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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같은 삶을 위하여

☞ 石右의 시방1594

초대 - 윤명상 초대 / 석우 윤명상 울산의 친구 초대를 받았습니다. 마음은 울산으로 바로 떠났고 SRT 기차는 내 몸만 싣고 뒤따라갑니다. 2022. 11. 7.
산막이옛길에서(기행시) - 윤명상 산막이옛길에서 - 기행시 / 석우 윤명상 소중한 것은 쉽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며 가을 아침 안개는 짙은 가림막을 치고 있었다. 시우(詩友)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가림막을 걷어내며 일제히 자연이 되었고 단풍으로 물들고야 말았다. 산막이옛길 따라 시인은 가슴에다 시를 쓰고 유람선 물결 따라 탄성으로 읊어대는 예술문화답사길. 이제 나는 답사를 마치고 돌아왔지만 아, 이런 시인의 마음은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2022. 11. 3.
낙엽을 밟고 가다 - 윤명상 낙엽을 밟고 가다 / 석우 윤명상 무심코 지나는 바람에도 몸서리치도록 환호하며 가을볕에 뒹구는 낙엽은 슬픔을 모른다. 철부지 낙엽이 까부는 금강의 혈관을 따라 나는 걸었다. 강물은 말없이 흐를 뿐, 단풍의 손짓이나 흩어지는 낙엽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했고, 경쾌한 낙엽의 노래 대신 흔들리며 가는 인생은 바스락바스락 슬픈 소리를 냈다. 2022. 10. 30.
우리 강물처럼 가자 - 윤명상 우리 강물처럼 가자 / 석우 윤명상 뒤엉켜 가는 거야. 너나없이 한데 어울려 흐르는 거야. 가며 가며 서로 하고 싶은 말 다 쏟아내며 들어주며… 강가에 가보면 알 수 있지. 강물이 서로가 뒤엉켜 주고받는 이야기들을, 그건 싸우는 소리가 아니야. 강물이 서로 등지는 일 없이 네가 나인 양, 내가 너인 양 함께 가는 걸 보면 알 수 있거든. 바다는 강 위에 있지 않고 맨 아래쪽에 있잖아. 서로 하나가 되어 그렇게 저 낮은 데로 흘러가는 거야. 2022. 10. 26.
어떤 노부부 - 윤명상 어떤 노부부 / 석우 윤명상 망백(望百)의 몸이란 바위보다 더 무거운 탓에 남자는 도무지 일어서거나 팔을 움직여 가눌 줄을 몰랐다. 다만, 핏기 없는 미수(米壽)의 아내가 거들뿐, 그러다 힘이 부친 아내는 늙음에 화를 내곤 했다. 종종 망백의 몸에는 멍이 피었고 왜 이러냐는 물음에 아내는 모른다는 말로 분을 대신했지만 아내는 연신 멍자국을 어루만졌다. 그러다가 남자가 잠이 들면 그는 지난 과거를 모두 내게 들켜야 했다. 노름에 끌려다닌 청춘과 곁 살림을 하다가 돌아온 것 등, 봉인이 풀린 아내의 입에서는 봇물 터지듯 설움이 쏟아져 나왔다. 여자의 판결문을 듣는지 마는지 남자는 가는 숨만 뱉어낼 뿐, 여자는 그런 남자를 바라보며 네 죄를 사하노라, 외치는 것 같았다. *망백(望百) - 91세 *미수(米壽).. 2022. 10. 25.
배부른 여행 - 윤명상 배부른 여행 / 석우 윤명상 지갑을 열고 단체여행을 떠납니다. 반가운 얼굴들을 보며 이웃 정이 먼저 배부르고 근사한 호텔에서 재워주니 잠자리가 배부르고 때마다 맛난 식당에서 먹여주니 끼니가 배부릅니다. 좋다는 곳 이름난 곳 특별한 곳을 찾아다니니 눈요기가 배부르고 고프던 삶의 거드름과 허기졌던 낭만이 비로소 배부른 트림을 하며 덩달아, 마음과 영혼까지 배부르게 됩니다. 2022. 10. 22.
여행이 빼앗다 - 윤명상 여행이 빼앗다 / 석우 윤명상 제주의 가을은 발길 닿는 곳마다 나의 눈길을 사정없이 빼앗더니 대신 감탄을 안겨줍니다. 내 마음을 쏘옥 빼앗더니 그 자리에 쉼을 안겨주고 찾는 곳마다 시간을 빼앗고는 황홀한 세상을 보여줍니다. 쌓이고 쌓였던 지친 마음, 상처 난 마음은 모두 빼앗아버리고 가뿐한 마음만 가득 안겨줍니다. 2022. 10. 21.
가을 드라이브 - 윤명상 가을 드라이브 / 석우 윤명상 바람 난 마음이 가을 속으로 달려갑니다. 가을의 추파에 여유를 탕진하고 그 품에 안기려고 틈만 나면 가출을 감행합니다. 짧은 행복으로 일기처럼 기록되더라도 지워지지 않을 사랑입니다. 2022. 10. 21.
시인의 가을 - 윤명상 시인의 가을 / 석우 윤명상 시인에게 가을은 가혹한 계절입니다. 가을이 쓰는 시를 능가할 자신이 없을뿐더러 가을은 그 자체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시로 구성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시인은 가을을 시로 표현하기보다 부분부분 가을의 시구를 찾는 것일 뿐. 가을이 되면 시인이 가난해지는 이유이며 시인의 가슴은 텅텅 비고 마는 것입니다. 2022. 10. 20.
가을, 사랑에 빠졌다 - 윤명상 가을, 사랑에 빠졌다 / 석우 윤명상 너의 박력은 지난여름 내내 증명되었지. 사랑의 감정이나 서정과는 거리가 먼 거친 성깔을 보였거든. 그런 네 가슴도 감성으로 물들고 있어. 느끼고 있는지 모르지만 넌 지금, 붉게 달아오르고 있잖아. 혈기만 앞세우던 사춘기를 보내고 이제, 사랑에 빠진 거야. 누구나 사랑을 하면 아름다워지거든. 바로 지금의 너야. 2022. 10. 14.
가을 빗소리 - 윤명상 가을 빗소리 / 석우 윤명상 가을의 빗소리가 정겨운 이유는 추억이 그대의 이름을 부르는 까닭이며 내 가슴속에 화석처럼 박혀있는 그대의 모습을 보기 위해 세월을 긁어내는 소리이기 때문입니다. 먼 훗날, 그리움이 되어 가을의 빗소리로 읽히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이름이지만 그대의 이름으로 듣는 빗소리여서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릅니다. 나는 지금, 창가에 앉아 그대의 이름을 부르는 빗소리를 들으며 그대에 대한 기억들을 하나둘 끄집어내는 중입니다. 행복이 묻어있는 빗속의 추억들을, 2022. 10. 9.
여름은 가고 - 윤명상 여름은 가고 / 석우 윤명상 나의 여름은 가고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떠나보낸 것이다. 무덥다는 이유로 홍수가 잦다는 이유로 태풍과 열대야를 이유로 미련 없이 보내놓고 안도했다. 그렇게 손뼉을 치며 보내고 난 뒤 알았다. 여름은 청춘이었다는 것을, 2022. 10. 5.
이름 바꾸기 - 윤명상 이름 바꾸기 / 석우 윤명상 가을과 함께 빗방울은 제 이름을 가을비로 바꿨습니다. 체온을 가을에 맞추고 분위기도 가을스럽게 바꿔버렸습니다. 한동안,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던 유행어처럼 내 마음을 빼앗은 가을비의 변신도 무죄입니다. 2022. 10. 4.
낮달의 그리움 - 윤명상 낮달의 그리움 / 석우 윤명상 문자가 왔습니다. 어디에 사는 아무개를 애타게 찾는데 나이와 인상착의는 어떻다는 내용입니다. 햇볕 사이 심드렁 떠 있는 저 낮달에게도 문자처럼 어떤 사연이 있나 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벌건 대낮에 두리번거리고 있을 리 없기 때문입니다. 어둠을 비추는 사랑을 마다하고 창백해진 얼굴로 길 한복판을 서성이는 그리움에 찬 표정, 어쩌면 아까 그 문자는 저 낮달이 보낸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낮달의 그리움으로 햇빛조차 물들어가는 오후입니다. 2022. 10. 1.
가을로 물들다 - 윤명상 가을로 물들다 / 석우 윤명상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닮아간다는 것은 좋아하기 때문이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흠뻑 빠져드는 것은 그만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나는 닮아가고 있으며 점점 빠져드는 중입니다. 이러다 정말 가을로 흠뻑 사랑하게 될 것만 같습니다. 2022. 9. 29.
사진 찍기 - 윤명상 사진 찍기 / 석우 윤명상 나는 종종 피사체를 찾아 나선다. 아니, 오히려 피사체가 될 생각을 찾는다. 카메라는 찍어야 할 물체를 찾지만 나의 피사체는 가슴에 있는 까닭이다. 느낌을 찾고 의미를 찾고 그러다가 용케 감동이 오는 마음을 찾는다. 느끼는 감동을 한 컷의 사진으로 찍는다는 것은 순간의 느낌이 한 편의 시로 형상이 되는 때문이다. 2022. 9. 24.
초가을의 햇살 - 윤명상 초가을의 햇살 / 석우 윤명상 아직은 여름 티를 벗지 못한 여린 가을볕, 한낮에는 여름인지 가을인지 모를 철부지의 어리광을 봅니다. 단풍이 익어가듯 바람이 익어가듯 결국은 햇볕도 익어서 모두의 마음을 가을 되게 할 것입니다. 그 설익은 가을볕 속으로 아직은, 설익은 마음과 옷들이 지나고 설익은 열매들 사이로 설익은 바람도 무심코 지나쳐갑니다. 2022. 9. 23.
친구들의 가을 - 윤명상 친구들의 가을 / 석우 윤명상 어릴 적 친구들은 아담하고 탱글탱글한 하나의 꽃봉오리였다. 뿔뿔이 흩어져 한 송이 꽃으로 피어 향기를 발하던 시기를 지나고 이제 살아온 인생이 울긋불긋 열매로 익어가는 나이, 꽃봉오리의 추억으로 여전히 꽃인 양 바라보는 친구들의 가을은 더욱 아름답다. 2022. 9. 22.
가을 벤치에서 - 윤명상 가을 벤치에서 / 석우 윤명상 벤치에 앉아 친구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별다를 것 없는 소소한 이야기지만 바람은 몹시 궁금했나 봅니다. 머리카락을 만지고 옷깃을 당기며 자꾸 아는 체를 합니다. 하는 수 없이 버드나무 그늘 벤치에 앉아 셋이서 수다를 떱니다. 2022. 9. 21.
교차로에서 - 윤명상 교차로에서 / 석우 윤명상 여운만 남긴 채 임은 스쳐 간 바람이 되었습니다. 삶의 교차로는 그런 것이었습니다. 기억에 남아 있는 좋은 문장을 찾아 페이지를 다시 들춰보듯 임의 따뜻했던 느낌을 나는 종종 들춰보곤 했습니다. 하지만, 망각은 쉽게 찾아오고 바람은 바람을 지우며 지나갑니다. 끝까지 망각을 붙들고 있는 것은 느낌으로 남아있는 임이 남긴 문장들, 나는 책꽂이에서 책을 꺼내 뒤적뒤적 스쳐 간 바람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세월은 흐르고 이제, 망각 사이에 걸쳐있는 느낌조차 서서히 석양에 묻히며 말없이 바람에 떠밀려갈 뿐, 사방을 둘러보아도 교차로에서 느끼던 바람은 새로운 바람에 흩어질 뿐이었습니다. 2022. 9. 20.
구름이 가는 길 - 윤명상 구름이 가는 길 / 석우 윤명상 당신의 머리는 기압 당신의 가슴은 바람 당신의 몸은 구름이다. 기압은 바람을 만들고 바람은 구름을 좌우한다. 언제 어떻게 어디로 불지 모르는 바람에 떠가는 것은 나의 몸이다. 2022. 9.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