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石右의 시방1595 겨울, 비를 만나다 - 윤명상 겨울, 비를 만나다 / 석우 윤명상 겨울도 여린 데가 있습니다. 모질고 차갑다가도 가슴을 촉촉이 적시는 부드러운 정감 말입니다. 그런 분위기를 말해주듯 소리 없이 비가 내리는 것은 무엇을 그리워하거나 말 못 할 애절함을 안고 흘리는 겨울의 눈물인지도 모릅니다. 그리움이 깊어지면 조용히 속울음을 울듯이, 내가 그랬거든요. 2022. 1. 25. 보름달에 대한 회상 - 윤명상 보름달에 대한 회상 / 석우 윤명상 먼 옛날부터 내게는 가장 크고 빛나는 보름달 하나 있었습니다. 보름달의 품에서 생수처럼 젖이 나왔고 그 젖을 먹으며 자랐습니다. 젖을 물리던 보름달이 질 무렵, 내게는 또 다른 보름달이 떠올랐습니다. 내 마음의 어둠을 밝히며 나를 빛나게 하는 나만의 보름달이었습니다. 덩실덩실 춤을 추며 영원을 꿈꾸던 보름달이었지만 그도 이제는 서서히 저물어갑니다. 그리고 나의 어깨너머에는 내가 처음 보았던 것처럼 또 다른 보름달이 밝아오고 있습니다. 2022. 1. 24. 겨울 같은 그대 - 윤명상 겨울 같은 그대 / 석우 윤명상 그대에 대한 기억은언제나 차가움이었습니다. 아름답고 매력적이지만섣불리 가까이할 수 없는냉정한 그대였기에먼발치에서 바라봐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우연히 만나던 순간,그대에게서 느껴지는 사랑의 눈빛에얼어 있던 내 마음은한순간에 녹아버리고 말았습니다. 모두에게겨울처럼 차갑던 그대였지만내게는 온돌이었습니다. 이제 겨울이 되면따뜻했던 그대의 눈빛을,그대를 생각하면추운 겨울을 녹이는모닥불을 떠올리게 됩니다. 2022. 1. 24. 겨울이 추운 이유 - 윤명상 겨울이 추운 이유 / 석우 윤명상 겨울은 따뜻한 관심과 사랑 대신 냉정한 생각과 행동을 택했다. 겨울은 부드러운 미소와 손길 대신 단호한 결단과 태도를 택했다. 겨울은 미래를 향한 꿈과 도약 대신 과정에 대한 멈춤과 성찰을 택했다. 겨울은 냉철하게 자신을 돌아봄으로 지난봄보다 더 나은 봄을 만들려는 것이다. *문학사랑 142호(2022 겨울호) 수록 2022. 1. 24. 또 하나의 소원 - 윤명상 또 하나의 소원 / 석우 윤명상 배부름에 익숙해진 세상,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되었어도 감사하며 행복하기보다는 여전히 구멍 뚫린 가슴으로 굶주린 늑대가 되어 헐떡인다. 민주화를 이루었다며 환호하다가 함께 나누기보다는 자신들만을 위한 방패막이로 더 처참하게 망가져 가는 세상. 새해를 맞아 소망했던 것이 한 달도 되지 않은 지금, 음력 새해를 앞두고 또 하나의 소원으로 나는 갈망한다. 과육에 쌓인 석류의 씨앗이 각각의 낱알이되 하나이듯 뿔뿔이 갈라진 마음이 어우러지는 음력 새해가 되기를, 2022. 1. 23. 꽃밭의 겨울 - 윤명상 꽃밭의 겨울 / 석우 윤명상 봄여름 가을,화사했던 꽃밭은시절을 따라 표정을 바꿔가며아낌없이 매력을 발산했다. 지금은 겨울,눈이 덮이고 녹으며몇 번의 한파를 지나면서아름답던 흔적은 찾을 수 없고 죽은 꽃대 사이로외면하는 시선이 지날 뿐추위에 빼앗긴 마음은꽃밭을 추억할 여유조차 없다. 마음도 겨울,냉한 가슴에서 흘러나온 분노가죽은 영혼들 사이로 지금,폭풍처럼 몰아치는 겨울이다. 2022. 1. 22. 걱정하지 말아요 - 윤명상 걱정하지 말아요 / 석우 윤명상 비가 내리고 천둥과 번개 뒤에 무지개가 떠올라 그 누추함을 치유하듯 그대, 걱정하지 말아요. 지금의 아픔은 내일의 무지개가 될 테니까요. 혹독한 겨울도 봄이 오는 것을 막지 못하고 현재의 한파가 꽃으로 피어날 봄의 기쁨을 막지는 못하거든요. 그러니 걱정하지 말아요. 삶의 발목을 잡는 먹구름은 봄이 오면 걷힐 테니까요. 2022. 1. 21. 나무가 겨울을 견디는 법 - 윤명상 나무가 겨울을 견디는 법 / 석우 윤명상 혈관을 덮은 엉성한 피복을 겨울바람은 맹렬하게 훑었다. 그래야만 한다. 따뜻한 햇볕보다 얼음장같이 추워야 했다. 혈관이 터질 만큼 혹독하면 혹독할수록 그해 봄은 항상 행복했으니까. 한 시절의 행복은 잠깐의 추위를 그렇게 견디는 데서 시작되었다. *대전문예창작 제3호(2022)에 수록 2022. 1. 19. 겨울나무와 눈 - 윤명상 겨울나무와 눈 / 석우 윤명상 마음도 계절을 따라갑니다.겨울의 마음은앙상한 나뭇가지처럼휑할 때가 있거든요. 그러다 함박눈이 내리고나뭇가지에 사뿐히 쌓이듯휑하던 마음에도그리움이 사뿐히 쌓이게 됩니다. 빈 가지는얼마큼의 눈이 쌓이든그 무게를 느끼지 못하듯이내 마음도그리움의 무게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빈 가지인 까닭이지요. 빈 마음에 그리움이 녹아들면빈 가지에 새싹이 돋듯내 마음에는 비로소그대만 가득하게 될 것입니다. 2022. 1. 18. 함박눈 - 윤명상 함박눈 / 석우 윤명상 어두운 현실을 지우며 새로운 세상을 그린다. 무질서하고 불규칙하던 것은 이내 단색으로 통일돼 갔다. 경계를 없애고 내 것과 네 것도 없이 이것과 저것의 차이조차도 하나로 묶어 놓았다. 처음인 것처럼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걸어가라며 지나온 발자취는 모두 지워버렸다. 높은 곳도 낮은 곳도 골목도 도로도 흰색일 뿐 하늘 아래 모두 세상은 차별 없이 하나가 되었다. 2022. 1. 18. 섬 - 윤명상 섬 / 석우 윤명상 거친 바람은 항상 섬에서부터 불어왔고 그 섬을 통해 불어왔다. 철새들의 고향, 거친 바람은 새들의 날갯짓에서 시작된다. 몸집이 비만해질수록 날갯짓은 거칠고 커지면서 모든 미풍을 잠식했다. 틈만 나면 서로 쪼아대는 탓에 섬의 평화란 오직 거친 바람일 뿐이다.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은 새들에게는 단지 만찬일 뿐, 섬의 진리이자 관행이 되었다. 2022. 1. 15. 겨울의 그리움 - 윤명상 겨울의 그리움 / 석우 윤명상 한파주의보에 햇살조차 얼어버린 날씨지만 그리움의 군불이 가슴을 지피는 까닭에 마음은 뜨겁게 달아오릅니다. 그리움은 마른 장작 같아서 작은 불씨에도 금세 타오르는 때문입니다. 두터운 털옷으로도 견디지 못할 한파조차 가슴 속에 달궈진 그리움이 있어 내게는 뜨거운 겨울입니다. 2022. 1. 14. 강추위 - 윤명상 강추위 / 석우 윤명상 며칠째 강도가 든 집에는 슬픈 소식이 끊이지 않았다. 주검과 무너지는 관계, 그리고 가슴에 일어나는 지진들. 인기투표로 전락해버린 선거를 앞두고 서로의 가슴에 상처를 내는 총질은 계속되었다. 세상을 얼리는 강도는 곧 떠날 테지만 삶을 강도질하는 강추위는 영영 집 안에 머물 것만 같다. 세상의 모든 마음을 녹일 따뜻한 봄날은 언제 올는지 강추위 속에서 강추위에 대한 걱정을 한다. 2022. 1. 13. 낮과 밤의 경계에서 - 윤명상 낮과 밤의 경계에서 / 석우 윤명상 종일 부지런을 떨며숨차게 달리던 하루가마지막에 꺼내 보이는 것은정열의 분홍빛 주머니다. 주머니 속에 담긴사랑과 행복과 평안과 기쁨,땀이 밴 수고의 결실을 담아낮과 밤의 경계에서 자축한다. 노을은 하루의 일기이자밤을 위한 사랑의 서곡이다.하루의 수고에 대한 보상이며내일을 위한 은혜의 시간인 것, 낮과 밤의 경계가저리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은누추한 뒷모습이 아닌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까닭이다. 2022. 1. 10. 달빛 사랑 - 윤명상 달빛 사랑 / 석우 윤명상 처음에는 알 듯 모를 듯 잠깐 스치고 지나갔을 뿐이었지만 한번 두 번 보면서 그대의 존재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대의 모습을 내게 절반쯤 보여주었을 때 나는 관심이 생겼고 마음속에 담게 되었습니다. 그대가 그대 전부를 드러내며 내게 환한 미소를 지었을 때 나는 사랑에 빠져 그대만 바라보는 바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 그대는 스스로를 감추기 시작했고 내게 보여주는 부분을 조금씩 줄이더니만 어느 날 내게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그리움이 된 그대는 매일, 내 마음속에 뜨고 지는 한줄기 달빛이 되었습니다. 2022. 1. 7. 시간은 흘러도 - 윤명상 시간은 흘러도 / 석우 윤명상 세월은 수십 번 새 옷을 갈아입었지만 내 마음의 그대는 여전히 어여쁜 사랑입니다. 멈추지 않는 세월은 가라하고 오래전 어느 시점에 나는 그대와 함께 머무르며 끌고 가려는 세월과 실랑이를 벌이는 중입니다. 세월의 훼방에 조금씩 퇴색되는 사랑이지만 나는 오늘도 그대와 함께 추억을 나눕니다. 2022. 1. 5. 아기를 보며 - 윤명상 아기를 보며 / 석우 윤명상 아기가 찾아왔다. 젖을 먹고 늘어지게 잔 뒤 거실 바닥에는 노오란 아가의 행복이 기저귀에 묻어 있다. 신기한 것은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 귀한 것을 발견한 양 싫은 표정 하나 없이 보고 또 보며 미소를 짓는다. 아가의 응가에서 자신이 성장하며 잃어버린 사랑스러운 아가의 모습을 되찾고 있는 것이다. 2022. 1. 5. 겨울나무 - 윤명상 겨울나무 / 석우 윤명상 겨울은 너에게로 와서 견딜 수 있는 따뜻한 옷이 되었다. 꽃이 되었다가 노래가 되었다가 갈증을 풀어주는 생수도 되어 주었다. 겨울이 떠나면 그때서야 비로소 추위를 느낀 너는 주섬주섬 옷을 입는다. 2022. 1. 2. 정월 초하루에 - 윤명상 정월 초하루에 / 석우 윤명상 365개의 가면을 쓴 새해 첫날이 발걸음을 뗐다. 매일 하나씩 가면이 벗겨지는 날들이 어떤 모습일지 알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채, 날마다 마주할 그 비밀은 오만가지 수수께끼일 테지만 믿음으로 겸허히 마주하면 가면은 살맛 나는 모습을 보여주겠지. 2022. 1. 1. 끝자락에서 - 윤명상 끝자락에서 / 석우 윤명상 아픈 잔상을 안고 찾아오는 끝자락에는 하지 못하고 참지 못하고 할 수 없던 것들이 항상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그 아쉬움을 안고 말로는 끝이라지만 언제나 새롭게 시작하는 인생.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대는 여전히 그 자리에 그 모습으로 있다는 것. 나는 항상 그대를 그리며 새로운 시작을 꿈꾸었다. 끝자락에서 아쉬움으로 남을지라도, 2021. 12. 31. 네가 그리운 날 - 윤명상 네가 그리운 날 / 석우 윤명상 추위가 다가오면 나는 너를 포옹했다. 추위가 길을 내고 앞장서면 나는 추위를 따라 너에게로 가서 추위가 지켜보는 가운데 너를 그리워했다. 추위가 떠나더라도 나는 한동안 너를 놓지 못한 채 따뜻한 너의 손길에서 추위를 잊을 수 있었다. 2021. 12. 30. 이전 1 ··· 15 16 17 18 19 20 21 ··· 7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