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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같은 삶을 위하여

☞ 石右의 동시713

반갑다, 9월(동시) - 윤명상 반갑다, 9월 / 석우 윤명상 달리기를 마친 여름의 열기를 식히는 9월입니다. 가쁜 호흡을 가다듬으며 심호흡하는 9월입니다. 들떴던 감정을 가라앉히고 냉정을 되찾는 9월입니다. 여름 뒤끝을 말끔히 정리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9월입니다. 슈퍼블루문을 띄워 전야제로 시작하는 9월입니다. 코스모스 한 아름 안겨주며 응원하는 9월입니다. 2023. 9. 1.
가을장마(동시) - 윤명상 가을장마 / 석우 윤명상 두 번에 걸친 가을장마가 가을 장미처럼 피어나 여름을 씻어냅니다. 떠나는 8월과 함께 폭염을 지우며 시원한 생수처럼 내립니다. 머뭇거리는 여름은 등을 떠밀어 보내고 가을을 불러다 앉힙니다. 파랗던 대추 열매도 빗물에 씻겨 조금씩, 조금씩 붉어집니다. 2023. 8. 30.
빗물이 지우다(동시) - 윤명상 빗물이 지우다 / 석우 윤명상 며칠 동안 빗줄기는 가을 문턱에서 여름을 박박 지웠습니다. 폭염을 지우고 열대야를 지우고 이마의 땀을 지웠습니다. 무더위 짜증이 지워졌고 밖에 나가 놀고 싶던 망설임도 모두 지워졌습니다. 빗물이 지운 뒤에는 폭염 대신 뭉게구름이 지나고 이마의 땀 대신 소슬바람이 불고 마음속의 짜증 대신 풀벌레의 노래가 들려옵니다. 빗줄기는 며칠 사이 여름을 지우더니 가을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2023. 8. 26.
빈 물병(동시) - 윤명상 빈 물병 / 석우 윤명상 무더위에 물병 하나 들고 뒷산에 오릅니다. 높지 않은 산이지만 정상에 올랐더니 물은 이미 동이 났습니다. 부랴부랴 내려오는 길, 쓰러진 고목에 터 잡은 생명들이 목이 말라 축 늘어져 있습니다. 물병을 바라보았지만 텅 빈 물병은 미안한지 입을 꾹 다물고 있을 뿐입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미안한 마음으로 뒷걸음치다 돌아서고 맙니다. 2023. 8. 22.
여름이 하는 일(동시) - 윤명상 여름이 하는 일 / 석우 윤명상 여름은 뜨거운 햇볕과 더운 바람으로 자연을 튼튼하게 합니다. 여름이 여름의 일을 잘해야 가을이 아름답거든요. 여름을 통해 알곡이 맺힌 가을이 오고 무성한 나뭇잎은 예쁜 가을 단풍이 됩니다. 연일 폭염경보지만 신이 난 매미와 울창한 숲을 보면 아름다운 가을이 보입니다. 2023. 8. 18.
고추밭의 친구들(동시) - 윤명상 고추밭의 친구들 / 석우 윤명상 고추밭의 친구들은 요즘, 너도나도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예쁘게 단장을 해요. 어린 동생들은 푸른 눈으로 부러운 듯 바라보고 사춘기 동생들은 살짝 흉내를 내보지만 붉은 듯 검은 듯 엉망이지요. 그래도 머잖아 언니들처럼 능숙하게 예쁜 화장을 하게 될 거예요. 립스틱 빨간 언니들이 햇살을 받으며 떠나는 날 어린 동생들은 언니들처럼 빨리 예뻐지기를 기도합니다. 2023. 8. 14.
태풍처럼(동시) - 윤명상 태풍처럼 / 석우 윤명상 태풍이 사랑이면 좋겠어요. 엄청난 힘과 크기로 빗물을 나눠주고 바람을 나눠주는, 대청소를 하듯 지구를 환기하고 무더위를 날려버리는, 그것도 사랑이잖아요. 사람들 가슴에도 사랑을 간직했다가 필요할 때 한 번씩 태풍처럼 불었으면 좋겠어요. 2023. 8. 10.
보일러 좀 꺼주세요(동시) - 윤명상 보일러 좀 꺼주세요 / 석우 윤명상 밖에 나갔던 아빠가 땀을 훔치며 들어와요. "날씨가 찜통이네. 보일러가 과열됐나?"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동생이 아빠 말을 듣고는 살며시 무릎을 꿇더니 손을 모아 기도를 합니다. '하나님, 보일러 좀 꺼주세요' 아빠는 농담이었지만 동생은 진심이었어요. 2023. 8. 7.
나 찾아봐라(동시) - 윤명상 나 찾아봐라 / 석우 윤명상 매미들이 합창하며 나를 불러요. 몸을 숨긴 채 '나 찾아보라'며 불러요. 폭염이 무서워 집에만 있는 나를 같이 놀자며 뙤약볕에 자꾸 불러요.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았더니 약이 올랐는지 더 크게 목청을 높여요. 2023. 8. 6.
부채질(동시) - 윤명상 부채질 / 석우 윤명상 바람 친구는 오지 않고 뜨거운 햇볕 친구만 뛰어노는 운동장, 운동장에 둘러선 플라타너스 친구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넓은 잎으로 부채질을 해줍니다. 언제 올지 모르는 바람 친구를 기다리며 힘들지 않을 만큼 살살 부채질을 해줍니다. 햇볕 친구가 떠나면 하늘의 별 친구들이 찾아와 플라타너스 친구들과 밤새워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2023. 8. 2.
함께 크는 초원(동시) - 윤명상 함께 크는 초원 / 석우 윤명상 몽골의 푸른 초원, 커다란 소와 말들이 풀을 뜯으며 여기저기 가리지 않고 풀꽃 위에 응가를 해요. 나는 바라보며 속으로 말했어요. 예쁜 꽃에 지지 묻어서 어떡하니? 들풀들이 내 생각을 알았는지 환하게 웃으며 말했어요. 걱정하지 마, 우리에겐 생명의 떡이거든. 2023. 7. 29.
몽골 초원에서(동시) - 윤명상 몽골 초원에서 / 석우 윤명상 손을 뻗으면 한 움큼 팔을 벌리면 한아름 잡힐 듯 가까워진 별들, 주먹만한 별들이 은하수 사이를 수놓으며 반짝반짝 재롱을 부립니다. 어두운 초원에서 마음속에 하나 둘 별을 담으며 나도 초원의 어둠이 되어 갑니다. 2023. 7. 25.
여름이 좋아요(동시) - 윤명상 여름이 좋아요         / 석우 윤명상 여름을 누가 좋아할까?목은 타고햇볕은 뜨겁고땀이 비 오듯 하는 여름을,   하지만 그렇지 않았어요.싫어하는 나와 달리여름이 좋아여름만 기다리는 친구들도 있어요.   바다에서는 해수욕장이숲에서는 푸르른 나뭇잎들이그리고 잠자리와 매미들이밭에서는 예쁘게 익어가는토마토와 참외와 수박이,   그러고 보니여름을 싫어하면서 나는여름의 모든 것들을 좋아했네요.여름만 기다려 온 친구들에게미안해졌어요.  *한밭아동문학 제25호(2024) 수록 2023. 7. 21.
별들의 표정(동시) - 윤명상 별들의 표정 / 석우 윤명상 일주일 동안 외출했던 별들이 돌아왔어요. 표정을 보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이 가요. 반짝반짝 웃는 걸 보면 토라진 건 아닌 것 같고 여행을 다녀온 게 분명해요. 하늘 창문에 비구름 커튼을 치고는 달님과 함께 다녀온 것 같아요. 여행을 다녀온 누군가 말해 주었어요. 몽골 초원에 갔더니 세상의 모든 별이 모여들어 초원을 구경하고 있더라고, 2023. 7. 17.
오락가락(동시) - 윤명상 오락가락       / 석우 윤명상 여름이 오락가락변덕을 부립니다.   맑았다가 흐렸다가폭우였다가 가랑비였다가폭염에 돌풍까지정신이 없거든요.   사춘기가 되면나도 저럴까?   *한밭아동문학 제25호(2024) 수록 2023. 7. 13.
노린재 잡던 날(동시) - 윤명상 노린재 잡던 날 / 석우 윤명상 꽃을 활짝 피우며 예쁨을 자랑하던 참깨 꽃줄기에 내 세상이다 싶었는지 노린재들이 달라붙어 괴롭혀요. 꽃잎 사이에 숨어서 영양분을 빼먹는 노린재, 하지만 꿀벌들은 돌아다니며 부지런히 꽃잎을 응원하지요. 노린재를 보면 얄밉다가도 귀여운 꿀벌들을 보노라면 나도 응원이 절로 나와요. "열려라, 참깨~ 열려라, 참깨~" 2023. 7. 10.
여름 바람의 하소연(동시) - 윤명상 여름 바람의 하소연          / 석우 윤명상뜨거운 햇볕에더운 바람이부리나케 달려오는 거예요.   내가 말했어요.- 시원한 바람을 불렀거든?- 더운 바람은 싫어.   바람이 내게 말했어요.- 미안, 그늘 밑에 있다가 오는 동안 뜨거워진 거야.- 그랬구나.- 그럼, 같이 나무 밑으로 가자.   나는 바람과 함께심술쟁이 태양을 피해시원한 그늘 밑으로 갔어요. 2023. 7. 6.
채송화(동시) - 윤명상 채송화 / 석우 윤명상 너도 나처럼 수줍음이 많구나? 낮에는 방긋방긋 환한 웃음을 띠다가도 좋아하는 달님 별님을 보고는 부끄러워 얼굴을 감춰버리네? 2023. 7. 3.
파란 하늘(동시) - 윤명상 파란 하늘     석우 윤명상하나님이하늘을 뒤덮고 있던 먹구름을탈수기로 돌렸나 봐요.몇 날 며칠때를 뺀 먹구름은뽀얀 흰 구름이 되었고밤하늘에는파란 새 옷에반짝반짝 별장식이 달렸거든요.*활천문학 16호(2024)에 수록 2023. 7. 2.
토란과 은구슬(동시) - 윤명상 토란과 은구슬      / 석우 윤명상 화분에서 혼자 사는 토란이심심하고 외롭던 날,   오늘은 비가 내려요.넓은 이파리에 빗방울을 받아요리조리 굴리며물장난을 하고 있어요.   또르르 툭, 또르르 툭빗방울로은구슬을 만들어바닥에 떨어뜨리며 놀지요.  * 대전문학 106호(2024.5,6월호)에 수록 2023. 6. 28.
버드나무 새싹(동시) - 윤명상 버드나무 새싹 / 석우 윤명상 지난봄, 하늘하늘 날리며 경계 대상 1호였던 꽃가루가 어엿한 나무가 되어갑니다. 바람 따라 날다가 여기다, 하고 터를 잡은 곳. 옥상의 작은 화분에서 고개를 내밀며 세상구경을 합니다. 눈을 뜨고 알았겠지만 이웃도 있습니다. 채송화 단풍마 고들빼기, 서로 사이좋게 살아갑니다. 2023. 6.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