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石右의 시방1577 늦가을, 비가 잦다 - 윤명상 늦가을, 비가 잦다 / 석우 윤명상 늦가을,비가 잦은 걸 보니가을도 똥줄이 타는가 보다. 가을이 한 달이나 늦은시월이 되어서야 찾아온 데다겨울은 앞당겨 온다니, 가을걷이로 바빴던농부의 손길처럼가을도 부랴부랴 똥줄이 타는 게다. 2024. 11. 3. 가을 빗소리 - 윤명상 가을 빗소리 / 석우 윤명상 비 내리는 가을밤,우산을 쓰고 빗속을 걸었다.골목길 바닥은가을비가 그리는 추상화로 가득했다.어지럽게 번진 조명과뒤집힌 간판들을 밟으며무심히 걷다가우산 속에 스며드는빗소리에 취하고 말았다.생각은 빗소리에 녹아들고시간을 잃은 발걸음은빗물이 그리는 유화 속으로 빨려들며나는 집이었다. 2024. 10. 29. 가을 노래 - 윤명상 가을 노래 / 석우 윤명상 분위기는 좋은데슬픈 곡조가 연주되는 것처럼가을하늘은 화창한데내 마음은 슬픈 노래를 합니다. 딱히 누군가를 생각하기보다는막연한 그리움이 뒤엉켜가을 햇살에뿔뿔이 흩어지는 까닥입니다. 구름도 없는 하늘길에홀로 걷는 햇살처럼길게 뻗어가는 그리움은추억의 사방으로 파고드는데, 그대를 생각하는 그리움이달콤한 행복이었다면가을 햇살에 흩어지는 그리움은슬픈 가을의 노래입니다. 2024. 10. 24. 섬과 섬 사이에 - 윤명상 섬과 섬 사이에 / 석우 윤명상 너와 나는마주 보면서도항상 거리감을 느껴야 했다. 지척이어서 친한 사이 같고마주 보고 있어이웃이려니 했지만, 너와 나 사이에는바닷물이 가로막았고밀려오는 파도에 등을 돌려야 했다. 그 오랜 세월, 우리는 그렇게가까운 듯 멀고, 먼 듯 가까운마주 보는 낯선 관계였지만, 이제 우리는다리라는 손을 맞잡고서로의 체온을 느낀다. 2024. 10. 19. 가을의 귀환 - 윤명상 가을의 귀환 / 석우 윤명상 먼 여행에서제자리로 돌아온 가을은너무 많이 변해 있었다. 뜨겁고 낯선여름을 대동하여한동안 정신을 빼놓더니 태풍까지 들먹이며어디로 어떻게 튈지 모르는럭비공 같은 모습이었다. 그랬던 가을은 갑자기언제 그랬냐는 듯가을 냄새를 풍겼다. 인생이 지듯백발이 되어 돌아온너, 솔로몬의 계절이여. 2024. 10. 14. 가을은 그리움이었다 - 윤명상 가을은 그리움이었다 / 석우 윤명상 나는 한때 가을을중년의 마음을 들추는낭만이라 여긴 적이 있었다.그리움에 몸부림치기 전까지는,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고갈잎 숙연해질 때함께 물들던 내 가슴은낭만이 아닌 그리움이었다. 갈바람이하프의 현처럼 울 때면가슴에서는 아린 그리움이알알이 익었고, 낙엽이 된 가을이한 잎 두 잎 사라지면가슴에는 그리움만 홀로덩그러니 남았다. 2024. 10. 9. 가을이 운다 - 윤명상 가을이 운다 / 석우 윤명상 가을이눈물을 흘립니다.그 눈물은 행복입니다. 여름의 속박에서 벗어난뒤늦은 해방의 기쁨이자머리 숙인 곡식들에 대한감사의 눈물입니다. 행복에 겨운 벅찬 눈물은소리 내 울기보다는소리 없이 흐르는자기감정에 취한 울음입니다. 감정을 억누르며소리를 절제하며눈물이 흐르는 대로행복이 쏟아지는 것입니다. 2024. 10. 5. 너와 나의 차이 - 윤명상 너와 나의 차이 / 석우 윤명상 나는 걷고너는 달렸다. 나는 생각하느라 느렸고너는 생각 없이 달려나는 저만치 뒤에 있고너는 저만치 앞서갔다. 너와 나 사이의 간격은점점 넓어졌고그 간격 사이로전혀 알 수 없는다른 공간의 생각들이 들어왔다. 너와 나는서로 보이지 않을 만큼 멀어졌고나는 네가 놓고 간 흔적들을건져 올려야 했다. 2024. 9. 30. 어머니, 가을입니다 - 윤명상 어머니, 가을입니다 / 석우 윤명상 어머니, 언젠가교회 다녀오시다 주웠다며노랗게 물든 단풍잎 몇 장 들고 오셨지요. 그때는 그러려니 했지만지금 생각해 보면어머니의 마음은여전히 고운 소녀였습니다. 어머니가 들고 온 단풍잎을저는 한 장 한 장성경책 사이에 끼워드렸던 것을 기억합니다. 지금 돌이켜보면그때 끼워드렸던 단풍잎은어머니의 청춘이었고 소녀의 감성이었음을, 어머니, 다시 가을입니다.당신의 손에 들려 있던 단풍잎은이제 어머니를 안고나무마다 곱게 달렸습니다. 2024. 9. 25. 여름의 끈기 - 윤명상 여름의 끈기 / 석우 윤명상 새로 이사 온 가을의 집에서여름은 떠나지 않고제집인 양 열기를 내뿜고 있다. 깜짝 놀란 뉴스는 연일35도를 넘나드는 기온을 전하며여름 이야기로 바쁜데, 뻔뻔한 여름은가을의 집 아랫목에 앉아9월 달력을 보며 여유를 부린다. 2024. 9. 22. 더위 먹은 추석 - 윤명상 더위 먹은 추석 / 석우 윤명상무더위와 열대야는가을의 명절이 아닌한여름의 추석으로 만들었다34도와 27도 사이,하루의 시작과 끝에서세상은 거대한 한증막이 되었다.가을이 익어가는 길목에서풍성한 마음으로 만나던 추석인데무더위에 지친 명절이 낯설기만 하다.이러다 언젠가는추석(秋夕)이 아닌하석(夏夕)이 될런지 모를 일이다. 2024. 9. 16. 가을의 커피 - 윤명상 가을의 커피 / 석우 윤명상 가을이 한발다가오던 날의 커피는가을의 향기와가을의 빛깔이었습니다. 그대 닮은 예쁜 컵에예쁜 가을이 들어 있어마음이 설레었습니다. 호~호~입김을 불었더니가을 향기가 너울너울하얀 춤을 춥니다. 2024. 9. 14. 가거라 - 윤명상 가거라 / 석우 윤명상 가을에까지 물고 늘어지는폭염경보는 이제 그만 가거라.차라리 젊은 청춘들의 가슴으로 가거라. 청춘의 가슴이야뜨거운들 누가 뭐라 할까.가서 그 가슴을 마음껏 데우거라. 뜨거우니 청춘인데,누구도 말리지 않겠지만늙은이까지 뜨거우니 어쩌란 말이냐. 늙은이에게는따뜻한 온기 정도면 족하니뜨거운 열길랑 청춘에게 가거라. 2024. 9. 10. 가을 사랑 - 윤명상 가을 사랑 / 석우 윤명상 가을만큼만 사랑하고 가을처럼 사랑해야지. 뜸 들이며 망설이던 봄의 사랑 말고 뜨겁게 밀어붙이며 질척거리던 여름 사랑 말고, 적당히 눈을 맞춰주며 봄과 여름의 사랑도 품을 수 있는 가을처럼 사랑해야지. 너와 내가 조화를 이루며 우리가 더불어 익어가는 가을의 사랑을 해야지. 2024. 9. 5. 가을 같은 그대 - 윤명상 가을 같은 그대 / 석우 윤명상 사랑하는 그대가가을처럼 온다면 좋겠습니다. 과하지 않은 감각으로스치듯 오는 바람이거나한적한 길가의이름 모를 꽃처럼 온다 해도 좋습니다. 뜬구름같은 그대일지라도그대가 있기에 가을을 좋아하고사랑하는 것입니다. 고고히 익어가는가을의 열매처럼 그대 온다면나의 마음 주머니는 가득할 것 입니다. 외로운 달빛처럼 그대 온대도행복인 것은가을 밤하늘의 별이 되어밤새 그대를 마주 볼 것이기 때문입니다. 2024. 8. 31. 마음의 빈자리 - 윤명상 마음의 빈자리 / 석우 윤명상 시내버스를 탔습니다.옆자리는 빈자리입니다. 누구라도 앉겠지 싶었지만가는 내내 앉는 사람은 없었습니다.대신 햇볕이 들어와 냉큼 앉습니다. 내 마음의 빈자리에도그대가 들어와 앉기를 바라지만그리움이 앉아버리는 것처럼.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까지옆자리는 빈자리였듯이내 마음도 빈자리로 남아 있습니다. 2024. 8. 26. 종다리 - 윤명상 종다리 / 석우 윤명상 어린 시절,정겹던 그 이름,도시에 정착하면서까맣게 잊고 있던 종다리가태풍이 되어 날아왔네. 잊고 지낸수십 년의 그리움을 보상하듯시골과 도시를 가리지 않고들과 산과 바다에 몰려왔네. 밀보리밭에집을 짓고 알을 낳던 텃새지만처서를 앞두고는한순간 철새가 되어잊힌 세월에 날갯짓하네. 2024. 8. 21. 뜨거움이 때론 부럽다 - 윤명상 뜨거움이 때론 부럽다 / 석우 윤명상 이 여름의 열기가나의 사랑이었으면 좋겠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도식을 줄 모르는 이 열기를나는 부러워한다. 낮밤 새벽 없는이 여름의 강렬한 열기는내 사랑의 초라함을 나무란다. 스치는 바람에도소심해진 나는사랑을 놓아버리기를 반복했다. 사랑은 머뭇거리는 것이 아닌이 여름의 열기처럼끝까지 뜨거워야만 했다. 사랑 때문에상처를 주진 않았지만감동도 주진 못한 까닭이다. 2024. 8. 18. 더위와의 전쟁 - 윤명상 더위와의 전쟁 / 석우 윤명상 이건 전쟁이다.죽자 살자 달려드는 것은타협이 아니라승패를 보겠다는 것이다. 구름으로 막고바람으로 막아도그늘에 숨어봐도부질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역대 가장 막강한 세력으로몰려드는 더위 앞에인간은 비로소실체를 드러내고 말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존재라는 것을, 2024. 8. 14. 열병 - 윤명상 열병 / 석우 윤명상 내 마음이 뜨거운 건사랑 때문이고 네가 뜨거운 건열 받은 까닭이며 태양이 뜨거운 건우리가 불 지른 때문이지. 2024. 8. 9. 사랑이 지나간 자리 - 윤명상 사랑이 지나간 자리 / 석우 윤명상 봄이 지나고꽃잎 떨어진 꼭지는그리움의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세월이 흐르고꼭지에는 꽃잎 대신그대 얼굴이 곱게 피었습니다. 원망스러울 법도 하지만더 잘해주지 못한 미안함이떨어진 꽃잎을 감싸고 있었기에,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는그리움과 함께그대를 축복하는 마음만 쌓여갑니다. 2024. 8. 4. 이전 1 2 3 4 ··· 7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