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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같은 삶을 위하여

☞ 石右의 시방1595

가을의 소리 - 윤명상 가을의 소리 / 석우 윤명상 시인들과 함께 드라이브를 했습니다. 대청호 단풍길을 따라 가을로 들어갈수록 가을은 행위예술을 선보이며 메시지를 던져줍니다. 누군가에게는 감탄을 누군가에게는 위로를 누군가에게는 희망을 누군가에게는 여유를… 각자에게 메시지를 던지며 가을은 그렇게 호수와 강물, 숲과 나무에 녹아 있었습니다. 마음을 기울인 만큼 가을은 가까이 다가왔고 마음을 비운 만큼 마음은 가을로 채워졌습니다. 발길과 눈길 머무는 곳마다 가을은 시가 되었고 시인은 가을로 녹아들었습니다. 2021. 11. 4.
단풍잎에게 - 윤명상 단풍잎에게 / 석우 윤명상 지금, 이 가을은 너의 생애에서 가장 아름다운 날이다. 가장 사랑스러운 날이고 가장 자랑스러운 날이다. 낙엽이 되는 죽음조차 부끄럽지 않은 생애 최고의 날이다. 삶이란 그래야 한다. 점점 아름다워지고 점점 사랑스러워지고 점점 자랑스러워지다가 홀연히 낙엽처럼 떠나는 것, 그것이 최고의 생애 아니겠는가. 서둘러 생애의 마지막인 것처럼 최고가 되려고 하거나 푸른 시절을 자랑하지 마라. 그것은 단풍이 아닌 그저 변색일 뿐이다. 오래 참음으로 얻은 결과일수록 의미 있고 가치가 있는 것. 그래서 지금의 너는 누가 뭐래도 최고인 것이다. 2021. 11. 3.
사랑의 동반자 - 윤명상 사랑의 동반자 / 석우 윤명상 그대가 구름이라면 나는 바람이 되어 그대가 원하는 곳으로 편히 안내할 것입니다. 그대가 별이라면 나는 어둠이 되어 그대를 더욱 빛나도록 할 것이고, 그대가 꽃이라면 나는 향기가 되어 그대를 더욱 사랑받게 할 것입니다. 그렇듯 사랑이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동반자가 되어 섬김이며 희생하는 것입니다. 2021. 11. 3.
가을에는 가을답게 살자 - 윤명상 가을에는 가을답게 살자 / 석우 윤명상 가을에는 조금 빈곤해도 좋습니다. 가을은 그 자체가 풍요롭기 때문입니다. 가을에는 조금 초라해도 좋습니다. 가을은 누가 뭐래도 가장 화려하기 때문입니다. 가을에는 나누며 살아도 좋습니다. 가을은 가을의 전부를 우리에게 주었기 때문입니다. 가을에는 욕심을 내려놓아도 좋습니다. 가을은 모든 들녘을 비우며 낙엽으로 내려놓기 때문입니다. 가을을 살면서 가을과 경쟁하며 가을보다 더 부요하거나 더 아름답기를 욕심내지 마십시오. 가을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가을과 더불어 순리를 따라 여유를 가지고 사는 것입니다. * 문학사랑 2022.가을호에 수록 2021. 11. 3.
그리움이 많다는 것 - 윤명상 그리움이 많다는 것 / 석우 윤명상 나는 정이 많은 사람인가 봅니다. 그리움이 많다는 것은 정이 많다는 의미거든요. 지나온 세월에 켜켜이 쌓인 그리움은 모두가 사랑이었고, 일부러 잊으려 한 그리움이 없었다는 것은 모두가 정이었기 때문입니다. 나를 스쳐 간 모든 것이 내 가슴 속의 정이라는 주머니에 담겨 그리움이 된 까닭입니다. 2021. 11. 2.
그리움의 계절 - 윤명상 그리움의 계절 / 석우 윤명상 스치는 갈바람에도 햇볕의 작은 애무에도 마음속까지 붉게 물드는 그리움의 계절입니다. 언제나 푸를 것 같던 갈참나무의 두꺼운 심장마저 가을의 구애에 그만 사랑으로 물드는 가을입니다. 가을에 설레지 않는다면 그것은 심장이 멈춘 때문이고 심장이 뛰는 누구라도 자의든 타의든 붉은 가을이 되는 계절입니다. 2021. 11. 2.
단풍길을 그대와 걷고 싶다 - 윤명상 단풍길을 그대와 걷고 싶다 / 석우 윤명상 그대와 함께 가을 단풍길을 걷고 싶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길이든 황금빛으로 치장한 메타세콰이어 길이든 은빛 물결치는 억새꽃 길이든, 함께 걸으면서 그대처럼 고운 낙엽을 주워 그대를 위한 시를 짓고 단풍잎 사이로 쏟아지는 가을 햇살에 비친 그대의 모습을 사진 찍어 마음속에 담고 싶다. 그대는 단풍이 너무 예쁘다며 환호를 지르겠지만 내게는 그대가 더 예쁘기에 그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할 것이고 그대는 떨어지는 낙엽을 줍는다며 팔을 벌려 뛰어가겠지만 나는 땅에 떨어지는 그대의 사랑스러움을 내 가슴에 주워 담느라 분주할 것 같다. 이 가을이 가기 전 단풍이 다 지기 전 가을로 흠뻑 물든 길을 그대와 함께 그렇게 걷고 싶다. 2021. 11. 1.
가을과 놀다 - 윤명상 가을과 놀다 / 석우 윤명상 가을을 데리고 호수로 나갔더니 호수는 이미 푸른 하늘과 함께 단풍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호수를 데리고 오려했더니 호수는 가을 하늘과 더 놀겠다는군요. 할 수 없이 가을도 내 마음도 모두 호수에 남겨두고 홀로 되돌아왔습니다. 2021. 10. 31.
편지 쓰고 싶은 날 - 윤명상 편지 쓰고 싶은 날 / 석우 윤명상 기다려지는 가을비처럼 그러다가 정말 비가 내리면 어쩌나 싶은 가을 단풍처럼 마음의 허기가 느껴지는 날이면 편지를 쓰고 싶어집니다. 단비 같은 글로 그대 마음을 적실 수 있다면 위로와 격려의 글로 그대의 추운 마음을 감싸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차마, 그러지 못하는 것은 내 가슴속에 있는 그대이기에 편지지가 아닌 그리움을 추억하는 마음의 편지로 대신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꼭 한 번 가랑잎이 모두 사라지기 전 우표에 소인이 찍힌 편지를 그대에게 보낼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2021. 10. 30.
월명산의 추억 - 윤명상 월명산의 추억 / 석우 윤명상 월명산 자락에 신비한 집, 하나 있었습니다. 그곳엔 천사 같은 요정들이 살았지요. 마당을 둘러싼 돌담에는 머루 넝쿨 올라앉아 보초를 섰고 참죽나무 복숭아나무는 돌담 사이 병정이 되어 요정들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나는 요정들과 함께 다람쥐가 되어 돌담을 넘나들고 병정들의 어깨를 오르내리며 해가 지도록 놀았습니다. 까마득히 세월은 흘렀지만 아직도 마음속에는 요정들의 예쁜 웃음소리가 메아리치고 있습니다. * 충청예술문화 2022. 6월호에 수록 2021. 10. 30.
어느 가을날의 편지 - 윤명상 어느 가을날의 편지 / 석우 윤명상 어느 가을날, 소녀의 슬픈 편지를 받았습니다. 중학교 졸업반, 겨울방학과 함께 식모로 간다며 식모살이 잘할 수 있게 기도해 달라더군요. 이름처럼 마음씨도 고왔던 소녀. 어려운 집안 형편에 어린 동생들을 위한 거라며 열다섯 살 소녀는 복잡한 소회를 구구절절 늘어놓았습니다. 그러면서 기회가 되면 다시 편지하겠다는 그 가을의 약속은 내가 주소를 옮긴 탓도 있었겠지만 낙엽처럼 지고 말았습니다. 지금쯤 중년이 되고 아이들의 엄마가 되었을 35년 전 애써 미소 짓던 소녀, 그 이름 황진이. 언제나 가을이 되면 그의 슬픈 눈망울은 찬바람처럼 내 마음에 파고들며 35년을 기도하게 했습니다. 내 가슴에 새겨진 그의 슬픈 여운이 이제는 국화꽃 같은 웃음으로 바뀌었으면 싶습니다. 그게 언.. 2021. 10. 27.
시인의 마음으로 - 윤명상 시인의 마음으로 / 석우 윤명상 누군가 제게 말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속 편한 사람’이라고, 저라고 어디 세상 편하기만 할까요. 속 쓰리고 속 아픈 일이란 살다 보면 일상인 것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시인의 마음으로 걸러서 보니 아프고 속상한 일도 한 편의 시가 되더이다. 그렇게 쓰인 시를 그리움으로 한 번 더 포장하니 서정적인 이미지가 되어 속 편한 사람으로 보여 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굳이 시인이 아니더라도 시를 즐겨하는 마음이라면 그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세요. 그러면 세상은 채로 거른 모래알처럼 고운 시가 되어 보일 것입니다. 시로 읽히는 너, 시로 읽히는 눈물, 시로 읽히는 세상, 그렇게 세상은 한 권의 괜찮은 시집이 됩니다.. 2021. 10. 26.
가을이 아름다운 이유 - 윤명상 가을이 아름다운 이유 / 석우 윤명상 국화가 만발하고 단풍이 우아하게 유혹한다 해도 그대가 없는 가을이라면 내게는 쓸쓸한 계절일 뿐입니다. 그대가 있어 국화는 더 향기롭고 단풍은 더 곱게 보이는 것이며 가을 호수가 낭만인 것도 그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대와 함께라면 어느 계절이든 행복하겠지만 이 가을이 더욱 아름다운 것은 그리운 그대가 가을날의 예쁜 손편지로 내 가슴에 쓰였기 때문이지요. 단풍도 들기 전에 추위에 떨어진 낙엽조차 황홀한 몸짓으로 보이는 것도 다름 아닌 내 안에 그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2021. 10. 25.
국화꽃을 보면서 - 윤명상 국화꽃을 보면서 / 석우 윤명상 아파트 단지 입구에 작은 국화축제가 열렸습니다. 한눈에 들어오는 전시장이지만 정성은 한눈에 담을 수 없었습니다. 줄지어 선 국화꽃은 지나는 발걸음마다 쌓인 피로를 걸러주고 아픈 마음은 치유하며 메마른 영혼과 지친 삶을 어루만져 주고 있었습니다. 그 사랑을 나누기 위해 국화는 몇 번의 목마름을 참았을 것이며 뿌리가 뽑혀 옮겨지는 몇 번의 고통도 견뎠을 것입니다. 그렇듯 세상에 값싼 선물은 없습니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선물이라도 눈물과 인내가 있어야 했습니다. 몇십 보 걸어가면 끝나는 국화꽃 축제장이지만 내 마음은 아직도 국화 옆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1. 10. 23.
가을의 가슴앓이 - 윤명상 가을의 가슴앓이 / 석우 윤명상 오늘은 다 잊기로 했습니다. 바쁜 일, 해야 할 일까지 모두 남겨두고 호수로 향했습니다. 아직 덜 익은 가을이지만 그리운 이를 반기듯 호수는 눈부신 윤슬로 맞아줍니다. 그렇게 일상을 벗어놓고 사부작사부작 거니는 호반을 졸졸 따라다니는 것은 다름 아닌 그리움이었습니다. 호수의 잔물결에도 억새꽃 하얀 몸부림에도 그리운 시절을 회상하는 몸짓이 배어있었습니다, 나는 느꼈습니다. 나만이 아닌 내가 바라보는 모든 것들이 같은 그리움을 안고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는 것을. 2021. 10. 23.
그리움을 만나다 - 윤명상 그리움을 만나다 / 석우 윤명상 여러 그리움 가운데 하나를 만났습니다. 마주 보는 만남이 아니라 그리움으로 그리움을 만났습니다. 가슴 밑바닥에 철부지로 남아 있던 꿈같은 사연의 그리움인지라 설레는 만남이었습니다. 같은 하늘 아래, 같은 사연으로 같은 그리움을 품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신기한 일인지. 서로의 가슴속에 공유되고 있는 사소한 사연조차 행복한 기억으로 되살아났습니다. 인생이란 그렇습니다. 풀어놓고 보면 평범한 삶의 이야기가 세월의 책갈피에서 숙성이 된 뒤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된다는 것을. 2021. 10. 21.
들꽃 사랑 - 윤명상 들꽃 사랑 / 석우 윤명상 들에 핀다고 작은 꽃이라고 함부로 대하거나 꺾지 마세요. 들에 피는 까닭은 햇볕도 바람도 밤의 별빛도 언제든 와서 보라는 뜻이고 꽃잎이 작은 것은 티 내지 않고 피어있는 그 자리에 가장 잘 어울리는 꽃이 되길 바라는 것뿐이랍니다. 꽃병에 꽂혀 누군가의 시선을 받기보다는 빈들의 초라함을 채우는 소박함을 좋아하거든요. 2021. 10. 20.
속 터지는 이를 위하여 - 윤명상 속 터지는 이를 위하여 / 석우 윤명상 남편을 보며 속이 터진다는 아내, 자식을 보며 속이 터진다는 엄마. 속 터질 일이 많은 세상입니다. 속 터진 아내와 속 터진 엄마가 있는 집안에 무슨 평화와 행복이 있을까요? 속이 터지는 것은 마음이 너무 조급한 탓입니다. 지금, 가을이잖아요. 심호흡을 하며 숨을 고른 다음 하늘을 보며 구름 속의 숨은그림찾기도 해보고 쪼그려 앉아 들꽃에 속마음도 털어놓으면서 자연을 벗 삼아 한 박자나 반 박자 느리게 사는 법을 연습해 보세요. 그러면 속 터지는 일 대신 복 터지는 일이 생길 것입니다. 2021. 10. 20.
사랑과 그리움의 차이 - 윤명상 사랑과 그리움의 차이 / 석우 윤명상 사랑이 냄비의 끓는 물이라면 그리움은 뚝배기에 담긴 따뜻한 물입니다. 끓던 사랑이 끓기를 멈추면서 그리움이 되고 식으면서 추억이 되지요. 뚝배기에 담겨 식지 않고 유지되는 것이 곧 그리움입니다. 그대가 지금까지 내 가슴에 온기로 남아 있는 것처럼. 2021. 10. 18.
날씨가 추워지면 - 윤명상 날씨가 추워지면 / 석우 윤명상 반팔 티를 입고 있다가 갑작스러운 추위에 주섬주섬 겨울옷을 꺼내 입었습니다. 그리움이 밀려올 때 그대를 떠올리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처럼 온기를 느낍니다. 그대의 여린 마음이 혹여 추워지기라도 한다면 따뜻하게 어루만져줄 그런 나였으면 좋겠습니다.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 그리움만으로도 마음이 달콤해지는 사람, 그대가 내게 그런 사람이듯이 나도 그대에게 그런 사람이고 싶습니다. 2021. 10. 18.
들깨 거두기 - 윤명상 들깨 거두기 / 석우 윤명상 영근 들깨 대를 모아놓고 도리깨질을 해댄다. 해방된 깨알들은 환호를 지르고 껑충껑충 사방으로 튀며 살아온 날의 사투를 마무리한다. 해거름에 빨라지는 도리깨질, 하늘은 노래지고 땀방울이 소금기를 띨수록 들깨의 고소한 향기는 물 대신 마른 목을 적신다. 윙윙거리는 도리깨질에 쌓여가는 들깨의 속살, 깨 볶는 행복만 가득하라고 들기름 같은 고소한 삶이 되라고 하늘 끝자락에서 붉은 석양이 응원을 보낸다. 2021. 10.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