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石右의 시방1596 그대를 보낼 수 없는 이유 - 윤명상 그대를 보낼 수 없는 이유 / 석우 윤명상 그대를 완전히 떠나보낼 수 없는 것은 그대에 대한 그리움까지 잊을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대를 떠나보내고 나면 내 마음의 빈자리를 달리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이제는 가뿐히 그대를 보내줄 만도 한데 그럴 수 없는 것은 지금도 그대를 생각하면 마냥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2021. 8. 19. 부시티고개를 넘으며 - 윤명상 부시티고개를 넘으며 / 석우 윤명상 국도 4호선 서쪽 끝자락쯤 부여와 서천 군계에 양다리 걸친 고개 하나 있었습니다. 지금이야 4차선 도로가 대신하며 지명조차 잃었지만 예전에는 호랑이가 나온다는 첩첩산중 음산한 고갯길이었습니다. 얼마나 고된 길이었던지 고갯마루에 올라서면 아직도 판교 오일장까지는 두어 시간은 더 걸어야 함에도 긴 한숨을 내뱉으며 이제 거의 다 왔노라 안도했습니다. 그렇게 부시티고개는 여정의 2막을 알리는 이정표였듯이 이제는 인생 2막의 고갯마루에서 뚜벅뚜벅 부시티를 넘어갑니다. 2021. 8. 18. 풀잎처럼 살자 - 윤명상 풀잎처럼 살자 / 석우 윤명상 누구나 풀잎보다는 풀꽃을 좋아하겠지만 풀에게는 초라한 잎새조차 날개다.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조연으로서 꽃을 빛나게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풀잎이다. 새벽이슬을 모아 풀잎 위에 영롱하게 꾸미는 재주와 빗방울을 매달아 보잘것없는 벌레들에게 먹이는 착한 마음씨도 가지고 있다. 그런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지만 작은 바람에도 눈부신 햇살에도 기꺼이 작은 손을 내밀어 반갑게 맞아주는 것이 풀잎이다. 2021. 8. 17. 시인의 이름 - 윤명상 시인의 이름 / 석우 윤명상 소설가를 꿈꾸던 사춘기 소년의 고향은 마을 오른쪽 길모퉁이에 집채만 한 바위가 있어 돌모리 혹은 돌모루라 불리던 부여의 석우부락입니다. 소년은 등단을 하면 마을 이름을 딴 석우라는 호를 짓겠노라 다짐했고 그는 소설가가 아닌 석우라는 시인이 되었습니다. 내 이름보다 고향 이름을 먼저 앞세운 것은 먼 후에라도 고향이 그리워질 것을 안 때문이고 나의 이름이 내 고향의 한 자락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2021. 8. 16. 거울 속의 세월 - 윤명상 거울 속의 세월 / 석우 윤명상 언제부터인가 거울을 보면 거울 속에 나는 없고 오래된 세월만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거울을 들여다보며 갸웃갸웃 나를 찾았지만 이제는 거울 속의 세월을 어루만지며 세월이 곧 나려니 합니다. 가끔은 거울 속 세월 너머에 어렴풋이 내가 보이지만 이젠, 나 닮은 세월을 보며 만족하려 합니다. 2021. 8. 13. 고향 애상(哀傷) - 윤명상 고향 애상(哀傷) / 석우 윤명상 고향도 많이 늙었습니다. 세월의 무게에 눌려 척추가 굽고 키도 줄어 커 보이던 고향 동네는 주름투성이가 된 집들 사이로 새싹처럼 돋아난 새집 두어 채 말고는 골목길조차 쪼그라들었습니다. 늙은 고향 동네는 기력을 잃고 움직임조차 둔해진 데다 약해진 혈관 탓에 군데군데 빈집들은 흉한 검버섯이 되어 버렸습니다. 고무줄놀이하던 여자애들과 구슬치기하던 머슴애들의 왁자지껄했던 정겹던 골목에는 미처 떠나지 못하고 마을과 함께 늙어버린 바람만 쓸쓸히 노닐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세월은 약이라지만 누군가에게는 사무친 그리움으로 아픔이 된다는 것을 고향의 작은 마을은 그저 노쇠한 표정으로 말할 뿐입니다. * 문학사랑 2022년 여름호(140호)에 수록 2021. 8. 8. 한여름과의 대화 - 윤명상 한여름과의 대화 / 석우 윤명상 한여름과 마주 앉았다. 나는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여름의 열변을 들어야 했다. 여름도 자신이 답답하단다. 시간이 지날수록 다혈질이 되고 시도 때도 없이 치미는 통제할 수 없는 분노 때문에 울었다 웃었다 심한 감정 기복에 시달려야 한단다. 예전, 수박 참외 영그는 원두막과 벌거숭이 꼬마들이 멱 감던 개울은 그나마 여름을 기다리는 이유였고 여름방학은 설렘, 그 자체였지 않은가. 그토록 그리움의 대명사였던 한여름의 낭만은 이제 두려운 경계의 대상이 되고 사나워진 여름을 견디기 위해 비상이 걸린 사람들은 한여름의 눈치만 살필 뿐이다. 한여름은 내게 말하고 있는 중에도 이성을 잃은 폭염을 쏟아내며 연신 헐떡거렸다. 2021. 8. 3. 홍수와 눈물 - 윤명상 홍수와 눈물 / 석우 윤명상 세상이 온통 눈물바다다. 기뻐하던 것들이 눈물에 잠기고 희망이었던 것들은 소용돌이치며 맥없이 떠내려간다. 슬픔이 깊을수록 눈물은 많은 법. 사람의 눈물만 눈물일까. 사람들에게 짓밟히고 찢긴 아픔으로 흘리는 자연의 눈물도 눈물이다. 그만큼 상처가 깊다는 몸부림이며 그렇게 쏟아놓은 눈물에 휩쓸려 눈물을 흘려야 하는 인간이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엉켜 울어야 하는 공존이 무너져가는 세상에서 이제 눈물의 의미를 되짚어 볼 일이다. 2021. 7. 30. 매미가 운다 - 윤명상 매미가 운다 / 석우 윤명상 매미의 계절, 매미의 우는 소리를 시끄럽다 타박하지 마라. 매미가 할 수 있는 것은 우는 것이 전부이고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우는 것이 저의 일이다. 짧은 생이지만 최선을 다해 주어진 삶을 살아갈 뿐, 그러니 타박하지 마라. 2021. 7. 28. 살아보니 - 윤명상 살아보니 / 석우 윤명상 살아온 날을 반추할 나이가 되고 무엇이 진짜 좋은 것인지 곰곰이 되돌아본다. 재물보다 좋은 것은 가족의 웃음이며 명예와 부귀보다 좋은 것은 가족의 건강이며 성공과 출세보다 좋은 것은 거짓 없는 양심이며 웃음과 건강보다 좋은 것은 거짓 없는 믿음이더라. 늙어서는 재물과 명예를 탐하기보다 성공과 출세를 좇기보다 일용할 양식으로 감사하는 것이 축복이고 가족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웃을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은혜더라. 이제 제법 살아보니 두둑한 주머니보다 좋은 것은 부요한 마음이며 많은 직함과 역할보다 좋은 것은 자유로운 영혼이더라. 2021. 7. 26. 그리움의 나무 - 윤명상 그리움의 나무 / 석우 윤명상 내 가슴에보이지 않는작은 씨앗 하나 뿌려놓고살며시 떠나간 그대. 그대가 없는 동안씨앗은 싹이 트고 자라서커다란 나무가 되고뿌리는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다. 더는 뽑아낼 수 없을 만큼커져 버린 그리움의 나무이기에그대 품에 누운 듯나는 차라리그 그늘에 누워 살리라. 2021. 7. 14. 시간과의 동행 - 윤명상 시간과의 동행 / 석우 윤명상 시간이 먼저 앞질러 갈까봐 그런지 우리는 수시로 시간을 확인한다. 어디를 가더라도 무슨 일을 하더라도 시간이 옆에 있는지 뒤처졌는지, 혹은 앞서 가는지 우리는 항상 확인부터 한다. 시간이 나보다 뒤에 있으면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마냥 기다려주고 시간이 나보다 앞서 갈 때는 뛰어가서라도 시간과 나란히 걷는다. 좋아하거나 싫은 감정 없이 그렇게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죽는 순간까지 운명처럼 시간과 함께 희로애락을 같이 한다. 2021. 7. 11. 들꽃처럼 웃으며 살자 - 윤명상 들꽃처럼 웃으며 살자 / 석우 윤명상 웃고 살아도모자란 세월,사랑하며 살아도턱없이 짧은 세월, 그런데도내가 나를 이기지 못한그 감정에 붙들려가뭄에 콩 난 웃음조차썩히고 있지는 않은지.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사실, 남이 아니라좁은 마음을 다스리지 못한나의 문제일 터인데, 하지만 언제나나는 나를 나무라기보다는상대방을 원망하며행복의 조약돌을집어 던지지 않았던가. 내 얼굴에 드리운검은 그림자는내 자신을 다스리지 못한자존심의 투영일 뿐. 사랑하며 살아도 모자란 데웃으며 살아도 짧은 인생인데비바람이 불더라도들꽃처럼 웃으며 살아야겠다. 2021. 7. 10. 부러지지 않는 나무 - 윤명상 부러지지 않는 나무 / 석우 윤명상 세차게 부는 바람에적당히 자신을 구부리며바람결에 흔들리는여린 나뭇가지를나는 보았다. 흔들리는 것은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세상을 산다는 것은흔들리며 버티는 일이고나무에 붙어 있어야결국에는열매를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것을 거부하며살아있는 생명은 없듯이흔들려야 부러지지 않고흔들려야 유연해져서더 강한 나뭇가지가 된다. 바람이 불면부는 대로 흔들려라.흔들린다는 것은살아가는 몸부림이기에흔들림은 바로 삶의 매력이다. 2021. 7. 3. 부부싸움 - 윤명상 부부싸움 / 석우 윤명상 검은 구름이 밀려오거나비가 내리는 날에는음과 양이 충돌하며티격태격 싸움이 벌어진다. 번개가 번쩍이며하늘을 가르고 나면뒤이어 천둥은질세라 으르렁대며천지를 뒤흔들어 놓는다, 다정하기보다는서로 떨어질 수 없는각별한 사이면서도엇박자를 내는 것이반개와 천둥의 관계다. 이기고 지는 것 없이요란하다 말지만가슴을 쓸어내려야 할 만큼고통을 안겨주는 게어디, 번개와 천둥뿐이랴. 끼어들거나 말릴 수 없는번개와 천둥의 싸움이다만끝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하늘은 늘 맑았다. 2021. 6. 27. 소나기와 연잎 - 윤명상 소나기와 연잎 / 석우 윤명상 소나기는 잠깐 다녀가며 밋밋한 연잎 위에 반짝이는 보석을 다닥다닥 달아놓았다. 소나기처럼 다녀간 오래전, 임의 그리운 모습이 내 가슴에 영롱한 보석으로 남은 것처럼. 2021. 6. 26. 그대가 그리울 때면 - 윤명상 그대가 그리울 때면 / 석우 윤명상 시인은 달리 그리움을 먹고 삽니다. 그리움이 밀려올 때마다 시를 쓰는 습관은 몇 권의 책을 내도 될 만큼 쌓이고 쌓여갑니다. 하지만 글로 쓰지 못하고 마음에 쓰고 버려지는 시는 또 얼마나 많은지. 그 많은 그리움이 구름이 되고 바람이 되어 오늘도 내 마음을 스쳐갑니다. 2021. 6. 21. 물구나무서기 - 윤명상 물구나무서기 / 석우 윤명상 어찌 된 일인지 거꾸로 보아야 제대로 보이는 세상. 어쩔 수 없이 나도 색안경을 끼고 뒤집어서 세상을 보게 되었다. 구정물을 보석보다 더 좋아하는 돼지처럼 자기 배를 채우기 위해 권모술수만 앞세우는 세태가 옳고 그름의 기준조차 거꾸로 바꿔놓은 까닭이다. 구정물을 뒤집어쓰고는 진주로 멋을 냈다고 자부하는 저 위정자들의 꼬락서니를 어떻게 보아야 바로 보일까. 아무래도 물구나무를 서서 세상을 보아야 할 것 같다. 2021. 6. 21. 빗속의 연가 - 윤명상 빗속의 연가 / 석우 윤명상 조곤조곤 비가 내리는 가운데 미처 태어나지 못한 생각들이 빗물과 함께 흘러내립니다. 먼 기억의 뒤란에서 차마 드러내지 못한 사연들은 빗방울에 투영되어 조각조각 바닥에 흩어지네요. 그대가 내 가슴에 써 놓고 간 편지를 빗줄기는 주룩주룩 하염없이 읽고 또 읽고 내게 안긴 그대 얼굴은 연무 속의 봉우리처럼 보일 듯 말 듯 빗속에서 기웃댑니다. 2021. 6. 20. 그리움의 방 - 윤명상 그리움의 방 / 석우 윤명상 그대를 곁에 둘 수 없는 까닭에 내 마음에는 그리움이라는 방이 하나 생겼습니다. 그대를 다시는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리움의 방은 점점 커져만 갑니다. 하지만 혹시 모를 만남을 꿈꾸며 나는 그리움의 방에 질문지를 붙여 놓습니다. 그대도 나처럼 그리웠는지, 그대도 나처럼 기다렸는지, 그대 가슴에도 나처럼 그리움의 방이 있는지. 어쩌면 평생 질문지만 붙이다 말지 모르지만 내게는 유일한 그대와의 대화이기에 그렇게 도배가 되어도 좋겠습니다. 2021. 6. 19. 행복을 위하여 - 윤명상 행복을 위하여 / 석우 윤명상 딱히 뭘 해야만 행복할 거라는 조건을 앞세울 필요는 없습니다. 마음을 비우는 일은 욕심을 버리는 일이고 마음을 비운만큼 행복은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처마 밑의 빈 제비집에 봄이 되면 찾아오는 제비처럼 마음을 비우면 행복도 제비처럼 날아옵니다. 배부른 행복은 배가 꺼지면 행복도 꺼지고 말지만 빈 마음에 담긴 행복은 꺼질 이유가 없는 까닭입니다. 2021. 6. 18. 이전 1 ··· 21 22 23 24 25 26 27 ··· 7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