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石右의 시방1600 봄과 봄비 - 윤명상 봄과 봄비 / 석우 윤명상 연인처럼 봄은 봄비를 부르고 봄비는 봄의 가슴을 적신다. 가슴을 적실 수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닌 것처럼 봄비의 사랑에 젖은 봄의 가슴은 생명을 잉태하는 품이다. 봄의 열린 넉넉한 가슴에 봄비는 아낌없이 사랑을 주고 가슴에 스민 사랑은 봄의 환희를 낳는다. 2023. 3. 12. 산수유 꽃피다 - 윤명상 산수유 꽃피다 / 석우 윤명상 아파트 현관 앞까지 찾아온 노란 봄처녀의 수수한 자태는 실바람에도 부끄러워했다. 씨족사회를 이루고 있는 구례나 산동에서 예까지 홀로 왔지만 잊지 않고 그 풍속을 지켜 전통의상을 챙겨 입었다. 지속과 불변이라는 가풍을 도심에서의 홀로서기에도 유감없이 보여주니 샛노란 자태가 더욱 아름답다. 2023. 3. 12. 봄볕 같은 사랑 - 윤명상 봄볕 같은 사랑 / 석우 윤명상 봄볕이 부드럽게 담벼락을 어루만진다. 내 가슴을 어루만지듯 너의 손길은 그리움의 항변이었다. 돌쩌귀 겹겹의 담벼락도 점점 달아올라 볼을 붉힐 날도 머지않은데, 바위 같던 내 가슴조차 너의 체온에 그만 점점이 달아오른다. 2023. 3. 8. 어머니의 봄 - 윤명상 어머니의 봄 / 석우 윤명상 어머니, 봄꽃처럼 떠나신 지 15년, 다시 4월의 봄이 되었습니다. 포근하게 다가오는 어머니의 품 같던 그 시절의 봄이 그립습니다. 제비처럼 재잘대며 땅강아지처럼 뒹굴며 놀던 어머니의 봄은 따스했거든요. 어머니의 봄은 늘 분주했습니다. 베틀에 앉아 모시를 짜시다가도 틈틈이 텃밭에 씨앗을 뿌리거나 나물을 뜯으셨지요. 청춘을 불태우시던 어머니의 봄, 여전히 가슴에 피어나는 그 시절의 봄이 그립습니다. 2023. 3. 6. 병실의 기도 - 윤명상 병실의 기도 / 석우 윤명상 간단한 치료지만 칸막이 속의 병실은 의지를 담보한 세계였다. 링거에 팔을 잡히고 일상에 대한 자포자기는 심리적 아픔을 더 키웠다. 질병과 싸워야 하는 용기는 으레 병원이라는 지원군을 통해 최전방에서 몸으로 부딪치는 것. 내 힘으로는 이길 수 없다고 여길 때 사람들은 비로소 믿음을 내세워 기도를 한다. 그러고 보면 병실은 가장 간절한 기도처요 없던 종교도 만들어지는 장소가 된다 2023. 3. 2. 봄의 길목에서 - 윤명상 봄의 길목에서 / 석우 윤명상 거칠었던 긴 골목을 지나고 두 팔 벌려 늘어진 기지개를 부르는 부드러운 길목에 섰다. 길목에는 가슴 부푼 희망이 있고 따뜻한 사랑과 용서, 그리고 가슴을 열면 느낄 수 있는 그리움의 시가 있다. 연둣빛 시어가 고개를 내밀고 아름다운 꽃이 시로 피어나 그리운 그대를 대신하여 구구절절 추억의 언어를 그려낸다. 봄의 길목에는 무엇을 숨기거나 고치거나 추가할 필요가 없는 있는 그대로의 넘치는 생명력으로 충만한 시화가 그려지고 있다. 2023. 3. 1. 너의 낙서 - 윤명상 너의 낙서 / 석우 윤명상 너는 무심코 썼겠지만 내 가슴에 남긴 너의 낙서는 평생 지워지지 않아.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네가 써놓은 낙서를 종종 들여다보며 읽을 때면 행복하거든. 이제는 수시로 너의 낙서가 지워지지 않도록 내 생각으로 코팅을 하지. 2023. 2. 25. 어머니가 오십니다 - 윤명상 어머니가 오십니다 / 석우 윤명상 당신은 눈보라 속에서도 따뜻한 가슴을 잃지 않으셨습니다. 그 품을 의지하여 어린 새싹들은 젖을 빨며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낮에는 채전을 일구고 밤에는 길쌈으로 어머니의 치맛자락은 봄이었습니다. 초근목피의 시절, 새싹 몇을 잃었지만 당신의 봄기운으로 남은 새싹들은 잘 자랐습니다. 당신이 떠나간 자리에는 어머니 같은 봄이 오고 있습니다. 황량하던 내 가슴 에도 어머니는 봄이 되어 오십니다. *문학사랑 147권(2024.봄호)에 수록 2023. 2. 24. 주유소 - 윤명상 주유소 / 석우 윤명상 도로변의 식당은 선불로 계산한다. 여유도 없이 식사를 마치고는 떠나거나 샤워하는 손님들. 혼자서는 챙겨 먹을 수 없어 사람을 데리고 다니며 얻어먹어야 하는 며칠만의 한 끼다. 식사 메뉴는 단출하지만 반찬도 없이 독상으로 배만 채우고는 또다시 속을 게우러 간다. 어떤 이는 한 끼 식사를 위해 조금이라도 싼 식당을 찾지만 문제는 모두 수입산 식재료라는 것. 먹은 음식이 가스를 배출하기에 이제는 먹어도 속 쓰리지 않은 전기밥 식당을 찾는 손님이 늘어간다. 2023. 2. 22. 커피가 좋은 이유 - 윤명상 커피가 좋은 이유 / 석우 윤명상 사람들은 커피가 좋다 나쁘다 왈가왈부하지만 나는 커피가 좋다. 까맣게 잊고 있던 친구를 불러주고 가슴 속의 오랜 추억을 꺼내 회상한다. 스치는 바람도 시가 되게 하고 마주 앉은 그와의 대화를 낭만으로 만들기도 한다. 빗방울을 그리움으로 햇볕은 그대의 따뜻한 손길로 느끼게 하는 재주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마시는 한 잔의 커피는 추억 여행의 티켓이며 현실을 판타지 시어로 만들어 준다. 2023. 2. 20. 커피 같은 사람 - 윤명상 커피 같은 사람 / 석우 윤명상 당신은 커피 같은 사람입니다. 가까이할수록 희로애락의 맛을 느낄 수 있거든요. 투박한 잔처럼 겉보기엔 차갑지만 잡으면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거든요. 커피를 마시며 중독성을 느끼듯 당신을 알면 알수록 묘한 매력에 빠져들거든요. 뜨거운 커피는 호~ 불어 식히듯 당신도 들뜬 감정을 식히면 세상에서 둘도 없는 멋쟁이가 되거든요. 특별할 때나 여유가 생기면 커피가 먼저 생각나는 것처럼 당신은 그런, 커피 같은 사람입니다. *문학사랑 145호(2023년 가을호)에 수록 2023. 2. 19. 내 인생의 봄날 - 윤명상 내 인생의 봄날 / 석우 윤명상 내 인생의 봄이 떠난 뒤로 봄의 계절을 좋아하는 것은 너로 인하여 내 가슴은 언제나 화창한 봄날인 때문이다. 인생의 봄이 멀어져 갈수록 너는 내 가슴에 머물며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며 꽃을 피우는 까닭에 내 가슴은 너의 향기로 가득하다. 그리움이 강물처럼 흐르며 푸릇푸릇 새싹을 내는 까닭에 내 인생의 봄은 지났어도 가슴속엔 여전히 연분홍 꽃잎이 피고 지는 봄날이다. 2023. 2. 17. 봄에게 - 윤명상 봄에게 / 석우 윤명상 고치 속의 번데기처럼 탈피를 위해 몸부림치는 너를 보았지. 나는, 그런 너를 아낌없이 응원하는 바람이고 싶다. 네가 얼굴을 내미는 순간, 너의 봄 내음을 온 천지에 흩뿌리며, 겨울로 언 마음에 너의 소식을 알리며 해빙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 세상은 비로소 크고 작은 미소들이 피어나 음지조차 밝아지겠지. 2023. 2. 16. 구름이 구름에게 - 윤명상 구름이 구름에게 / 석우 윤명상 구름은 구름에게 엇박자로 가지 않는다. 느낌만으로 가야 할 방향을 안다. 서로 생각이 다르거나 혹, 종착지가 달라도 반대로 가는 경우는 없다. 느리거나 빠르거나 낮거나 높거나 마음이 어긋나는 경우는 없다. 나도 너에게 너도 나에게 구름 같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2023. 2. 14. 호수의 의미 - 윤명상 호수의 의미 / 석우 윤명상 강물도 쉬어 간다. 어느 깊은 골짜기, 작은 옹달샘에서 시작했을 먼 길을 향한 여정. 좁은 협곡을 지나고 크고 작은 절벽을 뛰어내리며 개울에서 하천으로 그리고 다시 강이 되었다. 사방에서 몰려든 물방울들이 모여 잠시 휴식을 취하다 떠나는 곳, 우리는 그곳을 호수라고 부른다. 너와 나의 만남, 그리고 우리들의 만남은 강을 이루며 흐르다가 그렇게 우리는 지금 크고 작은 호수가 되었다. 2023. 2. 12. 맑은 날에 내리는 비 - 윤명상 맑은 날에 내리는 비 / 석우 윤명상 구름 한 점 없이 쏟아지는 햇볕 사이로 내 가슴에 비가 내립니다. 땅에 스미는 햇볕처럼 가슴을 적시며 내리는 것은 그리움입니다. 봄기운이 느껴지는 시기, 이제 곧 봄이라는 기대에 마음이 먼저 반응하는 까닭입니다. 젖어버린 마음에 그리움이 싹이 트면 비로소 나의 봄은 시작될 것입니다. 2023. 2. 10. 갈망과 혐오 - 파리 / 윤명상 갈망과 혐오 - 파리 / 석우 윤명상 나는 파리가 싫다. 그러나 파리를 동경한다. 그 뻔뻔하고 제멋대로인 안하무인은 쫓거나 잡아야겠다는 분노를 유발하지만 압도하는 고전미와 낯선 풍광은 늘 가보고 싶다는 동경을 불러일으킨다. 찾아오는 파리는 눈에 띄는 것조차 허락하고 싶지 않은 불결하고 기분 나쁜 존재, 그러나 그 고고한 자태는 언제나 마음과 시선을 빼앗고 언젠가는 꼭 내가 찾아가리라는 꿈을 꾸게 한다. 더듬거리는 다리는 불쾌하지만 센강의 다리를 나는 더듬거리고 싶다. 윙윙거리는 날갯짓에 몸을 피하게 되지만 나는 파리의 심장 소리를 듣고 싶다. 파리 없는 세상을 원한다만 아, 파리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2023. 2. 6. 입춘을 맞으며 - 윤명상 입춘을 맞으며 / 석우 윤명상 봄이 잉태되는 날, 아직은 미미한 태기지만 하루가 다르게 꿈틀대는 복중의 생명을 느낄 수 있으리라. 얼고 눈 쌓인 대지와 핏기 없는 까칠한 나무의 피부에도 조금씩 혈기가 돌며 잃었던 혈색을 보게 되리라. 태양은 따뜻한 손길로 바람은 부드러운 입김으로 봄의 출산과 산후조리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리라. 그러다 어디선가 불쑥 봄이 내미는 손과 발을 보게 되고 들로 산으로 뛰어다니는 천진난만한 봄을 만나게 되리다. 2023. 2. 3. 입춘을 앞두고 - 윤명상 입춘을 앞두고 / 석우 윤명상 서슬 퍼런 겨울 속에 영롱한 구슬처럼 박혀있는 입춘이다. 잠든 대지를 깨우고 잠든 영혼을 깨우는 알람 같은 입춘이다. 구슬이 빛나고 알람이 울리면 일제히 일어나리라. 호흡이 트고 생명이 기지개를 켜며 무수한 환희가 꽃피리라. 2023. 2. 1. 겨울 햇살 - 윤명상 겨울 햇살 / 석우 윤명상 지난여름의 그 뜨겁던 태양도 한파의 텃세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던 겨울. 어느새, 입춘을 앞두고 재롱을 부리듯 낮에는 포근한 체온을 나눠줍니다. 얼었던 땅을 녹이고 까칠한 맨몸 나무를 보듬고 냉랭하던 마음을 녹여주는 어머니의 품 같은 햇살입니다. 2023. 1. 31. 겨울비의 연가 - 윤명상 겨울비의 연가 / 석우 윤명상 수탁의 벼슬처럼 한겨울을 장식하며 순백의 깃으로 고고했던 폭설. 멀리 드리우는 입춘의 여명을 보며 한줄기 빗방울에 잔설이 되었다. 모진 혹한으로 품다가 터트린 그리움은 빗방울의 애무에 속울음을 울고, 얼었던 내 가슴의 화석이 된 그리움은 빗물이 되어 그대를 찾아 흘러간다. 2023. 1. 30. 이전 1 ··· 7 8 9 10 11 12 13 ··· 7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