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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같은 삶을 위하여

☞ 石右의 시방1595

구름이 가는 길 - 윤명상 구름이 가는 길 / 석우 윤명상 당신의 머리는 기압 당신의 가슴은 바람 당신의 몸은 구름이다. 기압은 바람을 만들고 바람은 구름을 좌우한다. 언제 어떻게 어디로 불지 모르는 바람에 떠가는 것은 나의 몸이다. 2022. 9. 18.
양다리 - 윤명상 양다리 / 석우 윤명상 누군가 내게 양다리를 걸친다 했다. 평생 처음 듣는 말이기에 그 의미를 파악하느라 진땀을 뺐지만 여전히 답은 찾지 못했다. 오늘 일정이 있어 아침부터 서둘렀다. 땀이 난다. 이제 찬바람 부는 가을이다 싶었지만, 날씨를 보니 오전 9시, 26도다. 그때 알았다. 아, 여름이 양다리를 걸쳤다는 것을, 2022. 9. 16.
백마강은 흐른다 - 윤명상 백마강은 흐른다 / 석우 윤명상 금강은 장항과 군산을 잇는 하굿둑까지 흘러 서해로 빠져나가고 말지만 백마강은 내 가슴을 돌고 돌아 고요히 내 삶을 적신다. 2022. 9. 11.
추석에 드리는 기도 - 윤명상 추석에 드리는 기도 / 석우 윤명상 저 보름달처럼 둥근 마음으로 살게 하소서. 구름 속을 지나가고 바람과 마주친들 둥글둥글 스쳐갈 수 있게 하소서. 저 보름달만큼 밝은 삶을 살게 하소서. 대낮 같지는 않더라도 누구나 보며 달빛을 느끼듯 밝은 양심으로 살 수 있게 하소서. 저 보름달만큼만 이라도 영향을 끼치는 삶을 살게 하소서. 어두운 골목길을 비추는 가로등 불빛처럼 사람들의 삶에 작은 빛이 되게 하소서. 저 보름달처럼 오롯이 제 길만 갈 수 있게 하소서. 어떤 바람에도 휩쓸리거나 가로막는 구름에도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게 하소서. 아, 추석이면 어김없이 뜨는 저 보름달처럼 밝은 웃음, 잃지 않게 하소서. 2022. 9. 10.
이명을 앓는 계절 - 윤명상 이명을 앓는 계절 / 석우 윤명상 여름 끝자락부터 시작된 이명 증세는 가을이 제자리를 잡아갈수록 밤이 되면 더욱 심해졌다. 가을은 역사를 알 수 없는 이명의 계절, 어둠의 터널에는 어김없이 이명 증세가 있었다. 시인들은 오랜 세월 이명을 가을의 상징인 양 습관처럼 글로 스케치해왔다. 달빛 고요한 밤일수록 더욱 청아한 노래가 되었고 날이 밝아지면 이명은 의식을 잃었다. 2022. 9. 7.
태풍 힌남노 - 윤명상 태풍 힌남노 / 석우 윤명상 손이 참 빠르다. 순식간에 곳곳을 훑고 지나간다. 한 개도 아니고 셀 수 없이 많은 손이 동시다발로 움직인다. 누군가의 주머니를 노리는 것이 분명하다. 아주 오래전, 소매치기를 당한 적이 있었다. 주위가 부산하다 싶었는데 나중에 보니 안주머니 지갑이 비었다. 그 이후로 욕먹는 존경심이 생겼다. 지금까지 이런 놈은 없었다며 바다 건너, 섬에서의 무용담이 연일 쏟아졌다. 우리의 주머니도 노린다며 주의를 준다. 도대체 어떤 솜씨기에 그러나 싶은 호기심마저 불러일으킨다. 오죽하면 ‘영구결번’이란 말이 나왔을까. 불명예의 이름을 안고 건너온다는 소매치기가 찾아온 새벽, 우리 집 창문이 심하게 요동친다. 드디어 우리 집 주머니도 털려는 모양이다. 2022.9.5. *힌남노 = 22년 제.. 2022. 9. 6.
아쉬움은 없었다 - 윤명상 아쉬움은 없었다 / 석우 윤명상 너는 시작부터가 강했지. 존재감을 과시하며 맹렬했어. 봄의 등에 업혀 오던 새내기는 업힌 등을 걷어차면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드러냈고 그리고는 줄곧 까칠한 성깔을 부려댔지. 지구를, 아니 세상을 지배한다는 인간들조차 너의 기세에 본의 아닌 방관자가 되고 말았거든. 사람들은 그래. 아니다 싶으면 체념하는 것. 하지만 그거 아니? 조금은 약하거나 부족해야 떠나고 난 뒤에 아쉬움이 남는데 분노에 찬 너의 히스테리는 섭섭하거나 미련을 느끼기보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는… 사실 말인데, 너는 나의 오랜 낭만이었거든. 네가 떠나고 난 뒤에는 언제나 허전함을 이기지 못한 아쉬움이었지. 하지만 너의 횡포를 보면서 나는 도무지 너를 배웅할 수 없었거든. 2022. 9. 5.
계획을 살다 - 윤명상 계획을 살다 / 석우 윤명상 얼기설기 엉켜있는 실타래, 끊어진 듯 붙어 있고 붙은 듯 끊어진 관계들. 맨 먼저 수갑을 풀기로 한다. 가장 단단하고 무거운 수갑을 푼다. 자유로운 날도 있지만 요즘처럼 몇 개의 수갑이 채워질 때는 경중을 가려 하나씩 풀어 간다. 술술 풀어지다가도 때로는 엉킨 부분을 잘라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수갑이나 실몽당이를 자르는 일은 고통을 동반하지만, 선택이 자유로운 날보다 수갑을 푼 날은 한결 삶이 가벼워진다. 2022. 9. 1.
피안의 세계 - 윤명상 피안의 세계 갑자기 냉정해진 계절에 나는 나도 모르게 너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며칠 전까지 너의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에 계절만큼 가벼워진 마음은 부끄러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네 품의 온기는 새로운 계절을 여는 문, 새로운 세상을 향한 출발이다. 너의 온기를 느끼는 순간, 한동안 잊고 살던 일상의 기쁨을 아주 특별한 현상인 양 나는 비로소 감사했다. 오, 피안의 세계여! 2022. 8. 29.
기다림 2 - 윤명상 기다림 2 / 석우 윤명상 삶이란 한 가닥의 기다림이었다. 기다림이 도래하고 나면 형태를 바꿔 저만치 앞질러 가 있었다. 사랑을 기다리고 행복을 기다리고 더 나은 내일을 기다리다 그러다가 영원으로 가는 것. 기다림이 멈추는 순간, 모든 의욕이 사라지는 까닭은 기다림이 삶의 의미이기 때문이다. 기다림은 꿈이고 소망이다. 그대를 기다리며 당신을 기다리며 봄·여름·가을·겨울은 꿈이 되어 인생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 2022. 8. 26.
낭만을 잃은 여름 - 윤명상 낭만을 잃은 여름 / 석우 윤명상 구미호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자자했던 여름, 전설에 관한 입소문은 이제 조금씩 가라앉는다. 첨단과학이 버티고 있는 현대지만 구미호에 대한 이야기는 더욱 가혹했다. 민화 속 구미호는 흥미진진했다면 소문 속 현실판 구미호는 감성이나 낭만도 없는 무자비였다. 여름방학, 통기타 하나 둘러매고 더위를 가르던 비둘기호는 말 그대로 그 자체가 전설의 낭만이었다. 로망스를 튕기던 통기타의 음률은 여전히 전설로 남아있지만 그 전설의 여름은 구미호가 나타난 후부터 공포의 납량특집이 되고 말았다. 인정사정없이 날뛰던 구미호는 가장 먼저 가슴에 남아있던 낭만을 삼켜버렸다. 분노의 횡포는 장소와 대상을 가리지 않았고 날이 새면, 간밤의 신출귀몰했던 구미호의 무용담은 세상을 도배했다. 하지만 흉흉.. 2022. 8. 22.
참새는 모른다 - 윤명상 참새는 모른다 / 석우 윤명상 옆에서 참새들이 재잘댄다. 나와의 거리는 삼십 센티미터 이내. 어떤 음향보다 크고 선명하다. 나는 참새들을 바라보지만 참새들은 나를 의식하지 못한다. 그러니 자유롭게 다가오고 조잘댄다. 언젠가 조용히, 최대한 조심하여 창문을 연 적이 있었다. 순간, 그들은 오해를 안고 날아갔다. 잡으려거나 쫓으려는 것도 아닌데, 창문을 열고 한참을 기다렸지만 끝내 오지 않았다. 창문을 다시 닫은 뒤에야 절제할 수 없는 수다는 다시 재생되기 시작했다. 건물 간판에 연결된 전선에 앉아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 그냥 바라보기만 하기로 했다. 참새는 모른다. 조심스레 창문을 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2022. 8. 18.
말복(末伏)의 여름 - 윤명상 말복(末伏)의 여름 / 석우 윤명상 기세등등하던 여름도 이제 조금씩 옷깃을 여밀 때다. 내면의 숨겨져 있던 성깔이 고스란히 드러났던 여름의 세상은 자신의 이력에 적지 않은 흠을 남겼다. 소나기와 무지개, 해바라기와 능소화 계곡과 바다의 낭만은 사라지고 할퀴고 짓밟고 휩쓸던 아직 끝나지 않은 포학한 성질머리는 이제 정신을 가다듬을 일이다. 원두막에 앉아 수박을 먹던 추억이나 하지감자 한 솥 삶아놓고 더위와 맞짱 뜨던 여름은 아니더라도 이맘때쯤 손톱에 봉숭아 꽃물 들이며 긴팔 옷 꺼내놓고 가을을 기다릴 수 있다면 좋겠다. 2022. 8. 15.
석양이 붉은 이유 - 윤명상 석양이 붉은 이유 / 석우 윤명상 다시는 오지 않을 것처럼 하늘을 짜내며 비가 내린다. 슬픔에 겨워 울다가도 지쳐서 그치든지 울다 보면 슬픔이 가시는데 이 여름은 그럴 생각이 없나 보다. 지난주와 이번 주, 그리고 다음 주까지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까지 아침 점심 저녁, 쉬지 않고 하늘의 모든 물을 쏟아부을 것처럼 체념한 듯 내린다. 오래전, 삼 일을 꼬박 울었던 적이 있다. 나중에는 적셔줄 물이 없어 눈알이 뻑뻑하니 충혈되어 버렸는데, 어쩌면 지금 하늘도 울다 울다 눈이 충혈되어 저녁쯤이면 저리도 석양이 붉었는지도 모른다. 2022. 8. 14.
잠자리에게 묻다 - 윤명상 잠자리에게 묻다 / 석우 윤명상 서로 달라붙은 채 도요새 흉내를 내며 잠자리는 땅바닥 고인 물에 이름을 새긴다. 약간의 물기만으로도 한 세대의 역사가 대를 이어 잉태되는 것. 비바람과 태풍, 눈보라와 한파도 지울 수 없는 위대한 생명의 기록이다. 누가 알랴. 저 작은 곤충에게 주어진 삶과 다음 세대를 위한 사랑의 고귀함을, 보잘것없어 보여도 자연의 사랑은 진실하고 진지한 것. 이제는 사람들이 답할 차례다. 2022. 8. 9.
어머니의 젖가슴 어머니의 젖가슴 / 석우 윤명상 세상에 태어나면 어머니는 생명의 젖을 물리다가 젖을 떼고 성장하면서 사랑의 젖을 물립니다. 사춘기에 접어들어 인생의 모든 과제에 대한 배고픔을 느낄 때쯤 어머니는 기다림과 수용의 젖을 물리다가 장성하여 가정을 이룬 뒤에는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 뒤에서 묵묵히 관심과 희생의 젖을 물립니다. 같이 늙어가는 나이가 되어서도 어머니의 젖가슴은 자식을 향해 흐르고 또 흐르는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물이다. 2022. 8. 6.
엄니 - 윤명상 엄니 / 석우 윤명상 말을 배우며 처음 불렀던 이름 엄니, 엄니는 나의 모든 슬픔을 함께 나누는 이름이었고 기쁨을 더하는 이름이었으며 모든 의문과 투정이 파도처럼 몰리는 바다 같은 이름이었습니다. 엄니! 한마디에 응답과 구원의 손길이 미쳤고 엄니라는 이름은 내 마음을 담대하게 하는 든든한 울타리였습니다. 사춘기를 지나며 엄니는 엄마가 되었고 결혼을 하면서 엄마는 다시 어머니가 되었어도 내게 그리운 건 엄니였습니다. 지금은 부르고 싶어도 마주 보며 부를 수 없는 이름이지만 내 추억의 캡슐 속에는 여전히 그리운 그 시절, 엄니가 살고 계십니다. 2022. 8. 3.
매미의 계절 - 윤명상 매미의 계절 / 석우 윤명상 십여 년을 참아온 울분일까 오랜 세월 기다린 그리움의 노래일까 아니면 짧은 시한부의 절규일까. 조금은 늦었다 싶은 경쟁하듯 내지르는 매미들의 외침이 아침부터 요란하다. 울분이라 하기엔 호소력이 없고 그리움이라 하기엔 가슴의 울림보다 귀청만 때리고 절규라 하기엔 애절함이 없다. 고저장단도 없는 외침에 암컷은 시큰둥한데 태양만 요란하게 가슴이 불타는가 보다. 2022. 8. 2.
잡초와의 전쟁 - 윤명상 잡초와의 전쟁 / 석우 윤명상 며칠째 요란한 싸움을 한다. 승패를 가린다기보다는 밀려난 전세를 뒤집기 위한 임시방편 싸움이지만 치열한 것은 일반이다. 무더위와 동맹을 맺고 악착같이 버티는 잡초를 뜯고 뽑으며 진격하는 싸움에서 일단은 점령지를 넓혀간다. 잡초 역시, 곧바로 전방위 반격과 전사한 그 자리에서 다시 고개를 드는 부활의 시도는 있겠지만 당분간은 회복의 기쁨을 누리리라. 땀을 뿌리며 달려드는 공세에 기세등등했던 녹색군대가 후퇴한다만 우리는 서로 안다, 밀고 밀리는 끝없는 공존의 싸움이라는 것을. 2022. 7. 30.
한여름 밤의 기도 - 윤명상 한여름 밤의 기도 / 석우 윤명상 태양이 낮에 펄펄 끓여놓은 공기는 밤에도 여전히 보글보글 끓고 있습니다. ‘뭔 놈의 기온이 식을 줄을 모르냐’ 푸념하려다가도 ‘여름이 할 수 있는 일이니’ 싶어 에어컨 버튼을 누르고 맙니다. 안도현 님의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는 핀잔이 문득 찾아옵니다. 이 여름처럼 내 삶을 불태운 적이 있었는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내 가슴은 뜨거웠는지, 이미 식어 화석이 된 열정을 생각하며 여름만이라도 여름만큼만 뜨거운 열정을 불태울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2022. 7. 28.
해바라기 사랑 - 윤명상 해바라기 사랑 / 석우 윤명상 가슴에 촘촘히 채운 사랑. 해님만 바라보며 사랑은 영글어 갑니다. 비바람이 몰아쳐도 변함없는 시선, 한눈팔지 않고 한 마음으로 기다립니다. 2022. 7. 24.