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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같은 삶을 위하여

☞ 石右의 동시695

밥 짓는 날(동시) - 윤명상 밥 짓는 날 / 석우 윤명상 봄은 연일 조금씩 비를 내려 밥물을 맞추고 있어요. 길가에 늘어선 이팝나무에 밥을 짓기 위해서죠. 몇 번의 시도 끝에 여기저기 맛있게 쌀밥은 익어 가는데, 고소한 밥 냄새보다 하얀 윤기에 먼저 배가 불러요. 2023. 4. 19.
물청소(동시) - 윤명상 물청소 / 석우 윤명상 요즘 들어 봄은 자주 물청소를 합니다. 봄이 바라봐도 세상이 더러운가 봅니다. 맑아야 할 하늘 창문에 부연 먼지가 잔뜩 끼어 있거든요.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꽃향기를 날려도 사람들은 기뻐하지 못하고 얼굴을 찌푸리거든요. 봄은 오늘도, 물청소를 위해 구름에 물을 채우나 봐요. 2023. 4. 15.
하얀 섬(동시) - 윤명상 하얀 섬 / 석우 윤명상 대청호의 푸른 물결 위로 이름 없는 작은 섬들이 이웃처럼 마주하고 있어요. 봄이 되어 모두가 앞다투어 푸르러지는 데 꿈을 포기한 작은 하얀 섬 하나. 멀리서 볼 때는 신기하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가마우지의 응가를 뒤집어쓴 슬픈 얼굴. 사랑받지 못하고 낯빛이 하얗게 변하여 손님 하나 없는 봄을 맞고 있어요. 2023. 4. 11.
탈모(동시) - 윤명상 탈모 / 석우 윤명상 탈모증을 앓던 동네 뒷산 머리카락이 무성하게 돋아났어요. 요즘 어른들은 탈모 때문에 약이며 샴푸 광고가 유행인데 어떤 약을 바른 걸까? 처음에는 강아지처럼 알록달록하더니 점차 짙어져 가요. 우리 아빠에게도 머리카락 무성해지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어요. *한밭아동문학 제24호(2023년) 2023. 4. 7.
벚꽃길(동시) - 윤명상 벚꽃길 / 석우 윤명상 연분홍 꽃잎을 한 아름 안고 지나가는 사람들 머리 위로 훌훌 뿌려주는 벚나무들. 울 언니 결혼식 날 화동이 꽃잎을 뿌려주듯 벚나무는 화동이 되어 봄바람에 꽃잎을 띄워줍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결혼식장의 신랑신부가 되고 뿌려지는 꽃잎 속에서 신혼 같은 주인공이 됩니다. 2023. 4. 4.
꽃비 내리는 날(동시) - 윤명상 꽃비 내리는 날 / 석우 윤명상 꽃바람을 타고 꽃비가 내립니다. 하늘하늘 춤을 추며 내립니다. 사람들은 예쁘다며 우르르 모여들고 꽃비는 더욱 신이 나서 너울너울 내려옵니다. 꽃비는 옷이 아닌 마음을 적시며 꽃바람 따라 이리저리 흘러갑니다. 2023. 3. 31.
꽃다지의 미소(동시) - 윤명상 꽃다지의 미소 / 석우 윤명상 꽃다지의 노란 웃음 위로 햇볕과 구름이 번갈아 가며 앉았다 갈 때면 간지러운 꽃잎은 요리조리 몸을 흔들며 어쩔 줄을 몰라 합니다. 바라보는 내 눈길조차 부끄러운 듯 잠시 눈을 맞추었다가도 이내 고개를 돌리고 말지만 작고 귀여운 맵시에 나의 눈길은 빠져들고 맙니다. 2023. 3. 28.
비 맞은 봄(동시) - 윤명상 비 맞은 봄 / 석우 윤명상 흠뻑 비에 젖은 봄이 초롱초롱 연둣빛 미소를 지어요. 힘이 솟는 새싹들은 서로 뒤엉켜 키재기를 하고요. 비 그치고 찾아온 햇살에 봄은 반들반들 윤기가 나요. 하얀 드레스를 입은 목련은 입을 크게 벌려 합창을 하지요. 2023. 3. 24.
봄나들이(동시) - 윤명상 봄나들이 / 석우 윤명상 양지바른 언덕으로 매화 산수유 개나리, 목련과 벚꽃이 함께 봄나들이 나왔어요. 노랑옷 하얀옷 분홍옷 어우러진 언덕에 해님은 재밌게 놀다 가라며 바람과 함께 응원을 보내요. 심심했던 언덕은 어느새 모두의 눈길을 사로잡는 화사한 꽃동산이 되었어요. 2023. 3. 21.
김밥(동시) - 윤명상 김밥 / 석우 윤명상 통통한 내 친구, 검은 원피스를 즐겨 입지만 좋은 생각으로 가득한 친구랍니다. 누구에게나 행복을 주고 너도나도 좋아하니 가족 나들이를 갈 때는 언제나 어디든 함께 하지요. 사랑이 듬뿍, 맛있는 색깔로 듬뿍, 그럴수록 통통해지는 내 친구. * 대전문학 100호(2023.여름호)에 수록 2023. 3. 17.
봄 손님(동시) - 윤명상 봄 손님 / 석우 윤명상 봄의 집에 손님이 다녀갔어요. 무뚝뚝하고 차가운 손님이 떠난 뒤 부드럽고 촉촉한 손님이 다녀갔지요. 나쁜 손님은 없어요. 모두 좋은 손님이거든요. 차가운 손님은 튼튼하고 건강하게 자라라며 새싹들을 다독여 주었어요. 부드러운 손님은 무럭무럭 힘차게 자라라며 새싹들을 씻겨주고 생수를 골고루 먹여주었거든요. 손님들이 떠나고 난 뒤 봄의 집에는 더욱 생기가 돌아요. 새싹들의 눈은 반짝반짝 피부는 반들반들 서로 키재기 하듯 쑥쑥 자라거든요. 2023. 3. 14.
햇볕 반창고(동시) - 윤명상 햇볕 반창고 / 석우 윤명상 봄은 아픈 내색도 없이 겨울이 남기고 간 상처에 매일매일 햇볕 반창고를 붙이고 호~ 입김을 불며 새살이 돋기를 기다려요. 여기저기 냉이도 피어나고 산수유 노란 꽃이 피며 새살이 돋아난 곳도 있지만 아직 다 나으려면 기다려야 해요. 호숫가 버들강아지는 뽀얗게 살이 오르고 가로수 가지의 눈은 몽글몽글 조금씩 커지는 것을 보면 햇볕 반창고의 효능이 좋은가 봐요. 2023. 3. 10.
나무가 보내는 신호(동시) - 윤명상 나무가 보내는 신호 / 석우 윤명상 나무가 이파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내게 수신호를 보냅니다. 바람이 이 정도 얌전하다고, 어느 날엔 온몸을 흔들며 신호를 보내기도 합니다. 바람이 이만큼 거세니 조심하라고, 그러다가 미동도 없이 가만히 있을 때가 있습니다. 애기 바람이 잠들었으니 지금은 조용해야 한다고, 2023. 3. 6.
달빛이 그리는 그림(동시) - 윤명상 달빛이 그리는 그림 / 석우 윤명상 어둠 속에서 그림을 그려요. 휘영청 달빛 켜놓고 까만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요. 산과 마을을 그리고 도시와 아파트와 밤거리를 혼자서 조용히 그려요. 어두운 밤길이 싫었는지 유난히 가로등 불빛만 화한 대낮처럼 그려놓지요. 달빛에 밖을 나가면 달님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림 속에 나를 그려놓아요. *동시집 '해를 훔친 도둑비'에 수록 2023. 3. 5.
손길(동시) - 윤명상 손길 / 석우 윤명상 부드러운 해님의 손길에 풀잎은 생기가 돌고 남풍의 손길에 가로수 가지들은 꿈틀꿈틀 간지럼을 타요. 덩달아 나도 햇볕 목욕을 하고 바람 마사지를 받으며 새봄이 놀고 있는 가로수 길에서 꿈틀꿈틀 생각이 자라지요. 2023. 3. 3.
밑그림(동시) - 윤명상 밑그림 / 석우 윤명상 새해에 하나님은 우리에게 365개의 밑그림을 주셨어요. 매일 매일 해와 달과 별, 바람과 구름과 낮과 밤,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 물과 나무와 풀과 꽃들, 이제는 밑그림이 그려진 예쁜 화첩 위에 우리의 생활을 매일매일 그려 넣어야 해요. 친구들을 사랑하고 사이좋게 노는 모습, 열심히 운동하며 공부하는 모습, 가족뿐 아니라 꽃과 동물과 자연을 사랑하고 아끼는 모습, 질서와 예의를 지키며 서로 존중하는 모습, 멋진 밑그림 위에 낙서 같은 모습이 그려지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매일 매일 예쁘게 살아야 해요. 2023. 3. 2.
여린 봄(동시) - 윤명상 여린 봄 / 석우 윤명상 아직 여린 봄이 햇볕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서는 연습을 합니다. 바람은 옆에서 힘내라며 온몸으로 감싸주고, 시냇물은 발랄한 노래를 부르며 봄의 출발을 응원합니다. 지금은 품 안의 봄이지만 머잖아 세상은 온통 봄의 물결로 출렁일 것입니다. 2023. 2. 26.
버들강아지 2(동시) - 윤명상 버들강아지 2 / 석우 윤명상 호숫가에 버들강아지들이 가느다란 가지에 매달려 어우렁더우렁 춤을 춥니다. 누군지, 반가운 손님이 찾아오나 봅니다. 맞아요. 봄이 온다는 소식에 버들강아지는 좋아라 꼬리치며 환영하는 것입니다. 2023. 2. 23.
봄의 산통(동시) - 윤명상 봄의 산통 / 석우 윤명상 나를 낳을 때 엄마의 진통은 열 시간이었다는데 봄은 얼마나 깊은 산통을 겪을까요? 지금은 봄이 한창 진통을 겪고 있을 시간이지만 겉으로는 내색을 하지 않아요. 그나마 안심인 것은 포근한 햇볕이 산파가 되어 봄의 출산을 돕고 있거든요. 봄이 태어나면 하늘이 주는 꿀 같은 젖을 먹으며 봄은 쑥쑥 자랄 거예요. 2023. 2. 21.
봄 인사(동시) - 윤명상 봄 인사 / 석우 윤명상 베란다에 새봄이 찾아왔어요. 화분에 사는 철쭉이 빨간 주름 드레스를 차려입고 먼저 눈인사를 합니다. 벌 나비를 대신하여 내가 흥얼흥얼 콧노래를 불러주면, 철쭉은 꿀 같은 환한 미소로 거실까지 밝게 꾸며줍니다. 2023. 2. 18.
봄을 기다려요(동시) - 윤명상 봄을 기다려요 / 석우 윤명상 아직은 차가운 호수에 발을 담그고 서서 봄을 기다리는 버드나무. 호수에 들어가 긴 목을 빼어 들고 애타게 봄을 기다리는 백로. 혹시나 봄소식을 가지고 온 친구가 있을까 싶어 두리번두리번 찾는 나. 종일 봄을 기다리며 호수 주변을 서성이던 햇살도 오늘은 그만, 서산을 넘어가요. 2023. 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