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石右의 시방1593 고추모 심던 날 - 윤명상 고추모 심던 날 / 석우 윤명상 모종 포트를 요람 삼아 곱게 자란 고추 모종을 집 앞 텃밭에 분가시켰다. 오월의 푸른 품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저에게 주어진 삶을 살겠지. 심어 놓고 보니 자꾸만 눈길이 가고 어여쁘고 소중하고 사랑스럽다. 오래전, 너의 가슴에 심어놓은 사랑처럼 나의 생각은 종일 그곳으로 향했다. 2023. 5. 2. 빗길 - 윤명상 빗길 / 석우 윤명상 빗길에 여행을 떠난다. 우산을 쓰고 그대와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면 오히려 낭만이겠고 그대와 함께 빗속에 갇혀 종일 버스를 타야 한데도 그 또한 설레는 여행일 터. 그대와의 행복한 동행을 꿈꾸며 버스에 오른다. 2023. 4. 26. 간식 - 윤명상 간식 / 석우 윤명상 어릴 적 봄은 쌀밥이 귀했던 만큼 보약을 간식으로 먹었다. 산골 숲길에서 만나는 찔레와 싱아와 삘기, 일용할 양식이 지천이었고 아무리 먹어도 탈이 없었다. 산에 올라 진달래와 아카시아꽃을 먹고 송화와 골담초, 뱀딸기도 간식이 되었다. 자연에서 배를 채우던 시절, 봄은 그 시절의 유모였고 자연은 인생의 이유식이었다. 2023. 4. 21. 이슬비 내리는 봄날 - 윤명상 이슬비 내리는 봄날 / 석우 윤명상 안개 같은 이슬비가 희미한 기억처럼 세상을 온통 반투명 커튼으로 둘러쳤다. 늘 보던 풍경인데 꿈속의 낯선 세상처럼 현실은 갑자기 한편의 동화가 되었다. 그 속에 너를 그리며 한편의 동화는 완성되지만 비가 그치고 해가 뜨면 너는 사라지고 없을 동화다. 2023. 4. 19. 변덕 - 윤명상 변덕 / 석우 윤명상 하루걸러 달라지는 날씨를 보며 나는 문득 네가 그리워졌다. 맑았다가 비 왔다가 좋았다가 토라졌다가 그러고 보니 넌 봄 날씨였다. 지금 내가 봄 날씨에 적응하듯 너를 바라볼 수 있었다면 지금의 그리움은 없었겠지. 2023. 4. 18. 봄이 좋은 이유 - 윤명상 봄이 좋은 이유 / 석우 윤명상 봄볕에 물드는 연둣빛 새싹들이 좋다. 우리가 처음 사랑하던 그때도 연둣빛이었다. 완전히 익지 않은 아직은 성숙하지 못한 새싹처럼 앳된 연둣빛 사랑이었다. 너의 미소와 표정은 때 묻지 않은 연둣빛이었고 우리의 사랑은 그렇게 연둣빛이었다. 2023. 4. 13. 밭갈이 - 윤명상 밭갈이 / 석우 윤명상 밭을 깨운다. 잡초는 알아서 봄을 느끼고 순리를 따라 새싹을 내며 꽃을 피우지만 밭은 퇴비를 뿌리고, 흙을 갈아엎고 씨앗을 뿌려야만 비로소 깨어난다. 이랑을 북돋고 비닐을 씌웠다. 새로운 주인이 입주할 새집이다. 한 시절 꿈을 키우며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보금자리다. 무늬만 농부인 어설픈 손놀림이지만 정작 내 가슴은 들떴다. 2023. 4. 8. 봄비의 비애 - 윤명상 봄비의 비애 / 석우 윤명상 부정 출발한 단거리선수처럼 서둘러 질주하던 봄이 아차, 싶었는지 잠시 주춤하며 열기를 식힌다. 정신없이 가다 보니 사춘기가 온 줄도 모르고 지나쳐버린 봄비의 비애. 지금 내리는 봄비로 목을 축이고 흐드러진 벚꽃을 피워야 했지만 어쩌다 보니 뒷북이 되어 꽃비로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예전이라면 반가운 손님이었겠지만 꽃을 피우지 못한 축제는 떨어지는 꽃잎과 함께 흘러가 버린다. 2023. 4. 5. 사진을 믿지 마라 - 윤명상 사진을 믿지 마라 / 석우 윤명상 누가 옆에서 사진을 찍어 달라기에 요리조리 각도를 맞춰가며 찍어주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찍혔겠지만 그는 사진을 보더니 자기 얼굴이 밉게 나왔다며 시큰둥했다. 찍힌 모습이 실제와 같을수록 사진이 잘못 나왔다며 찍은 사람 탓을 한다. 사진을 꾸미고 변형시켜 사실을 왜곡하는 꾸며진 진실에 기뻐하는 사람들, 처진 턱은 갸름하게 깎아버리고 주름 대신 반들반들 뽀얀 피부가 만들어지면 비로소 잘 나왔다며 기뻐한다. 사실의 중요성보다는 눈높이의 기준이 우선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보다는 자기 마음에 들도록 예뻐 보여야 사진이 되는 시대다. 타고나지 못했거나 늙어버린 모습조차도 사진으로 성형하고 다시 태어나는 눈요깃거리. 사진을 믿지 마라. 2023. 4. 3. 보물섬 진도에서 - 윤명상 보물섬 진도에서 / 석우 윤명상 화려하기보다는 수수함을 웅장하기보다는 넉넉함을 시끄럽기보다는 경건함을 느낄 수 있는 그래서 마음의 여유와 쉼을 얻는 곳. 혹자는 볼 게 별로 없다 말하지만 눈으로 보는 것보다는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무한한 영감과 역사의 감동을 간직한 곳. 말은 태어나면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지만 시인이라면 한 번쯤 평범함에 감춰진 보물을 찾아볼 일이다. 2023. 4. 2. 조숙증에 걸리다 - 윤명상 조숙증에 걸리다 / 석우 윤명상 마을 뒷산에도 봄이 왔다기에 예의를 갖춰 올라갔지. 한데 작년 이맘때 보던 봄이 아닌 다 자란 사춘기 봄이 폼 잡고 있는 거야. 숲은 누드 톤의 새 옷을 입고 산벚나무 생강나무 진달래로 꽃단장하고, 눈이 휘둥그레지더라고. 뻘쭘한 소나무가 내게 그러는 거야. 자기도 태어나서 이런 봄은 처음 본다고. 기뻐해야 할지 걱정해야 할지. 태어난 지 며칠 만에 사춘기라니. 눈은 즐거운데 생각은 복잡해졌거든. 2023. 3. 28. 달맞이꽃을 생각하며 - 윤명상 달맞이꽃을 생각하며 / 석우 윤명상 달맞이꽃 새싹 대공에서 문득 지난가을의 서럽던 사연이 묻어납니다. 밤마다 달빛을 기다리며 눈부신 가슴앓이를 하던 오롯이 순정의 계절이었습니다. 달빛이 없던 밤에도 가으내 뜬눈으로 달맞이 이름의 꽃을 피웠지요. 이제 다시, 못다 한 사랑을 사랑하려는 작은 몸부림의 시작입니다. 2023. 3. 23. 커피를 마시며 - 윤명상 커피를 마시며 / 석우 윤명상 커피를 마실 때 철학적 사유를 하거나 그리움이 된 이들을 떠올리며 음미하기를 나는 좋아한다. 아름다운 꽃을 보며 그 내면의 숨겨진 진실과 고통을 커피를 마시며 느끼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순수할수록 아름다운 하늘과 그 순수함이 무참히 망가져도 끝내는 얼룩지지 않는 하늘을 보며 마시는 커피는 상쾌했다. 내가 나를 바라보면 괜찮은 사람이었다가 커피를 마시며 바라보면 나는 울퉁불퉁한 질그릇이었다. 2023. 3. 22. 봄의 몸살 - 윤명상 봄의 몸살 / 석우 윤명상 내 가슴에 그리움이 꿈틀댄다. 나는 잠시 몸살을 앓겠지만 그대는 꽃잎으로 활짝 피어나겠지. 껍질을 비집고 새순이 나오듯 거친 흙을 뚫고 새싹이 돋아나듯 메말랐던 내 가슴은 지금, 그대의 꽃밭이 되는 공사 중이다. 수많은 사연이 각각의 새싹으로 돋아나면 내 가슴의 봄은 온통 그리움으로 만발하겠지. 2023. 3. 18. 봄과 봄비 - 윤명상 봄과 봄비 / 석우 윤명상 연인처럼 봄은 봄비를 부르고 봄비는 봄의 가슴을 적신다. 가슴을 적실 수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닌 것처럼 봄비의 사랑에 젖은 봄의 가슴은 생명을 잉태하는 품이다. 봄의 열린 넉넉한 가슴에 봄비는 아낌없이 사랑을 주고 가슴에 스민 사랑은 봄의 환희를 낳는다. 2023. 3. 12. 산수유 꽃피다 - 윤명상 산수유 꽃피다 / 석우 윤명상 아파트 현관 앞까지 찾아온 노란 봄처녀의 수수한 자태는 실바람에도 부끄러워했다. 씨족사회를 이루고 있는 구례나 산동에서 예까지 홀로 왔지만 잊지 않고 그 풍속을 지켜 전통의상을 챙겨 입었다. 지속과 불변이라는 가풍을 도심에서의 홀로서기에도 유감없이 보여주니 샛노란 자태가 더욱 아름답다. 2023. 3. 12. 봄볕 같은 사랑 - 윤명상 봄볕 같은 사랑 / 석우 윤명상 봄볕이 부드럽게 담벼락을 어루만진다. 내 가슴을 어루만지듯 너의 손길은 그리움의 항변이었다. 돌쩌귀 겹겹의 담벼락도 점점 달아올라 볼을 붉힐 날도 머지않은데, 바위 같던 내 가슴조차 너의 체온에 그만 점점이 달아오른다. 2023. 3. 8. 어머니의 봄 - 윤명상 어머니의 봄 / 석우 윤명상 어머니, 봄꽃처럼 떠나신 지 15년, 다시 4월의 봄이 되었습니다. 포근하게 다가오는 어머니의 품 같던 그 시절의 봄이 그립습니다. 제비처럼 재잘대며 땅강아지처럼 뒹굴며 놀던 어머니의 봄은 따스했거든요. 어머니의 봄은 늘 분주했습니다. 베틀에 앉아 모시를 짜시다가도 틈틈이 텃밭에 씨앗을 뿌리거나 나물을 뜯으셨지요. 청춘을 불태우시던 어머니의 봄, 여전히 가슴에 피어나는 그 시절의 봄이 그립습니다. 2023. 3. 6. 병실의 기도 - 윤명상 병실의 기도 / 석우 윤명상 간단한 치료지만 칸막이 속의 병실은 의지를 담보한 세계였다. 링거에 팔을 잡히고 일상에 대한 자포자기는 심리적 아픔을 더 키웠다. 질병과 싸워야 하는 용기는 으레 병원이라는 지원군을 통해 최전방에서 몸으로 부딪치는 것. 내 힘으로는 이길 수 없다고 여길 때 사람들은 비로소 믿음을 내세워 기도를 한다. 그러고 보면 병실은 가장 간절한 기도처요 없던 종교도 만들어지는 장소가 된다 2023. 3. 2. 봄의 길목에서 - 윤명상 봄의 길목에서 / 석우 윤명상 거칠었던 긴 골목을 지나고 두 팔 벌려 늘어진 기지개를 부르는 부드러운 길목에 섰다. 길목에는 가슴 부푼 희망이 있고 따뜻한 사랑과 용서, 그리고 가슴을 열면 느낄 수 있는 그리움의 시가 있다. 연둣빛 시어가 고개를 내밀고 아름다운 꽃이 시로 피어나 그리운 그대를 대신하여 구구절절 추억의 언어를 그려낸다. 봄의 길목에는 무엇을 숨기거나 고치거나 추가할 필요가 없는 있는 그대로의 넘치는 생명력으로 충만한 시화가 그려지고 있다. 2023. 3. 1. 너의 낙서 - 윤명상 너의 낙서 / 석우 윤명상 너는 무심코 썼겠지만 내 가슴에 남긴 너의 낙서는 평생 지워지지 않아.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네가 써놓은 낙서를 종종 들여다보며 읽을 때면 행복하거든. 이제는 수시로 너의 낙서가 지워지지 않도록 내 생각으로 코팅을 하지. 2023. 2. 25. 이전 1 ··· 6 7 8 9 10 11 12 ··· 7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