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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같은 삶을 위하여

☞ 石右의 시방1596

한 송이 꽃이 되어 - 윤명상 한 송이 꽃이 되어       / 석우 윤명상 하늘을 보며해맑게 웃는 저 꽃들을 보세요.들국화와 구절초, 쑥부쟁이며구김살 하나 없이미소 짖는 코스모스를.   고운 꽃을 피우기 위해폭염과 비바람과 태풍까지가녀린 몸으로 견뎠기에아름다운 미소를저리 지을 수 있는 것입니다.   아픔 없이 피는 꽃이 없고고난 없이 피는 인생도 없기에지난 아픔을 거름삼아진한 향기를 풍길 수 있는 것. 이 가을엔나만의 꽃 한 송이곱게 피워그대의 기쁨이 되고 싶습니다. 2021. 10. 4.
단풍과 낙엽 사이 - 윤명상 단풍과 낙엽 사이 / 석우 윤명상 가을의 나뭇잎은 흔들리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스치는 갈바람에도 낙엽이 되는 두려움 때문이다. 고운 단풍으로 오래 사랑을 받으면 좋겠지만 기운은 점점 약해져 갈 뿐. 그래서 가을 나뭇잎의 흔들림에는 떨어지지 않으려는 몸부림이 보이는 것이다. 세상, 모든 생명의 끝에는 흔드는 바람과 그에 맞선 몸부림이 있지만 더러는 눈부신 아름다움으로 낙엽이 되는 단풍잎도 있다. 흔드는 바람이야 자연의 섭리겠지만 몸부림으로 바람에 맞서는 모든 단풍잎에도 응원을 보낸다. 2021. 10. 3.
가을의 언어 - 윤명상 가을의 언어 / 석우 윤명상 옹알이하던 가을이 이제는 자신의 언어로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늘어놓는 계절이다. 높푸른 하늘과 뭉게구름. 그 하늘을 품은 호수와 울긋불긋 산과 들의 단풍들, 가을걷이로 마음을 비운 들녘과 바람과 갈대와 고추잠자리. 하는 말마다 예쁜 말만 늘어놓는 이 모든 것이 우리를 향한 가을의 언어다. 가을이 말하고 있는 인생에 대하여 사랑에 대하여 세상의 모든 의미에 대하여 나도 가을 속의 한 단어이고 싶다. 2021. 10. 2.
10월이 설레는 이유 - 윤명상 10월이 설레는 이유 / 석우 윤명상 10월은 항상 설렘을 줍니다. 사랑도 과일처럼 익어갈 때가 아름다운 것처럼 10월의 가을은 그리움이 익어가기 때문입니다, 점점 깊어가는 호수의 하늘만큼 깊어지는 갈대의 사색에 바람조차 숨죽여 불기 때문입니다. 갈대는 갈대의 사색을 하듯 나는 10월의 품에 안겨 나의 그리움으로 나의 사색을 하려 합니다. 2021. 10. 1.
사랑을 고백할 때 - 윤명상 사랑을 고백할 때 / 석우 윤명상 사랑이 가장 깊을 때는 사실, 사랑한다고 고백할 때가 아닙니다. 고백하기 전, 차마 고백할 수 없는 설렘으로 가득 찼던 바로 그때가 사랑의 임계점입니다. 사랑이 조금 만만해지고 익숙해져서 고백해도 쑥스럽지 않은 때는 비등점으로 내려간 상태입니다. 2021. 9. 30.
비 내리는 날의 행복 - 윤명상 비 내리는 날의 행복 / 석우 윤명상 비 내리는 창밖을 한참 바라보다가 저 많은 빗방울 중에 나를 찾아와 창문에 매달리는 빗방울이 문득, 고맙고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나의 친구가 되고 좋은 선후배와 그리고 좋은 이웃이 되어 준 모든 분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빗방울은 어디론가 흘러가면 그만이지만 창문에 매달린 빗방울은 나와 따뜻한 시선을 주고받는 특별한 사이가 된 것처럼 내게는 그렇게 내 마음을 적시는 빗방울 같은 특별한 분들이 있다는 것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창문을 흘러내리는 빗방울의 하나하나에 고마운 얼굴들을 새기면서 잠깐의 만남이지만 그것이 인생의 행복이었음을 나는 감사하며 또 감사했습니다. *계간 대전문학 97호(2022.가을호)에 수록 2021. 9. 29.
대화하기 - 윤명상 대화하기       / 석우 윤명상 친구로부터소라껍데기 몇 개를선물로 받았습니다.   어느 해변의파도 소리를 담아왔을까 싶어귀에 대고가만히 들어보았습니다.   파도 소리가 들립니다.어떤 것에서는갈매기의 울음소리와뱃고동 소리도 들립니다.   그것은 마음의 소리입니다.누군가의 진실을 읽으려면소라껍데기를 귀에 대는 정성으로마음을 기울여야만 합니다.   단지 호기심이나 건성으로소라껍데기를 귀에 댄다면소라껍데기는 어떤 소리도들려주지 않을 것입니다. 2021. 9. 29.
가을아 - 윤명상 가을아 / 석우 윤명상 나뭇잎 단풍이나 익혀놓고 머루와 다래나 익힐 일이지 내 마음의 그리움까지 달콤하게 익혀 놓았으니 이를 어쩔 거냐. 푸릇한 그리움으로 평생을 간직하려 했더니 완숙을 해 놓으면 가을 지나 겨울이 왔을 때 나는 어떡하라고. 2021. 9. 27.
사랑에 대한 회상 - 윤명상 사랑에 대한 회상 / 석우 윤명상 사랑한다는 말은 한마디도 없었습니다. 당신도 그랬지만 나 역시 사랑한다는 말은 차마 쑥스러웠습니다. 그러나 돌아보면 당신에게 사랑이 아닌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모든 것이 사랑이었던 그 마음을 내가 읽지 못했을 뿐입니다. 사랑한다고 말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기꺼이 고백할 것입니다. 내가 지금, 마음으로 고백하는 것처럼. 2021. 9. 26.
정[情]이란 - 윤명상 정[情]이란 / 석우 윤명상 정은 추우면 생겼다가 추울수록 깊어지는 것. 따뜻할 때는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잠깐 싹이 트다 사라지지만 추운 겨울에는 작은 손길 하나에도 금세 정이 싹튼다. 그대에게 정이 많다는 것은 추위를 많이 탔다는 것이요 몇 번의 겨울을 거치면서 정이 깊어졌다는 의미다. 겨울이 없는 인생은 없다. 겨울까지는 아니더라도 추위를 탈 때에는 누군가의 미지근한 관심마저 따뜻한 정이 되는 것. 지지고 볶는 세상에서 그래도 웃으며 살 수 있는 것은 정이 있기 때문이다. 2021. 9. 25.
강물처럼 살자 - 윤명상 강물처럼 살자 / 석우 윤명상 나는 지금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다. 천 리 길을 달려오면서도 그 품위를 잃지 않는 것은 선을 넘지 않고 자신을 지켜 온 때문이다. 선을 넘는 순간, 더는 강물이 아닌 홍수요 재앙이겠지만 강은 자신의 분수를 안다. 굽이를 만나면 굽이를 따라 도는 여유로 하늘을 품은 강물은 오늘도 급할 것 없는 길을 간다. * 문학사랑 2021년 겨울호에 수록 2021. 9. 24.
그대 마음에 조약돌을 던지면 - 윤명상 그대 마음에 조약돌을 던지면 / 석우 윤명상 은은히 흐르는 강물에 조약돌을 던졌습니다. 조약돌은 작은 소리와 함께 물보라를 그리며 사라졌습니다. 나를 거슬러 흘러간 그대의 마음에도 추억의 조약돌을 던지면 그리움의 물보라가 일까요? 그대가 던져놓은 내 마음의 조약돌은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거든요. 2021. 9. 22.
가을의 기도 - 윤명상 가을의 기도 / 석우 윤명상 봄에 태어나 한여름 지나온 게 전부지만 꽃을 피우고 씨앗을 남기는 이름 없는 잡초와 가을볕에 영그는 자연의 모든 것들에 부끄럽지 않게 하소서. 자연 속의 생명보다 더 나은 사람이 아닌 자연의 한 부분이 되어 자연과 어우러진 삶의 열매를 맺음으로 감사할 수 있게 하소서. 단풍이 되는 연습을 통해 가을이 주는 의미를 알고 버릴 때와 버려야 할 것을 알며 때에 맞는 처신을 통해 빈 마음으로 겨울을 꿈꾸는 가을에 적합한 사람이 되게 하소서. 2021. 9. 19.
빗소리를 듣다 - 윤명상 빗소리를 듣다 / 석우 윤명상 사람들은 목소리가 커야 이기는 까닭에 상대에게 스며들지 못하고 소음이 되고 말지만 빗소리는 상대에게 스며들어 상대의 소리를 내기에 수백 수천의 노래가 된다. 땅에 떨어지면 땅의 소리를 내고 풀잎에 떨어지면 풀잎의 소리를 내고 유리창에 떨어지면 유리창의 소리를 낸다. 빗소리에 추억과 그리움이 있는 것도 오랜 세월, 너와 내게 스며들어 상대의 소리를 내는 까닭이다. 2021. 9. 17.
가을의 사랑 - 윤명상 가을의 사랑 / 석우 윤명상 이 가을에는 단풍 같은 사랑을 하게 하소서. 물감으로 물들인 사랑이 아닌 새벽이슬과 흩뿌리는 빗방울에도 씻기지 않을 속부터 곱게 물든 단풍 같은 사랑을 하게 하소서. 낙엽이 되어 떨어지기까지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변색 되지 않는 마음으로 단풍 같은 사랑을 하게 하소서. 2021. 9. 17.
폭풍의 언덕 - 윤명상 폭풍의 언덕 / 석우 윤명상 그곳에는 항상 폭풍이 불었다. 누구라도 그곳에서는 폭풍이 되었다. 집에서는 자상한 아버지요 상냥한 어머니요 사람 좋은 이웃이었다가도 그곳에서는 폭풍이 되어 요동쳤다. 점잖고 친절했던 사람도 배려심 많고 친화적이던 사람도 덕망과 학식과 교양이 있던 사람도 어쩔 수 없이 폭풍이 되었다. 그럼에도 너나없이 폭풍이 되고 싶어 몰려들었고 폭풍이 된 후에는 더 거친 폭풍이 되려고 애를 썼다. 그렇게 그곳에서는 쉴 새 없이 폭풍이 불었다. 2021. 9. 15.
보고 싶은 그대에게 - 윤명상 보고 싶은 그대에게 / 석우 윤명상 세월도 그리움을 지우지는 못하더이다. 바뀌는 계절도 보고 싶은 마음을 감추지는 못하더이다. 지나는 바람에 안부를 물어도 보았지만 구름처럼 떴다가 낙엽처럼 지고 말더이다. 살다 보면 한 번쯤은 만날 수 있으려니 했지만 옅은 구름에 가린 실루엣 달빛처럼 세월에 가려진 그대는 기억 속에서 가물거릴 뿐. 그럴수록 어린아이의 투정처럼 보고 싶은 그리움만 가슴에 쌓여 가더이다. 2021. 9. 13.
싸우며 크는 세상 - 윤명상 싸우며 크는 세상 / 석우 윤명상 어릴 때, 친구들과 싸우면 어른들은 항상 ‘싸우면서 크는 겨’라며 말리기보다는 격려해주었다. 싸우는 게 싫었던 나는 빨리 어른이 되어 더는 싸우는 꼴을 안 보면 좋겠다 싶었지만 어른이 될수록 싸움은 더 다양해지고 격화된다는 것을 알게 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단 하루도 싸움 구경을 거른 날이 없고 직접 싸움판에 뛰어들어 코피 터지게 싸우기도 하지 않던가. 어깨동무까지는 아니더라도 서로 손을 잡고 살 수는 없는 걸까. 싸우면서 크는 어린애들이보다 ‘다 큰 것들이’ 더 크기 위해 싸우는 것은 애먼 새우등를 멍들게 할 뿐이다. 2021. 9. 13.
그리운 그대에게 - 윤명상 그리운 그대에게 / 석우 윤명상 길을 걷다가 무심코 가다가 우연히 그대를 만나고 싶다. 미리 약속된 만남이라면 어떤 옷을 입을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이 앞설 테고 떨리는 마음을 어찌하지 못해 횡설수설 할 것만 같다. 우연히 만나더라도 벅찬 마음을 가눌 수 없어 그대 앞에 황홀한 떨림으로 멈춰 설 테지만. 길을 걷다가 무심코 가다가 우연히 그대를 만나고 싶다. 2021. 9. 10.
일방통행 1 - 윤명상 일방통행 1 / 석우 윤명상 사랑이 수많은 감정의 교차로라면 그리움은 일방통행로입니다. 그런 까닭에 길을 가다가 낯선 일방통행로를 만나면 왠지 마음이 설레거든요. 그 길 어디쯤엔가 그대가 있을 것만 같아 내내 그리움 앓이를 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2021. 9. 6.
나를 사랑해준 분들에게 - 윤명상 나를 사랑해준 분들에게 / 석우 윤명상 세월의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지나간 책갈피 속의 사연들이 자꾸 그리워집니다. 세상을 사는 요령도 없고 잘난 것도 없던 나에게 관심을 주고 사랑을 주었던 그분들이 더욱더 그렇습니다. 나는 경험이 부족하고 생각이 세련되지 못하여 그 관심과 사랑이 주는 미래의 희망을 미처 몰랐습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결코 놓치지 않을 사랑이지만 지금은 내 가슴에 작은 그루터기로 남아 있습니다. 2021. 8.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