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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같은 삶을 위하여

☞ 石右의 시방1594

가을의 귀환 - 윤명상 가을의 귀환        / 석우 윤명상 먼 여행에서제자리로 돌아온 가을은너무 많이 변해 있었다. 뜨겁고 낯선여름을 대동하여한동안 정신을 빼놓더니 태풍까지 들먹이며어디로 어떻게 튈지 모르는럭비공 같은 모습이었다. 그랬던 가을은 갑자기언제 그랬냐는 듯가을 냄새를 풍겼다. 인생이 지듯백발이 되어 돌아온너, 솔로몬의 계절이여. 2024. 10. 14.
가을은 그리움이었다 - 윤명상 가을은 그리움이었다        / 석우 윤명상 나는 한때 가을을중년의 마음을 들추는낭만이라 여긴 적이 있었다.그리움에 몸부림치기 전까지는,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고갈잎 숙연해질 때함께 물들던 내 가슴은낭만이 아닌 그리움이었다. 갈바람이하프의 현처럼 울 때면가슴에서는 아린 그리움이알알이 익었고, 낙엽이 된 가을이한 잎 두 잎 사라지면가슴에는 그리움만 홀로덩그러니 남았다. 2024. 10. 9.
가을이 운다 - 윤명상 가을이 운다        / 석우 윤명상 가을이눈물을 흘립니다.그 눈물은 행복입니다. 여름의 속박에서 벗어난뒤늦은 해방의 기쁨이자머리 숙인 곡식들에 대한감사의 눈물입니다. 행복에 겨운 벅찬 눈물은소리 내 울기보다는소리 없이 흐르는자기감정에 취한 울음입니다. 감정을 억누르며소리를 절제하며눈물이 흐르는 대로행복이 쏟아지는 것입니다. 2024. 10. 5.
너와 나의 차이 - 윤명상 너와 나의 차이        / 석우 윤명상 나는 걷고너는 달렸다. 나는 생각하느라 느렸고너는 생각 없이 달려나는 저만치 뒤에 있고너는 저만치 앞서갔다. 너와 나 사이의 간격은점점 넓어졌고그 간격 사이로전혀 알 수 없는다른 공간의 생각들이 들어왔다. 너와 나는서로 보이지 않을 만큼 멀어졌고나는 네가 놓고 간 흔적들을건져 올려야 했다. 2024. 9. 30.
어머니, 가을입니다 - 윤명상 어머니, 가을입니다          / 석우 윤명상 어머니, 언젠가교회 다녀오시다 주웠다며노랗게 물든 단풍잎 몇 장 들고 오셨지요. 그때는 그러려니 했지만지금 생각해 보면어머니의 마음은여전히 고운 소녀였습니다. 어머니가 들고 온 단풍잎을저는 한 장 한 장성경책 사이에 끼워드렸던 것을 기억합니다. 지금 돌이켜보면그때 끼워드렸던 단풍잎은어머니의 청춘이었고 소녀의 감성이었음을, 어머니, 다시 가을입니다.당신의 손에 들려 있던 단풍잎은이제 어머니를 안고나무마다 곱게 달렸습니다. 2024. 9. 25.
여름의 끈기 - 윤명상 여름의 끈기        / 석우 윤명상 새로 이사 온 가을의 집에서여름은 떠나지 않고제집인 양 열기를 내뿜고 있다. 깜짝 놀란 뉴스는 연일35도를 넘나드는 기온을 전하며여름 이야기로 바쁜데, 뻔뻔한 여름은가을의 집 아랫목에 앉아9월 달력을 보며 여유를 부린다. 2024. 9. 22.
더위 먹은 추석 - 윤명상 더위 먹은 추석        / 석우 윤명상무더위와 열대야는가을의 명절이 아닌한여름의 추석으로 만들었다34도와 27도 사이,하루의 시작과 끝에서세상은 거대한 한증막이 되었다.가을이 익어가는 길목에서풍성한 마음으로 만나던 추석인데무더위에 지친 명절이 낯설기만 하다.이러다 언젠가는추석(秋夕)이 아닌하석(夏夕)이 될런지 모를 일이다. 2024. 9. 16.
가을의 커피 - 윤명상 가을의 커피        / 석우 윤명상 가을이 한발다가오던 날의 커피는가을의 향기와가을의 빛깔이었습니다. 그대 닮은 예쁜 컵에예쁜 가을이 들어 있어마음이 설레었습니다. 호~호~입김을 불었더니가을 향기가 너울너울하얀 춤을 춥니다. 2024. 9. 14.
가거라 - 윤명상 가거라     / 석우 윤명상 가을에까지 물고 늘어지는폭염경보는 이제 그만 가거라.차라리 젊은 청춘들의 가슴으로 가거라. 청춘의 가슴이야뜨거운들 누가 뭐라 할까.가서 그 가슴을 마음껏 데우거라. 뜨거우니 청춘인데,누구도 말리지 않겠지만늙은이까지 뜨거우니 어쩌란 말이냐. 늙은이에게는따뜻한 온기 정도면 족하니뜨거운 열길랑 청춘에게 가거라. 2024. 9. 10.
가을 사랑 - 윤명상 가을 사랑 / 석우 윤명상 가을만큼만 사랑하고 가을처럼 사랑해야지. 뜸 들이며 망설이던 봄의 사랑 말고 뜨겁게 밀어붙이며 질척거리던 여름 사랑 말고, 적당히 눈을 맞춰주며 봄과 여름의 사랑도 품을 수 있는 가을처럼 사랑해야지. 너와 내가 조화를 이루며 우리가 더불어 익어가는 가을의 사랑을 해야지. 2024. 9. 5.
가을 같은 그대 - 윤명상 가을 같은 그대         / 석우 윤명상 사랑하는 그대가가을처럼 온다면 좋겠습니다. 과하지 않은 감각으로스치듯 오는 바람이거나한적한 길가의이름 모를 꽃처럼 온다 해도 좋습니다. 뜬구름같은 그대일지라도그대가 있기에 가을을 좋아하고사랑하는 것입니다. 고고히 익어가는가을의 열매처럼 그대 온다면나의 마음 주머니는 가득할 것 입니다. 외로운 달빛처럼 그대 온대도행복인 것은가을 밤하늘의 별이 되어밤새 그대를 마주 볼 것이기 때문입니다. 2024. 8. 31.
마음의 빈자리 - 윤명상 마음의 빈자리          / 석우 윤명상 시내버스를 탔습니다.옆자리는 빈자리입니다. 누구라도 앉겠지 싶었지만가는 내내 앉는 사람은 없었습니다.대신 햇볕이 들어와 냉큼 앉습니다. 내 마음의 빈자리에도그대가 들어와 앉기를 바라지만그리움이 앉아버리는 것처럼.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까지옆자리는 빈자리였듯이내 마음도 빈자리로 남아 있습니다. 2024. 8. 26.
종다리 - 윤명상 종다리     / 석우 윤명상 어린 시절,정겹던 그 이름,도시에 정착하면서까맣게 잊고 있던 종다리가태풍이 되어 날아왔네. 잊고 지낸수십 년의 그리움을 보상하듯시골과 도시를 가리지 않고들과 산과 바다에 몰려왔네. 밀보리밭에집을 짓고 알을 낳던 텃새지만처서를 앞두고는한순간 철새가 되어잊힌 세월에 날갯짓하네. 2024. 8. 21.
뜨거움이 때론 부럽다 - 윤명상 뜨거움이 때론 부럽다          / 석우 윤명상 이 여름의 열기가나의 사랑이었으면 좋겠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도식을 줄 모르는 이 열기를나는 부러워한다. 낮밤 새벽 없는이 여름의 강렬한 열기는내 사랑의 초라함을 나무란다. 스치는 바람에도소심해진 나는사랑을 놓아버리기를 반복했다. 사랑은 머뭇거리는 것이 아닌이 여름의 열기처럼끝까지 뜨거워야만 했다. 사랑 때문에상처를 주진 않았지만감동도 주진 못한 까닭이다. * '2024. 대청문화 제15호'에 수록 2024. 8. 18.
더위와의 전쟁 - 윤명상 더위와의 전쟁        / 석우 윤명상 이건 전쟁이다.죽자 살자 달려드는 것은타협이 아니라승패를 보겠다는 것이다. 구름으로 막고바람으로 막아도그늘에 숨어봐도부질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역대 가장 막강한 세력으로몰려드는 더위 앞에인간은 비로소실체를 드러내고 말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존재라는 것을, 2024. 8. 14.
열병 - 윤명상 열병     / 석우 윤명상 내 마음이 뜨거운 건사랑 때문이고 네가 뜨거운 건열 받은 까닭이며 태양이 뜨거운 건우리가 불 지른 때문이지. 2024. 8. 9.
사랑이 지나간 자리 - 윤명상 사랑이 지나간 자리          / 석우 윤명상 봄이 지나고꽃잎 떨어진 꼭지는그리움의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세월이 흐르고꼭지에는 꽃잎 대신그대 얼굴이 곱게 피었습니다. 원망스러울 법도 하지만더 잘해주지 못한 미안함이떨어진 꽃잎을 감싸고 있었기에,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는그리움과 함께그대를 축복하는 마음만 쌓여갑니다. 2024. 8. 4.
6인실 병상에서 - 윤명상 6인실 병상에서         / 석우 윤명상 낯선 동지들과의 동거,나이도 증상도 기간도 다른공통의 사정으로 묶인 공간이다. 가벼운 눈인사 후무거운 침묵으로각자의 싸움에 몰두한다. 커튼 칸막이에 갇힌여섯 개의 세상은자신을 내려놓은 순종의 관계다. 도움을 받으며구원의 손길을 위해나의 손을 내밀어야 하듯, 나를 앞세우지 않는병상의 자세로병상 밖에서의 삶이었으면 좋겠다. 2024. 7. 31.
창밖의 비처럼 - 윤명상 창밖의 비처럼         / 석우 윤명상 비가 내리며가로수와 도로를 모두 적시지만나를 적시지 못하는 것처럼, 내 사랑도창문 너머 너를적시지 못하는 빗물이었나 보다. 그렇더라도오랜 그리움이 흘러너에게 다다를 수 있다면나는 기꺼이저 창밖의 비가 되리라. 2024. 7. 26.
입원실에서 - 윤명상 입원실에서         / 석우 윤명상 창밖에는 비가 내린다.나를 부르는 것 같아 자꾸 시선이 끌린다.한차례 소나기가 지나가고지금은 소리 없이 눈물처럼 내린다. 수액을 꽂고 바라보는 내게도 비가 내린다.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상상,비를 맞으며 뛰어가던 추억,창밖의 빗소리가 들려주는 그리운 이야기들,비를 바라보며 나는 잠시 나를 잊었다. 2024. 7. 21.
어제처럼 - 윤명상 어제처럼       / 석우 윤명상어제가 부럽다.어제의 일상이 그립고어제의 나는오늘의 내가 아니다.한순간어제와 오늘이 달라진 운명,아무도 내일 일을 모른다.평범하게 여겼던 어제가오늘 보니인생 최고의 날이었음을,내일을 알 수 없는 오늘,그러기에오늘에 감사할 일이고오늘이내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사랑하며 살 일이다. 2024. 7.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