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石右의 시방1593 멍에 - 윤명상 멍에 / 석우 윤명상 머릿속에좁쌀만 한 점 하나가 생겼다.자판기를 잘못 눌러 생긴 기호처럼자기공명영상으로 찾아낸 오타 하나,그 오타로 만들어진 작은 점 하나가내 몸을 어거했다. 나를 환자로 만들며나의 삶을 쥐락펴락한다. 병원에서는오타의 변형과이상 상황을 수시로 감시한다.의사가 없는 일요일,장군이 없는 전장처럼숨죽이며 적의 동태를 살필 뿐이다. 2024. 7. 15. 기생초 - 윤명상 기생초 / 석우 윤명상 한바탕 홍수가 지나며평화롭던 수변공원은 온통흙탕물을 뒤집어써야 했다. 어디 그뿐인가.온갖 쓰레기가 할퀴며 남긴상처는 더 고통스럽다. 그러나 약하기만 했던 기생초는홍수가 지나간 다음 날,꽃 잔치를 열었다. 군데군데 얼룩진상처에 아파하기보다는노란 꽃잎을 흔들어 주는 것이다. 찌푸리며 들어섰지만노란 환호의 물결에내 마음도 함께 활짝 피어난다. 2024. 7. 14. 습의 습격 - 윤명상 습의 습격 / 석우 윤명상 아, 포위됐구나.진을 빼는 너의 작전에 빠졌구나. 동맹을 맺은 장마와 무더위가 협공하여밤낮으로 나를 둘러싸는구나. 너의 포위망을 뚫고 벗어날 수도 있지만일시적이고 제한적이다. 나와 동맹인 선풍기는생색내기 방어만 할 뿐,습의 기세는 꺾이지 않는다. 결국, 용병을 불러 반격을 시도하지만효과는 확실하나 몸값이 비싸끝까지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으니땀으로 버텨내는 수밖에. 2024. 7. 12. 시인의 가슴 - 윤명상 시인의 가슴 / 석우 윤명상 시를 쓴다는 것은터널을 지나는 일이다. 때로는불빛 없는 암흑이었다가점점 희미한 빛이 보이더니한순간 만나는 환한 세상처럼가슴이 열리는 일이다. 입구만 보이던 시야가가슴에 다 담을 수 없을 만큼세상이 들어올 때시인은 비로소 포만감을 느낀다. 같은 세상을다른 세상으로 바꾸는 행간에는언제나 터널이 있고터널을 지나며 시인은새로운 기지개를 켜는 것이다. 2024. 7. 7. 빗속에서 - 윤명상 빗속에서 / 석우 윤명상 하필 이런 때 비냐며나는 속으로 투덜댔다.평일에 내렸으면 했지만오늘은 아니었다. 내 생각을저 무심한 비구름은 알 턱이 없지. 일주일에 하루만 농부인 나는선택의 여지 없이고스란히 비를 맞아야 했다. 내 이마의 땀을 씻어내며빗물은 소곤댔다.네가 아닌,저 식물들을 위한 만찬이라고, 2024. 7. 4. 낭만을 찾아서 - 윤명상 낭만을 찾아서 / 석우 윤명상 여름은 낭만이었던 때가 있었다.사랑 노래 부르며 기타를 치고원두막에 앉아 수박을 먹던 청춘의 여름,세월이 청춘을 잃어서가 아니라낭만을 잃은 여름이 문제다.나는 항상 낭만을 노래했다.특히 여름 낭만은 내 청춘의 절정이었기에여름이 오면몽유병 같은 그리움에 젖어야 했다.내 성격을 닮았던 완행열차는느긋한 걸음으로 전국을 다니며나의 낭만 일기가 되었지만,지금은 낭만을 잃은기술과 편의가 앞질러 갈 뿐이다.같은 여름은 다시 돌아오는데아무리 궁리해 본들떠나간 여름 낭만은 찾을 수 없고,낭만을 잃은 여름은무척 거칠어졌다는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2024. 6. 28. 빗속의 여행 - 윤명상 빗속의 여행 / 석우 윤명상 오래전 약속된 여행을 떠나는 날,비가 내린다. 텃밭에 심어놓은 참깨며 옥수수는목말라 시들던 차에이보다 좋을 순 없는 일, 기다리던 비와기다렸던 여행 사이에내 마음도 끼어 비를 맞는다. 2024. 6. 23. 더위 앞에서 - 윤명상 더위 앞에서 / 석우 윤명상 몸에 열이 많아평소 아내는 내게태양 같은 사람이라 했다. 그 태양조차요즘 더위 앞에서는땀을 뻘뻘 흘리며 기가 죽는다. 나보다 더 센 놈이다 싶어태양 같다는 자랑은섣불리 할 수 없는 여름이다. 2024. 6. 21. 나의 여름도 늙었다 - 윤명상 나의 여름도 늙었다 / 석우 윤명상나 어릴 때의 여름은하루하루가 소풍이었다. 개구리 잡다가 더우면냇물에 뛰어들어 멱을 감고고무신을 뒤집어 뱃놀이하곤 했다. 나무 위 새집을 넘보다가어미 새의 공격에 도망치던개구쟁이의 여름은 낭만이었다. 해가 지면푸장나무가 보릿대 검불을 안고밤새 연기를 토해낼 때 나는멍석에 누워 별자리를 찾곤 했다. 그 흔했던 별들이 지금은시골 빈집처럼 불 꺼진 밤하늘,별빛 초롱하던 나의 여름은세월 속으로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2024. 6. 16. 여름에 익는 것 - 윤명상 여름에 익는 것 / 석우 윤명상 여름은 달콤한 고난의 계절,따가운 햇볕은 여름의 심장이다. 뜨거운 심장으로 익어가는 사랑이기에여름은 기다릴 가치가 있는 것. 그러나 사랑이 깊어질수록거쳐야 하는 고난도 거세진다. 거친 바람의 시샘과물의 횡포를 견디는 것은영글어 가는달콤한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2024. 6. 14. 꽃과 나비 - 윤명상 꽃과 나비 / 석우 윤명상 내가 만들어질 때나는 나비보다꽃이 되기로 했나 보다. 꽃을 찾아가기보다기다리는 것이 익숙했고찾아오지 않는 나비를 그리워했다. 가끔 나비 흉내도 내보았지만타고난 성격은나비로 산다는 것이 어색했다. 그렇게 나는그리움을 안고 바람과 벗이 된이름 없는 들꽃이 되었다. 2024. 6. 10. 사랑의 진실 - 윤명상 사랑의 진실 / 석우 윤명상 소년이었을 때에는바닷가 모래 위에사랑을 그렸습니다. 사랑은 쉽게 그려졌지만그때마다 파도는사랑을 지우고 가버렸습니다. 가슴에다사랑을 그리고 난 뒤에도파도는 밀려왔습니다. 가슴을 파헤치듯파도는 밀려왔지만사랑은 지워지지 않았고거칠었던 사랑은파도에 씻기며둥근 몽돌이 되었습니다. 2024. 6. 4. 숲이 되기로 했다 - 윤명상 숲이 되기로 했다 / 석우 윤명상 너의 푸른 손짓에나는 달려갔고너의 맑은 미소에나의 영혼조차 맑아졌다. 너의 꾸밈없는 모습에나는 순수해지고너의 가식 없는 언어에나는 숲이 되었다. 사랑한다는 것은사랑의 대상을 닮아가는 것,나는 사람들 속의작은 숲이 되기로 했다. 2024. 5. 31. 폭우 속에서 - 윤명상 폭우 속에서 / 석우 윤명상 지난 시간을 지우듯마지막 봄비가세차게 내립니다. 태운 냄비를철 수세미로 박박 긁어내듯있는 힘껏 지웁니다. 쏟아지는 폭우에지나온 봄의 흔적과 나는하얗게 지워지고 있습니다. 흐르는 빗물은지워낸 땟국물처럼지난봄을 안고 사라집니다. 아름답고 화려했던한 시절을 씻어내는 데는두어 시간의 폭우로 족했습니다. 바람에 사라지고빗물에 씻긴 세월은 그렇게 그리움이 됩니다. 2024. 5. 27. 너에게로 가는 길 - 윤명상 너에게로 가는 길 / 석우 윤명상 고속도로를 달려가고 있는 이 길 끝에네가 있다면 좋겠다. 너를 향한 마음은고속도로의 일방통행이지만너에게 향하는 길은꼬불꼬불 비포장길. 마음은 너를 향해언제라도 출발하지만너에게 가는 길은약속할 수 없는 추억이기에, 설레는 마음과 달리너에게 가는 길은항상 까다로운 이유가 붙는다. 2024. 5. 23. 나는 찔레꽃을 사랑했네 - 윤명상 나는 찔레꽃을 사랑했네 / 석우 윤명상 가시처럼 날카롭던 여자,다가서면 찔릴 수 있지만고통보다 행복했네 가시는 조심해야 했지만가시를 둘러싼눈부신 순백의 사랑을 보았네. 날카로운 가시를 숨긴조그마한 꽃잎의 사랑은진한 향기를 쏟아냈고, 꽃잎 속의 노란 정열은평범하게 보이던 하얀 꽃잎을더욱 돋보이게 했네. 돌아설 수 없는찔레꽃의 매력,그 여자를 사랑하는 이유였네. 2024. 5. 19. 계절의 변신 - 윤명상 계절의 변신 / 석우 윤명상 사뿐히 걸음을 떼던봄 색시 발걸음이 빨라졌다. 수줍던 걸음은다가오는 여름 총각을 따라선머슴처럼 거칠어졌다. 부드럽던 맵시는어느새 변덕스러워졌고예측불허의 행동을 보였다. 아무래도올여름 데이트는낭만과는 거리가 멀 듯싶다. 2024. 5. 16. 어머니의 잔상 - 윤명상 어머니의 잔상 / 석우 윤명상 나이가 들고틈틈이 시골 텃밭으로가는 날이 많아졌다. 도시에 살며좀처럼 눈에 들어오지 않던우슬이 흔하게 반긴다. 어머니, 우슬이 있습니다.나는 목이 메어어머니를 불렀다. 돌아가시기 몇 년 전부터아프다며무릎을 감싸시던 어머니. 내 어린 시절,어머니는 무릎에 좋다며우슬뿌리를 캐오시곤 하셨다. 어머니는 떠나셨는데까맣게 잊고 있던 우슬은이제야 한눈에 들어오고, 어머니를 위해한 뿌리 캐지 못한 아쉬움을 아는지도둑놈 가시만 달라붙었다. 2024. 5. 13. 푸른 5월의 기도 - 윤명상 푸른 5월의 기도 / 석우 윤명상 구름조차 없는오늘 같은 날그대와 함께라면 좋겠습니다. 며칠의 비가 그치고푸른 하늘에는외로운 낮달 홀로 있거든요. 비로소 찾은 햇살인데그대와 마주 볼 수 없어시무룩한 낮달, 마음속의 그대가곁에서 함께하기를 꿈꾸며기도하는 5월입니다. 2024. 5. 9. 메타세쿼이아 - 윤명상 메타세쿼이아 / 석우 윤명상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하염없이 꿈꾸었으리라. 그리하여올곧은 삶의 자세를다짐하며 갈망하였으리니 마침내흔들리지 않는 마음을온몸으로 드러내었으리라. 2024. 5. 5. 5월의 편지 - 윤명상 5월의 편지 / 석우 윤명상아카시아 꽃향기는오월이 띄우는 편지입니다.짙어가는 녹음에향기 가득한 편지는봄꽃 시들어갈 즈음에배달되는 사랑의 편지입니다.화려하지는 않지만없는 듯 속 깊은 내용입니다.오월의 편지는나의 주변을 돌아보게 하고편지 속의 향기는이웃의 사랑을 느끼게 합니다.편지를 읽으며이웃과 가족을 돌아보는사랑의 오월이었으면 좋겠습니다. 2024. 5. 1. 이전 1 2 3 4 5 6 ··· 7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