩궐롱) 집의 술 닉닷 말 어제 듯고, 누은 쇼 발로 박차 언치 노하 지즐 고 아야 네 勸農(궐롱) 겨시냐 鄭座首(뎡좌슈) 왓다 여라. ▶고개 너머 성권롱 집에 술이 잘 익었다는 소식을 어제 듣고, 누운 소를 발로 박차 말 안장 위에 올라타고, 아이야, 네 어른 어디 계시냐, 정좌수 왔다고 일러라. ◈정 철 어버이 사라신 제 셤길 일란 다여라. 디나간 後(.. 2022. 8. 4. 조선시대의 유명 시조 모음(1) 조선시대의 유명 시조 모음(1) ◈충무공 이순신(1545~1598)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큰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나의 애를 끊나니 * 일성호가 : 한 곡조의 피리 소리 십년(十年) 온 칼이 갑리(匣裏)에 우노라. 관산(關山)을 바라보며 때때로 만져보니 장부(丈夫)의 위국공훈(爲國功勳)을 어에 드리올고. ▶십 년이나 갈아온 칼이 갑(칼집) 속에서 우는구나. 관문(關門)을 바라보며 때때로 만져 보니, 대장부 나라를 위한 큰 공을 어느 때에 드리울꼬. ◈동창이 밝았느냐 - 남구만(南九萬) 동창(東窓)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지저귄다 소를 칠 아이는 여태 아니 일어났느냐 재 넘어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느냐 ▶약천(藥泉) 남구만(南九萬.1629~1711)... 2022. 8. 4. 박희진 시 모음 박희진 시인(1931~2015) : 경기도 연천 출생. 고려대 영문과 졸업. 동성중.고등학교 교사 재임(1960~1983) 1955년 [문학예술]에 시 「무제(無題)」, 「허(虛)」, 등으로 등단. 월탄문학상. 보관 문화훈장. 펜 문학상. 녹색문학상 등 수상. 시집 『실내악』, 『가슴속의 시냇물』, 『시인아 너는 선지자 되라』 『화랑연가』 등 다수, 박희진 시 모음 ◈ 시 삼백 편은 한마디로 시 삼백 편은 한마디로 말해서 사심(邪心)이 없어야 나온다는 말, 참말이니 명심하세. 시인의 마음이 거칠고 사나우면 어떻게 그의 시가 가슴에 남는 금언이 되리오? 시인의 가슴은 사랑과 영성으로 거울처럼 맑아져야 읽어도 또 읽고픈 시가 써지리. 푸른 하늘에 흰 구름 피듯이. 매화나무에 매화가 피듯이. ◈ 그의 시.. 2022. 7. 31. 이기철 시 모음 이기철 시인(1943~ ), 경남 거창 영남대학교 졸, 현)영남대 명예교수 전국대학생문예작품 현상 공모 당선. 1972년 <현대문학>에 ‘5월에 들른 고향’으로 등단. 시집 ≪낱말추적≫, ≪청산행≫, ≪열하를 향하여≫ 등 다수. 김수영문학상(1993), 후광문학상(1993), 시와시학상(2000) 등 수상 이기철 시 모음 ◈ 마음속 푸른 이름 아직 이르구나 내 이 지상의 햇빛, 지상의 바람 녹슬었다고 슬퍼하는 것은 아직 이르구나 내 사람들의 모두 재가 되었다고 탄식하는 것은 수평으로 나는 흰 새의 날개의 내려앉는 저 모본단 같은 구름장과 우단 같은 바람 앞에 제 키를 세우는 상수리나무들 꿈꾸는 유리 강물 햇볕 한 웅큼씩 베어 문 나생이 잎새들 마음 열고 바라보면 아직도 이 세상 늙지 않아 외출할 때 돌아.. 2022. 7. 26. 이규보(李奎報) 한시 모음 이규보 시인(李奎報,1168~1241) 경기도 여주. 고려 문신. 자는 춘경(春卿), 호는 백운(白雲) ,본관은 황려(黃驪=여주). 영웅서사시 동명왕편 등을 썼다. 22세 때 4번 만에 진사 시험에 합격. 최충헌에 의해 재상에 오름. 이규보(李奎報) 한시 모음 ◈ 炤井戱作 소정희작=우물에 비친 내 모습보고 장난삼아 짓다 不對靑銅久 부대청동구 - 오랫동안 거울을 보지 않았더니 吾顔莫記誰 오안막기수 - 내 얼굴조차 잊어 버렸네 偶來方炤井 우래방소정 - 우연히 우물에 비친 모습을 보니 似昔稍相知 사석초상지 - 전에 어디선가 본 듯한 녀석일세 ◈ 兒三百飮酒 아삼백음주=술을 마시는 아들 삼백에게 汝今乳齒已傾觴 여금유치이경상 - 나이도 어린 네가 벌써 술을 마시다니 心恐年來必腐腸 심공연래필부장 - 머지않아 네 창자.. 2022. 7. 18. 신경림 시 모음 신경림 시인(1936년~ ). 충북 충주. 동국대학교 영문학과를 졸 1956년 에 「갈대」, 「墓碑」 등이 추천되어 등단. 대표작 : 뿔, 낙타, 바람의 풍경, 가난한 사랑노래 등 수상 : 대산문학상, 단재문학상, 은관문화훈장 신경림 시 모음 ◈ 가난한 사랑 노래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 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서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 소리도 그려 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 2022. 7. 15. 정완영 시조 모음 정완영 시조시인(1919~2016. 경북 김천). 호는 백수(白水). 1960년 국제신보 신춘문예 '해바라기'로 등단, 196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조시인협회 회장 역임. 김천시문학상, 은관문화훈장, 만해시문학상 등 수상 저서 [산이 나를 따라와서], [꽃가지를 흔들 듯이], [난보다 푸른 돌] 등 다수 정완영 시조 모음 ◈ 조국 행여나 다칠세라 너를 안고 줄 고르면 떨리는 열 손가락 마디마디 에인 사랑 손닿자 애절히 우는 서러운 내 가얏고여 둥기둥 줄이 울면 초가삼간 달이 뜨고 흐느껴 목메이면 꽃잎도 떨리는데 푸른 물 흐르는 정에 눈물 비친 흰 옷자락 통곡도 다 못하여 하늘은 멍들어도 피맺힌 열두 줄은 굽이굽이 애정인데 청산아 왜 말이 없이 학처럼만 여위느냐 ◈ 풀잎과 바람 나는 풀잎이 좋아,.. 2022. 7. 8. 김광균(金光均) 시 모음 김광균 시인. 1914∼1993. 개성. 송도상업고등학교 졸업, 1926년 〈중외일보〉에 〈가는 누님〉을 발표. 1939년 〈와사등〉. 1947년 〈기항지〉. 1957년 〈황혼가〉를 펴냄. 1938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설야 당선, 1989년 정지용문학상 대표작으로 , 등. 김광균(金光均) 시 모음 ◈ 은수저 산이 저문다. 노을이 잠긴다. 저녁 밥상에 애기가 없다. 애기 앉던 방석에 한 쌍의 은수저 은수저 끝에 눈물이 고인다. 한밤중에 바람이 분다. 바람 속에서 애기가 웃는다. 애기는 방 속을 들여다본다. 들창을 열었다 다시 닫는다. 먼 들길을 애기가 간다. 맨발 벗은 애기가 울면서 간다. 불러도 대답이 없다. 그림자마저 아른거린다. ◈ 목련 목련은 어찌 사월에 피는 꽃일까 창문을 열고 내다보시던 어머니.. 2022. 7. 4. 이외수(李外秀) 시 모음 이외수(李外秀, 1946년~2022년) 시인. 소설가 경상남도 함양 출생, 강원도 인제에서 성장. 춘천교육대학교 중퇴, 강원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견습어린이들》로 등단 1975년 《세대》의 문예현상공모에서 중편소설 《훈장》으로 신인문학상 수상 시집 《풀꽃 술잔 나비》 《그리움도 화석이 된다》 외. 이외수(李外秀) 시 모음 ◈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 울지 말게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 날마다 어둠 아래 누워 뒤척이다 아침이 오면, 개똥같은 희망 하나 가슴에 품고 다시 문을 나서지 바람이 차다고 고단한 잠에서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고 집으로 되돌아오는 사람이 있을까 산다는 건 만만치 않은 거라네 아차 하는 사이에 몸도 마음도 망가지기 십상이지 화투판 끗발처럼 어쩌다 좋은 날도 있긴 하겠지만 그거야 그때.. 2022. 7. 1. 권갑하 시조 모음 권갑하 시인(1958년~) 언론인, 경북 문경시. 한양대학교 대학원 1992년 '조선일보',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2012.~2015. 농민신문사 논설실장 2021. 김상옥백자예술상 본상 시집 『세한의 저녁』등 4권. 중앙시조대상, 한국시조작품상 등 권갑하 시조 모음 ◈ 목련 내 안에 막대기로 버티어놓은 허공 누가 떠나가는지 바르르 떨리는 손 눈물도 다 마른 저녁 몰래 건네는 흰 손수건 ◈ 동백꽃 틈 어느 정변의 뜰 안, 바람 소스라치는 검붉게 타오르던 쿵쿵 산 무너지던 눈물도 미처 거두지 못한 소리 없는 저 절규! ◈ 가을 그림자 앞서거니 뒤서거니 뒤꿈치 문 숨바꼭질 울음마저 가슴에 묻은 꿈속까지 따라와 안과 밖 드리운 허물 한 빛깔로 지운다 바람 불지 않아도 흔들리는 날이 잦은 독백처럼 우.. 2022. 6. 29. 어머니에 관한 시·동시 모음 어머니에 관한 시·동시 모음 ◈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 2022. 6. 28. 최금녀 시 모음 최금녀 시인(1939년 함경남도 영흥 출생) 시집 『큐피드의 독화살』 『저 분홍빛 손들』 『가본 적 없는 길에 서서』 『길 위에 시간을 묻다』 외 서울신문·대한일보 기자 역임. 현대시인상, 미네르바 작품상, 충청문학상 등 최금녀 시 모음 ◈ 5월 여기 저기 언덕 기슭 흰 찔레꽃 거울 같은 무논에 드리운 산 그림자 산빛 들빛 속에 가라앉고 싶은 5월. ◈ 불광동 불광동은 새로 산 신발처럼 불편하고 조금씩 헐거워지고 봄에도 눈이 질퍽거렸다 발이 아플 때마다 마음이 아플 때마다 눈이 내렸다 발이 아픈 곳에서 눈이 다시 시작됐다 미끄러지는 발을 자주 씻었다 생각은 밤거리에 있었고 내 발은 눈 속에서 얼었다 불광동에서 나는 사랑 시를 썼다 ◈ 녹는다 눈이 내리지 않아도 미끄러진다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톱날 같은 신.. 2022. 6. 25. 모윤숙(毛允淑) 시 모음 모윤숙(毛允淑, 1909년 ~ 1990년) 시인. 함경남도 원산, 호는 영운(嶺雲), 이화여자전문학교 졸업, 명신여학교, 배화여자고등보통학교 교사. 1931년 잡지 『동광(東光)』에 시 「피로 색인 당신의 얼굴」을 발표. 1933년 10월 첫 시집 『빛나는 지역(地域)』을 출간. 대표작으로 , 등 1991. 금관문화훈장 외 다수 모윤숙(毛允淑) 시 모음 ◈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나는 廣州 산곡을 헤매이다 문득 혼자 죽어 넘어진 국군을 만났다 산 옆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워 있는 국군을 본다 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누런 유니폼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식 그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소위였구나 가슴에선 아직도 더운 피가 뿜어 나온다 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 2022. 6. 23. 천상병(千祥炳) 시 모음 천상병 시인(1930년~1993년), 경남 마산. 서울대학교 상과대학 중퇴, 호는 심온(深溫). 1949년 문예 '갈매기' 등단, 『죽순(竹筍)』에 시 「공상(空想)」 외 1편을 처음 발표. 1971년 제1시집 『새』 발간, 이후 5집까지 발간. 2003. 은관문화훈장 천상병(千祥炳) 시 모음 ◈ 歸天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구름 저건 하늘의 빈털터리 꽃 뭇 사람의 눈길 이끌고 세월처럼 유유하다. 갈 데만 가는 영원한 나그네 이 나그네는 바람 함께 정처 없이 목적 없이 천천히 보면 볼수록.. 2022. 6. 18. 박인환(朴寅煥) 시 모음 박인환(朴寅煥) 시인,(1926년~1956년) 강원 인제, 평양의전 중퇴. 1946년 〈거리〉를 발표하여 등단. 광복 후 서울에서 서점 경영, 1949년 5인 합동시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을 발간 1955년 《박인환 시선집》을 간행. 1976년에 시집 《목마와 숙녀》가 간행. 박인환(朴寅煥) 시 모음 ◈ 木馬와 淑女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볍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 2022. 6. 14. 양녕대군(讓寧大君)의 시조 3편 양녕대군(讓寧大君, 1394년~1462년) 조선 태종의 장남이자 왕세자, 정치인, 화가, 시인. 양녕대군의 시조 留別丁香九難歌 難難 爾難我難. 我留難爾送難. 爾南來難 我北去難. 空山夢尋難 塞外書寄難. 長相思一忘難 今相分再會難. 明朝將別此夜難 一盃永訣此酒難. 我能禁泣眼無淚難 爾能堪歌聲不咽難. 誰云蜀道難於乘天難 不如今日一時難又難. 유별정향구난가 어렵고 어렵구나. 너도 어렵고 나도 어렵구나. 나는 머물기 어렵고 너는 보내기 어렵구나. 너는 남으로 오기 어렵고 나는 북으로 가기 어렵구나. 공산(空山)에 꿈 이루기 어렵고 변방에 소식 전하기도 어렵구나. 임 생각 잊을 일이 어렵고 오늘 헤어지면 다시 만나기도 어렵겠구나. 내일이면 이별이니 이 밤 지내기 어렵고 한잔이면 이별이니 이 술 들기도 어렵구나. 내 울지 않.. 2022. 4. 26. 이전 1 2 3 4 5 ···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