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石右의 시방1595 겨울은 추웠다 - 윤명상 겨울은 추웠다 / 석우 윤명상 한파에 움츠린 겨울, 말로만 듣던 북극보다 더 춥다는 말에 그 정도였어? 뭔지 모를 우쭐함이 생긴다. 그러면서 마음이 움츠러드는 것은 겨울의 위엄이겠지만 우쭐하는 거드름까지는 얼리지를 못한다. 그래, 이 추위에 하나쯤 버티는 게 있어야지. 이래 봬도 북극보다 더 추운 겨울의 한복판에 있는데. 2021. 1. 10. 별처럼 빛나다 - 윤명상 별처럼 빛나다 / 석우 윤명상 밤하늘에 별이 없다면, 없다면 얼마나 쓸쓸할지 나는 상상도 하기 싫습니다. 그것처럼 내 마음에도 어두운 밤에만 뜨는 별빛이 있습니다. 어두울수록 더 선명하게 힘들수록 더 강렬하게 외로울수록 더 친밀하게 내 마음을 비추는 별입니다. 먹구름이 끼고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캄캄한 어둠일수록 당신은 내 마음에 별이 됩니다. 2021. 1. 3. 새로운 출발 - 윤명상 새로운 출발 / 석우 윤명상 지나간 것은 잊어버리자. 뒤돌아서지도 말자. 지나간 것에 얽매이거나 미련을 두는 것은 낡은 가죽부대에 새 포도주를 넣는 꼴이다. 새해의 문을 열고 떠오른 저 태양처럼 가자. 가다가 먹구름을 만나더라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듯이 좌우로 치우치지 않고 바르게 가는 사람은 태양처럼 눈부신 법이다. 치타처럼 빨리 가던 거북이처럼 느리게 가던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능력만큼만 가면 된다. 그것이 각자의 달란트이고 숙제인 까닭이다. 2021. 1. 1. 아듀 - 윤명상 아듀 / 석우 윤명상 노을 드리워진 서쪽 하늘 언저리에 태양과 함께 또 한 해가 걸터앉아 있다. 무지개를 좆듯 질러간 허공에는 텅 빈 주머니처럼 옅은 구름 하나 지날 뿐. 희망찼던 기상도 의기양양하던 청춘도 먼 기억 속으로 사라져 잊힌 지 오래다. 그렇게 태양은 세월과 함께 서산마루에서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한다. 2020. 12. 28. 광야의 나무처럼 - 윤명상 광야의 나무처럼 / 석우 윤명상 광야 한복판에 나무 한 그루 우뚝 서 있다. 태풍과 눈보라가 수시로 몰아치지만 끝까지 버티며 물러서지 않는다. 그런 나무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것은 태풍과 눈보라뿐. 숨죽이며 눈보라를 견뎌야 하는 광야의 작은 초목들은 박수를 치며 응원을 보낸다. 폭풍의 광야에서 눈보라에 맞서 버틴다는 것은 무모하거나 자신의 영달에 매이지 않기 때문이리라. 횡포에 맞서는 힘과 사정없이 몰아치는 눈보라 속을 질러가는 배짱으로 위태롭게 싸우며 외로이 광야를 지키려는 것은 광야의 작은 초목들에게도 간직하고 싶은 작은 행복이 있기 때문이다. 2020. 12. 24. 겨울의 의미 - 윤명상 겨울의 의미 / 석우 윤명상 겨울은 쉼표다. 앞만 보고 달려온 계절이 잠시 숨을 돌리며 새로운 도약을 위해 재충전을 하는 기회다. 쉼표의 지점에서 나무조차 가진 것을 모두 내려놓고 죽은 듯이 모든 활동을 멈춘다. 쉼의 시간에 우리도, 분주한 욕망을 내려놓고 마음을 가다듬을 일이다. 알몸을 드러낸 나무처럼 모든 가식을 벗어버릴 일이다. 2020. 12. 21. 첫눈을 기다리며 - 윤명상 첫눈을 기다리며 / 석우 윤명상 밤사이 첫눈이 내릴 거라는 일기예보를 듣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커튼을 젖혔다. 까칠한 나뭇가지에 몇 개 남지 않은 초췌한 나뭇잎이 하얀 눈 대신 바르르 떨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바라보고 있자니 잊고 있던 하얀 그리움만 구멍 난 휑한 가슴에 첫눈처럼 밀려온다. 2020. 12. 16. 권투 시합 - 윤명상 권투 시합 / 석우 윤명상 헤비급과 플라이급이 시합을 벌인다. 승패가 뻔한 싸움이지만 헤비급 선수는 자신의 체급만 믿고 경기 운영과 규칙까지 자기 입맛대로 바꾸며 뻔뻔함과 어깃장으로 심판의 역할까지 한다. 공정은 사라지고 체급이 정의를 대신하며 배려나 양보 없이 KO 펀치를 날린다. 일방적인 진행으로 시합은 엉망이 되고 녹다운을 면하려는 선수의 무기력한 발버둥에 관중들의 응원은 커져만 간다. 2020. 12. 11. 어떤 하소연 - 윤명상 어떤 하소연 / 석우 윤명상 아파도 아프다는 내색도 못 하고 묵묵히 할 일만 하는데 조금만 피곤해도 ‘너 때문’이라며 질책한다. 쉴 틈도 없이 평생, 담즙을 만들고 노폐물과 독성물질을 제거하며 혈액량을 조절하여 온몸에 공급하지만 조금만 기운이 없어도 ‘너 때문’이라며 책임을 묻는다. 평소에는 관심도 없고 나의 존재조차 잊고 살다가 조금만 문제가 생기면 ‘너 때문’이란다. 나는 있는 듯 없는 듯 최선을 다할 뿐인데. 2020. 12. 11. 12월의 아쉬움 - 윤명상 12월의 아쉬움 / 석우 윤명상 무언가를 잊어버린다는 것은 서운하고 아쉬운 일이다. 12월이 잊어버린 것은 어린 시절의 추억에 대한 그리움이다. 겨울의 시작을 알리며 온 천지에 쏟아놓던 백설기 같은 함박눈은 언제부턴가 서서히 잊히더니 이젠 진눈깨비 조차 특별한 일이 되어버렸다. 12월의 잘못은 아니지만 추억이 그리운 내게는 잊어가는 함박눈이 못내 서운할 뿐이다. 2020. 12. 7. 겨울나무처럼 - 윤명상 겨울나무처럼 / 석우 윤명상 봄부터 공들여 치장했던 이파리 모두 떨쳐버리고 겨울나무는 고독한 묵상을 한다. 아름답게 꾸민 허상을 내려놓고 움츠린 추위 속에서의 고독은 녹음에서 느낄 수 없던 또 다른 희열이다. 앙상한 가지밖에 지금은 보여줄 게 없지만 겨우내 고독으로 자신을 연단한 후에는 더 단단해지겠지. 2020. 12. 5. 겨울이야기 - 윤명상 겨울이야기 / 석우 윤명상 어릴 때는눈 내리는 겨울이 좋았다.고삐 풀린 망아지처럼헐떡거리던 강아지처럼눈 위를 뒹굴며 놀았지. 하지만, 중년의 겨울은먼 산 나무 위에하얗게 눈 덮인 풍경 말고는길이 미끄러워질 걱정에일기예보에 민감해졌어. 이제 가슴 뛰던어린 시절의 겨울은함박눈처럼 펑펑그리움으로 내릴 뿐이다. 2020. 12. 4. 계절도 이사를 한다 - 윤명상 계절도 이사를 한다 / 석우 윤명상 이사 준비가 한창인 가을이다. 챙길 것 챙기고 버릴 것 버리면서 새로 이사 올 겨울을 위해 서둘러 집을 비우는 중이다. 어지간히 마무리되어 며칠 내로 이사할 터인데 성질 급한 겨울은 미리 찾아와 이래저래 참견이다. 떠나야 하는 주인은 한풀 꺾여 눈치를 보고 이사 올 새 주인은 안하무인 벌써 주인행세를 한다. 2020. 11. 30. 겨울이 오기 전 - 윤명상 겨울이 오기 전 / 석우 윤명상 겨울이 오기 전 나무는 스스로 버려야 할 것을 안다. 하늘을 가릴 만큼 바람을 막아설 만큼 무성했던 이파리지만 미련 없이 모 다 떨군다. 욕심 하나 떼어버리고 미움 하나 떼어버리고 근심 하나 떼어버리고 그렇게 떼어낸 것들이 바닥에 쌓이며 나무는 비로소 홀가분해진다. 그게 어디, 나무뿐일까. 겨울이 오기 전 내가 버려야 할 것들은 나무의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데 나는 도무지 떼어내질 못한다. 미련 없이 버려야 하는데 버리지 못한 누추한 것들이 인생의 꼬리표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2020. 11. 27. 가을의 메시지 - 윤명상 가을의 메시지 / 석우 윤명상 마이삭과 함께 왔던 가을, 아픔처럼 왔지만 답답하고 시끄러운 세상에서 잠시 눈을 돌리라며 푸른 하늘을 주었고 먹먹한 귀를 씻어내라며 풀벌레 소리, 음악으로 주었지. 지친 마음 달래라며 온 산을 물들여 놓고 가슴으로 맞아주던 가을, 이제는 망설임 없이 자신을 벗어놓으며 흔들림 없이 그렇게 제 길을 가라 한다. *마이삭-2020년 9월 초에 상륙한 9호 태풍 2020. 11. 25. 나이가 들면 - 윤명상 나이가 들면 / 석우 윤명상 나이가 들면서 새삼스레 느끼는 것이 하찮은 것 때문에 너무 추해진다는 것이다. 은밀하게 눈썹 한 가닥이 길게 뻗어 나오질 않나, 코와 귓속에서 불쑥 털이 고개를 내밀며 신사 체면을 구겨놓기도 한다. 수시로 다듬고 제거한다지만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제멋에 사는 재미라지만 남이 나를 보는 시선으로 내가 나를 보면서 자신을 가꾼다는 것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센스 아니겠는가. 2020. 11. 20. 늦은 가을비 - 윤명상 늦은 가을비 / 석우 윤명상 가을비가 붉게 타들어 가던 가을을 급히 진화하고 있다. 그래, 잘하고 있어. 지금 불꽃을 잡지 않으면 모든 가슴이 숯덩이가 될 거야. 정신을 가다듬고 냉정하게 세상을 바라보려면 과열된 마음을 진정시켜야 하거든. 그렇게 불타고 있는 마음들을 가라앉히려 부랴부랴 가을비가 내린다. 2020. 11. 18. 가을비 내리는 날 - 윤명상 가을비 내리는 날 / 석우 윤명상 메마른 낙엽의 등을 두드리며 가을비가 내립니다. 지치고 힘들 때 찾아주는 친구처럼 그대에게 위로를 주는 그런 가을비였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눈물을 흘리며 아픔을 보듬고 나면 가슴이 푸근해지는 그런 가을비였으면 좋겠습니다. 목마른 땅을 토닥토닥 다독여주는 가을비처럼 그대에게 그런 나였으면 좋겠습니다. 2020. 11. 17. 낙엽 예찬 - 윤명상 낙엽 예찬 / 석우 윤명상 누구나 한 때 화려했던 옷을 벗는다. 사람도 그렇거니와 나무라고 다를 바 있으랴. 바닥에 쌓여 있는 낙엽은 화려하던 때의 영광을 스스로 내려놓으며 세월에 순응하는 겸손이다. 누군들 화려하게 치장하고 보란 듯 뽐내고 싶지 않으랴만 낙엽은 다음 세대를 꿈꾸는 것이다. 썩어 거름이 되는 것은 불행이나 패배가 아닌 자신을 버리는 숭고함이기에 낙엽을 밟으며 나는 기도한다. 부끄럽지 않은 낙엽이 되기를. 2020. 11. 14. 가을이 가네 - 윤명상 가을이 가네 / 석우 윤명상 새벽안개에 된서리 맞아가며 애써 물들인 단풍인데 헤어지기 싫어 망설이는 연인처럼 한 잎 두 잎 바닥에 떨구며 가을은 딴청을 피우네. 찬 서리에 등 떠밀리고 입동에 눈치 보는 가을이지만 쉬이 떠나기가 아쉬운 게지. 그럼에도 빨라진 해거름에 맞춰 바스락대는 낙엽 속으로 가을이 숨어드네. 2020. 11. 7. 가을 청춘 - 윤명상 가을 청춘 / 석우 윤명상 가을은 내게 언제나 그리운 청춘이다. 가을이 오면 가슴 속의 색 바랜 옛 사연들은 그리움으로 물들었지. 고향에 온 듯 가슴을 설레게 하는 지난날의 청춘으로 채색되거든. * 대전문예창작 제 2호에 수록 2020. 11. 7. 이전 1 ··· 23 24 25 26 27 28 29 ··· 7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